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444화 (444/1,214)
  • 444화. 마혼(魔魂)의 환생

    한편, 하늘에서는 다시 우렛소리가 울리며 금빛 화염이 불타오르는 커다란 금강저가 멀리서 한 줄기 금빛이 되어 검은 마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백소천이 먼 곳에서 또다시 공격을 가한 것이다.

    “너희 두 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검은 마수가 마침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입을 다시 벌려 끈적한 검붉은 빛을 내뿜어 첨과의 몸에 녹아들게 했다.

    첨과는 몸을 파르르 떨더니 망연하던 표정이 순간 사라지고 눈동자에 원한의 빛이 다시 나타났다. 또한 그의 온몸에는 검은 불길이 타오르는 것처럼 검은 빛이 갑자기 세차게 뿜어져 나왔고, 머리 양옆에 검은 빛이 일렁이더니 흉악하게 생긴 머리 두 개가 자라났다. 이어 어깨 근육이 꿈틀거리더니 무릎까지 오는 기다란 팔 네 개가 뻗어 나왔다. 놀랍게도 머리가 셋에 팔이 여섯 달린 괴물이 된 것이다.

    첨과가 발산하는 기운은 다시 폭증하여 곧장 대승기를 돌파하고 진선기에 이르렀다. 이어서 그의 몸은 땅에서 천천히 떠올랐는데, 더는 땅에서 솟구치는 검붉은 광선을 흡수하지 않았다.

    그의 두 눈에서 거센 핏빛이 뿜어져 나왔고, 얼굴에도 이전의 사나운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이미 이성이라는 것이 남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여섯 개의 팔을 밖으로 벌렸다.

    콰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첨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빛이 다시 미친 듯이 불어나 검은 폭풍이 되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과 마화된 사람들까지 전부 진동에 날아가며 대전(大戰)이 잠시 멈추었다.

    사람들은 첨과의 무시무시한 경지에 두려움을 느꼈다.

    한편, 심협도 검은 빛의 영향을 받았지만, 다행히 그는 땅에 꽂은 현황일기곤을 단단히 붙잡고 있던 터라 버텨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도 첨과의 기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서 저놈들을 죽여라! 특히 저 어린 중놈! 천정의 신들이 이곳 상황을 감지할 수 없도록 내가 법술로 천기(天機)를 어지럽혔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방금 법술을 시전하면서 소모가 극심했는지 훨씬 작아진 검은 마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첨과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다음 순간 선아 앞에 느닷없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커다란 손에 3척 높이까지 치솟는 시커먼 불길을 내뿜으며 선아의 머리를 홱 잡아채려 했다.

    선아는 이런 상황에 개의치 않는 듯 여전히 눈을 감고 염불을 외웠다. 하지만 그의 주위에 떠오른 금선법상은 금빛 손바닥을 들어 첨과의 마수(魔手)를 막아섰다.

    퍼펑!

    커다란 소리가 울리면서 금색과 검은색의 두 가지 빛이 주변을 휩쓸면서 맹렬한 폭풍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심협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곤봉과 함께 나가떨어졌다. 이에 봉인의 부서진 곳을 뒤덮었던 노란 빛이 곧바로 흩어지며 거센 마기가 다시 와르르 몰려왔다.

    첨과 또한 충돌의 충격에 뒤로 밀려났다.

    금선법상의 금빛도 미미하게 일렁였지만, 큰 지장은 없는 것처럼 이내 회복됐다.

    첨과는 노여운 기색을 드러내며 다시 날아올라 여섯 마수(魔手)에 혈광을 번득이며 매의 발톱처럼 자라난 시뻘건 손톱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금선법상이 양손을 합장하자 몸 앞에 금빛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만(卍)자 부적 문양이 어디선가 나타났고, 강한 불력이 부적 문양에서 폭발했다.

    콰쾅!

    굉음과 함께 첨과의 여섯 마수가 금선법상에 채 닿기도 전에 이 부적 문양에 튕겨나갔다.

    첨과는 더욱 격노하여 연거푸 공격을 가했지만, 금선법상은 거듭 그를 격퇴시켰다.

    이를 본 심협은 한시름 놓으며 선아 쪽은 걱정할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눈을 돌려보니 한쪽에서는 또다시 한바탕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고, 백소천은 이미 돌아와서 서역의 승려들과 함께 마화된 사람들을 막고 있었다.

    심협은 자신도 가서 도와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법상의 위력이 보통이 아니니 우선 다른 놈들부터 죽여라!”

    검은 마수가 시뻘건 눈으로 심협을 바라보고 있었다.

