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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34화 (534/1,214)
  • 534화. 전심전력

    한편, 나무 장벽 너머의 백소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쪽에서 왜 갑자기 기척이 없어졌지? 아니!”

    나무 장벽을 돌아가 살핀 그는 돌연 놀라서 외쳤다.

    “무슨 일이냐?”

    작은 곰 요괴와 섭채주도 나무 장벽을 돌아가 건너편을 바라보고는 안색이 변했다.

    푸른 보호 덮개 안이 하얀 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보호 덮개 속 기운 파동 역시 그 하얀 빛에 완전히 차단되어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류청이 사람들 눈에 보여서는 안 될 비술을 쓰려고 기운과 시야를 차단한 듯합니다. 호법 선배님, 심 도우, 속도를 좀 더 내셔야겠습니다.”

    백소천의 재촉에 금빛 법진 안에서는 흑곰 요괴가 주문을 서둘러 외우기 시작했고, 그러자 그의 몸 표면에 박힌 금색 못에 빛이 연달아 반짝이면서 더없이 순수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법진의 진문을 타고 심협의 몸속으로 주입되어 온몸의 경맥과 단전에 달라붙었다.

    한편, 맹렬히 모여든 천지영기도 금빛 법진의 흡수와 전환을 거쳐 심협의 몸속으로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이에 따라 심협의 체내 법력은 빠르게 치솟았고, 경맥도 하얀 빛이 붙은 상태에서 급격히 확장되어 폭증하는 법력에 적응했다.

    그의 기운은 금세 강력해져 눈 깜짝할 사이 출규 중기에서 후기로, 이어서 대승기로 돌파했다.

    가까이에 있던 작은 곰 요괴와 섭채주 모두 이 광경에 경악했다. 영동구천 비술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한 사람의 경지를 이렇게 터무니없이 끌어올리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반면 백소천은 심협이 자신의 경지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을 이미 몇 차례 봤던 터라 그리 놀라지 않았다.

    심협의 경지가 끊임없이 상승하는 것과는 반대로, 흑곰 요괴의 기운은 빠르게 약해져갔다.

    그러나 흑곰 요괴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심협의 경지가 올라가는 속도에 집중했고,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여긴 듯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이를 살짝 악문 채 몸 앞에서 양손을 맞잡으며 기이한 수인을 맺었다.

    흑곰 요괴의 온몸에서 자그마한 태양처럼 환하고 순수한 하얀 빛이 확 피어올랐고, 그 빛은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꿈틀거리더니 이내 그의 몸을 떠나 점차 하얀 사람의 형상으로 응집되었다.

    흑곰 요괴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기운은 출규기 수준까지 뚝 떨어졌고, 얼굴에도 깊은 피로감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굳건히 버티며 결인하고 심협을 가리켰다.

    “가랏!”

    흑곰 요괴의 몸을 떠난 하얀 그림자가 곧바로 날아가 순식간에 심협 곁에 나타나더니, 그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그 순간, 심협의 기운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폭증하여 순식간에 몇 단계를 연달아 건너뛰고 진선 중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는 푸른 빛이 맹렬히 불어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반경 수십 장까지 퍼져 금빛 법진과 근처에 있던 섭채주 등을 뒤덮었다.

    순양검배와 자금령, 커다란 자줏빛 구슬 또한 폭증한 법력과 호응하여 맹렬한 빛을 뿜어내면서 스스로 날아가 춤추듯 심협의 주위를 선회했고, 흥분한 듯한 맑은 울음소리를 냈다.

    눈을 뜬 심협은 몸 주위에서 울부짖는 푸른 빛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영동구천은 꿈속 경지를 빌려온 것과 달리 그의 경지만을 폭증시켜주었을 뿐, 체내 법력의 성질까지 바꾸지는 않았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만약 법력이 흑곰 요괴의 요기로 바뀌었더라면 통제하기 더욱 힘들었을지도 몰랐다.

    심협은 속으로 공법을 운공하여 폭증한 법력을 거둬들였다. 사방에 흘러넘치던 푸른 빛은 순간 고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날아와 조금도 남김없이 전부 심협의 체내로 빨려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 마치 바닷속 깊은 곳의 성난 파도에 휩쓸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몹시도 불편했던 섭채주 등은 그런 느낌에서 벗어나게 되자 안도하며 황급히 더 멀리 날아갔다.

