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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29화 (529/1,214)

529화. 우여곡절

섭채주가 한 줄기 녹색 빛으로 변해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더니, 눈 깜짝할 새 심협 곁에 이르러 버드나무 가지를 휘둘렀다. 그러자 버들가지 허상이 버드나무 가지에서 뿜어져 나와 번쩍하고 심협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심협의 전신에서 녹색 빛이 거세게 뿜어져 나오면서 몸 주위에 비취색 빛 고리를 이루었고, 주위의 천지영기가 몰려와 심협의 체내 법력이 빠르게 차오르더니 불과 두세 호흡 만에 완전히 회복됐다. 그 효과는 보도중생부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였다.

심협은 크게 놀랐지만, 섭채주에게 감사를 표할 겨를도 없이 다시 자금령을 흔들어 이번에는 풍령의 힘만 불러일으켰다.

성난 용 같은 누르스름한 폭풍이 뿜어져 나와 풍식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

심협의 법력은 풍령에 집중되면서 폭풍의 위력은 무시무시해졌고, 지나간 곳마다 허공에는 파도처럼 기복이 일며 웅웅 떨리는 소리가 났다.

풍식은 이를 보고 표정이 돌변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버드나무 가지에 묶인 두 손을 각각 결인했다.

핏빛 대번은 바람을 안고 몇 배로 커지면서 그의 몸을 몇 바퀴나 에워싸 거의 핏빛 고치를 이루었다. 다만 풍식의 몸을 휘감은 버들가지들도 그 속에 함께 싸였다.

풍식이 법술을 사용하자마자 누르스름한 폭풍이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기혈번에 휘몰아쳤다. 번의 핏빛은 한순간 미친 듯이 떨리면서 그대로 흩어져버릴 기미가 보였고, 번의 깃발 부분 또한 풍식에게서 벗어나려는 듯 거세게 흔들렸다.

그때, 번 안에서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려오더니 기혈번의 핏빛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곧 다시 잠잠해졌다. 풍식이 뭔가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심협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다시 법술을 시전하려 하는데, 곁에 있던 섭채주가 한 발 먼저 나서서 섬섬옥수로 법인을 맺고 버드나무 가지 위를 눌렀다.

버드나무 가지에서 녹색 빛이 거세게 뿜어져 나오더니 기혈번 안이 갑자기 꿈틀거리며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안에서는 풍식의 노기 띤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번을 벌려 틈을 만들어줘!”

심협은 곧 어찌 된 일인지 깨닫고는 섭채주에게 외치며 손을 들어 자금령을 가리켰다.

딸랑!

방울 안에서 오색영연이 뿜어져 나와 누르스름한 폭풍 안으로 섞여들었다.

심협의 외침에 섭채주가 손에 금빛을 번쩍이자, 버드나무 가지에서 녹색 빛이 다시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기혈번 안에서의 꿈틀거림이 갑자기 훨씬 더 거세지더니, 퍽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굵직한 버드나무 가지 여러 개가 뚫고 들어가면서 약간의 틈이 생겨났다.

“크아악!”

풍식의 고통스러운 외침이 들리고 기혈번의 핏빛도 어두워졌다.

섭채주는 크게 기뻐하며 체내의 법력을 전부 버드나무 가지 안으로 쏟아부었고, 녹색 빛이 크게 뿜어져 나왔다.

기혈번 속의 꿈틀거림은 다시금 폭발적으로 불어나더니 기혈번 곳곳에서 버드나무 가지가 튀어나와 족히 10여 개의 틈이 생겨났다.

심협이 눈을 번득이며 양손을 휘두르자 주위를 맴돌며 춤추듯이 휘날리던 누르스름한 모래바람과 오색영연이 즉시 10여 줄기로 갈라져 방금 생겨난 틈새로 쏜살같이 파고들었다.

풍식은 또다시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지만, 다음 순간 뚝 그쳤다. 동시에 기혈번의 핏빛은 돌연 절반이나 흩어져버렸고, 통제를 잃은 듯 고치 형태가 넓게 펼쳐졌다.

심협이 한 손으로 허공을 그러쥐자 주위의 폭풍에서 커다란 노란색 손이 불쑥 떠올라 기혈번을 잡아채 흩어버렸다.

드러난 풍식의 모습은 처참했다. 이 요괴의 두 눈 주변은 온통 붉게 물들어 눈물이 줄줄 흘렀고, 표정은 멍하고 눈빛은 흐트러진 것이 신혼에 심한 부상을 입은 듯했다.