    봉인의 부서진 곳을 막고 있던 현황일기곤의 노란 빛이 흩어지면서 마기가 다시 뭉게뭉게 넘쳐흘러 검은 마수의 몸속으로 흘러들었고, 이에 마기를 보충받은 마수는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심협은 흠칫 놀라 재빨리 물러섰다.

    그때, 첨과가 심협을 돌아보았고, 검은 빛은 번쩍하며 사라졌다.

    심협은 온몸이 차갑고 깊은 못에 빠진 것처럼 시려왔고, 갑자기 미간이 욱신거리면서 머릿속에는 머리통이 날카로운 힘에 꿰뚫려 하얀 뇌수가 사방으로 튀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두려운 마음에 온힘을 다해 뒤로 날아 물러나는 동시에 법력을 주저 없이 옥침에 집어넣어 꿈속의 법력을 소환했다.

    이미 소환하는 요령을 터득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생명의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인지, 꿈속 법력을 소환하는 과정이 불가사의한 속도로 완성되었다.

    심협의 몸 앞에 금빛이 번쩍이며 천책 허상이 떠올라 눈 깜짝할 새에 실체로 변하더니, 거대한 빛기둥이 솟구쳐 나와 하늘로 돌진했다.

    더없이 거대한 힘이 천책을 중심으로 하여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심협과 10장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첨과가 불쑥 나타나 한 손을 들어 올렸고, 그 손끝에서 날카로운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와 심협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천책에서 힘이 터져 나오자 첨과는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물러났고, 손의 검은 빛도 따라서 흩어져버렸다.

    바로 그때, 갑자기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뱀 같은 은빛 번개가 이리저리 마구 내달리면서, 마치 천뢰(天雷)가 곧 세상에 강림할 징조처럼 천지의 위압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내려왔다.

    “이것은……?”

    검은 마수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또 심협과 그의 손에 들린 천책을 번갈아 보더니 눈동자의 핏빛이 파르르 흔들렸다.

    그때, 하늘로 곧장 솟구친 빛기둥 깊은 곳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흐릿한 사람 형체가 빠르게 내려와 심협의 몸속으로 녹아들었다.

    심협의 몸 주위가 갑자기 온통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었고, 그가 뿜어내는 기운도 출규 초기에서 곧장 폭증하여 순식간에 진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빛기둥과 천책 허상은 한순간 사라졌고, 그의 주위에 감돌던 강력한 힘도 그대로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검은 마수는 심협의 몸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를 보고는 입을 쩍 벌려 자금색 빛 덩어리를 토해냈고, 이 빛 덩어리는 단숨에 첨과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머리 셋에 팔이 여섯 달린 첨과의 몸은 다시 크게 변하여 온몸에 여러 갈래의 자금색 마문(魔紋)이 떠오르면서 기운도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동시에 그의 여섯 손바닥이 허공을 그러쥐자 각 손에 자금색 빛이 나타나더니 추(錘)와 간(鐗), 부(斧) 등 여섯 가지 묵직한 무기가 되었다.

    다음 순간, 그가 크게 한 걸음 내딛자 몸이 흐릿해지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느닷없이 심협 앞에 나타나 무거운 여섯 가지 무기들을 세차게 내리쳤다.

    심협은 눈앞에 자금색 빛이 번뜩이며 거대한 힘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느꼈으나, 낯빛 하나 변하지 않았고, 두 발에 빛이 크게 번득이더니 휘영청 밝은 보름달 두 개가 생겨나더니 그는 아무런 기척도 없이 허공으로 녹아들며 사라졌다.

    꽈르릉!

    여섯 줄기의 굵은 자금색 빛이 방금 전까지 심협이 서 있던 곳을 내리쳤다. 요동치는 충격 속에 공간 자체가 무너져 내릴 듯 뒤틀렸다.

    그와 동시에 첨과의 뒤로 달빛이 스치면서 심협이 불쑥 나타나, 이전보다 백 배는 더 밝은 빛을 피워내는 현황일기곤을 휘둘렀다.

    첨과는 미처 돌아설 겨를도 없이 두 팔을 등 뒤로 휘두르면서 자금색 대추(大錘)와 자금색 장간(長鐗)을 교차하여 현황일기곤에 맞섰다.

    땅!

    이어 쇠붙이가 맞부딪치는 굉음이 울렸다.

    자금색 대추와 장간은 그대로 부딪쳐 휘어졌고, 동시에 거대한 기세의 광포한 힘이 맞은편에서 밀려와 첨과를 날려버렸다. 이에 첨과는 땅바닥에 거세게 처박히며 깊은 구덩이를 만들어냈다.

    첨과가 다시 뛰어올라 반격을 하려는데, 눈앞에 금빛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어느새 그림자처럼 쫓아온 심협이 현황일기곤을 휘두른 것이다.

