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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403화 (403/1,214)

403화. 진압

“누구도 달아날 생각 마라!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 입막음을 하면 나는 여전히 금선자의 환생일지니! 크하하하!”

강류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한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휘두르자 굵직하고 검붉은 빛이 쏘아져 나와 산 아래로 통하는 길을 갈랐다.

콰르릉!

굉음과 함께 산이 흔들리면서 땅바닥에 길이 수십 장에 너비가 족히 8장은 되는 시커먼 골짜기가 생겨나 산으로 내려가는 길을 끊어 놓았다.

산 아래로 도망치려던 신도들은 기겁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강류, 이게 뭐하는 짓이냐!”

금산사의 승려들은 크게 놀라 몸을 날려 그 앞을 막아섰다. 우두머리는 해석선사와 자석 장로였다.

한편, 당석 장로와 눈썹이 치켜 올라간 노승 등 평소 그의 말에 따라 움직이던 사람들도 날아왔는데, 이들은 강류의 모습을 보고는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이 쓸모없는 중놈들 같으니! 불심은 쥐똥만큼도 없으면서 매일같이 중얼중얼 염불이나 외는 것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내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이미 오랫동안 참아왔으니 오늘은 네놈들을 모두 죽여주마!”

강류가 흉악한 안색으로 승복 자락을 휙 떨쳤다. 그러자 주먹만 한 자금색 빛이 쏘아져 나와 한 바퀴 돌았는데, 바로 그 자금색 발우였다.

자금색 빛이 번쩍이면서 발우는 바람을 타고 불어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집채만 해지더니 난폭한 바람소리를 내며 태산처럼 사람들을 매섭게 내리쳤다.

발우가 미처 떨어져 내리기도 전에 승려들 주위에 갑자기 수많은 자금색 광점(光點)이 생겨났다. 이 광점들에서는 강한 구속력이 뿜어져 나와 모든 사람을 안에 가두었다. 이에 그들은 피하기는커녕 옴짝달싹할 수도 없었다.

“아미타불!”

해석선사는 어두워진 안색으로 불호를 읊조렸다. 그러자 몸에서 찬란한 금빛 광채가 솟아났고, 비쩍 말랐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살집이 넉넉해졌고, 피부는 맑고 투명해져 매끄러운 옥돌 같았다. 순식간에 40년은 젊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발산하는 기운도 배로 치솟아 흑봉요괴와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해석선사가 손을 크게 휘두르자 금색 빛줄기가 몸에서 쏘아져 나와 자금색 발우에 맞섰다. 이 빛줄기는 바로 어두운 금색 지팡이였다.

지팡이가 강한 금빛을 발하자 그 속에 불타의 허상이 어렴풋이 나타나더니 순간 수십 배로 불어나 성난 용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듯 자금색 발우를 공격했다.

대앵!

불문의 두 진귀한 보물이 서로 맞부딪치자 맑은 굉음이 울렸다. 그러나 자금색 발우가 한 수 위인 듯 곧바로 지팡이의 금빛을 내리눌렀고, 계속해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해석선사는 얼굴에 벌겋게 핏기가 올랐지만, 당황하지 않고 양손으로 보병인(*寶甁印: 밀교의 수인(手印) 중 하나)을 맺었다. 장엄하고 엄숙한 금빛이 그의 몸에서 피어올라 주위에 거대한 금빛 연화대 허상을 이루었고, 범창(梵唱) 소리가 온 광장에 울려 퍼졌다.

웅혼한 불력(佛力)이 금빛 연화대에서 솟아나 주위의 강력한 구속력을 적잖이 무력화시켰다. 이에 다른 승려들은 어느 정도 몸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았고, 곧장 강류를 막으려고 나섰다.

갖가지 법기가 하늘로 솟아올랐고, 굵고 눈부신 보광이 거센 물줄기를 이루며 자금색 발우와 한데 부딪쳤다.

당석 장로와 눈썹이 치켜 올라간 노승도 마찬가지로 푸른 계도와 노란 항마옥저를 꺼내 자금색 발우를 공격했다.

꽈꽝!

더욱 큰 굉음이 터지면서 거칠고 사나운 기류가 온갖 빛들과 뒤섞여 사방으로 쏟아져 내렸다.

광장 바닥이 한 꺼풀 깎여 나가면서 바닥에 깔려 있던 백옥 벽돌들이 낙엽처럼 흩날렸고, 높은 단상 근처에 있던 장엄한 불전이 맹렬한 기류에 휩쓸려 종잇장처럼 찢기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광장에는 아직도 많은 신도들이 도망가지 못한 채 곧 폭풍에 휩쓸릴 것만 같았다.