    한편, 금빛 법진 안에 있던 흑곰 요괴는 이 장면을 보고 놀랐다. 심협이 이토록 빨리 법력을 거둬들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협이 손짓하자 강렬한 빛을 발하던 세 법보가 즉시 얌전히 날아 돌아왔다.

    순양검배의 붉은 빛은 거의 실체를 이룰 정도로 짙었고, 그 안의 홍련업화가 꿈틀거렸으며, 검신에 화염이 수시로 번쩍였다.

    자금령의 영문(靈紋)들이 자금색 빛살을 피워냈다. 방울들은 딸랑거리며 꿈틀대는 것이, 꼭 안에 담긴 힘을 발산하며 거침없이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것만 같았다.

    거대한 자줏빛 구슬에는 자줏빛 마문들이 떠올랐는데, 곳곳에서 쉬지 않고 반짝이는 것이 더없이 신비로워 보였다.

    ‘이 구슬은 지금껏 제련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변화가 일어날 줄이야. 작은 곰 요괴가 선천연보결은 모든 법기를 제련할 수 있다고 했으니, 이 마족의 보물도 제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심협은 커다란 자줏빛 구슬의 변화를 보고는 마음이 동하여 속으로 선천연보결을 운공해 제련했다. 그러자 커다란 자줏빛 구슬 속 금제는 곧 반응하여 빠르게 녹아 없어지고 구슬의 마문이 빠르게 늘어났다.

    ‘되는구나!’

    심협은 속으로 크게 기뻐했고, 동시에 그는 이 자줏빛 구슬이 도대체 어떤 마기(*魔器: 마족의 무기)인지도 깨달았다.

    “이렇게 신통한 구슬이었구나.”

    심협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동시에 그는 선천연보결을 운공하여 자금령을 제련했다. 그러자 자금령의 금제 또한 파죽지세로 겹겹이 녹아 없어졌다.

    ‘심 소우, 영동구천 비법의 지속시간은 길지 않으니 지체해서는 안 된다!’

    문득 흑곰 요괴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려 퍼지자 심협의 눈빛이 흔들렸다. 흑곰 요괴가 어떻게 이곳의 금제를 뚫고 전음을 썼는지 의아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지금 급증한 자신의 경지가 모두 상대방에게서 온 것임을 떠올리고는 의문이 풀려 한 줄기 푸른 빛으로 변해 돌진했다.

    멀리서 섭채주가 재빨리 버드나무 가지를 휘두르자, 나무 장벽에 녹색 빛이 번뜩이더니 빠르게 흩어져 허공으로 숨어들고 장벽 너머의 파란 보호막이 드러났다.

    심협은 보호막 안에서 솟아오르는 하얀 빛을 보고는 다소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손을 뒤집어 자금령을 꺼내고는 그 안에 법력을 잔뜩 불어넣었다.

    자금령의 자금색 빛살이 크게 불어나고 순식간에 열 배로 커졌다. 화령과 풍령 역시 맷돌만 해졌다.

    콰르릉!

    굉음과 함께 굵기가 족히 백 장쯤 되는 불기둥과 바람기둥이 뿜어져 나와 한데 뒤엉켰고, 풍령의 도움을 받자 불기둥은 즉시 열 배 이상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응결되면서 크기가 수백 장에 달하는 거대한 진홍색 용이 되어 푸른 보호막을 향해 사납게 달려들었다.

    형언할 수 없이 뜨거운 열기가 허공을 가득 채워 모든 것을 불태울 듯했다. 발아래 섬은 단숨에 불탔고, 인근의 바닷물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반경 3리의 바짝 메마른 지역이 드러났다.

    이 거대한 화염룡은 전에 세 방울의 힘을 응집한 거대한 삼색용보다도 훨씬 강해서, 채 다가가기도 전에 푸른 보호막은 위협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웅웅 떨리기 시작했다.

    류청의 두 눈동자에 하얀 빛이 한 겹 떠올랐다. 그녀는 보호막을 꿰뚫어보고는 안색이 크게 변해 뒤에 있는 자흑색 고치를 돌아보았다.

    고치 속 기운은 이미 무서울 정도로 거대해지고 마치 심장이 쿵쿵 뛰는 것처럼 끊임없이 요동치는 것이 금방이라도 껍질을 깨고 나올 것만 같았다.

    “조금만 버티면 돼!”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린 뒤 이를 악물고 법결을 맺으며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빛줄기가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검은 용도(龍刀)였다.

