소설리스트

대몽주-575화 (575/1,214)

575화. 노리개

해저 동굴 앞. 심협과 백소천은 여전히 법진을 설치하고 있었다.

양의미진법진은 간소화되었음에도 여전히 복잡했기에 두 사람은 반 시진 동안 고작 절반을 설치하는 데 그쳤다.

“주인님, 누군가 옵니다! 수가 적지 않아요!”

거울 요괴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서 어딘가를 바라봤며 차가운 빛으로 말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해저 동굴에 살았기에 안전을 위해 해저 틈 사이에 수많은 감지 수단을 설치해 놨다.

“누구지?”

심협이 미간을 찌푸렸다.

거울 요괴가 손을 휘둘러서 푸른 거울을 꺼내더니 두 손을 빠르게 결인하자 거울이 반짝이면서 여덟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견남여와 민 공자 일행이었다.

심협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차갑게 웃으며 손을 뒤집어 양의미진부를 꺼냈다. 그리고는 방금 설치한 절반의 환진에 던졌다.

환진은 바로 하얗게 빛나더니 동굴 전체를 덮었다.

“때맞춰 잘 왔다. 양의미진환진의 변화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겠어.”

심협은 생각을 바꾸고는 두 손을 결인했다.

하얀 빛의 환진이 갑자기 변하면서 법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어서 하얀 안개가 나타나더니 동굴 전체를 뒤덮었는데, 안개 깊은 곳에는 격렬한 전투의 현장이 나타나면서 각양각색의 빛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굉음과 격렬한 법력의 파동이 안개에서 끊임없이 흘러 나와 실제 전투 현장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안개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다.

심협은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간소화된 양의미진환진의 위력은 진짜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대신 운공하기는 훨씬 수월했다.

백소천은 이 진짜 같은 환상에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저들이 거의 다 온 것 같소. 어서 법진으로 들어갑시다!”

심협이 손을 휘두르자 푸른 빛이 백소천과 거울 요괴를 감싸고는 하얀 안개 속으로 들어가자 모습을 감췄다.

* * *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동굴 밖의 은신처로 내려왔다.

견남여 등은 동굴 안의 광경을 보고는 좋아했다.

“허허, 모든 게 견형의 예상대로군. 심가 놈과 눈물 요괴가 싸우고 있소!”

검은 수염의 노인의 성격은 가장 급해서 바로 들어가려 했다.

“호연 형, 서두르지 마시오. 저들이 더 싸워서 승부가 났을 때 들어가도 늦지 않소.”

견남여가 노인을 잡으며 말했다.

“견형 말이 옳소. 내가 좀 급했소.”

검은 수염 노인은 멋쩍게 웃었다.

“뭘 기다리는가? 본 소주와 보상선사가 있으니 출규 후기의 애송이와 이제 갓 대승기에 도달한 눈물 요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민 공자는 부채를 접으며 차갑게 말했고, 두려울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한편, 보상선사는 매우 신중하게 동굴 안의 하얀 안개를 노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대사,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민 공자는 겉보기에는 거만하고 제멋대로 인 것 같지만 속은 매우 교활하여 보상선사의 표정을 보자 바로 물었다.

보상선사는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동굴 안을 들려다 보며 뭔가를 중얼거렸다.

하얀 안개 안의 전투는 실제처럼 격렬한 법력 파동이 느껴졌기에 이상한 점이 없었지만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대승기 수사가 있을 줄이야! 양의미진환진은 절반만 설치했으니 저들을 속여서 법진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군. 다른 수를 써야겠어.”

양의미진환진 안에 숨은 심협이 한숨을 내쉬더니 두 손을 결인했다.

동굴 안에서 하얀 빛이 갑자기 더 밝아져서 밖으로까지 흘러나와 수십 장을 비쳤다. 법진 안의 하얀 안개는 더욱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휙휙 소리를 냈다.

민 공자와 견남여 등은 깜짝 놀라서 다급하게 몸을 피했다.

“이런! 어서 여기서 벗어나야 하오!”

그때, 보상선사가 놀라며 소리쳤다.

한데 그들의 주의력이 동굴의 하얀 빛에 집중되어 있을 때, 그들의 발밑에서 어느새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하얀 무늬가 떠올랐다.

“역시 대승기의 수사답게 알아챘구나. 하지만 늦었다!”

법진 안에서 심협이 차갑게 웃으며 양손의 법결을 바꿨다.

하얀 무늬가 갑자기 눈부신 빛을 발하며 일행을 완전히 뒤덮었다.

민 공자, 견남여, 보상선사까지 눈이 흐려졌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하얀 안개로 자욱한 곳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민 공자가 내심 겁에 질려 주변을 둘러봤는데, 견남여 등도 똑같았다. 오직 보상선사만 침착했다.

