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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48화 (548/1,214)
  • 548화. 뜻밖의 행운

    붕괴 직전까지 갔던 오행혼원법진이 갑자기 번득이더니 모든 진문이 눈부신 빛을 발하면서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더욱이 붉은 빛이 이리저리 섞이며 붕괴가 멈췄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거대한 오색 소용돌이가 다시 나타나 맹렬하게 마신을 향해 날아갔고, 여섯 개의 주먹을 막아섰다.

    관월진인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오행혼원진에서 몇 배나 강력해진 힘이 솟구치자 흉악한 마신과 여섯 개의 팔이 모두 구속되어 꿈쩍도 하지 못했다.

    “관월 사숙, 홍련화원단멸대법(紅蓮化元斷滅大法)을 시전하신 겁니까? 안 됩니다. 어서 멈추세요!”

    청련선자는 관월진인의 상태를 보더니 안색이 급변하여 절규하듯 외쳤다.

    심협은 그녀의 말에 심신을 흑곰 요괴에게 연결하여 홍련화원단멸대법이 어떤 신통인지 물어봤다.

    ‘홍련화원단멸대법은 본문의 홍련조사(紅蓮祖師)께서 창안하신 비법이네. 정혈과 혼백을 모두 태워 대능으로 바꾸면 몇 배의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시전자는 결국 정혈이 고갈되고 혼백이 사라져 윤회의 기회조차 사라지게 된다네.’

    흑곰 요괴가 깊게 탄식했고, 심협의 표정도 더없이 어두워졌다.

    다른 사람들도 청련선자의 말에 표정이 변했지만,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지금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관월진인이 이렇게라도 해서 마신을 막지 못한다면 모두가 이곳에서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월진인은 청련선자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계속 중얼거렸고, 그러자 몸의 금빛은 더욱 밝아졌다. 반면 얼굴은 더욱 하얗게 변하면서 점점 투명해졌다.

    그는 낮은 외침과 함께 왼손을 들어 아래로 강하게 휘둘렀다.

    꽈르릉!

    주위 공간에서 천둥이 울리더니 오색의 소용돌이가 점점 응집했고, 순식간에 적, 금, 남, 녹, 황색의 거대한 고리로 변했다.

    다섯 개의 고리는 빠르게 줄어들어 형틀처럼 마신의 목, 가슴 등에 떨어져 강하게 죄었다.

    마신은 분노하여 여섯 개의 팔로 다섯 개의 고리를 잡고는 검은 마화를 뿜어내 부수려고 했다.

    허나 관월진인이 홍련화원단멸대법을 운공하여 대오행혼원진으로 만든 고리의 위력은 절대적이라 마신의 불꽃으로도 부술 수 없었다.

    그때, 마신의 옆에서 하얀 빛이 반짝이더니 작은 병이 나타났다. 그리고 안에서 누군가 빠져나왔다. 바로 마수수였다.

    심협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관월진인과 청련선자 등도 흠칫 놀랐다.

    허나 모두가 법진 안에 있었기에 분신으로 그녀를 상대할 수 없었다.

    “마신 대인의 강림을 경하드리옵니다!”

    마수수는 현재의 상황에 매우 놀랐지만, 거대한 마신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마침 잘 왔다! 어서 마검을 다오. 이 금제를 부숴야겠다!”

    마신은 마수수를 보자 눈에 화색이 돌며 말했다.

    허나 마수수는 그 말에 표정이 살짝 변했다.

    “내가 네 보물을 탐낼까 봐 걱정이라도 되느냐? 아니면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날 배반할 계획인가?”

    마신의 목소리는 천 년이나 얼어붙어 있는 깊은 연못에서 나오는 바람처럼 차가웠다.

    “제가 어찌 감히……. 마검은 여기 있으니 마신 대인께서 마음껏 쓰십시오.”

    마수수는 몸을 떨며 다급하게 검을 꺼내어 두 손으로 바쳤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심협의 눈이 가늘어졌다.

    암금색의 고풍스러운 장검은 중간에 부러졌지만, 여전히 강력한 지양(至陽)의 정기(正氣)를 뿜어내고 있었다.

    허나 검의 절반은 짙은 혈색으로 오염되어서 마치 모종의 사악한 방법으로 제련한 것처럼 지음(至陰), 지사(至邪)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정기와 사악한 힘을 겸비한 힘이라니, 보아하니 마수수가 일전에 사용했던 혈색 장검이 바로 저것인가 보군. 설마 부러진 검이었을 줄이야.’

