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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73화 (573/1,214)
  • 573화. 다른 속셈

    심협은 멈추지 않고 단숨에 요물에게로 돌진해갔고, 그제야 본체를 볼 수 있었다.

    이 요물의 상반신은 사람이었다. 생김새는 여자 같았고 피부에는 자색 비늘이 갑옷처럼 덮여 있었다. 하반신은 뱀 같은 이 요물은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거울을 가지고 있었다.

    심협은 이 기이한 요물의 모습에 조금 놀랐지만,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을 튕겼다.

    순양검배가 갑자기 날아들며 여덟 개의 검광을 뿜어냈다. 이 검광들이 서로 교차하자 붉은 검의 기둥이 되어 요물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이 초식의 이름은 팔방풍우(八方風雨)로, 순양검전에 적혀 있던 검법 신통이었다. 먼저 검광이 나누어진 다음에 다시 하나로 합쳐져서 위력은 평소 공격보다 몇 배로 강력해진다. 단, 영력 소모가 매우 큰 초식이기도 했다.

    거울 요괴도 이 검 기둥의 강력한 위력을 감지한 듯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푸른 거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흐릿한 푸른 빛과 검의 기둥이 충돌한 순간,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

    핏빛 검의 기둥이 푸른 빛에서 진흙탕 속에 빠진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심협이 경악하는 사이 이 푸른 빛에서 붉은 빛이 번득이더니 검의 기둥이 나타나 심협에게로 돌진해왔다. 그가 방금 시전했던 팔방검우의 검결이었다.

    빛의 기둥에는 순양검배가 심협의 제어에서 벗어나 떨리고 있었다.

    검의 기둥 주변에는 검기가 휘날렸는데, 위력은 이전보다 더 강해져서 허공이 떨려왔다.

    “상대의 공격을 반사하는 건가?”

    심협은 크게 놀랐지만 순식간에 침착함을 되찾고는 발에 월영성광을 번득이며 사라졌고 순식간에 거울 요괴 뒤에 나타나 두 손으로 결인했다. 그의 몸을 감쌌던 기혈번에서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는 촉수 같은 혈광이 나타나더니 가볍게 거울 요괴 주변의 물의 소용돌이를 뚫고 날아갔다.

    거울 요괴는 심협이 귀신같은 움직임에 깜짝 놀라 바로 푸른 거울을 들었다. 그러자 푸른 빛이 요괴의 몸을 비췄다.

    거울 요괴의 몸에서 푸른 빛이 반짝이더니 허공에 그와 똑같이 생긴 거울 요괴 여덟 마리가 나타나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쳤다.

    요괴들은 모두가 실체였고 요기의 파동이 느껴지는 게 환술 같지 않아 심협의 능력으로는 어떻게 진짜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애써 구별하려 들지 않고, 그저 푸른 빛이 번득이는 오른발로 바다를 가볍게 건드렸다. 그러자 발끝에서 푸른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극도의 한기가 폭발하면서 반경 수백 장의 바닷물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거울 요괴들도 얼음 조각상으로 변해버렸다.

    이 한기에는 멀리 떨어져 있던 견씨 남자 등도 영향을 받았다. 그중 몇 명은 몸을 보호하는 영광과 법보로도 이 한기를 막을 수가 없었고, 얼음 조각이 되어 추락했다.

    위의 백소천도 한기를 느끼고는 서둘러 법력을 운공하여 비주에 밀어 넣었고, 백색 비주는 유성처럼 몇 리를 날아간 후에야 한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심협은 몸을 돌려서 주변의 얼어붙은 세계를 살폈다. 자신이 만들어낸 광경에 무척 기뻤으나, 한편으로는 우려되기도 했다. 진창해 3중의 위력은 너무도 강력해 지금 그의 경지로는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었다. 조심해서 사용해야 무고한 이가 피해를 입지 않을 터였다.

    그가 손을 들자 먼 곳에서 얼어붙은 핏빛 검의 기둥이 반짝이더니 폭발했고, 순양검배는 곧장 돌아와 그의 소매 속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기혈번도 검배를 따라 들어갔다.

    심협은 순양검배와 기혈번을 거둔 후에 얼어버린 거울 요괴들을 바라봤다.

