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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517화 (517/1,214)
  • 517화. 난을 일으키다.

    그때, 류청 곁에 누워 있던 위청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몸을 홱 비틀더니 검은 밧줄에서 벗어나 한 줄기 푸른 빛으로 변해 흑곰 요괴 쪽으로 날아갔다.

    “호법 선배님, 어서 저를 구해주십시오! 저는 관월진인의 제자 위청이온데, 이 요물들이 조음동의 보물을 훔치려고 저를 묶어놓고 문 여는 법을 말하라 겁박하는 중입니다!”

    위정이 내달리며 외치자 류청이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며 소매를 휘둘렀다.

    “흥! 어딜 도망가느냐?”

    자줏빛 비단 손수건 한 장이 그녀의 손에서 튀어나와 유성처럼 위청을 뒤덮었다.

    위청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날아가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곧 비단 손수건에 따라잡힐 듯했다.

    이를 본 흑곰 요괴가 흑영창으로 가리키자 칠흑 같은 두 줄기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한 줄기는 위청의 몸을 감아 곁으로 끌어당겼고, 다른 번개는 자색 손수건에 꽂혔다.

    펑!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자줏빛 손수건이 물러났고, 위청은 흑곰 요괴 곁으로 끌려와 맥없이 땅에 고꾸라졌다.

    이 연이은 변화는 번개처럼 재빨랐기에 풍식과 귀도가 미처 반응할 겨를도 없었다.

    “수산대신(守山大神), 감사합니다.”

    위청은 가까스로 일어나 앉아 감사를 표했다.

    “어서 상처를 치료해라. 내 너를 한 번은 구해줄 수 있지만, 두 번은 장담할 수 없다.”

    흑곰 요괴는 요족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위청은 짧게 대꾸하고는 단약 한 알을 꺼내 먹었다.

    ‘그런 거였군!’

    심협은 무언가를 깨닫고 손을 뒤집어 현황일기곤을 꺼낸 뒤 팔뚝에서 푸른 빛을 세차게 뿜어내며 현황일기곤을 바깥으로 휙 던졌다.

    그 무렵, 하얀 안개 바깥에서는 풍식과 귀도가 노여운 얼굴로 흑곰 요괴를 향해 달려들었다. 풍식의 손에서는 푸른 빛이 번쩍이며 두 자루의 푸른 곡도가 잔상을 그리며 흑곰 요괴를 향해 날아들었다.

    귀도는 법보를 꺼내지 않고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푸른 물 덩어리가 튀어나와 순식간에 바람을 안고 집채만 하게 불어나더니, 운석처럼 흑곰 요괴를 향해 날아갔다.

    물 덩어리 위로 푸른 빛이 엇갈리면서 묵직한 우렛소리 같은 굉음을 울렸고, 무시무시한 위세를 떨쳤다.

    흑곰 요괴는 이 공격을 감히 얕보지 못하고, 손에 든 흑영창에서 검은 번개를 세차게 내뿜었다. 번개는 눈 깜짝할 사이 두 자루 검은 뇌창(雷槍)으로 변해 각각 두 요괴의 공격을 맞았다.

    그때였다. 한쪽에 맥없이 앉아 있던 위청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눈부시게 번득이는 두 자루 단도를 흑곰 요괴의 등 한복판을 향해 내던졌다.

    흑곰 요괴는 풍식과 귀도에게 정신을 집중한 터라 이 기습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단도들에 찔리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하얀 안개 사이로 검노랑 빛이 한 줄기 쏜살같이 날아가 이 단도들을 튕겨냈다. 검노랑 빛도 튕겨나갔는데, 자세히 보니 기다란 곤봉이었다.

    위청은 깜짝 놀랐지만 감히 공격을 이어가지는 못하고 풍식과 귀도 쪽으로 재빨리 합류했다.

    꽈르릉! 콰쾅!

    검은 뇌창이 푸른 곡도와 푸른 물덩이에 꽂히면서 천둥 같은 굉음이 울렸다. 허공이 요동치면서 강렬한 파동이 사방으로 튀었다가 또다시 순식간에 새하얀 돌풍을 일으키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뒤로 재빨리 물러난 흑곰 요괴의 안색은 더없이 안 좋았다. 그가 손을 뒤집어 휘두르자 금빛 방패가 나타나 노을 같은 빛이 되어 온몸을 보호했다.

    “갑시다!”

    심협은 짧게 내뱉고는 즉시 튀어나갔다.

    섭채주가 곧장 뒤를 따랐고, 백소천도 잠시 주저하더니 곧 따라붙었다.

    “네놈들이었구나!”

    풍식 곁에 선 위청은 심협 일행을 발견하자 놀라는 한편 분노가 치솟았다. 심혈을 기울인 계략이 저들 때문에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반면 류청은 심협을 보자 눈이 기이하게 번득였다.

    “너희들이었구나. 방금 전은 고마웠다. 보타산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이 요물들은 어찌 자죽림에 올 수 있었던 게야?”

