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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66화 (566/1,214)
  • 566화. 전광석화

    “넌 도대체 누구냐? 어떻게 저 성관들의 시체를 조종할 수 있는 거지?”

    심협은 차가운 눈빛으로 흑의의 남자를 노려봤다.

    “성관들을 알다니, 역시 천정의 잔당이로구나! 육진편을 가지고 있는 걸 보니 역시 이정의 휘하인가?”

    “그렇다. 난 이정의 휘하다. 네놈은 어디서 온 요사스러운 놈이냐!”

    심협의 당당한 대답에 흑의의 남자는 주춤하는 듯하더니 이내 비웃듯 말했다.

    “요사스럽다? 내가 요사스럽다고? 하하하! 그래, 맞는 말이다. 천정이 멸망한 지금 수선과 요물이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말을 마친 그가 주문을 외우고는 손을 휘두르자 열두 명의 성관이 귀기를 뿜어내며 일제히 심협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의 홀판이 강렬한 빛을 뿜어냈는데, 그중 심월호의 것에서 암홍색 안개가 심협을 향해 날아들었다.

    심협이 소매를 강하게 휘두르자 강력한 기의 파도가 순식간에 허공을 휩쓸며 모든 안개가 일순 막았다. 그러나 누군가 안개를 뚫고 심협의 옆으로 날아왔다.

    검은 비늘로 가득한, 귀신의 손톱처럼 생긴 손이 심협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상대는 각목교였다.

    심협은 뒤로 물러나 피했으나, 등에서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뒤를 힐끔 돌아보니 어느새 다가온 투목해가 날카로운 뿔로 그의 등을 찌르고 있었다.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각목교의 손톱이 다시금 가슴을 향해 다시 날아왔다.

    심협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크게 포효했다. 그러자 강렬한 빛이 폭발했고, 강력한 기운이 사방으로 솟구치면서 각목교와 투목해가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육진편이 검은 빛을 반짝이며 날아가 각목교의 허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처음에는 둔탁한 소리만 들렸으나, 곧이어 육진편의 빛이 갑자기 강해졌다. 이어서 채찍이 칼처럼 날카로워지더니 순식간에 각목교의 몸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저 정도의 육신과 정신, 힘이라니!’

    흑의의 사내가 눈을 치켜뜨면서 경악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다시 손을 휘둘렀다. 앞에 있던 검은 깃발에서 안개가 떠오르더니 검은 빛이 날아가 반으로 잘린 시체를 감싸더니 회수해갔다.

    각목교의 시체는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졌고, 검은 깃발에 사람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이내 깃발에 나타났던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멀지 않은 안개 속에서 소용돌이가 땅에서 솟구쳤고, 각목교가 다시 나타났다.

    “태을의 경지가 이토록 견고한 걸 보니 네 진선 경지는 매우 탄탄했던 모양이구나. 정면으로 맞붙어서는 승산이 없겠어. 대신 내 형제들이 너와 놀아줄 게다. 그들은 불사, 불멸의 존재니 너도 꽤나 재밌을 게야. 하하하!”

    흑의의 사내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 기운이 불안정하고 법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을 때 십이성관으로 법력을 모두 소진시킬 생각이로군!’

    그렇게 생각한 심협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러 명이 한 명을 괴롭히다니, 불공평하지 않은가?”

    “불공평? 내가 봤을 때는 아주 공평하다. 잘 놀아봐라. 하하하!”

    흑의의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한 걸음 물러나 심협을 조롱했다.

    심협은 잠시 표정이 어두운 듯했으나 이내 얼굴에 조금씩 웃음기가 떠올랐다. 뒤이어 그가 손을 휘두르자 금빛이 반짝이더니 천책이 허공에 나타났고, 연달아 이름이 반짝이면서 하나둘 인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40여 명이 앞에 나타났다. 한데 그중에는 닭머리와 여우머리, 뱀머리를 한 심월호와 묘일계, 각목교 그리고 투목해가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그들 뒤로는 36명의 천강병(天剛兵)이 신광과 전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네, 네가 어떻게 천책을…… 어떻게 이런 일이!”

    “왜? 이제 좀 공평해진 것 아닌가? 자, 가라!”

    심협은 씩 웃더니 손을 휘둘렀다.

    그의 명령에 40여 명의 천병과 천장이 바로 달려들어서 십이성관을 에워쌌다.