    심협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것은…… 참마검(斬魔劍)? 안 돼! 심 소우, 법진은 관월진인께 맡기고 자네는 마신이 저 검을 받지 못하도록 막게!’

    흑곰 요괴가 다급하게 외쳤다.

    심협은 흑곰 요괴가 왜 이렇게 흥분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곧장 법진에서 벗어나 푸른 빛으로 변하여 마수수에게 돌진했고, 동시에 자금령을 꺼내 전력으로 운공했다.

    굉음과 함께 자금령의 방울들이 일제히 흔들렸고 바람, 불꽃, 연기가 마수수를 향해 몰려갔다.

    “자금령인가? 좋은 보물이지만 약한 네 경지로는 그것의 진정한 위력을 낼 수 없다.”

    마수수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으나, 흉악한 마신은 차갑게 비웃었다. 그러더니 두 줄기의 흑색의 마화를 쏘아 보냈다. 하나는 바람, 불꽃 연기의 앞을 막아섰고, 쌍방은 공중에서 충돌했다.

    다른 하나의 마화는 번개처럼 심협에게로 날아가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까지 도달했는데, 지독한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심협은 숨을 들이켜더니 재빨리 다시 날아올라 제단 위로 떨어졌다.

    “심 도우, 대오행혼원진은 모두의 힘을 이용하여 운공하는 것이거늘 어찌 마음대로 법진에서 벗어나는 건가?”

    “아니, 심 소우의 판단이 옳았다. 여기서 참마검을 보게 될 줄이야! 저 검이 마신에게 넘어가면 오행의 고리도 저자를 더는 묶어놓지 못할 걸세.”

    청련선자가 나무라자 관월진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신 답했다.

    청련선자가 참마검이 무엇인지 물어보려는데 관월진인이 이어서 말했다.

    “자네들은 법진을 유지하게! 내가 마신을 상대할 방법이 있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되네.”

    관월진인의 눈에는 결연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심협은 서둘러 법진 안에 가부좌를 틀고는 법력을 운공했고, 다른 사람들도 서둘러 관월진인의 분부에 따랐다.

    관월진인이 오른손을 구부리자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정혈이 비석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비석의 끝에서 갑자기 종횡으로 교차하는 금문(金紋)이 나타났고, 반짝이는 기이한 금빛은 보타산 불문의 금빛과는 달랐다. 오히려 심협이 천책을 발동할 때 뿜어져 나오는 금빛과 비슷했다.

    비석의 끝에 있던 천책의 도안도 빛나더니 작은 법진이 형성되었다.

    옥침 안의 천책이 마치 감화를 느꼈는지 웅웅 떨리기 시작했고, 비석의 끝으로 날아가 소형의 법진으로 들어갈 기세였다.

    심협은 내심 놀라 서둘러 몰래 공법을 운공하여 천책의 허공을 안정시켰다. 금빛의 진법이 어떤 용도인지 모르니 천책의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저 아래에서 폭발음이 들려왔고, 뒤이어 눈부신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심협은 신식으로 아래쪽을 살피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래쪽의 흉악한 마신이 부러진 검을 잡자 검에서 짙은 혈광이 빛났고, 아득히 멀리까지 뿜어져 나갔다.

    검에서 폭발하는 격렬하고 팽창한 기운은 마수수의 손에 있을 때보다 더욱 강렬했다.

    마신의 몸에 있던 적색 고리는 사라진 것으로 보아 좀 전의 굉음은 고리가 혈검에 부서지는 소리였을 것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다른 사람들도 조급해졌지만, 관월진인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덤덤하게 결인하며 금색 법진을 발동했다.

    흉악한 마신이 장검을 쥔 손을 휘두르자 핏빛 장검이 붉은 무지개를 만들며 녹색 고리를 베었다.

    콰쾅!

    녹색 고리도 굉음과 함께 부서지면서 녹색 빛을 내뿜으며 사라지자 허공이 강렬하게 흔들렸다.

    허나 마신의 몸은 매우 견고하여 녹색 빛의 폭발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핏빛 장검을 보는 마신의 눈에는 탐욕과 열의가 가득했다.

    그때, 갑자기 머리 위 제단에서 굉음이 울리더니 위엄 넘치고 웅장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마신은 고개를 홱 들어 제단 끝에서 폭증해 하늘 높이 솟구치는 금빛을 바라봤다.

