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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56화 (556/1,214)
  • 556화. 대비

    심협은 황정경공법을 운공하여 막으려 했지만, 가슴에서는 연이어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대로 깊은 구멍이 파였다.

    강렬한 고통에 심협은 도저히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삼성멸마의 별 하나가 봉천대진과 충돌하면서 힘을 잃고 폭발한 것이다!

    폭발의 충격으로 봉천대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나머지 두 개의 별이 금빛 불꽃 꼬리와 함께 구명을 향해 떨어졌다.

    구명은 눈을 찌푸리고는 한 발로 심협을 걷어차고는 다시 두 발로 강하게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두 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쾅!

    금빛 주먹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며 백배나 증폭된 위력으로 가까이 있던 별과 충돌했다.

    금빛 별은 강하게 흔들렸고, 표면의 불꽃은 더욱 강렬해졌다. 떨어지는 기세 또한 줄어들었지만, 이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구명의 얼굴에 의외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뒤이어 그의 몸에서 빛이 번득이면서 근육과 뼈가 커지기 시작해 순식간에 키가 십여 장에 이르는 거인으로 변하였고, 동시에 그는 거대한 두 손을 뻗었다.

    쾅! 쾅!

    두 번의 강렬한 폭발음이 들려왔고, 구명은 하늘을 떠받칠 기세로 두 개의 별을 막아냈다. 그러나 무릎이 꺾이고 두 팔이 격렬하게 떨리는 것으로 보아 적잖은 힘이 드는 듯했다.

    바람 소리가 크게 울렸다. 천화(天火) 같은 두 개의 별은 구명의 손에서 멈추지 않고 타올랐고, 멸마의 힘이 끊임없이 몰아쳤지만, 결국 그를 쓰러트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 번의 폭발음과 함께 두 멸마의 별은 마지막 힘까지 소모하고는 사라졌다.

    구명도 그 강력한 힘에 밀려 두 걸음을 물러났으나, 결국 버텨냈다.

    “고작 이 정도 위력의 삼성멸마라니, 과거 보제 선조가 시전한 신통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로구나.”

    그는 빨갛게 그을린 자기 팔을 힐끗거리더니 심협을 보며 비웃었다.

    그 조소 어린 표정이 심협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다. 구명과 같은 강자 앞에서 그는 너무나 약했던 것이다.

    “우마왕, 내 인내심은 이 인간족 때문에 바닥났다. 천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번에는 하나씩이 아니라 저들을 전부 죽이겠다!”

    구명은 차가운 눈빛으로 천천히 말하더니 곧장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암홍색의 번개가 교차하며 일어났다. 파지직 하는 소리가 울리는 순간, 강력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뒤이어 그가 손을 문지르자 붉은 번개가 일어나 한 줄기 빛이 되어 심협의 배를 향해 날아갔다.

    심협은 갑자기 날아온 번개를 피하지 못했고, 그의 배에는 구멍이 생겨났다. 동시에 살갗이 타들어가면서 상처는 더욱 심해졌다.

    심협이 고통에 땅을 뒹굴자 구명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끝을 다시 문질렀다. 또다시 그의 손에서 번개가 날뛰기 시작했다.

    “그만! 천책을 넘기겠다. 모든 건 내가 책임질 테니 다른 사람들은 놔줘라.”

    우마왕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후후, 처음부터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허나 이제 천책과 저놈을 함께 내놔야겠다.”

    구명은 손을 들어서 심협을 가리키며 말했다.

    “구명, 자만하지 마라. 내가 천책을 없애버리면 모두가 다 죽는 거다.”

    우마왕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구명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에 구명도 순간 머뭇거렸다. 우마왕을 더 몰아세울까 말까 고민하는 듯했다.

    “좋다. 인간족, 내 이번에 네놈을 눈여겨 봐뒀으니 다음에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천책을 넘겨라.”

    구명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먼저 저들을 멈추게 하라.”

    우마왕의 요구에 구명은 멀리서 전장을 향해 소리쳤다.

    “모든 요마는 들어라! 전투를 멈춰라!”

    천둥 같은 외침이 순식간에 적뢰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모든 요마는 그 말을 듣고는 우뚝 멈췄다. 그 틈에 얼마 남지 않은 옥호 일족은 우마왕 쪽으로 모여들었다.