    한데 그때, 얼어버린 여덟 개의 거울 요괴 조각상에서 푸른 빛이 반짝이더니 그중 일곱 개가 천천히 흩어졌다. 그리고 몇 호흡 뒤에는 완전히 사라지고 하나만 남았다. 바로 본체였다.

    심협은 다가가서 얼음 안의 거울 요괴를 살폈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손을 들어서 얼음을 만졌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금빛이 번득이더니 천책 허상이 번쩍이며 거울 요괴 조각상이 사라져서 천책 허상 안으로 들어갔다. 거울 요괴의 능력은 썩 괜찮아서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았기에 거두어들인 것이다.

    심협은 진창해로 얼어버린 사람들에게 다가가 손을 휘둘렀다. 푸른 빛이 흩어져 그들을 얼려버린 한기를 빨아들였고, 단단한 얼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렸는데,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다행히 그들은 멀리 떨어져 있던 터라 몸이 상하지는 않았고, 운공만으로 금세 털고 일어났다.

    “제가 한빙 신통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하여 여러분께 해를 끼쳤습니다. 송구합니다.”

    심협이 공수하며 사과했다.

    “무슨 말씀을! 괜찮습니다.”

    견씨 남자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심협을 존경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봤는데,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비슷했다.

    동해의 바닷길은 누구의 관할도 아니기에 약육강식이 지배하여 서로 뺏고 빼앗기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니 막강한 심협에게는 당연히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와 처음 바다로 나온 터라 길을 잃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군요. 혹시 가장 가까운 섬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심협은 여전히 두려움에 질린 듯한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리고는 길을 물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섬은 홍지도(紅芝島)요. 여기서 서남쪽으로 3천 리 떨어져 있소.”

    “홍지도…….”

    심협은 해도를 떠올렸다. 홍지도는 나성군도 북쪽 변방의 작은 섬이었다.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맸는데 뜻밖에도 나성군도 부근까지 날아온 것이다. 만약 견씨 남자 등을 만나지 않더라도 이틀만 더 갔다면 동승신주에 도착했을 터였다.

    심협은 안도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거울 요괴는 제게 제법 쓸모가 있을 듯하니 제가 거두겠습니다. 대신 이틀 전에 사냥한 출규기 우후요(牛吼妖)를 보상으로 드리겠소.”

    이어서 손을 휘두르자 푸른 소처럼 생긴 요수의 시체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심 도우 덕에 목숨을 건졌으니 보답은 저희가 해야지요. 어서 거두십시오.”

    견씨가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자 검은 수염의 노인 등도 일제히 사양했다.

    “출규기 요수는 제게 필요하지 않으니 받아주십시오.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심협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번에 길을 잘못 들었다가 요수의 습격을 여러 번 받아서 의도치 않게 사냥한 요수가 30여 마리였다.

    심협이 몸을 돌려 떠나려 하는데 견씨 사내가 급히 다가오며 불렀다.

    “심 도우, 잠시만.”

    심협도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도우께서 우리를 구해주고 요수까지 주셨으니 보답할 길이 없군요. 대신 좋은 정보를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오, 무슨 정보입니까?”

    심협은 견씨 남자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으나, 어쩐지 그의 일행들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말리려는 기색도 있었으나, 이미 견씨 사내는 말을 꺼낸 후였다.

    “몇 개월 전, 저와 몇 명의 도우는 바다로 나가서 요수를 사냥하다가 우연히 해저에서 균열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서 빛이 보여 뿜어져 나오기에 들어가 살펴봤는데, 그 안에는 또 다른 동굴이 있었고, 수많은 진귀한 영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한데 보물을 챙기던 중 거울 요괴가 나타났습니다.

    그 요괴의 실력은 강력했고 또 반사 신통이 있어서 제대로 대적하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습니다. 이에 만반의 준비를 하여 어제 다시 찾아갔는데 거기에는 거울 요괴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눈물 요괴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또 참패하고 심지어 두 명의 도우를 잃었습니다.”

    견씨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눈물 요괴라고 하였습니까?”

    심협은 그 말에 놀라면서도 기뻤다. 줄곧 설백단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눈물 요괴의 단서를 듣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저희는 중상을 입고 서둘러 도망쳤는데 눈물 요괴는 쫓아오지 않고 거울 요괴만 쫓아왔습니다. 그렇게 쫓기던 중 다행히 심 도우를 만나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심 도우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오늘 살아남지 못했겠지요.”