“법진 안인가 보군. 아무래도 우리가 그 심씨라는 자를 우습게 본 모양일세.”

보상선사가 말을 마치자 금색 선장(禪杖)에서 번개가 사방으로 떨어졌다.

길이 10여 장의 금색 지팡이가 날아가 주변의 하얀 안개를 공격했다.

쾅! 쾅!

몇 번의 굉음이 울렸고, 네 개의 금색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하지만 하얀 공간은 가볍게 흔들렸다가 바로 안정되었다.

그 순간, 보상선사는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계속해서 금색 선장으로 법진을 공격했다.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민 공자가 입을 벌리자 여섯 개의 적색 비검이 검진을 이루어 강하게 주변의 하얀 공간을 베었다.

견남여는 손을 뒤집어 붉은 조롱박을 꺼내더니 결인했다. 그러자 콩알만 한 적색 자갈이 날아갔고, 이 자갈은 날아가는 동안 순식간에 커지더니 이어서 거대한 불구름이 되었다.

검은 수연의 노인이 새까만 귀두 대도를 꺼내자 처량한 귀신 울음소리가 들렸고, 검은 음화(陰火)가 도를 감싸더니 강하게 하얀 공간을 베었다.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두 명의 응혼기 수사는 셋이서 진형(陣形)을 이루어 황색 비석을 운공했다. 수많은 황토색 뇌구(雷球)가 비처럼 쏟아졌다.

금색 치마의 여자가 금색 깃발을 흔들자 맑은 금빛이 쏟아져 나와 하얀 공간을 베었다.

그들의 공격은 약하지 않았지만, 하얀 금제 공간은 기이할 정도로 견고해 조금의 파문이 일어났을 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한편, 심협은 하얀 공간 깊은 곳에서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양의미진환진을 고작 절반만 설치했는데도 이 얼마나 대단한 위력인가! 보상선사 등의 경지로는 부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저들을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그는 동굴 깊은 곳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러자 커다란 붉은 검기가 진 안에서 나와 동굴 깊은 곳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퍼펑!

폭발음이 들리면서 붉은 빛이 폭발했고, 크고 작은 돌들이 떨어지면서 동굴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한데 그때, 동굴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포효가 들려오더니 커다란 푸른 빛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리고 푸른 빛은 굉음을 일으키면서 무너진 동굴의 바위들을 부수며 날아가다가 동굴 입구에서 멈췄다.

이어서 푸른 빛이 반짝이면서 흩어지자 온몸이 푸른색인 요괴가 나타났다.

사람 같이 생긴 요괴는 남색의 긴치마를 입고 있었고, 피부와 머리카락 모두 푸른색이었다.

아름다운 외모에 유달리 커다란 두 눈은 매우 생기가 넘쳐 보였지만, 그 눈빛에는 살기와 독기가 서려 있었다.

“저게 바로 눈물 요괴?”

심협은 푸른색의 요괴를 바라봤다.

눈물 요괴는 동굴 가득한 하얀 빛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녀는 비록 인간 수사들을 증오했지만, 그들의 강력함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얀 빛에서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힘을 좀 써야겠군.”

심협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손가락을 굽혔다. 그러자 하얀 빛에서 나온 적색의 비검이 눈물 요괴를 향해 번개처럼 날아갔다.

이때 발밑에 액체 같은 푸른 빛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그 안으로 녹듯이 사라졌다가 30여 장 떨어진 곳에서 푸른 빛이 비치며 눈물 요괴가 나타났다.

그러나 적색 검진도 한순간 사라졌다가 요괴 머리 위에서 다시 검광이 번득였다.

찰나의 순간, 허공이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수백 개의 적색 검이 허공에 나타나더니 눈물 요괴를 향해 비처럼 떨어졌다.

눈물 요괴가 분노하여 입을 쩍 벌리자 푸른 얼음 불꽃이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수십 장 크기로 늘어나더니 모든 검을 뒤덮었다.

한데 그때, 그녀의 발밑에서 하얀 진문이 나타났고 눈앞이 하얀빛으로 빛나더니 하얀 공간 안의 보상선사 등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

거대한 얼음 불꽃도 하얀 공간에 빨려 들어와 보상선사 등을 향해 날아갔다.

“눈물 요괴!”

보상선사는 눈물 요괴와 대량의 얼음 불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금색 선장이 금빛으로 번득이더니 다섯 개의 선장 허상이 얼음 불꽃을 향해 번개처럼 날아갔다.