심협은 이 광경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자금령의 세 방울 중 풍령이 가장 음산하고 독한 기질을 지녀 사람의 신혼을 흩어버릴 수 있다. 이 모래알이 콧구멍으로 파고들었으니 신혼이 공격을 받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풍식은 진선기 경지이고 신혼 또한 강력한지라, 이런 소량의 모래로는 신혼을 완전히 흩어버릴 수는 없었다. 그저 잠시 넋을 잃게 하는 게 전부였다.

커다란 노란색 손이 기혈번을 끌고 돌아왔다.

심협은 이 번을 재빨리 천책 공간 속으로 거둬들였고, 동시에 눈에 살기를 번득이며 오른손을 결인해 휘둘렀다.

풍식 곁에 노란 빛이 스쳐 지나더니 너비가 문짝만 한 거대한 풍인(風刃)이 느닷없이 나타나 소리 없이 그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한편, 멀리서 이 상황을 본 귀도는 다급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흑곰 요괴에게 단단히 제압된 상태라 제 한 목숨 부지하기도 어려웠다.

풍식이 넋을 놓은 채 목숨을 잃게 된 순간, 멀리서 하얀 빛줄기가 번개보다 빠르게 날아와 순식간에 수십 장을 뛰어넘고 노란 풍인을 막아섰다.

땅!

굉음과 함께 노란 풍인이 산산이 부서지고 하얀 빛이 정체를 드러냈다. 바로 옥정병이었다.

심협은 낯빛이 어두워져 다시 결인을 맺고 풍령을 재촉했다.

주위에서 노란 빛이 연달아 번쩍이면서 거대한 풍인 10여 줄기가 나타나 여러 각도에서 풍식을 향해 사납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옥정병의 주둥이에서 하얀 빛이 거세게 피어나더니 풍인들보다 한 발 앞서 풍식을 휘감았다. 그러자 갑자기 풍식의 몸이 확 줄어들더니, 놀랍게도 단번에 버드나무 가지의 속박에서 벗어나 휙 하고 옥정병 안으로 들어갔다.

위청과 류청이 아래쪽 섬의 빛으로 된 푸른 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온몸이 흙투성이였고 지친기색이 역력한 것이, 심협이 무너뜨린 통로를 억지로 뚫고 나온 것 같았다.

류청은 두 손을 빠르게 결인하여 멀리서 옥정병을 조종했다.

한편, 귀장과 백소천은 두 사람을 보고 낯빛이 확 바뀌었다.

“위청!”

작은 곰 요괴는 물러서기는커녕 시뻘게진 두 눈으로 위청을 노려보며 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손에 든 장창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번쩍하고 사라졌다.

다음 순간, 금빛 장창은 위청의 머리 위에 불쑥 나타나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리꽂혔다.

창 주위에 거대한 금빛 검기가 번득였다. 보타산의 신통력인 일광화였다.

위청은 푸른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공격을 받자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그는 경지가 깊고 심오한 자답게 반응이 재빨랐고, 청련검이 금빛으로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금빛 검기가 맺혔다. 이 또한 일광화 신통력이었는데, 보아하니 작은 곰 요괴보다 수련이 훨씬 더 깊고 정밀한 듯했다.

청련검은 번개처럼 솟구쳐 작은 곰 요괴의 일격을 막아냈다.

쾅!

금빛이 두 사람의 몸에서 폭발하여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류청은 위청을 돕지 않고 옆으로 날아가면서 결인하여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하늘에 있던 옥정병에서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빠르게 날아 내려갔다.

한편,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친 심협의 눈에서는 한 가닥 노기가 스쳤다. 그는 옥정병이 유유히 물러가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 않고 즉시 자금령을 휘둘렀다.

누르스름한 폭풍이 다시 사나운 기세로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반경 수십 장을 뒤덮었고, 폭풍이 옥정병을 휩쓸고는 노란 풍인들로 매섭게 베어버렸다.

콰콰쾅!

한바탕 굉음이 울렸고, 옥정병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병의 몸체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었지만, 그 위의 하얀 영광(靈光)은 쪼개지고 흩어졌다.

옆에 있던 섭채주가 버드나무 가지를 휘두르자 풍식을 속박했던 버드나무 가지가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올라 단숨에 옥정병을 몇 바퀴나 휘감았다.

섭채주는 옥정병을 이토록 쉽게 손에 넣으리라고 생각지 않았던 듯 잠시 놀랐으나, 곧 다시 버드나무 가지의 힘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녹색 빛줄기들이 버드나무 가지 속에서 뿜어져 나와 옥정병을 휘감고 완전히 가둬버리려는 듯, 한 겹 또 한 겹 에워쌌다.

