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479화 (479/1,214)
  • 479화. 삼매진화(三昧眞火)

    “금오변(金烏變)!”

    불구름 속에서 화삼의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그러자 불구름 전체가 즉시 용솟음치면서 수십 장 크기의 삼족금오(三足金烏)로 변해 허공에 떠올랐다. 이어서 두 날개와 세 개의 발에서는 이글거리는 황금빛 불길이 타올라 무시무시한 열기를 쏟아냈다.

    삼족금오는 응집되어 형체를 갖추자마자 날갯짓해 날아가 불타오르는 부리로 동굴 천장을 매섭게 쪼면서 그 안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화산 같은 폭발력이 동굴 벽으로 흘러들어가더니 세차게 터져 나오면서 가뜩이나 상처투성이였던 동굴 천장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한편, 연기실에서는 흑의의 노인이 난데없이 땅에서 솟아난 거대한 금빛 곤봉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히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와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한 일곱 사람과 연기로를 떠받쳤다.

    그 무렵, 멀리 또 다른 석실에서 분풀이를 하던 홍해아도 연기실의 기척을 느끼고는 허겁지겁 날아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미처 연기실로 되돌아가기도 전에 발아래 지면에 굵고 커다란 균열들이 생겨나더니, 눈부신 붉은 빛이 균열들 사이로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무너지면서 모든 사물이 떨어져 내렸다.

    홍해아는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아래로 떨어졌지만, 몸에서 붉은 빛이 번쩍이더니 그는 이내 몸을 가누었다.

    붕괴된 바닥이 크고 작은 무수한 돌덩이로 변하여 용암동굴로 떨어지면서 용암호수에 사나운 물결이 일었다. 붉은 바위 광장도 떨어져 내린 바위들에 파묻혔지만, 홍해아와 흑의의 노인은 광장에 널브러진 요괴 병사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누가 한 짓이냐?”

    홍해아는 격분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용암동굴에는 화매족이 변하여 만들어진 거대한 금오만 있을 뿐, 심협과 천병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동굴 벽을 뚫은 진해빈철곤도 자취를 감춘 뒤였다.

    홍해아는 거대한 금오를 홱 돌아보더니 붉은 잔상으로 변하여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한데 바로 그때, 그의 아래쪽에 있던 거대한 돌무더기 사이에서 갑자기 기다란 금빛이 한 줄기 쏘아져 나와 재빠르게 홍해아의 몸을 휘감으려 했다. 바로 황금승이었다.

    홍해아는 격노한 상태임에도 수련 경지가 높고 심오한 자답게 순식간에 대응했다. 그의 손에 들린 화첨창 끝이 맹렬히 회전하면서 공기를 찢고 뒤틀린 곡선을 그리면서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황금승에 꽂혔다.

    그러나 황금승은 순식간에 돌돌 말리더니 단숨에 화첨창을 휘감고 창의 몸을 타고 빠르게 날아가 홍해아의 몸을 단번에 휘감았다.

    멀지 않은 곳의 커다란 돌무더기 위 허공이 일렁이더니, 심협이 나타나 번개처럼 달려들면서 손에 금빛을 반짝여 홍해아를 천책 안에 가두려고 했다. 천책 공간은 그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서 그 속에 거둬들이기만 한다면 그는 태을 진선도 완전히 가둘 자신이 있었다.

    한데 그때, 갑자기 홍해아의 손목과 발목 그리고 목덜미에 있던 다섯 개의 금고리가 휙 튀어나와 각각 거대한 금빛 고리로 변하더니 그의 몸을 뒤덮었다.

    거대한 고리 위에는 불가의 진언들이 나타나 금빛으로 번득였고, 층층이 불력(佛力)이 미친 듯 쏟아져 나왔다. 이 다섯 개의 금빛 고리 때문에 황금승은 홍해아의 법력을 옭아매지 못했다.

    심협은 깜짝 놀랐지만,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를 발견한 홍해아 역시 깜짝 놀라더니 느닷없이 주먹으로 자기 코를 두 대 갈겼다. 그러더니 갑자기 심협을 향해 무언가를 내뱉었다.

    그 순간, 유리처럼 거의 투명에 가까운 화염 한 줄기가 뿜어져 나와 심협을 향해 휘몰아쳤다.

    투명한 화염에서는 뜨거운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심협은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우뚝 멈추고는 천책의 흡수력을 발휘하여 이 화염을 거둬들이려 했다.

    하지만 이 투명 화염이 살짝 요동치자 지극히 순수한 화염의 힘이 솟구쳐 나와 놀랍게도 천책의 흡수력을 그대로 집어삼켜 태워 버리고는 날아들었다.