    그는 심협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거울 요괴의 경지는 출규 후기였고 반사 신통까지 있어 상대하기 까다로웠는데 그보다 더 강하다니, 눈물 요괴가 어떤 경지입니까? 설마 대승기입니까?”

    심협은 조심스레 물었다.

    “아닙니다. 제가 살펴봤을 때는 눈물 요괴의 실력도 출규기 절정이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저희가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겠습니까.”

    생각해보니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심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저 동굴은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입니다.”

    견씨 남자가 해도를 꺼내 가리킨 곳은 마침 나성군도로 가는 길이었다.

    “알겠습니다. 한번 가봐야겠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는 인사를 남기고는 백색 비주로 돌아갔다.

    백소천은 이미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기에 서둘러 결인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백색 비주는 하얀 무지개가 되어 남쪽으로 날아갔다.

    심협 등이 떠나자 견씨 남자 등은 긴장이 확 풀렸다.

    “견형, 어째서 그곳을 저자에게 알려준 거요? 우리도 눈물 요괴를 대적할 수 없으니 사람을 더 모아서 탐색하려던 게 아니오. 이제 저 심씨라는 자에게 알려줬으니 우리 몫은 없을 거요.”

    검은 수염의 노인이 원망하듯 따졌다.

    “호연(呼延) 형, 서두르지 마시오. 내 똑똑히 봤는데, 눈물 요괴는 출규기가 아니라 이미 대승기에 도달해 있었소.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경지가 불안정하여 여기까지 쫓아오지 않은 것뿐이지. 저 심가가 들어가서 눈물 요괴와 맞붙으면 양쪽 모두 크게 다칠 터! 우리는 어부지리를 노리면 되는 게요.”

    견씨 남자는 심협을 마주했을 때의 겸손함 따위는 벗어던지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견형은 계획이 있었군. 내 생각이 짧았소. 하면 우리도 서두릅시다.”

    검은 수염의 노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잠깐, 저자의 법보는 실로 대단하고 한빙 신통은 이상할 정도로 강력하니 눈물 요괴에게 반드시 진다고 할 수는 없소. 그와 눈물 요괴 둘 다 크게 다친다 해도 우리 실력으로 정말 상대할 수 있겠소?”

    옆에 있던 푸른 옷의 중년 남자가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말했다.

    그의 뒤에 선 두 명의 응혼기 수사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득였다.

    “이(李)형은 걱정할 필요 없소. 내 며칠 전에 금양종(金陽宗)의 민 소종주와 알게 됐는데, 그도 부근에 있을 것이오. 내가 그에게 연락해 동행하면 한 치의 실수도 없을 것이오.”

    견씨 남자가 히죽거리며 웃고는 백색의 전음부를 꺼내자 일행은 그제야 안심했고, 심협이 준 요수 시체를 가지고 그곳을 떠났다.

    심협과 백소천은 어느덧 백 리를 날았다.

    심협은 해저 동굴의 위치를 백소천에게 알려준 후 선미로 가서 앉더니 결인하여 다시 백색 보호막으로 주변을 덮었다. 이어서 손을 앞으로 내밀자 금빛이 반짝이더니 얼음 조각이 되어버린 거울 요괴가 나타났다.

    심협은 그 요괴를 자세히 훑어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해동시키지 않은 상태로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는 통령역요 술법을 운공했다.

    해저의 눈물 요괴는 설백단과 관련이 있으니 절대로 놓칠 수 없다. 견씨 남자의 말로는 눈물 요괴가 출규 절정이라고 했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기에 거울 요괴를 통령지수로 거두고 눈물 요괴의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견씨 남자가 말한 해저 동굴의 영재나 보물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수많은 검은 부문이 그의 손에서 날아가 거울 요괴의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갔다.

    거울 요괴의 온몸은 얼어붙어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지만 눈동자는 움직일 수 있었는데, 고통스러운 듯 이리저리 굴렸다.

    심협이 경지는 거울 요괴와 비슷하지만 통영역요술은 이미 대성한 데다 거울 요괴는 갇혀 있으니 그리 힘이 들지 않았다. 이에 거울 요괴는 얼마 후 굴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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