    흑곰 요괴는 심협 일행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물었다.

    “호법 선배님, 오늘은 보타산 선행대회가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어찌 흑룡담의 요족 무리가 위청과 결탁하여 보타산으로 쳐들어오리라고 예상했겠습니까!”

    섭채주는 흑곰 요괴가 보타산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상황을 빠르게 설명했다.

    “선배님, 지금 많은 요물이 보타산에 쳐들어왔습니다. 저의 스승이신 청련선자님과 여러 장로님들 모두 위청의 간계에 중상을 입으셨습니다. 선배님께서 반드시 나서주셔야 합니다.”

    그녀는 말을 맺고 몸을 숙이며 간절히 청했다.

    흑곰 요괴는 위청을 홱 돌아보며 칼날 같은 기운을 쏘아 보냈다.

    위청은 피부가 따끔거렸고, 다소 두려운 기색이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흥! 이런 좀도둑질 같은 천박한 수단은 쓰지 말자고 진작 말하지 않았는가!”

    줄곧 말이 없던 귀도는 이런 기습 작전이 못마땅했던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귀 도우,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의 목적은 조음동 안의 보물이니 목표만 달성한다면 어떤 방법이든 괜찮소이다.”

    풍식이 무거운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귀도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풍 선배님, 기습 계획이 실패했으니 이제 어찌합니까?’

    위청이 전음으로 물었다.

    ‘어쩔 수 없지. 강공을 펼칠 수밖에……. 두려운 것은 흑곰 요괴뿐이니 나와 귀 도우가 그를 상대하겠다. 원구(元丘) 자네가 세 출규기 폐물을 맡게. 위청 너는 류 도우와 속히 조음동의 금제를 풀도록.’

    풍식이 생각을 정리한 듯 전음으로 명하자 요괴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각자 맡은 임무대로 움직였다.

    위청은 류청과 조음동의 돌문을 향해 달려갔고, 풍식과 귀도, 초췌한 노인은 심협 등을 향해 날아왔다.

    흑곰 요괴의 눈이 번쩍이더니 흑영창에서 커다란 번개가 뿜어져 나와 허공을 갈랐다.

    10여 줄기의 검고 굵은 번개들이 튀어나와 크게 회전하며 길이가 10여 장에 이르는 검은 구렁이로 변해 풍식과 귀도를 향해 날아갔다.

    이 검은 구렁이들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서 번쩍했을 뿐인데 풍식과 귀도에게 도달해 있었다.

    꽈르릉!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온통 칠흑 같은 뇌해(雷海)가 펼쳐지면서 희미하게 천둥번개의 법진을 이루었다. 수없이 많은 시커먼 번개들이 그 속에서 거침없이 날뛰며 풍식과 귀도를 가두었다.

    흑곰 요괴는 풍식과 귀도가 갇힌 틈에 하얀 영기(令旗)를 하나 꺼내더니 손을 뒤집어 섭채주에게 던졌다.

    ‘이것은 양의기(兩儀旗)다. 이곳의 양의미진환진을 움직일 수 있으니, 너 스스로를 잘 보호하거라.’

    흑곰 요괴의 목소리가 섭채주의 귓속에 울려 퍼졌다.

    섭채주는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흑곰 요괴는 이미 한 줄기 검은 빛으로 변하여 검은 뇌해 속으로 날아든 뒤였다.

    우르릉! 콰쾅! 쾅!

    커다란 충돌음이 울렸다.

    초췌한 노인은 검은 뇌해를 빙 돌아서 심협 일행 세 사람을 향해 날아왔다. 그 역시 대승기 경지로, 겉으로는 굼떠 보였지만 엄청나게 빨라 눈 깜짝할 새에 세 사람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다. 그리고 채 도착하기도 전에 손을 들어 휘둘렀다.

    검은 안개가 그의 소매 사이로 뿜어져 나와 온 천지를 뒤덮으며 심협 일행을 감쌌다.

    그 순간, 심협의 눈에 푸른 빛이 연달아 번쩍이면서 그 검은 안개가 무수한 검고 작은 벌레들로 이루어진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섭채주의 몸에서 몰아냈던 고충과 몹시 흡사했다.

    “이 검은 안개는 고충이니 절대로 몸에 닿지 않게 하시오!”

    그는 몸을 날려 뒤로 물러서면서 손을 뒤집어 오화선을 꺼내 부채질을 하려 했다. 그가 파악하기로는 이 고충들은 불을 두려워할 터였다.

    한데 그가 나서기 전에 주위의 하얀 연기가 갑자기 끓어오르는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무수히 많은 새로운 하얀 안개가 허공에서 솟아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심협은 문득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주변의 모든 것도 하얗게 변하여 2, 3척 정도 거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곁에 있는 섭채주와 백소천조차도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도 하얀 안개에 차단되고 말았다.

    “누이! 백형!”