한데 이를 지켜보던 류청은 놀라기는커녕 도리어 눈에 희색을 띠더니 양손의 결인을 바꾸었다.

심협은 얼핏 보고는 안색이 어두워져서 황급히 외쳤다.

“누이, 버드나무 가지를 거둬!”

섭채주는 흠칫하더니, 곧장 결인하여 버드나무 가지를 움직였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심협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옥정병을 옭아맨 버드나무 가지가 곧장 풀리기 시작했다.

한데 그때, 옥정병 주둥이에서 하얀 빛이 환하게 피어오르더니 버드나무 가지들을 휘감았다.

이 버드나무 가지들은 하얀 빛에 뒤덮이자 놀랍게도 금세 더없이 온순해지더니 모두 얌전히 옥정병 안으로 들어갔다.

섭채주의 손에서는 버드나무 가지가 쉬지 않고 떨리면서 그녀의 손을 벗어나 옥정병으로 날아 들어가려는 조짐을 보였다.

위청은 작은 곰 요괴와 맞붙는 와중에도 이 상황을 힐끗 보고는 감격한 표정으로 청련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족히 천 개에 달하는 연꽃잎 모양 검기들이 근처에 떠올랐다.

위청이 다시 팔을 흔들자 이 연꽃잎 같은 검기들이 하나로 끊임없이 모여들어 눈 깜짝할 새에 거대한 검산(劍山)을 이루더니, 작은 곰 요괴의 머리로 날아갔다.

작은 곰 요괴는 이 놀라운 검술에 안색이 변하여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위청은 그를 쫓아가지 않고 몸을 훌쩍 날려 류청 뒤에 나타나더니 한 손을 상대의 등에 대고 법력을 끊임없이 주입했다.

그 순간, 옥정병 주둥이의 하얀 빛이 갑자기 강해지더니 흡입력이 배로 불어났다.

섭채주의 손에서는 버드나무 가지가 웅웅 진동했고,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선천연보결을 운공해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결국 버드나무 가지에서 녹색 빛이 번쩍이더니 섭채주의 손을 벗어나 옥정병을 향해 날아갔다.

한데 그때였다. 버드나무 가지 옆에 번쩍하고 심협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오른손을 뻗어 번개처럼 버드나무 가지를 움켜쥐고는 왼손으로 자금령을 가리켰다.

풍령에서 노란 빛이 거세게 번쩍이면서 누르스름한 폭풍이 다시 쏟아져 나와 옥정병을 뒤덮었고, 거대한 황색 풍인들이 또 한 번 옥정병 위를 베었다.

쾅! 콰쾅!

굉음이 지나간 뒤, 옥정병은 다시 튕겨나갔다. 동시에 표면의 하얀 빛도 절반 가까이 흩어졌으며, 흡입력도 잠시 사라졌다.

다음 순간, 심협의 오른손에서 천책 허상이 번쩍이며 나타나더니 버드나무 가지를 눈 깜짝할 사이 빨아들였다. 동시에 이미 옥정병이 거둬들였던 버드나무 가지들은 두어 번 반짝이더니 허무가 되어 사라졌다.

거둬들일 대상이 사라져버리자, 병 주둥이에서 뿜어져 나오던 하얀 빛도 따라서 흩어져버렸다.

이 광경에 섭채주는 물론이고 위청과 류청도 잠시 넋이 나갔다.

심협은 그 틈에 멈추지 않고 양손을 빠르게 결인했다. 그러자 황색 폭풍의 기세가 수그러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 커다란 기둥 같은 회오리가 되어 옥정병을 휘감았다.

폭풍이 줄어들면서 위력도 따라서 응집되어 회오리 기둥 전체가 거의 실체를 지닌 것처럼 응집되었고, 거대한 폭풍의 힘이 휘감자 옥정병은 그 안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 벗어날 수 없었다.

동시에 몸에서 녹색 빛이 스쳐 지나더니 심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가 다음 순간 바람기둥 속에 나타나 옥정병을 움켜쥐려 했다.

류청은 이를 보고 번쩍 정신이 들어 양손을 재빠르게 결인했다.

옥정병 주둥이에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안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졸졸 흐르는 가느다란 물줄기는 옥정병을 떠나자 곧 수천수백 배로 커져 마치 은하를 끊어낸 듯 거대한 물결로 변해서는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회오리 기둥 안쪽 공간이 꽉 찼고, 용솟음치는 성난 파도가 반경 수십 장 허공에 흘러넘쳤다.

황색 폭풍은 물러서지 않았지만 물줄기가 너무도 많다 보니 거듭 충돌한 끝에 회오리 기둥은 결국 흩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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