그때, 갑자기 푸른 물줄기들이 광장 주위에 떠올라 신도들을 휘감고 먼 곳으로 이동시킨 덕에 가까스로 싸움의 여파를 피할 수 있었다.

단상 근처에 서 있던 선아도 물줄기에 휘감겨 함께 멀리 피신했다.

해석선사는 이 광경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머리 위의 자금색 발우를 바라보며 법술을 시전해 지팡이를 움직였다.

여러 사람의 힘을 모은 거센 보광 줄기와 자금색 발우가 격렬하게 부딪치면서 허공에서 팽팽히 대립하자 각양각색의 빛이 미친 듯이 번뜩였다. 기이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쉽사리 승부가 가려지지 않을 듯했다.

“한낱 불문의 3류 법기 따위로 감히 나의 금선법보(金蟬法寶)에 맞서다니!”

강류는 차게 웃으며 자금색 발우를 향해 연달아 결인했다.

자금색 발우가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안에서 자금색 빛이 번쩍였다. 이어서 번쩍이는 자줏빛 자갈들이 튀어나와 마치 기다란 용처럼 금산사 승려들의 보광 줄기를 휘감았다.

“전단성사(栴檀星砂)요! 극품 이하의 법기들은 어서 모두 거둬들이시오!”

해석선사가 낯빛이 변해 황급히 주의를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늦고 말았다.

“터져라!”

강류가 양손을 결인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줏빛 자갈들이 눈부신 빛을 번득이더니 갑자기 폭발하면서 작은 자줏빛 태양으로 변했다. 이로 인해 허공이 진동하며 뜨거운 폭풍이 일었다.

별안간 보광 줄기 속에 있던 대부분의 법기가 파괴되면서 폭발한 자색 빛에 휩싸여 산산조각 났다. 해석선사의 지팡이와 자석 장로의 금빛 목어, 당석 장로의 푸른 계도 그리고 눈썹이 치켜 올라간 노승의 항마옥저만이 살아남았다. 더욱이 그중에서도 해석선사의 암금색 지팡이를 제외한 다른 세 사람의 법기들은 영광(靈光)이 적잖이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다른 승려들의 도움이 사라지자 자금색 발우는 즉시 우세를 점하며 빠른 속도로 네 사람의 보광을 압도했다.

한데 그때, 강류의 뒤에서 무언가 번쩍이더니 금빛 송곳이 나타났다. 이 금빛은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듯 소리 없이 강류의 등 한복판으로 날아들었다. 강류가 해석선사 등과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있어 송곳은 금세 그의 등을 파고들 참이었다.

그러나 그때였다.

땅!

쟁쟁한 소리가 울렸고, 주먹만 한 자색 염주가 강류의 몸에서 스스로 날아가 금빛 송곳의 일격을 막아낸 것이다.

금빛 용각단는 이미 18도 금제까지 모두 제련되어 위력이 월등히 강해진 상태였기에, 자줏빛 염주알을 깨부수고 계속 강류를 향해 날아갔으나, 이때는 이미 강류가 상황을 눈치챈 상태였다. 그는 재빨리 옆으로 1장쯤 비켜나면서 아슬아슬하게 금빛 송곳의 공격을 피해냈다.

“죽고 싶은 게냐!”

그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며 오른손을 휘두르자, 자주색 빛줄기가 쏘아져 나와 금빛 송곳을 휘감으려 했다. 그가 몸에 차고 있던 염주 꿰미였다.

자줏빛 염주는 비단자락처럼 변해 벼락같이 날아들어 금빛 송곳을 단번에 휘감아버렸다. 동시에 자줏빛 염주가 한 알 한 알 환한 금빛을 내뿜었고, 그 위로 만(卍)자 부적 문양이 나타났다. 이어 염주알과 부적문양은 하나로 연결되어 자그마한 금빛 법진을 이루었다.

순간 강력한 구속력이 금빛 법진에서 뿜어져 나와 단단히 옭아맨 탓에 송곳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강류는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씩 웃더니 한 손을 들어올렸다. 한데 그가 막 뭔가를 하려는 순간, 그의 왼편에 사람 그림자가 난데없이 나타났다.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심협이었다.

심협은 손에 든 예스러운 깃털부채를 세차게 휘둘렀다.

낭랑하고 우렁찬 봉황 울음소리가 하늘 높이 솟구치면서 10여 장 크기의 오색 화봉(火鳳)이 오화선에서 번개처럼 튀어나와 지척에 있던 강류에게로 돌진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불길이 오색 화봉의 몸에서 폭발해 잠깐 사이에 강류의 몸을 덮쳤고, 그를 멀리 날려 버렸다.

강류가 튕겨나가면서 자금색 발우의 빛이 절반 이상 어두워졌다.

해석선사를 비롯한 사람들은 그 틈에 전력으로 손에 든 법보를 작동시켰다.