    심협은 안색이 변해 두 발에 달빛을 환하게 내뿜으며 재빨리 거꾸로 날아 돌아와 휘몰아치는 투명한 화염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이를 본 홍해아는 차갑게 웃더니 손을 결인해 끌어당겼다. 그러자 투명한 화염이 거꾸로 되감겨 돌아와 황금승을 휘감았다.

    황금승은 마치 화상을 입어 고통스러운 것처럼 위의 금빛을 미친 듯이 번득였고, 타는 듯한 치지직 소리를 내면서 쉬지 않고 몸을 뒤틀었다.

    ‘대체 어떤 화염이기에 황금승에 화상을 입힐 수 있단 말인가!’

    심협은 재빨리 손짓하여 황금승을 거둬들이고는 10여 장을 물러섰다.

    두 사람의 교전은 번개처럼 빨라서 눈 깜짝할 새에 서로 갈라섰고, 멀리 있던 거대한 금오와 흑의의 노인 등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각자의 편을 향해 날아왔다.

    ‘대선! 조심하십시오! 저 투명한 화염이 바로 성영대왕의 삼매진화입니다. 태우지 못할 것이 없어 실로 무시무시하지요.’

    화삼의 전음에 심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시 투명한 화염을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경이로운 기색이 내비쳤다.

    한편, 흑의의 노인도 중독된 사람들을 용암동굴 한쪽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고 홍해야 곁으로 날아왔다.

    “성영 도우, 괜찮으시오?”

    노인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소. 좀 놀랐을 뿐이오. 저자가 이 모든 사달을 일으킨 수괴인 듯하오! 학 도우, 함께 저자를 죽여 버립시다!”

    홍해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심협을 빤히 노려보았다.

    “좋소!”

    흑의의 노인은 노련하고도 진중한 사람이라 우선 심협의 정체를 알아보고 싶었으나, 괜한 짓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자신들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 않는가.

    노인은 손을 뒤집어 목에 건 검은 해골 꿰미를 풀더니 심협을 향해 내던졌다.

    우우웅!

    검은 해골 꿰미가 순식간에 열 배는 커지더니 그 위의 81개 해골에 검은 빛이 휘감겼고, 주위 허공에서는 마귀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해골마다 위에 향파(*香疤: 중국 불교에서 승려가 출가할 때 머리에 향불로 자국을 남기는 것)가 있어 마치 불타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해골처럼 둥근 불광을 발했다. 그러나 이 불광들은 마광(魔光)에 검게 물들어 있었고, 위력도 강했다.

    불광 하나하나가 태산처럼 무겁고 묵직해 81줄기 불광이 하나로 포개지니 용암동굴 전체가 쉬지 않고 흔들렸다.

    홍해아 역시 즉시 창을 치켜세우고 공격했다. 창끝이 거대한 붉은 화염을 내뿜었고, 불길이 짙은 연기를 휘감은 채 천지를 뒤덮으며 달려들었다.

    “쉽게 가나 했더니, 아무래도 힘을 좀 써야겠군.”

    심협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혀를 차더니 손을 휘둘렀다.

    그의 몸에서 금빛과 은빛이 반짝이며 앞에 10여 명의 은갑천병과 두 명의 금갑천장이 불쑥 나타났다. 이 금갑천장들은 바로 뇌부천장과 거령신이었다.

    이를 본 흑의의 노인과 홍해아는 낯빛이 크게 변했다.

    “너희는 가서 홍해아를 붙잡아두어라. 삼매진화를 조심하고.”

    심협의 명에 뇌부천장과 거령신은 두 줄기 금빛이 되어 홍해아에게로 날아갔고, 은갑천병들이 그 뒤를 바짝 좇았다.

    천둥번개로 둔갑한 뇌부천장이 눈 깜짝할 사이 홍해아의 머리 위로 날아가 장곤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10여 줄기의 굵직한 벼락이 내려쳐 단번에 홍해아 앞에 있는 화염을 찢어발기고 그의 몸에 내리꽂혔다.

    “헛!”

    홍해아는 화들짝 놀라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주위의 금고리 다섯 개가 즉시 강렬한 금빛을 내뿜으며 금색 빛 덮개를 이루었다. 이 금고리들은 쩔그렁 하고 굉음을 울리면서 거세게 흔들렸지만, 결국 벼락 공격을 견뎌냈다.

    홍해아의 눈에 분노와 사악한 기운이 번득였다. 이어서 화첨창이 마치 한 마리 독사처럼 순식간에 뇌부천장의 코앞까지 날아들었다.

    뇌부천장은 뇌법에 상당한 경지를 이루었지만, 무예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수련 경지 또한 더욱이 홍해아보다 한참 뒤떨어졌으니, 손에 든 금빛 장곤으로 화첨창을 막아보려 해도 이미 한 발 늦은 터였다.