    흑의의 남자는 다시 다급하게 검은 깃발을 쥐었으나, 이내 눈앞이 흐려졌다. 심협이 순식간에 그의 앞까지 달려와 집게 같은 커다란 손을 뻗어 목을 움켜쥐려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흑의의 사내가 손가락을 눈앞에 세웠다. 거의 동시에 몸이 일그러지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심협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는데, 눈동자 주변의 금색 무늬가 반짝였다.

    “저긴가!”

    그 순간, 두 다리가 찬란한 별빛으로 반짝이더니 몸이 흐려지면서 사라졌고, 순식간에 수십 장 밖에서 나타나 다시 손을 쭉 내밀었다. 거의 동시에 그의 손이 향한 곳의 허공이 번득이더니 흑의의 남자가 나타났다. 사내의 목은 심협의 손에 잡히기 직전이었다.

    “헉! 이, 이게 어떻게……?”

    흑의의 사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금빛으로 반짝이는 심협의 눈동자를 보고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빛이 번득였다.

    ‘허황(虛荒)을 간파하고 진위를 가릴 수 있는 화안금정(火眼金睛)!’

    하지만 그 역시 태을경 수사답게 그대로 붙잡히지는 않았다. 고함과 함께 그의 몸에서 뻗어 나온 청현지기(靑玄之氣)가 심협을 향해 돌진했다.

    펑!

    실체에 가까운 청현지기가 심협과 충돌하자 폭발음이 울렸다.

    하지만 심협의 잡은 손은 풀어지지 않았고, 곧장 흑의의 사내를 따라갔다.

    동시에 심협은 육진편을 강하게 휘둘렀다. 육진편에서 용의 형상이 나타났고, 금빛과 검은 빛이 동시에 뿜어져 나가면서 상대의 어깨에 떨어졌다.

    “크아아아!”

    사내의 검은 옷에서 야수의 울부짖음이 울리더니 커다란 청동의 사자머리가 어깨 부위에서 튀어나와 육진편을 향해 달려들었다.

    챙!

    금속끼리 맞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육진편은 청동 사자의 미간에 떨어졌다. 청동 사자의 이마가 폭발음과 함께 터지면서 검은 옷도 함께 산산조각이 났고, 어두운 금빛의 갑옷이 드러났다.

    청동 사자의 머리는 어두운 금빛 갑옷의 어깨에 있던 야수 머리의 보호구였는데, 산산조각이 나면서 흑의의 남자의 팔도 부러졌는지 축 처졌다.

    사내는 분노가 극에 달해 심협에게 목이 붙잡힌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입을 활쩍 벌려 송곳니를 드러내더니 심협의 팔을 강하게 물었다.

    챙!

    다시 한번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남자의 송곳니에 물린 심협의 팔에서는 금색 피가 흘렀다.

    흑의의 남자는 피를 보자 눈이 광기로 번득이며 빨아댔다.

    심협은 피가 빨려 들어가자 곧장 금빛을 폭발시키며 뒤로 물러났다.

    흑의의 사내는 인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은 것처럼 혀로 입가를 핥더니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심협을 바라봤다.

    그 순간, 어깨부터 팔이 번득이더니 빠르게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네 피가 이렇게 순수하고 맛있을 줄은 몰랐구나. 생명력이 이토록 왕성하다니, 네 피를 전부 마시면 중기로 올라갈 수 있을 터!”

    사내는 광기 어린 표정으로 곧장 심협을 향해 돌진했다.

    상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불꽃을 본 심협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다가올수록 기운은 더 강해졌다. 더욱이 상대의 등 뒤에서는 검은 불꽃이 솟구치더니 천 장 크기의 거대한 괴수 형상으로 변했는데, 청흑색의 거대한 늑대였다. 다만 이 늑대의 미간에는 세로로 된 눈이 있었고, 두 어깨에는 날개가 달린 것이 평범하지 않아 보였다.

    한데 심협은 그 늑대를 보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저 늑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한데 기억이 안 나는군.’

    그때, 사내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양손이 짐승의 발톱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두 발로 강하게 박차고 마치 굶주린 야수처럼 달려들었다.

    ‘빠르다!’

    사내는 어느새 달려와 발톱을 휘둘렀다. 그러자 뒤에 있던 검은 불꽃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늑대도 똑같이 거대한 발톱을 휘둘러왔고, 허공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공간에 균열이 나타났다.

    심협은 두 다리에서 별빛을 뿜어내며 다시 이형환영을 운공했다.