    한편, 심협은 대개박술로 배의 상처를 치료한 뒤, 소옥의 부축으로 일어섰다. 주변의 옥호족들을 둘러보자 씁쓸함을 참을 길이 없었다.

    수천여 명이었던 옥호 일족은 이번 싸움으로 삼백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도 모두 중상을 입은 채 잔뜩 침통해하고 있었다.

    “부왕!”

    홍해아가 곧장 우마왕에게로 달려왔다.

    만세호왕도 상처가 매우 심하여 일족의 부축을 받으며 다가왔다.

    “더는 말하지 않겠소. 서둘러 정리하고 적뢰산을 떠나시오.”

    우마왕의 말에 대답한 것은 만세호왕이었다.

    “옥호 일족이여, 죽음이 두려운가?”

    “두렵지 않습니다!”

    뒤에 있던 옥호 일족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는 두려움의 문제가 아닙니다.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우마왕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내 생각이 바뀌기 전에 썩 꺼지는 게 좋을 거다.”

    구명은 신랄하게 비웃었다.

    이 말에 옥호 일족 모두가 분노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장인어른, 이런 무의미한 일에 목숨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옥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우마왕의 말에 만세호왕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구명의 말은 믿을 수 없네. 여기서 시간을 벌 테니 무슨 변고가 생기면 둔술로 옥이와 해아 등을 데리고 최대한 빨리 달아나주게. 가능하면 저들을 진원 대선께 데려다주기 바라네.”

    “……알겠습니다.”

    심협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우마왕은 그 대답에 빙긋 미소를 짓더니 이번에는 홍해아를 불러 당부했다.

    우마왕이 후사를 부탁하는 광경에 보는 이들은 가슴이 먹먹했다.

    “더는 시간을 끌지 마라!”

    구명이 재촉하자 우마왕이 차가운 눈으로 그를 힐끗 보더니 손을 돌렸다. 그러자 손 위로 금색 서책이 떠올랐다.

    “뭘 그리 서두르는 거냐? 천책은 여기 있다.”

    구명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으나, 금색 서책을 바라보는 눈빛은 탐욕으로 물들어 있었다.

    “대왕, 제가 함께 남겠습니다.”

    옥면 공주가 우마왕의 옆으로 다가왔다.

    우마왕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대는 장인어른과 함께 가시오. 내 곧 뒤따라가겠소. 그대가 함께 있으면 내가 도망치기 어려울 게요.”

    “대왕께서 이렇게 크게 다치셨는데 마족이 대왕을 놔주려 하겠습니까? 대왕은 어찌 또 저를 속이시는 겁니까? 저는 평생 혼돈 속에 머물다가 깨어나 대왕과 함께한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이제 제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대왕과 함께 살고 함께 죽는 것뿐입니다.”

    옥면 공주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옥아…….”

    곁에서 지켜보던 만세호왕이 다가왔다.

    우마왕은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옥면 공주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듯하더니 의식을 잃었다.

    “……부탁드립니다.”

    그는 몸을 간신히 일으켜 옥면 공주를 만세호왕에게 넘겼고, 만세호왕은 딸을 안은 채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일족에게 명령을 내렸고, 일족은 비행 법보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심협은 우마왕에 포권을 하고는 소옥의 손을 잡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홍해아는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우마왕의 호통을 듣고서야 떠나갔다.

    모두가 수백 장 높이까지 날아가자 아래에서 갑자기 광막이 반짝였고 다시 적뢰산을 덮었다. 삼성멸마에 부서진 봉천대진이 다시 회복되어 봉인한 것이다.

    “저들을 모두 놔줬으니 이제 네가 성의를 보일 차례다.”

    구명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이다. 저들이 더 멀리 간 후에 넘겨주마.”

    우마왕이 씩 웃으며 말하자 구명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어서 천책을 넘겨라.”

    우마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흔들었다. 천책은 빛이 되어 빠른 속도로 구명을 향해 날아갔다.

    구명은 곧장 천책을 받지 않고, 일단 한쪽으로 피한 후 법력으로 천책 파편을 잡았다. 천책은 천천히 그의 손으로 들어갔다.

    구명은 다시 양손으로 법력을 뿜어내 천책을 허공에 붙든 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진짜임을 확인한 후에야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하하하! 드디어 손에 넣었구나! 으하하하!”

    구명이 크게 웃었다.

    “자, 이제 날 어떻게 할 생각이지?”

