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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53화 (553/1,214)
  • 553화. 협공

    심협은 자색 구슬은 집어넣고, 이어서 참마검을 들어 법력을 주입했다. 검날에서 바로 찬란한 금빛이 발했다.

    “제련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니! 그러고 보니 위청도 이 검을 들자마자 바로 사용했지.”

    처음에는 다소 놀랐던 심협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해서 법력을 주입했다.

    검날의 금빛이 점점 짙어지더니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참마검의 부러진 날에서 반 장 크기의 금색 검광이 솟구쳤고, 주위의 허공이 떨려왔다.

    “예리한 검광! 법보도 쉽게 벨 수 있겠어! 게다가 검기에서 순수한 지양의 기운이 느껴지는 게 마기를 충분히 벨 수 있겠구나!”

    그는 금빛 검기를 느끼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협도 이 검에 담긴 위력이 바다처럼 깊어서 지금 자신의 경지로는 가까스로 운공할 정도밖에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진선기의 실력이 되어야 할 터였다.

    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음에도 참마검은 현재 그가 가진 법보 중 가장 위력이 막강했다.

    상처가 아직 회복되기도 전에 두 개의 보물을 운공하니 숨이 차올랐다.

    “이 검에는 지양의 기운이 담겨 있으니 순양검배와 잘 어울리겠어. 몸에 넣어서 온양하자.”

    심협은 입을 벌려 푸른 빛을 뱉어내 참마검을 단전에 넣고는 침대에 누웠다.

    이어진 여러 차례의 큰 싸움에 법력과 정신 모두 소모가 커, 그는 금세 잠이 들었다.

    * * *

    쿵!

    천둥 같은 굉음에 심협은 놀라서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이어서 다시 굉음이 울렸다!

    머리 위의 동굴이 강하게 흔들리면서 먼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심협은 서둘러 몸을 홱 뒤집어 침대에서 내려오며 바닥에 떨어졌다. 귓가에 부산한 고함이 들려왔다.

    “이건……?”

    심협을 정신을 차리고 바깥을 살피더니 이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주변에서 법력의 파동이 전해져 엉망으로 뒤엉켰다. 혼전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그는 서둘러 석실 문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비스듬히 기울어진 돌이 석문을 누르고 있어서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심협은 주먹을 뻗었고, 석문이 부서진 순간 밖으로 달렸다.

    바깥의 통로 벽 곳곳에는 균열이 가득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곧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또한 통로 곳곳에는 호족인(狐族人)의 물건이 떨어져 있었는데, 황급히 도망친 뒤에 남은 흔적 같았다.

    심협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마운동 밖으로 달렸다.

    옥호 일족의 대청에 도착했지만, 그곳은 이미 엉망이었고, 온갖 진열품이 부서져서 쓰러져 있었다. 무너진 담장 밑에는 아직 득도하지 못한 호족의 수급들이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쾅!

    다시 굉음이 들렸고, 동굴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머리 위쪽의 균열이 더 커졌고, 부서진 바위가 비처럼 떨어졌다.

    심협은 서둘러 사월보를 시전하여 떨어지는 바위틈을 빠르게 내달려 동굴을 빠져나왔다.

    그 순간, 적뢰산의 절반이 굉음과 함께 완전히 무너졌다. 동굴 역시 함께 무너졌고, 거대한 먼지구름이 수백 장까지 치솟아 하늘을 가렸다.

    심협은 하늘로 날아올라 멀리 벗어났고, 허공에서 광풍이 몰아쳤다.

    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맷돌만 한 불타오르는 불덩이가 구름에서 비스듬히 그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심협은 굳은 얼굴로 손을 번쩍 들어 진해빈철곤을 꺼냈다. 이어서 양손으로 장곤을 잡고 몸을 회전하여 두 팔을 강하게 휘두르자 거대한 금색의 곤이 10여 장 밖의 불덩이를 가격했다.

    꽝!

    굉음이 울리면서 불덩이가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나 유성처럼 사방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수십 개의 불덩이가 날아들었고, 심협을 스쳐 날아가 절반만 남은 적뢰산에 쏟아져 내렸다.