콰쾅! 쾅!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얼음 불꽃 아래의 허공이 출렁였고, 다섯 개의 선장 허상이 커다란 금빛을 향해 날아가 허공에서 얼음 불꽃과 충돌했다. 그러자 다섯 개의 태양과 같은 금빛이 폭발하면서 얼음 불꽃이 전부 산산조각 났지만, 다섯 개의 선장 허상 역시 부서져서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반응이 한 발 늦었지만, 바로 법보를 꺼내서 눈물 요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눈물 요괴는 더욱 분노했고, 몸이 물처럼 흔들리더니 강력한 한기가 담긴 푸른 안개가 그녀의 몸에서 쏟아져 나와 일행을 덮쳤다. 동시에 눈물 요괴의 두 눈에서 검은 빛이 반짝였고, 10여 개의 검은 눈물이 푸른 안개로 들어갔다.

본래 푸른색이던 안개가 갑자기 몇 배 더 짙어지더니 검고 푸른색으로 변했고, 천지를 뒤덮은 짙은 원한이 느껴졌다.

견남여 등의 법보와 법기는 검고 푸른 안개에 닿자 빛을 잃더니 원망에 감염된 것처럼 조금씩 검게 물들었다.

“이게 눈물 요괴의 눈물인가? 역시 위력이 범상치 않구나!”

심협은 먼 곳에 숨어서 전장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몰래 지켜보면서 두 손을 결인하여 양의미진환진을 움직이자 양쪽의 소리와 신식의 교류를 차단했고, 싸움을 더욱 도발했다. 또한 심협은 가끔 금제를 발동하여 눈물 요괴가 밀리지 않도록 공격들을 막아줌으로써 형세를 유지했다.

이렇게 눈물 요괴와 보상선사 등은 영문도 모른 채 서로 싸웠다. 양쪽 모두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양의미진환진의 모든 것은 심협의 제어 아래 있었고, 또 법진에는 환상을 만드는 능력이 있었기에 서로 싸우게 하는 건 너무나 쉬웠다.

백소천은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심협을 바라보았다.

‘두 대승기 존재와 출규기 고수들이 심형의 손에서는 노리개에 불과하구나!’

한편, 거울 요괴 역시 경외하는 눈빛으로 심협을 힐끗거렸다.

어느덧 반 시진이 지났다.

눈물 요괴와 보상선사 등의 싸움도 어느 정도 끝이 보였다. 인간 수사 쪽은 보상선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고, 얼굴과 피부가 모두 검게 물든 것이 독에 중독된 듯했다.

눈물 요괴와 보상선사는 여전히 싸우고 있었지만, 양쪽 모두 부상이 심했다. 보상선사도 다른 사람들처럼 얼굴이 청흑색으로 물들었고 곳곳에 동상이 걸렸다.

눈물 요괴의 상처도 가볍지 않았다. 한쪽 팔이 기이한 각도로 부러져 있었고, 배에는 주먹만 한 구멍이 나 있었으며, 몸의 다른 곳에도 상처가 있었다.

쌍방의 힘이나 속도, 모두 처음과 비교하면 많이 약해져 간신히 버티는 게 분명했다.

“슬슬 끝낼 때가 됐군.”

심협은 담담하게 혼잣말을 하고는 그 자리에서 휙 하고 사라졌다.

다음 순간, 눈물 요괴의 머리 위에서 붉은 빛이 반짝였고 수많은 적색 검의 허상이 나타나 사방을 뒤덮었다.

요괴는 깜짝 놀라 남은 손을 휘둘러서 옅은 안개를 내뿜어 검의 허상에 맞섰다.

보상선사는 이 광경을 보고는 이 법진의 주인이 마침내 공격에 나섰다는 걸 알아챘다. 이에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갑자기 기합을 내질렀다.

그 순간, 그의 팔이 갑자기 몇 배로 두꺼워지더니 금색 선장이 더욱 빛을 발하며 용의 포효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라!”

보상선사가 팔을 휘두르며 금빛 선장을 던지자 금빛 무지개로 변하여 맹렬한 기세로 눈물 요괴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보상선사는 다른 손의 소매를 걷더니 손바닥에서 보일 듯 말 듯한 가느다란 침을 꺼내 주변을 둘러봤다. 눈물 요괴와 이렇게 오랫동안 싸우면서 그는 진을 설치한 자가 눈물 요괴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아 도와주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눈물 요괴를 죽여서 그자가 모습을 드러내게 하리라. 모습을 드러내면 천뢰로 담금질한 무영신침(無影神針)으로 그자를 찌른다. 그러면 죽이지는 못해도 중상을 입을 테니 그 틈에 이 망할 법진에서 도망친다.’

그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눈물 요괴 머리 위에 있던 검의 허상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일제히 금빛 선장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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