    그러나 얼마 가기도 전에 주위가 늑대에게 압박당해서 공간에 왜곡이 생겨났고, 형용할 수 없는 압력이 사방에서 몰려와 이형환영을 저지했다.

    심협은 하는 수 없이 육진편을 들어서 막았다.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은 발톱이 육진편과 충돌했고,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마치 태산으로 짓누르는 듯한 묵직한 힘이 육진편을 통해 전해지면서 심협의 두 팔이 굽었다.

    그의 발밑 대지는 굉음과 함께 부서졌고, 심협은 천 장 깊이의 균열 사이로 떨어졌다.

    흑의의 남자는 산 정상에 서서 흉악하게 웃으며 양손을 휘두르자 그의 뒤에 있던 거대한 늑대 형상이 날카로운 발톱을 폭풍우처럼 휘둘렀다.

    콰쾅! 쾅!

    하늘을 뒤흔드는 굉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오지산 전체가 흔들리면서 낙석이 떨어지고 사방에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백령은 머리를 싸매고 낙석과 연기 사이를 지나 산 아래로 도망쳤다.

    ‘망했어! 망했어!’

    격렬하게 싸우던 십이성관과 천병, 천장도 일제히 흩어지면서 사라졌다.

    잠시 후, 흑의의 남자는 분이 좀 풀렸는지 공격을 멈추더니 혀를 찼다.

    “망가졌으면 안 돼, 망가지면 피만 낭비…….”

    허나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좀 전에 생겨난 균열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어서 눈부신 금빛의 여섯 마리 거대한 용이 포효했고, 여섯 마리 금빛 코끼리가 연기를 뚫고 달려 나왔다.

    오지산은 마치 분화구처럼 수많은 돌을 하늘 높이 뿜어냈다.

    두 개의 거대한 금빛 손이 갑자기 저 깊은 곳에서 뚫고 나와서 땅을 받쳤다. 이어서 거대한 금빛 머리가 천천히 땅속에서 올라왔고, 얼굴은 희미했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매우 강력했다.

    금빛 거인이 땅을 뚫고 올라왔고, 그 앞에는 심협이 서 있었다.

    현재 심협의 온몸은 금빛으로 충만했고, 몸은 거의 투명해 내부가 보일 정도였다. 마치 천지신명이 강림한 것처럼 두 팔에는 금빛 용이 휘감겨 있었고, 휘날리는 옷에서는 번개가 흘렀다.

    지금까지의 싸움으로 상대의 기량을 파악했으니 더는 두려울 게 없었다.

    흑의의 사내는 심협이 태을 경지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근간이 불안정하고 법력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지만, 하늘이 내린 듯한 심협의 자질과 몸에 흐르는 법맥의 수가 남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은 누구도 알지 못할 터였다. 흑의의 남자에게는 화안금정이 없으니 어떻게 알아보겠는가?

    게다가 이제 태을의 경지에 도달하면서 혼연지감(渾然之感)이 더욱 강렬해졌고 천지영기를 흡수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본래 뿜어져 나왔어야 하는 거대한 기상을 일부러 억눌러왔을 뿐이다.

    심협이 손을 휘두르자 소매가 펄럭이면서 거대한 번개가 반짝였다.

    꽈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금룡이 흑의의 남자에게 돌진했다.

    뒤이어 금신법상(金身法相)도 손을 들어 오지산을 향해 뻗었다.

    삽시간에 허공이 흔들리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금신법상의 손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다섯 개의 번개가 손에 모여들어 흑의의 남자 머리 위로 떨어지려 했다.

    “어디 해봐라!”

    흑의의 남자는 포효하듯 외쳤고, 사나워진 눈빛으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서며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손에서 뿜어져 나온 청흑색 빛이 심협을 향해 몰아쳤다.

    사내 뒤에 있던 거대한 검은 늑대도 머리 위를 뛰어넘어 쏜살같이 심협을 향해 돌진했다. 그사이 검은 늑대의 미간에 세로로 새겨진 눈이 갑자기 떠졌는데, 그 안에는 초록빛 죽음의 기운만 가득했다.

    콰쾅!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져나간 거대한 청흑빛에 금룡은 마치 모래를 지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힘에 속박당하여 속도가 크게 줄어들었고, 금빛도 빠르게 사라지면서 점점 어두워졌다.

    뒤이어 검은 늑대의 세로 눈에서 기이한 빛이 반짝이더니 갑자기 문이 열린 댐처럼 어두운 초록빛 죽음의 기운이 심협을 향해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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