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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25화 (525/1,214)
  • 525화. 휘몰아치는 파도

    위청은 경지가 심오했고 청련검의 위력도 대단했지만 자금령에는 역부족이라 거듭 좌련신법을 펼쳐 연거푸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금령의 연기와 불길의 범위는 실로 넓었고, 이 공간에는 한계가 있었다.

    심협은 그를 구석으로 유도했고, 곧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는 종문을 팔아먹고 스승을 음해하려 한 위청에게 조금의 연민도 없었기에, 다시 자금령을 작동시켰다. 연기와 불길이 맹렬하게 달려들어 그를 잿더미로 만들려 했다.

    그때, 위청 옆에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작은 백옥병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이를 본 심협은 흠칫 놀랐다.

    작은 백옥병의 주둥이가 살짝 기울어지고 안에서 콸콸 물소리가 들리더니 하늘을 가르고 높이 솟아올랐다. 이어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위청의 몸 주위에 푸른 빛고리를 이루었는데, 작은 곰 요괴가 조금 전 시전했던 보호 덮개와 비슷했다.

    쿠르릉!

    온 하늘 가득한 연기와 충돌한 푸른 빛고리는 거세게 빛을 내뿜었고, 그 안에서 푸른 부적 문양이 뿜어져 나왔다. 부적 문양들은 순식간에 몇 배로 커지더니 반투명하게 번득였다.

    이 빛고리에 닿자마자 엄청난 기세의 붉은 불길은 천적을 만난 것처럼 피시식 꺼져버렸고, 오색영연도 가볍게 튕겨나갔다. 도리어 위청 뒤쪽 공간의 장벽이 심하게 떨리며 불과 연기의 위력을 이기지 못하고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심협은 얼굴이 차게 굳었지만, 한편으로는 호승심이 일어 있는 힘껏 자금령의 힘을 발휘했다. 그러자 주위의 연기와 불길은 즉시 배로 짙어졌고, 5장 높이의 거대한 불길이 나타나 거세게 휘몰아쳤다.

    한데 그때, 섭채주의 비명 같은 외침과 작은 곰 요괴의 노기 띤 포효가 들려왔다.

    심협이 깜짝 놀라 돌아보니, 그들은 누군가와 맹렬히 맞서 싸우고 있었다. 상대는 바로 류청이었다.

    그 여인의 몸에는 검고 푸른 두 빛이 뒤엉켜 있었다. 검은 빛은 마기로, 두 빛은 서로 어우러지면서 류청의 기운을 폭증시켜 대승기까지 올려놓았다. 그녀가 손발을 움직이자 거대한 힘이 뿜어져 나와 혼자 두 명을 상대하면서도 우위를 점하고는 맹렬히 몰아붙였다.

    다급해진 심협은 돌아서서 두 사람을 도우러 가려 했다.

    그러나 그때, 자그마한 하얀 옥병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리더니 투명하게 반짝이는 푸른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빠르게 펼쳐졌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 폭이 3리나 되는 푸른 그물이 되어 휘리릭 하고 심협을 향해 날아왔다.

    이 푸른 그물에는 물기가 넘쳐흘러 지나가는 곳마다 붉은 화염을 꺼뜨리면서 파죽지세로 불바다와 연무를 뚫고 심협을 정면으로 덮쳤다.

    심협은 눈을 가늘게 뜨며 황급히 손을 휘둘렀다.

    순양검배와 용각단추가 튀어나와 붉은빛과 금빛의 긴 무지개로 변해 푸른 물 그물을 엇갈려 베었다.

    하지만 두 줄기 무지개는 이 그물에 닿는 순간 봄볕에 눈 녹듯 모든 빛을 잃었고, 순양검배와 용각단추는 돌멩이처럼 툭 떨어져 내렸다. 두 보물은 기이한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영력 파동도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용녀 아기가 시전했던 봉인 신통력과 같았다.

    심협은 안색이 급변해 황급히 천책의 힘을 불러일으켰다. 손에 금빛이 반짝이며 두 보물을 천책 공간으로 거둬들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두 보물 위의 푸른빛은 천책 공간으로 들어가자마자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법력을 자금령의 연령에 쏟아부었다.

    화령의 신통력은 이 푸른 물 그물에 완전히 제압당했지만, 세 번째 풍령의 금제를 제련하지 못한 상태라 하는 수 없이 연령에 의지해야 했다.

    거대한 오색연무가 솟아 나와 단숨에 실체를 지닌 듯한 오색구름으로 응결되어 푸른 물 그물을 떠받쳤다.

    파지직! 파팍!