    그는 뒤로 물러나면서 다급히 외쳤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어찌 된 일이지?”

    심협은 유명귀안을 운공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안개에 담긴 금제의 힘은 열 배 이상 강력해진 상태라 좀 전에는 일부 흔적들이나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환진의 자취조차 포착할 수가 없었다.

    그는 가슴이 철렁해 재빨리 커다란 자줏빛 구슬과 순양검배를 꺼내 몸 주위를 감싸고 일단 자신을 보호했다. 뒤이어 기억 속 섭채주와 백소천이 있던 방향으로 날아갔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론가 날아간 것인지 아니면 뭔가 뜻밖의 사고가 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심협은 초조했지만, 주위에는 강력한 요물이 몇이나 되었기에 감히 경거망동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자줏빛 구슬과 순양검배를 거둬들이고는 둔지부를 한 장 꺼내 몸에 붙인 뒤, 법력을 움직여 부적의 효력을 불러일으켰다.

    둔지부 위에서 노란 빛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온몸이 그대로 땅속으로 들어갔고, 그 상태로 한쪽으로 나아갔다.

    양의미진환진의 위력은 어찌나 강력한지, 비록 땅속에 하얀 안개는 없었지만 신식은 여전히 뻗어나가지 못했다. 심협은 어쩔 수 없이 지표면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유명귀안을 운공하여 지상의 상황을 엿볼 수밖에 없었다.

    더 앞으로 나아가자 흐릿하고 검은 두 발이 심협의 시야에 잡혔다.

    이 두 발은 흐릿하긴 했지만, 그는 그것이 마른 노인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심협은 서늘한 눈빛으로 현천공화결을 운공하며 화염이 흩날리듯 양손을 빠르게 결인했다.

    그의 소매에서 두 줄기의 붉은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바로 홍련업화였다.

    홍련업화가 빠르게 지면으로 뚫고 들어가 노인의 두 다리를 파고들 때, 심협은 재빨리 옆으로 옮겨갔다.

    “윽!”

    깡마른 노인은 갑자기 두 발이 욱신거렸다. 사나운 독사처럼, 작열하는 두 갈래 불길이 발바닥에서부터 파고들어 위로 치솟았다.

    화염이 지나간 곳마다 두 다리가 빠르게 무감각해졌다.

    노인은 깜짝 놀라 대승기의 두터운 법력을 모조리 두 발로 주입하여 홍련업화가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았고, 동시에 오른손에 있던 반지에서 짙은 노란 빛이 뿜어져 나와 허공에 빛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빛고리 안에는 산세가 험준하고 기암괴석들이 우뚝 선 산봉우리 허상이 스치듯 나타났는데, 번쩍하고 땅속으로 사라져 봉우리의 절반만 드러났다.

    “더 빠르게!”

    깡마른 노인이 낮게 으르렁거리자 산봉우리 허상에 노란 빛이 연이어 번쩍이며 열 배 이상 빠르게 커지더니, 땅속으로 휙 가라앉았다.

    반경 몇 리의 땅이 심하게 흔들리며 우르릉거렸고, 산봉우리 허상을 따라 갑자기 3척 아래로 풀썩 내려앉았다.

    노인의 반지 이름은 오악신계(五嶽神戒)로, 산악의 허상을 소환하여 무토(戊土)의 기운을 조종할 수 있어 땅속의 적을 상대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일격을 가한 노인은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몸을 날려 뒤로 수백 장을 날아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밝아지며 쉬지 않고 변했다.

    뒤이어 그는 왼손을 들어 올리더니 자기 가슴팍을 철썩 내리쳤다.

    그러자 그의 심장 부위에서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무수히 많은 붉은 고충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금세 두 발까지 이르렀다. 그리고는 그 안에 담긴 화염을 집어삼키려는 듯 그 기이한 불길들을 향해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 붉은 고충들은 불길에 닿자마자 괴로운 듯 몸을 뒤틀며 죽어갔다.

    노인은 순간 이마가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로 다른 신통력을 쓰려 했다.

    그때였다.

    쐐액!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리더니 우측 하얀 안개에서부터 수많은 푸른 수인(水刃)들이 엄청난 기세로 날아들었다.

    노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미 하늘로 날아올라 환진을 벗어났건만, 적은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포착해낸 것인가!

    허나 그는 깊이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몸을 훌쩍 날려 옆으로 비켜나는 동시에 한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황토색 솥뚜껑 모양 법보가 손에서 날아가 순식간에 폭 3장의 거대한 방패처럼 변하더니 앞을 가로막았다.

    퍼펑! 펑!

    순간 거대한 푸른 빛이 솥뚜껑 모양 법보에서 피어오르며 연이어 폭발음이 울렸다.

    이 푸른 수인들의 위력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고, 노인은 법력 대부분을 두 다리의 기이한 불길을 억누르는 데 쓰고 있었기에 뒤로 거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솥뚜껑 법보가 끊임없이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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