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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68화 (568/1,214)
  • 568화. 인재를 끌어모으다

    심협은 서둘러 법력을 운공하여 병의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안에는 푸른빛 물방울이 반짝이고 있었다. 진득해 보이는 물방울 주위로는 푸른 물안개가 가득했다.

    실제처럼 농도가 짙은 물의 영력이 흘러나오자 방 안의 공기가 끈적하게 변했다. 삼원진수나 이원진수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비록 만물의 근원이라 불리는 전설의 일원진수를 본 적은 없지만, 이 감로수도 아마 그에 뒤처지지 않을 듯했다.

    심협은 체내의 법력이 감로수에 이끌려 당장 물의 영기를 흡수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모든 물의 정수로군요! 제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호법 선배.”

    심협은 환하게 웃으며 바로 공수했다.

    “뭘 이 정도로…….”

    흑곰 요괴가 흡족해하며 답했다. 그리고는 무슨 할 말이 남았는지 심협을 가만히 바라봤다.

    “선배,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심협이 의아해하며 묻자, 흑곰 요괴는 옆의 제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심 소우와 할 말이 있으니 자네는 가서 장문인께 보고드리게.”

    제자는 서둘러 답하고는 흑곰 요괴와 심협에게 인사하고 물러갔다.

    “심 소우, 오색서룡주를 자네가 가지려는 생각은 아니지?”

    흑곰 요괴는 다시 심협을 돌아보고는 조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간 상처를 치료하느라 잊고 있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받으십시오.”

    심협은 자기 머리를 탁 치더니 오색서룡주를 꺼내 건네줬다.

    흑곰 요괴는 서둘러 그것을 들어서 한 번 살피고는 누가 볼까 겁이라도 나는 것처럼 곧장 뱃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를 본 심협은 다소 의문이 들었다.

    ‘오색서룡주가 그렇게 중요한 건가? 저렇게 긴장하다니……. 그렇다면 양의미진부도 주의해야겠군.’

    오색서룡주가 뱃속으로 들어가자 흑곰 요괴의 요력이 바로 응집하더니 오색서룡주 안에서 오색 빛이 흘러나와 요기와 강렬한 충돌을 일으킨 뒤, 천천히 합쳐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충돌하면서 오색서룡주의 요기는 상당히 순수해졌다. 오색 빛에는 요력을 정화하는 효능이 있는 듯했다.

    심협의 눈이 희미하게 푸른 빛으로 빛났다. 그는 흑곰 요괴 체내의 변화를 지켜봤다. 심협은 경지가 다시 출규 중기로 떨어져 있었지만, 현음미동의 경지는 낮아지지 않았다. 단지 현재 그의 법력이 미천하여 그 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없었을 뿐이다.

    흑곰 요괴는 체내의 변화를 느끼고는 환하게 웃었다. 수년간 간절히 바라왔던 게 헛되지 않았다는 듯 오색서룡주의 효능에 무척 만족한 표정이었다.

    그는 탁한 숨을 내뱉고는 두 눈을 떴다가 심협과 눈을 마주쳤다.

    “오색서룡주에 요력을 순화시키는 효능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호법 선배께서는 이미 진선 중기 절정에 도달하셨는데 이제 오색서룡주를 얻었으니 진선 후기에 들어서기를 기다리면 되겠군요.”

    심협이 웃으며 축하를 건넸다. 이 말이 그냥 듣기에는 순수한 칭찬과 오색서룡주의 효능에 관한 감탄이었지만, 흑곰 요괴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허허, 모두 심 소우 덕분이네. 심 소우 아니었으면 이 보물을 얻지 못했을 게야. 심소우의 양의미진부에 대한 깨달음이 어떤지 모르겠군. 사실 나는 진법에 꽤나 흥미가 있다네. 자죽림을 지키면서 그곳의 양의미진환진을 자세히 연구했고, 그 법진의 포전 서적을 참고하여 간소화한 양의미진환진을 만들어내기도 했지.

    간소화됐다고는 해도 심 소우가 가진 양의부와 어울린다면 양의미진환진의 위력의 3할을 발휘할 수 있을 걸세. 이 금제는 내게 있어봐야 별다른 쓸모가 없으니 심 소우에게 선물로 주고 싶군.”