    둘이 맞닿은 순간, 묵직한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푸른 물 그물의 빛이 번쩍이더니 모든 물줄기가 날카로운 수인으로 변하여 쉬지 않고 오색영연의 방해를 뚫고 내려왔다. 그러나 속도는 한참 떨어졌다.

    심협은 잔뜩 긴장했던 낯빛이 조금 풀렸고, 곧바로 두 발에 달빛을 일으키며 날아갔다.

    그런데 이때, 별안간 작은 백옥병이 푸른 물 그물 상공에 나타나더니 푸른빛을 그 위로 쏟아부었다.

    물 그물은 새로운 힘을 얻은 듯 순간 푸른빛을 크게 내뿜으며 몇 배로 불어났고, 네 모서리에서는 번개가 뿜어져 나와 땅바닥에 내리꽂히면서 하나의 감옥을 만들어 오색구름과 그 아래 있던 심협을 뒤덮고 가두었다.

    그 무렵, 류청이 허공을 향해 양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길이 1장의 푸른 손바닥 두 개가 그녀의 손을 떠나 섭채주와 작은 곰 요괴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앗!”

    섭채주가 고운 목소리로 기합을 내지르자 그녀의 일월광화봉에서 흑백의 기이한 빛이 거세게 뿜어져 나와 빠르게 회전하며 흑백의 태극문양을 이루며 푸른 손바닥에 맞섰다. 그리고 그녀의 호신용 비단 띠도 날아가 천을 짜듯 빠르게 뒤엉키며 눈 깜짝 할 사이 흑백 태극문양 뒤에 색색의 천막을 쳤다.

    한편, 작은 곰 요괴의 장창에서는 금빛이 미친 듯이 불어나 몸체 주위에 거대한 금빛 검기를 이루더니 다시 일광화 신통력을 발휘하여 푸른 손바닥을 베었다. 동시에 그의 몸에 귀기가 번득이더니 위에 새파란 귀염(鬼焰)이 타오르는 창백한 귀수(鬼手) 하나가 소리 없이 떠올라, 칼날 같은 다섯 손가락으로 푸른 손바닥을 사납게 움켜쥐었다.

    “하! 가소롭구나!”

    류청이 콧방귀를 뀌자 양손에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손바닥 한가운데에 검은 부적 문양이 떠올랐다. 동시에 푸른 손바닥들도 갑자기 배로 커졌고, 그 한가운데에 검은 마기가 나타났다. 그 상태로 다섯 손가락을 움켜쥐어 주먹을 쥐더니 섭채주의 흑백 태극문양과 작은 곰 요괴의 검기 귀수를 내리쳤다.

    콰르릉! 쾅!

    연이어 굉음이 울렸다.

    눈부신 검푸른 빛이 폭발하며 둥그런 파문이 돌풍처럼 휘몰아쳤다.

    흑백 태극 문양, 비단 띠 천막, 금빛 검기, 창백한 귀수 가릴 것 없이 검푸른 파문에 휩쓸려 잇달아 무너졌다.

    섭채주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고, 입에서는 약간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작은 곰 요괴는 몸이 크게 흔들리면서 뒤로 물러났고,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류청은 온몸에서 검은 빛을 크게 내뿜으면서 갑자기 돌진해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 순간, 섭채주 앞에 검은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류청이 광풍을 몰고 불쑥 나타났다. 그리고 크게 불어난 손의 다섯 손가락을 마치 쇠갈고리처럼 말더니 섭채주의 손목에 있는 저물법기를 매섭게 잡아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작은 곰 요괴는 그제야 이 여인이 섭채주가 가진 버드나무 가지를 노리고 있음을 퍼뜩 깨달았다.

    “요녀야, 네가 감히!”

    작은 곰 요괴는 노여운 목소리로 울부짖으면서 온몸에 검은 요기를 뿜어내며 억지로 몸을 가누고는 장창에 검은 빛을 폭발시켜 허공을 내리쳤다.

    쉬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10여 장 길이의 초승달 같은 새카만 빛이 느닷없이 튀어나와 류청의 등을 향해 날아들었다.

    한 줄기 푸른빛이 뒤쪽의 자욱한 연기와 불길 사이로 번개처럼 날아와 순식간에 수십 장을 가로지르더니, 초승달 같은 검은 빛보다 한 발 앞서 나타났다.

    쨍!

    커다란 소리가 울리면서 초승달 같은 검은 빛이 튕겨나갔고, 푸른빛이 본체를 드러냈다. 바로 위청의 청련검이었다.

    작은 곰 요괴는 두 눈에 벌겋게 핏발이 섰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그는 류청이 목적을 달성하는 장면을 두 눈 빤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섭채주 앞의 땅바닥에 노란 빛이 스치면서 누군가가 땅속에서 솟아나오더니, 사발만 한 굵기의 노란색 곤봉이 앞을 내리쳤다.