    용도의 새카만 빛이 폭발적으로 불어나면서 눈 깜짝할 새에 길이가 수십 장에 이르는 칼이 되었다. 날카롭고 매서운 칼날의 빛이 날름거리면서 허공을 그으며 지나갔고, 공간마저 떨리면서 이전에 심협과 맞붙었을 때보다 몇 배나 큰 위력으로 거대한 붉은 용의 머리를 정면으로 내려베었다.

    칼날의 빛이 번쩍이는 가운데 거대한 검은 칼과 붉은 용이 순간 맞부딪쳤다.

    꽝!

    짧은 굉음, 눈부시게 번쩍이는 빛, 이어서 찾아온 적막.

    거대한 칼은 놀랍게도 붉은 용의 머리 안으로 절반쯤 들어간 상태였다.

    그러나 붉은 용은 멀쩡해 보였고, 머리에서 거대한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와 커다란 검은 칼을 단번에 휘감았다.

    치지직!

    기이한 소리와 함께 검은 칼은 놀랍게도 쇳물처럼 녹아 사라져갔다.

    “큭!”

    류청은 가녀린 몸을 파르르 떨면서 피를 한 모금 내뿜었다. 저 검은 칼은 비록 그녀의 본명법보는 아니었지만, 그 안에 심신(心神)의 표식을 심어둔 터라 칼이 단번에 망가지자 그녀 또한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이다.

    한편, 거대한 붉은 용은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푸른 빛의 장막을 향해 돌진하더니 거세게 부딪쳤다.

    꽝!

    굉음 속에 거대한 용의 몸뚱이가 터져나가면서 다시 시뻘건 불바다로 변해 푸른 빛의 장막을 감쌌다.

    불바다 속에서 누르스름한 모래바람이 울부짖고 불길이 용솟음치자, 그렇지 않아도 극단까지 치달았던 열기가 다시 치솟으면서 연거푸 빛의 장막에 충격을 가했다.

    이제 빛의 장막은 격렬하게 반짝이고 표면의 푸른 빛이 빠르게 흩어지면서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옅어져갔다. 곧 부서질 것만 같았다.

    빛의 장막 위의 하얀 빛도 열기 때문인지 빠르게 무너져 내려 그 너머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리도 전달되었지만, 기운은 여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류청의 머리칼이 시든 나뭇잎처럼 빠른 속도로 누렇게 변하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리고 검은 빛 덩어리를 내뿜었다. 검은 빛의 안쪽은 칠흑 같은 갑옷으로 감싸여 있었는데, 번쩍하고 자흑색 고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동시에 그녀가 양손을 빠르게 결인하자 수천수만의 무수한 하얀 기운이 별안간 몸을 뚫고 나왔고, 자욱한 안개가 그녀의 몸을 완전히 파묻었고, 이어 더없이 난폭한 기운이 하얀 기운 안에서 폭발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심협은 즉시 결인하여 자금령의 힘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새빨간 불바다의 위세가 일시에 불어나 높이가 10여 장에 달하는 붉은 화염이 치솟으며 푸른 빛의 장막에 거세게 부딪혔다.

    하얀 기운 속에서 괴이한 울부짖음이 들려오더니 곧이어 하얀 기운이 양옆으로 갈라졌고, 피부에는 검은 용 비늘이 돋고 이마에는 산호 모양의 검은 용 뿔 두 개가 돋은 반인반룡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소녀의 생김새는 류청과 전혀 달랐는데, 심협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당신은?”

    반룡소녀는 다름 아닌, 언젠가 지부에서 사라진 뒤로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수수였다.

    경지와 기운이 다시 한번 폭증하여 대승 중기 수준에 도달한 마수수가 입을 쩌억 벌렸다. 그러자 강렬한 용원(龍元)이 담긴 하얀 빛이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옥정병의 하얀 부적 속으로 들어갔다.

    하얀 부적은 단숨에 부서지더니 반 척 길이의 하얀 용 그림자로 변했다.

    하얀 용 그림자에서는 더없이 강렬한 법력 파동이 뿜어져 나왔는데, 지금의 심협보다도 조금 더 강한 진선 후기였다.

    이 용 그림자는 나타나자마자 위로 날아가 눈 깜짝할 새에 옥정병 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고, 옥정병에서 하얀 빛이 환하게 뿜어져 나왔다. 이 병은 엄청난 보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눈 깜짝할 새 수천수백 배로 커져 궁전만 해졌고, 병 주둥이에서는 아름다운 노을 같은 푸른빛이 솟구쳐 올라 빛의 장막으로 주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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