    말을 마친 흑곰 요괴는 영광이 뿜어져 나오는 진기, 진반 같은 물건을 탁자 위에 올려놨다.

    심협은 내심 당황했다. 흑곰 요괴가 자기 말을 오해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러나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큰 득이 될 선물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아직 좀 더 회복해야 하니 보타산에서 천천히 쉬다가 가게.”

    흑곰 요괴는 심협이 양의미진환진을 거두는 걸 보며 한결 가볍게 웃었다.

    심협도 감사 인사를 건넸다. 보타산은 천하에 얼마 없는 명승지였다. 천지영기가 장안성보다도 짙었기에 상처를 치료하거나 수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흑곰 요괴는 오색서룡주를 연화해야 했기에 더 머물지 않고 서둘러 물러갔다.

    심협도 일어나서 배웅하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흑곰 요괴가 준 양의미진환진을 살폈다.

    이 금제 도구는 분명 범상치 않았다. 사용된 모든 재료 역시 상품이었다. 다만 설치하는 게 조금 귀찮을 듯했다.

    심협은 법진을 다시 거두고는 운공하여 상처를 치료하는 데 전념했다.

    순식간에 이틀이 지났고, 마침내 그의 내상도 완전히 회복됐다.

    그는 더 지체하지 않고 청색 옥병을 꺼내어 무명공법을 운공하여 감로수에 담긴 짙은 물의 영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흐르는 물 같은 푸른 빛이 병에서 날아와 그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물의 영력이 너무 많고 짙어서 무명공법으로도 흡수할 수 없었다. 오히려 법력과 기혈이 요동쳐서 괴로움에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

    그는 서둘러 흡수를 멈추고는 바로 법력을 운공하여 기혈을 조절했고, 잠시 후에야 회복할 수 있었다.

    ‘물의 영기가 너무 짙은 것도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구나. 감로수를 분할해서 흡수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심협은 그렇게 생각하며 푸르게 빛나는 손으로 감로수를 다시 병 밖으로 끌어냈고, 감로수는 허공에 떠 있었다.

    이어서 손을 휘두르자 순양검배가 나타났고, 검결을 결인하자 환한 붉은 빛을 발했다. 크게 한 번 흔들리는가 싶더니 10여 개의 가느다란 붉은 실이 나타났다. 매우 가늘고 날카로운 실이었다.

    심협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이 적색 세사(細絲)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어검 중에서도 최고의 경지로, 검이 실처럼 변하지만 위력은 평범한 검기나 검망 이상이었다.

    검도에 관한 자질은 평범하여 백 년을 수련해도 검사(劍絲)가 될 수는 없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 꿈속에서의 수련으로 실력이 강해지고 경험도 쌓이면서 단번에 이 정도 경지에 오른 것이다.

    심협은 심호흡을 하고는 심신을 가다듬고 두 손가락으로 감로수를 가리켰다.

    10여 개의 적색 검사가 감로수를 둘러싸서 천천히 다가갔다.

    감로수는 순식간에 두부처럼 잘려 열 개의 콩알만 한 푸른 물방울이 되었다.

    심협은 서둘러 열 개의 옥병을 꺼내 물방울을 따로따로 담은 후 부적으로 봉인하여 영력이 흩어지는 것을 막았다. 이어서 검결을 흩어 순양검배와 다른 옥병을 거두고 하나의 병만 남긴 후 다시 무명공법을 운공하여 흡수를 시도했다.

    물의 영기가 병에서 나와 심협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물의 영기는 여전히 이상할 정도로 짙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약했기에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심협은 서둘러 운공하여 흡수했다. 그러자 법력이 빠르게 강해졌고, 확실히 삼원진수나 이원진보다 효과가 뛰어났다.

    ‘역시 평범한 영물과는 다르구나. 감로수를 전부 흡수하면 출규 중기 절정에 도달하여 돌파를 노릴 수 있겠어!’

    심협은 속으로 생각하며 계속해서 수련에 전념했다.

    * * *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나갔다.

    그간 그는 감로수의 1할을 완전히 흡수했고, 법력은 큰 진전을 보였다. 아마도 보통은 3년 정도 수련해야 할 정도의 효과일 터였다.

    심협은 감로수의 엄청난 효과에 감탄하며 멈추지 않고 수련했다.