    쾅!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울렸다.

    노란 빛과 검은 기운이 뒤엉키면서 회오리가 하늘로 치솟고 거센 폭풍이 사방팔방으로 휘몰아쳤다.

    폭발의 중심에서는 두 사람이 반대 방향으로 10여 장씩 튕겨나가더니, 몇 번 비틀거리다가 몸을 가누고 섰다.

    한 사람은 류청으로, 그녀의 오른손은 모든 손톱이 부서져 피가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처에도 아랑곳 않고 맞은편의 누군가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심협이었다.

    두 손으로 현황일기곤을 든 심협 또한 낯빛이 살짝 질려 있었지만, 류청보다는 상태가 훨씬 좋아 보였다.

    한편, 작은 곰 요괴는 이 모습에 크게 기뻐하며 두 다리에 푸른빛을 반짝여 두 개의 연꽃 허상을 만든 뒤, 순식간에 섭채주 뒤에 나타나 그녀를 부축했다.

    섭채주는 작은 곰 요괴를 향해 감사를 표하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심협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때, 뒤쪽 불길 속에서 그림자가 하나 튀어나왔다. 위청이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훑어보고는 살기를 번득였고, 류청 곁에 내려서서는 심협을 빤히 노려보았다.

    “그대는 어찌 이리 빨리 나온 것인가?”

    “둔지부.”

    심협은 귀찮다는 듯 짧게 답했다.

    “둔지부! 내 너무 허술했군. 그대 수중에 그런 보기 드문 부적이 있었을 줄이야. 하긴, 귀하는 부적을 만드는 데에 정통하지.”

    위청이 아닌 류청이 그리 말했으나, 심협은 전혀 의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귀하 역시 수완이 대단하오. 모든 계획은 당신이 세운 것일 터. 위청을 먼저 들여보내 주목을 끌고 그 틈에 버드나무 가지를 취하는 성동격서의 수는 절묘했소. 한데 귀하는 대체 누구요? 몸에는 왜 마기를 띤 것이오?”

    심협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류청은 심협의 질문이 무척 우스운 농담이라도 되는 것처럼 갑자기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하얀 빛이 날아와 그녀의 손에 내려앉았다. 그 자그마한 하얀 병이었다.

    “저 하얀 병은 관음조사님의 법보인 옥정병(玉淨甁)이다! 안에는 온 천하의 물이 담겨 있는 데다가 옥정병까지 정련되어 있지. 자금령이 지닌 화염의 힘의 천적이야!”

    작은 곰 요괴가 주의를 주자, 심협이 갑자기 낮은 소리로 외쳤다.

    “갑시다!”

    이어서 그가 입구로 내달리자 작은 곰 요괴도 즉시 섭채주를 데리고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가고 싶다고 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류청은 웃음을 뚝 그치더니 양손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통로 입구의 바닥에서 굵직한 푸른빛이 솟아나 빠르게 퍼져 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푸른 그물을 이루어 동굴 입구를 막았다.

    심협 등은 안색이 변하여 황급히 멈춰 섰다.

    뒤에서 휙휙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푸른 물의 그물이 날아와 세 사람을 덮쳤다.

    작은 곰 요괴와 섭채주는 다급한 표정으로 몸에서 보광을 반짝이며 법보를 꺼내 들었다.

    “법보는 소용없습니다! 이 물 그물들은 엄청난 봉인 효과가 있어서 어떤 법보든 그물에 닿으면 봉인되고 맙니다!”

    심협이 황급히 두 사람에게 주의를 주고는 법력을 운행하여 자금령의 힘을 불러일으키자 거대한 붉은 불꽃과 오색영연이 벌떼처럼 몰려나왔다.

    그가 양손을 수레바퀴처럼 결인하자 붉은 화염과 오색영연이 한데 뒤엉켜 한 차례 낮게 으르렁거리더니, 10여 마리의 기다란 화염룡이 되었다. 하나하나가 30여 장에 이르렀고, 뿔과 비늘, 발까지 온전히 갖추어 진짜 용 같았다.

    이 화염룡들은 응집되자마자 길게 울부짖으면서 푸른 물 그물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맞부딪쳤다.

    콰르릉!

    커다란 굉음에 이어 물 그물에서 푸른빛이 거세게 뿜어져 나왔고, 더없이 짙은 물기가 화염룡의 몸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꺼뜨리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 그물의 신통력이 통하지 않는 듯, 화염룡의 몸에서 불빛이 꺼져가기는 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렸다. 이 용들은 꼬리를 흔들며 그물을 떠받쳐 막아냈다.

    “뭐야!”

    류청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은 반면 심협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금령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거대한 연기와 화염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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