    심협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덩이가 날아오는 방향을 바라봤다. 멀리 떨어진 곳에 다른 산이 있었고, 그 위에 거대한 짐승이 긴 목을 꼿꼿하게 들고 있었다. 그 짐승의 커다란 입에서 불덩이가 반짝였다.

    심협은 다시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봤다. 점차 연기가 사라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보였는데, 약간의 옥호 일족과 수많은 요족와 마물이었다.

    옥호 일족은 500명도 남지 않은 상태였는데, 요족과 마물들에게 세 무리로 나뉘어 있었고, 각 무리는 몇 배나 많은 요족과 귀물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그나마 산허리 서쪽에 수백 명의 호족인이 몰려 있었는데, 선두에는 만세호왕이 있었다. 그는 혼자서 두 마리의 진선기 마물과 싸우는 중이었고, 다른 일족도 목숨 걸고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었다.

    몇 리 떨어진 곳에는 다른 옥호 일족과 여러 요족이 암석 위에 포위되어 있었다. 사방에서 협공해오는 건 대부분이 요족이었고 마물은 소수였다.

    그 마물들은 온몸에서 검은 마기를 뿜어냈고, 두 눈은 빨갛게 물든 것이 한눈에 봐도 살육만을 목표로 하는 흉물이었다. 놈들은 요족들이 뚫지 못한 옥호 일족의 방어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그들이 허공으로 뛰어올랐을 때, 아래에서 적홍의 불꽃 파도가 하늘로 치솟아 그들을 휘감았다.

    타오르는 불꽃에 마물의 마기는 빠르게 사라졌고, 곧 드러난 피부와 털도 빠르게 녹아버리면서 뼈까지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삼매진화…….”

    심협은 단번에 그 불꽃을 알아봤고, 곧 사람들 사이에서 홍해아를 발견했다.

    그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전황 속에서 어째서 우마왕이 보이지 않는 거지?’

    그 순간, 갑자기 나지막한 소리가 하늘 깊은 곳에서부터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심협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하늘 깊은 곳에 검은 구름이 도사리고 있었고, 두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중 왼쪽은 거대한 덩치에 굽은 등, 금수로 수놓은 황금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곳곳에는 상처와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두 손에는 커다란 혼철곤을 들고 있었고, 허리에는 파초선이 꽂혀 있었다. 우마왕이었다.

    정면에서 그와 맞서 싸우는 자는 우마왕과 비슷한 체형에 머리에는 뿔이 달려 있었고, 얼굴에는 뼈로 된 가면을 쓰고 있었다. 몸에는 백골 갑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갑옷 틈새에서 검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마염(魔焰)이 고리처럼 등에 걸려 있었다. 손에는 칠흑처럼 새까만 오정개산부(五丁開山斧)를 들었고, 허리에는 거대한 자금색 조롱박을 건 채 두 눈에서 핏빛을 뿜어내는 그자는 우마왕에게 조금도 뒤처지지 않았다.

    심협이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아래 산속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백 명이 채 되지 않는 옥호 일족이 300여 요족에게 포위되어 골짜기에 갇혀 있었다.

    옥호 일족은 가운데에 두 사람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전생의 기억이 회복된 옥면 공주와 요족의 소공주 소옥이었다. 두 사람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 의지하고 있었다.

    대승 후기의 돼지 요괴가 귀두도를 흔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다른 여우들은 전부 죽이고 저기 두 여자는 살려두어라. 오늘 우마왕의 즐거움을 우리도 느껴보자.”

    “네!”

    다른 요족들이 대답했다.

    “쳐라!”

    돼지 요족의 명에 다른 요족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이미 기진맥진한 옥호 일족은 순식간에 절반이 죽어나갔다. 돼지 요족이 칼을 휘두르자 해골 손이 뻗어 나와 소옥의 어깨를 잡았다. 강력한 요기가 이 손뼈를 타고 몸속으로 스며들면서 그녀는 몸이 굳어서 꿈쩍도 할 수 없었다.

    “흐흐흐, 계집을 얻었군.”

    돼지 요족은 음탕하게 웃으며 휙 당겼다.

    소옥은 강력한 힘에 이끌려 신음을 토해냈고, 옥면 공주는 서둘러 한 손으로 그녀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어깨에서 손뼈를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손뼈는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고 있던 터라 억지로 잡아당기자 붉은 피가 흘렀다.