    다음 순간, 하늘을 찌르는 금빛에서 10여 장 높이의 금빛 천문(天門)이 모습을 드러냈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리더니 거대한 금빛 구름이 갑자기 나타났고, 번개가 번쩍였다.

    심협은 마치 천뢰(天雷)가 강림한 것 같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천책으로 꿈의 경지를 소환했을 때의 상황과 매우 비슷한 광경이었다.

    제단의 끝에 선 다른 사람들도 넋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대오행혼원법진이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니…….”

    청련선자는 적잖이 놀란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관월진인은 이런 현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결연한 얼굴로 금색 부적을 꺼냈다. 부적에는 천책의 도안이 그려져 있어서 어떤 부적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은 바로 천책의 파동과 같았다.

    그 부적을 본 심협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한편, 관월진인은 손을 뒤집어 금색 부적을 비석 끝의 법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법진에서 금빛이 반짝였고, 부적은 그대로 비석 안으로 스며들었다.

    쿠르릉!

    천둥이 훨씬 강렬해졌고, 빛의 기둥 안에 있는 금빛 천문의 환영이 갑자기 실제처럼 변했으며, 문 너머에서 뇌정이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머리통만 한 뇌구(雷球)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오행의 색을 띤 동시에 수정처럼 투명한 뇌구들은 비처럼 마신을 향해 쏟아졌다.

    마신은 아직 세 개의 고리를 완전히 풀지 못한 터라 피할 수가 없었고, 순식간에 투명한 오색의 뇌구에 휩쓸렸다.

    콰쾅!

    순식간에 눈부신 오색 수정이 대오행혼원법진을 가득 채웠고, 진법의 빛이 마신의 몸과 마화를 완전히 뒤덮었다. 모든 것이 오색의 수정에 압도당했다.

    대오행혼원진은 끝없이 방대한 지양의 기운으로 가득 찼고, 모든 지음과 지사의 기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번득이는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심협은 갑자기 하늘을 찌르는 빛이 나타나자 눈에 불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이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는 매우 놀라 서둘러 눈을 감고 신식으로 두 눈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는 가슴이 철렁했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가 1년여 동안 어렵게 쌓아온 현음환력이 오색의 빛에 순식간에 정화되어 흔적도 사라진 것이다!

    현음미동의 근간은 아직 남아 있었기에 약액으로 눈을 씻으면 처음부터 다시 현음환력을 쌓을 수는 있겠지만, 1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어 버렸다.

    “음…… 어쩔 수 없지. 처음부터 다시 하는 수밖에…….”

    허탈하긴 했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고 법력으로 두 눈을 감쌌다.

    그때, 체내에서 양의미진 부적이 강렬하게 흔들리면서 이상할 정도로 강력하고 짙은 환력을 뿜어냈다. 그러자 이전에 흡수했던 것보다 백배는 많은 환력이 두 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 순간, 심협의 눈이 푸른 빛으로 반짝였다. 이 빛은 심지어 눈꺼풀을 뚫고 나올 정도였다. 동시에 두 눈에 현음환력이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양의미진 부적에 담긴 힘과 현음환력은 달랐지만, 다행히 이 환력과 현음미동은 충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효과는 더욱 뛰어났다.

    그의 두 눈은 탐욕스럽게 이 환력을 흡수했고, 통증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쾌함이 느껴졌다.

    심협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계속해서 현음미동을 운공하여 양의미진 부적에 담겨 있던 환력을 흡수했다. 두 눈의 푸른 빛은 더욱 밝아졌고, 현음미동의 경지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가 눈을 번쩍 떴을 때, 두 눈 깊은 곳에 있던 기이한 푸른색 부문이 응집되어 나타났다. 부문은 원형이었고, 뿜어져 나오는 빛은 매우 현묘했다.

    양의미진의 부적에서 흘러나오던 환력도 이 순간 갑자기 멈추더니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 일련의 변화는 복잡해 보였지만, 일고여덟 호흡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심협의 두 눈은 투명한 옥처럼 푸른 빛을 띠고 있어서 경이로운 느낌이었다.

    그의 시계(視界)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사물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밝고 선명하게 보였고, 본래는 볼 수 없었던 작은 것들도 지금은 커다랗고 뚜렷하게 보였다.

    그의 시력은 법력의 통찰에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체내 법력이 흐르면서 미세한 사물과 가느다란 경맥의 법력까지도 놓치지 않게 되었다.

    옆에 선 청련선자나 황동도인, 심지어 관월진인 체내의 법력 흐름까지 마치 불을 보는 것처럼 분명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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