    “네가 진심으로 투항할 리는 없겠지. 허무하게 죽을 바에는 내 꼭두각시가 되는 게 어떠냐?”

    “헛소리! 걸어 다니는 시체가 될 바에는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

    “안 될 거야 없지만, 그전에 한 가지 말해주마. 밖에는 내가 미리 대비를 해놨으니 저들은 아마 도망치지 못할 거다. 크하하!”

    구명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우마왕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상관없다. 너만 있으면 된다.”

    이 반응에 구명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곧장 손에 들린 천책을 살폈다.

    그때, 천책에서 금빛이 번득이더니 고대 전자(篆字)로 쓴 듯한 명문이 길게 이어져서 날아올랐다. 동시에 허공에서 금빛이 팽창했고, 글자가 더욱 밝게 번득이더니 하나하나가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이들은 손에 각종 병기를 든 채 구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천병천장!”

    구명은 기겁해 한 손으로 천책을 꽉 붙든 채 남은 손을 맹렬히 휘둘렀다.

    쿠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붉은 번개가 내리쳐 촘촘한 번개 그물이 되어 사방으로 세차게 흘러나갔다. 지나간 곳마다 산과 돌이 부서지고 모래 먼지가 일어나면서 모든 것을 무너트렸다. 이에 천병과 천장들이 사라졌으나, 천책에서는 천병과 천장들이 그만큼이 더 튀어나와 곧장 구명에게로 돌진했다.

    구명은 연속으로 세 번의 공격을 시전한 뒤에야 이미 자신이 소멸시킨 자들이 다시 천책에서 튀어나오는 것임을 눈치챘다.

    “주인님께서 왜 이것을 탐내시나 했더니, 역시나 현묘하구나! 허나 고작 파편에 불과하니 소환되는 천병과 천장도 불안정한 모양이군. 전력이 불쌍할 정도로 약하구나!”

    그는 싸늘하게 비웃으며 우마왕을 바라봤다.

    우마왕은 가부좌를 틀고 있었는데, 눈가에는 피가 흘렀고, 몸은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부상당한 몸으로는 법력 소모가 막심한 천책을 버티지 못하는 것인지, 이내 천책의 천병들이 ‘재생’되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나와의 싸움에서 사용하지 않은 것도 법력 소모가 심할 것을 우려해서였군.”

    구명이 이죽거렸지만, 우마왕은 대답 대신 양손을 결인했다. 그리고 그때,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마왕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모든 법력을 쏟아부었는지 눈에는 핏줄이 가득했고,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는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선 우마왕은 갑자기 양손으로 천책을 가리켰다. 그러자 눈부신 붉은 빛이 천책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천책을 통해 법력의 파동이 전해졌고, 구명의 안색이 변했다.

    ‘저자가 천병의 잔혼으로 나를 공격했던 것은 사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끌다가 동귀어진할 기회를 노린 것인가!’

    우마왕은 정말로 천책과 자폭할 생각이었다.

    이를 눈치챈 구명이 분노한 기색으로 내던지려 했지만, 천책에서는 보이지 않은 힘이 나와서 그의 팔을 잡았다.

    천책에서 금빛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본 구명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른 손으로 자신의 팔을 강하게 내리쳤다.

    푹!

    피가 뿜어져 나오면서 천책에 묶인 구명의 팔이 잘려나갔다. 구명은 떨어지는 자신의 팔을 우마왕에게로 걷어찼다.

    이에 우마왕은 내심 실망했지만, 자폭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지금 중지하면 다시 자폭할 힘이 없다. 그러면 죽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죽을 수가 없게 될 터!’

    절체절명의 순간, 하늘 깊은 곳에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르릉!

    동시에 천지를 뒤덮었던 봉천대진이 갑자기 부서지면서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고, 검고 굵은 원기둥이 그 틈으로 내려왔다. 이어서 길이가 100장에 이르는, 암홍색 무늬가 그려진 칠흑같은 함선이 허공에 나타났다.

    퍼펑! 펑!

    폭발음이 연달아 들리더니 봉천 대진은 완전히 부서졌다.

    거대한 함정은 속세 왕조의 함선과 매우 비슷했고, 바깥은 겹겹의 검은 비늘 갑옷으로 둘러싸여 있어 괴수의 피부로 덮여 있는 것만 같았다. 함선 아래에서 세 겹의 둥근 법진이 빛나자 함선은 허공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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