    “소옥아!”

    옥면 공주는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녀는 기억을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내에 법력이 많지 않았던 터라 아직 힘이 부족했다.

    “흐흐흐, 큰 미인도 서두르지 말라고, 곧 네 차례니까.”

    돼지 요족이 음탕하게 웃으며 몸에서 검은 빛을 번득이더니 소옥을 끌어당기려 했다.

    한데 그때였다.

    콰직!

    누군가가 운석처럼 내려오며 금색 곤으로 돼지 요족의 팔을 내려쳤고, 이에 무언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요족의 팔을 부러트리고도 멈추지 않은 곤이 땅에 박히면서 지면에는 깊은 균열이 생겼다.

    돼지 요족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따귀를 얻어맞고는 고꾸라졌고, 정신을 잃으려는 차에 나타난 발에 짓밟혀 그대로 머리가 땅속에 처박혔다.

    일순 적막이 흘렀다. 요족들은 두려운 듯 그쪽을 돌아보았는데, 한 인간 수사가 장곤을 든 채 강력하고 험악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심 오라버니!”

    소옥은 심협을 보자 놀라움과 반가움에 외쳤다.

    방금 전까지 살기를 내뿜던 심협도 그녀를 보고는 표정을 풀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그가 황정경공법을 운공하자 강력한 힘이 몸을 타고 흘렀다. 이어서 심협이 발에 힘을 주자, 그의 발아래 깔려 있던 돼지 요족의 머리가 잘 익은 수박처럼 터져나갔다.

    이를 본 요족 무리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도망쳤다.

    심협은 도망치는 요족을 쫓는 대신 발끝으로 돼지 요족의 시체를 걷어차 백 장 바깥까지 날려버렸다.

    눈앞의 위기가 사라지자 옥호 일족이 일제히 달려왔다.

    “소옥아, 이게 무슨 일이냐? 적뢰산이 왜 이렇게 된 것이야?”

    심협의 물음에 소옥은 두 눈이 붉어지더니 울부짖 듯 답했다.

    “심 오라버니, 어디 갔었어요? 요마들이 저번에 패한 뒤로 다시 힘을 모아서 쳐들어왔는데 이번에는 구명성군이 직접 출정해서 저희로는 역부족이었어요. 려 언니와 오라버니들은 이미…… 이미…….”

    “울지 말거라. 일단 여기서 도망치자.”

    심협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말을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 무렵, 방금 전에 흩어졌던 요족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서서히 다시 포위망을 좁혀왔고, 옥호 일족의 눈에는 절망의 빛이 어렸다.

    “두려워하지 말고 내 뒤를 따르시오.”

    심협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진해빈철곤을 가로로 든 채 모두에게 말했다.

    그도 이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적어도 이 골짜기를 벗어나 일족의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을 끝낸 심협이 앞장서서 돌진하자, 주변의 호족들은 두려움을 참아내며 뒤를 따랐다.

    심협은 곤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발천난봉을 시전했다. 하늘에는 곤이 눈처럼 흩날렸고, 접근해오던 요족들은 닿거나 스치기만 해도 몸이 터져 죽어나갔다.

    순식간에 수백 마리의 요족이 목숨을 잃었고, 아무도 감히 달려들지 못했다.

    심협은 옥호 일족을 이끌고 파죽지세로 수백 장을 내달렸다.

    한데 이들이 막 골짜기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두 개의 인영이 날아와 그들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한 명은 자색 옷을 입은 여자로, 외모가 요염했으며, 다른 한 명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남자로, 암홍색 비늘 갑옷을 걸친 거대한 체구의 대머리였다.

    심협은 이들이 낯설지 않았다. 일전에 답운수와 함께 적뢰산에 쳐들어왔던 자줏빛 꿩 요괴와 지렁이 요괴였다.

    두 사람은 이쪽의 전황을 어지럽히는 자가 있음을 알고 온 것인데 상대가 심협임을 알고는 순간 크게 놀랐다. 일전에 심협은 답운수와의 싸움에서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니 선뜻 맞붙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에 그들은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어딜 그리 급히 가시려는가?”

    심협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소매에서 황금승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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