    그때, 휘익 하고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려오더니 옆에서 거대한 푸른 도끼가 날아와 화첨창을 쳐냈다.

    깡!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에 이어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거령신이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화첨창을 튕겨낸 거령신은 빙그르르 회전했고, 그의 손에서는 거대한 도끼가 푸른 그림자로 변하여 홍해아의 목을 향해 파고들었다.

    땅!

    굉음이 울려 퍼졌다.

    홍해아는 창을 가로로 눕혀 이 일격을 받아냈지만, 나이가 어리고 힘이 약해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그 틈을 타 천병들이 날아들어 홍해아에게 온갖 공격을 빗발처럼 퍼부었다. 화매족이 만들어낸 거대한 금오도 날개 치며 달려들어 부리로 쪼고 발톱으로 할퀴며 맹공격을 가했다.

    홍해아는 비록 앞뒤로 적을 맞았지만, 경지가 높고 무예 또한 정묘했다. 그의 화첨창은 신출귀몰했고, 다섯 금빛 고리가 춤추듯 날며 몸 주위를 맴돌아 방어한 덕에 혼자서 여럿을 대적함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한편, 심협은 홍해아를 내버려둔 채 흑의의 노인을 향해 돌진하면서 손을 뒤집어 노란색 비단 손수건을 꺼냈다.

    촤라락!

    비단 손수건이 넓게 펼쳐지더니 바람을 안고 백배나 커져서 검은 해골 꿰미 앞을 가로막았다.

    심협이 일견 평범해 보이는 손수건 법보로 해골 꿰미를 가로막자 흑의의 노인은 도리어 기뻐했다. 그의 불골염주(佛骨念珠)는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사실 마족이 참살한 서천 불타의 시신에서 얻은 정수를 정제하여 천마대법(天魔大法)으로 불타들의 불광을 마광으로 바꾼 것이었다.

    부처와 마귀는 생각 한 끗 차이라던가! 불문의 고승이 일단 마에 빠지게 되면 천하에 극악무도한 악마가 되었다. 이렇게 변화한 마광은 실로 대단한 공격력을 지니게 될 뿐만 아니라, 법력에 충돌하면 상대의 신혼에 마광을 침투시켜 작게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어지럽히고, 크게는 상대의 신혼을 곧바로 조종하여, 걸어 다니는 시체로 변하게 만든다.

    이 마보(魔寶)를 얻은 뒤, 흑의의 노인은 같은 경지의 수사들 중 거의 적수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 경지가 낮은 사람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흑의의 노인은 장포 속에서 손바닥을 뒤집어 나뭇가지 모양의 검은 가시 법보를 꺼냈다. 이 나뭇가지의 윗면은 여섯 갈래로 갈라져 있었고, 끄트머리는 더없이 날카로웠으며, 반짝반짝 새카만 빛을 발하는 것이 보기만 해도 살갗이 다 얼얼할 정도였다. 심지어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까지 풍기는 것으로 보아 지극히 악랄한 또 하나의 마기(魔器)임이 틀림없었다. 노인은 심협의 신혼이 마광에 침식당한 때를 노려 일격에 죽일 작정이었다.

    불골염주는 노란 비단 손수건과 맞부딪치며 잇단 굉음을 발했다.

    그러나 비단 손수건은 그저 살짝 떨렸을 뿐, 불골염주의 새카만 마광은 이 손수건을 조금도 뚫지 못했다.

    “뭐야! 이럴 리가 없는데!”

    흑의의 노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악했다.

    심협은 그 틈에 노인의 앞까지 날아가서는 손을 뒤집어 진해빈철곤을 꺼내더니 발천난봉을 시전했다.

    곤봉이 허리춤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노인은 손에 든 검은 가시 법보를 한 줄기 검은 빛으로 변화시켜 막아내는 한편, 다른 손으로는 허리춤의 저물대를 더듬어 다른 법보를 꺼내려 했다.

    심협이 진해빈철곤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자 곤봉의 금빛이 미친 듯이 불어나면서 금빛 문양이 떠올랐다. 주위 허공이 돌연 내려앉으며 천지영기가 깔때기처럼 진해빈철곤으로 몰려들면서 천지를 파괴할 듯 무시무시한 기운이 폭발했다.

    그가 진선 중기로 접어들면서 차츰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진해빈철곤이 펼쳐지면서 검은 가시 법보를 거세게 두들겼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검은 가시 법보가 무수한 반딧불이 같은 빛들로 변해 터져 나갔다.

    반면 진해빈철곤은 속도가 줄기는커녕 도리어 더욱 빨라져, 눈 깜짝할 새 흑의의 노인의 허리를 후려쳤다.

    “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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