    * * *

    순식간에 1년이 지났다. 그간 심협의 방문은 줄곧 닫혀 있었고, 안에는 금제의 빛이 번득여 그가 폐관수련 중임을 알 수 있었다.

    보타산에서는 방해하지 않았고, 제자 한 명을 보내 그곳을 지키며 심협이 나오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어느 날, 심협의 방 안에서 갑자기 용의 포효 같은 굉음이 들려오더니 어마어마한 빛이 뿜어져 나와 반경 수십 장을 환하게 비췄다. 동시에 그 주변의 천지영기가 일제히 요동치더니 방 안으로 일제히 몰려갔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리가 만무한 보타산 제자는 깜짝 놀랐지만, 감히 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볼 수 없었기에 서둘러 상부에 보고하러 달려갔다.

    * * *

    보타산 종문의 어느 궁전 안. 청련선자와 환갑 노인 명우, 구릿빛 거한 적중이 그곳에서 오래된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황동진인은 그곳에 없었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곳은 심협의 거처였다. 그곳에서는 눈부신 푸른 빛과 포효 같은 소리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보아하니 심협이 또 경지를 돌파하나 보군. 저자의 자질은 역시 탁월해. 내 듣기로는 저자가 인간 세계에서 채주의 정혼자였다 하던데, 아주 잘 어울려.”

    명우가 수염을 어루만지며 칭찬했다.

    “어느 문파에도 소속되지 않은 산수(散修)라더군. 여러 번 대당 관부를 위해 일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정식으로 관부에 가입한 건 아니지. 저런 인재를 얻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또한 채주의 정혼자라 하니 문하로 들일 수 있지 않겠소?”

    “안 됩니다. 채주는 지금 심법 수련의 중요한 순간에 도달하여 외부의 방해를 피해야 하오. 심협이 이곳에 남으면 채주에게 도움 될 것이 없소. 경지가 한 단계 오르도록 도움을 주었으니 보타산을 도운 은혜에 보답한 셈이지요.”

    청련선자는 담담하게 답했다.

    1년 전 사태의 영향인지 청련선자는 더욱 차갑고 냉담해진 모습이었다.

    명우과 적중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심협 방 안에 충만했던 푸른 빛이 빠르게 그의 체내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눈을 떴는데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1년여 간의 폐관수련으로 그는 마침내 감로수를 완벽하게 흡수했고, 경지도 올라가서 출규 중기 절정에 도달했다. 이에 돌파를 시도해보긴 했으나 본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출규기에서는 외부의 도움 없이는 한 번의 돌파도 매우 힘들기 때문이었다.

    허나 꿈속의 경험 덕분에 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고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는 것처럼 돌파의 장벽을 넘어 출규 후기에 도달했다.

    그는 옥침을 얻은 것에 기뻐하며 무명공법으로 경지를 안정시켰다.

    그리고 다음 날, 밀실 문을 열고 나왔다.

    하얀 옷을 입은 누군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백소천이었다.

    “백형!”

    심협이 놀란 듯 짧게 외쳤다. 1년 넘게 폐관을 했기에 백소천이 이미 떠났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게다가 백소천의 기운이 약간 오른 것으로 보아 출규 후기로 돌파한 듯했다. 다만 아직 경지를 안정시키지 않은 모습이었다.

    “보타산의 영기가 화생사보다 짙어서 참 다행이야. 저번의 싸움에서 경지 돌파의 계기를 깨달았기에 바로 폐관수련에 들어갔고, 운 좋게 돌파했지. 한데 자네도 출규 후기에 도달할 줄은 몰랐는데. 역시 자네의 자질이 훨씬 뛰어나군.”

    백소천은 심협이 놀란 듯하자 웃으며 설명했다.

    “무슨 말이오. 청련 장문께서 몇 가지 영물을 주신 덕에 운 좋게 돌파한 거지, 자질로 따지면 백형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지 않소!”

    심협이 웃으며 말했지만, 백소천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 수련 자질로 말하자면 자신이 심협보다 뛰어남은 분명했지만, 실전 능력을 말하면 그 반대였다. 그러나 백소천은 이것이 경험의 차이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몇 년간 화생사에서 수련하며 동문과 대련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심협은 밖에서 뛰고 구르며 수많은 혈전을 겪은 것이다. 자신도 충분한 경험을 쌓는다면 분명 심협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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