암금색 지팡이, 금빛 목어, 푸른 계도 그리고 항마옥저가 세찬 금빛을 발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반격을 가했다.

펑!

굉음과 함께 자금색 발우 역시 강류처럼 한쪽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금산사 승려들을 가둬놓았던 자금색 광점들이 흩어졌고, 사람들은 통제력을 되찾았다.

한편, 일격을 가한 심협은 곧장 자금색 발우 앞까지 날아가 천책의 수섭 신통력을 발휘했고, 그의 몸에는 금빛 그림자 한 줄기가 스쳤다.

자금색 발우의 위력은 너무도 강력해 강류를 제압하려면 우선 이 보물을 거둬들여야만 했다.

자금색 발우가 심하게 떨리면서 천책의 공간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발우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형용할 수 없는 위력이 폭발했다. 이 위력은 단번에 천책의 흡수 범위를 벗어나더니 전방의 오색 불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천책으로 다른 사물을 흡수하는 데에 처음으로 실패한 심협은 흠칫 놀랐다.

“네놈이구나! 네놈이 아직 죽지 않았어!”

오색 불바다 속에서 강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부상당한 기미조차 없는 듯했다.

쿠르릉!

굉음과 함께 오색 불바다 안에서 굵고 검은 빛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고, 동시에 검은 폭풍이 빛기둥에서 힘차게 솟구쳐 올라 주위를 휩쓸었다.

이 폭풍은 짙은 마기를 담고 있어서 닿자마자 주변의 오색 불바다는 타오르는 불길이 물을 만난 것처럼 눈 깜짝할 새에 소멸되었다.

검은 빛기둥 가까이 있던 심협은 곧바로 물러났지만, 그 여파에 휩쓸려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가 온 힘을 다해 무명공법을 운공하자 온몸에서 푸른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면서 몸을 감싼 채 빠르게 회전했다. 그는 그제야 몸을 가누고 땅에 내려설 수 있었다.

심협은 강류가 방금 했던 말을 되새기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일부러 흑봉요괴의 실력을 속여서 나와 육형을 제거하려던 것이로군.’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자줏빛 염주에 얽매인 금빛 송곳을 돌아보다가, 갑자기 밀려든 위기감에 두 발에서 달빛을 환하게 내뿜으며 쏜살같이 물러났다.

거의 동시에 방금 전까지 그가 서 있던 곳의 바닥이 갈라지면서 크기가 1장에 이르는 커다랗고 검붉은 손이 튀어나왔다. 검붉게 빛났고, 다섯 손가락에는 기다란 검은 손톱이 자라 있는 데다 검은 화염이 반짝이며 스산한 마기를 뿜어내는 손바닥이었다.

손은 번개처럼 심협을 잡아채려 했지만, 허공을 그러쥐고 말았다.

그 무렵, 해석선사 등이 서 있는 곳의 땅바닥도 갈라지면서 검붉은 마수 네 개가 불쑥 뻗어 나와 네 사람을 움켜잡으려 했다.

해석선사가 몸을 날려 피하면서 지팡이로 가리키자, 어두운 금색 빛이 쏘아져 나와 곁에 있던 자석 장로를 마수로부터 구해냈다.

“으아악!”

“끄억!”

두 차례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당석 장로와 눈썹이 치켜 올라간 노승이 피하지 못하고 검붉은 마수에 붙잡히고 만 것이다. 두 사람을 보호하던 빛은 검붉은 마수 앞에서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몸에는 다섯 개의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다행히 두 사람도 나름 고수였기에, 큰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버텨내며 계도와 항마저를 움직여 반격했다.

콰쾅!

두 개의 마수는 이내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두 사람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맥없이 고꾸라졌다.

그들의 몸에 뚫린 구멍 주위에 남아 있던 가느다란 검은 화염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불길이 지나는 곳마다 두 사람의 살이 오그라들면서 오싹한 백골이 훤히 드러났다.

주위의 승려들은 이 광경에 안색이 크게 변해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천벌을 받을 놈!”

해석선사는 대노하여 양손을 급하게 휘둘렀다.

그의 소매 사이에서 금빛 연실(*蓮實: 연꽃의 열매) 두 개가 튀어나와 순식간에 당석 장로와 노승의 몸으로 녹아들었다. 곧 두 사람의 몸에 눈부신 금빛 광채가 솟아올라 한 바퀴 회전하더니 1장 크기의 금빛 연꽃으로 변해 그들을 뒤덮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몸에 남아 있던 검은 화염이 순식간에 꺼졌고, 그제야 처절한 비명도 멈췄다.

그렇다고는 해도 두 사람의 피와 살 절반은 이미 검은 화염에 녹고 타버려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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