    첨과는 여섯 병기를 가로로 휘둘러 현황일기곤을 가로막았다.

    심협이 현황일기곤을 움켜쥔 팔을 빙글 돌리자 곤봉의 몸체가 갑자기 기이하게 돌아가면서 여섯 마병(*魔兵: 마기가 깃든 병기)을 비껴 지나 첨과의 왼쪽 허리춤으로 향했다.

    현황일기곤은 무시무시한 바람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곳마다 허공에 새하얀 자국을 남겼다. 막아내지 못한다면 첨과의 몸이 제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분명 두 토막이 날 터였다.

    첨과의 왼쪽 가장 아래에 있는 팔뚝이 갑자기 새카맣게 빛나면서 팔 전체가 기이한 소리와 함께 불가사의한 각도로 홱 돌아가더니, 손에 쥔 마병으로 현황일기곤을 막아섰다.

    꽝!

    또 한 차례 굉음이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쐐액!

    심협의 몸에서 용각단추가 튀어나오더니, 금빛 그림자가 번쩍 허공을 가르며 내려왔다. 이때 무려 백여 장 크기의 부채꼴 모양 광인(光刃)이 불쑥 나타나 맹렬한 기운을 내뿜으며 첨과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그의 몸 왼쪽에 달린 팔 세 개를 베었다.

    핏줄기가 허공에 뿌려지며 첨과의 세 팔뚝은 그대로 잘려나갔다.

    심협이 팔을 돌리자 현황일기곤에 빛이 미친 듯이 불어나면서 금빛 곤영이 주위에 줄줄이 떠올랐다. 무려 서른두 줄기의 금빛 곤영이 마치 병사들이 진을 치듯 한데 모였다.

    진선기 경지의 힘에 현황일기곤이 어우러지니 마침내 현실에서도 발천난봉을 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천지를 압도하는 무서운 힘이 서른두 줄기 곤영에서 흘러나와 첨과의 몸을 감싸고 매섭게 옥죄었다.

    첨과의 남은 세 팔뚝도 터져나가면서 무수한 피와 살점, 뼛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뒤이어 그의 몸 곳곳에도 여러 갈래 균열이 나타나 곧 발천난봉의 힘에 산산이 갈려 부서질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멀리서 번쩍하고 다가와 발천난봉의 힘을 뚫고 첨과의 몸에 녹아들었다. 그러자 별안간 검은 빛 덮개가 첨과의 몸 주위에 나타나 발천난봉을 그대로 막아냈다!

    “쓸모없는 놈! 나의 환생이라는 자가 한낱 인간족을 못 이겨 이토록 많은 마원(*魔元: 마기의 정수)을 헛되이 낭비하게 하다니! 네가 이리도 무용하니 네 몸뚱이를 완전히 내게 넘겨라!”

    싸늘한 목소리가 첨과의 몸에서 들려왔고, 뒤이어 온몸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 같은 검은 빛이 솟구쳐 나와 이글이글 타오르면서 바깥을 향해 쏜살 같이 뛰쳐나왔다.

    심협은 동공이 확 졸아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현황일기곤은 벌써 앞으로 튀어나갔고, 서른두 줄기 곤영이 바짝 뒤쫓아 다시 첨과의 몸을 휘감고 이전보다 더 맹렬한 위세로 다시 한번 옥죄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사나운 기세의 곤경(棍勁)은 그의 몸을 두드리고도 미끄러져 지나가며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이어 첨과의 몸에서 검은 빛이 돌연 세차게 일어 속도도 몇 배나 빨라지더니, 단숨에 발천난봉이 뒤덮은 범위를 벗어나 백여 장 밖에서 멈춰 섰다.

    이때 첨과의 온몸은 검은 화염으로 뒤덮여 있었고,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드러났으며, 체내에서는 기이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또한 산산이 부서졌던 여섯 개의 팔도 다시 솟아나온 상태였다. 심지어 그간 입었던 다른 상처들도 빠르게 아물면서 온몸 곳곳에 자금색 마문이 가닥가닥 떠올랐다. 두 눈은 완전히 피처럼 붉은 빛으로 변하여 더는 한 가닥의 영성도 남아 있지 않아 이전보다 더욱 흉악하고 무시무시해 보였다.

    그때, 흐릿한 검은 형체 하나가 첨과 뒤에 나타났다. 그 형체 역시 머리가 셋에 팔이 여섯이었는데, 마치 하늘과 땅이 채 열리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존재했었던 듯한 기이하고도 아득히 오래된 느낌을 주었다.

    ‘치우!’

    심협은 치우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이 검은 형체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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