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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368화 (368/1,214)
  • 368화. 공명(共鳴)

    우사는 제련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지자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의 한쪽 팔뚝이 희미해지더니 소매 사이로 시커먼 주먹이 불쑥 솟구쳐 나와 황금곤과 맞부딪쳤다.

    꽝!

    하늘도 놀랄 만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황금곤은 소리와 함께 부러졌고, 뇌부천장의 몸도 두 토막 나면서 그대로 폭발해 산산이 은빛으로 흩어졌다.

    우사는 경멸 어린 콧방귀를 뀌었지만, 계속 공격하지는 않고 즉시 전력으로 진해빈곤철을 제련하는 데 집중했다. 그때, 붉은 신룡이 꼬리를 휘두르자 주위의 푸른 장막에 물결이 일어나 뇌부천장이 부순 부분을 재빨리 복구했다.

    그런데 그때, 심협의 앞쪽 허공에 은빛이 스치면서 뇌부천장이 다시 나타났다.

    이 천병과 천장들은 천책에서 소환해낸 분신이기에 죽임을 당해도 심협의 법력을 대가로 곧장 되살아날 수 있었다.

    진선의 분신을 응집하려면 본래 엄청난 양의 법력이 필요하지만, 이 천책은 어떤 등급의 보물인지 천병과 천장을 응집하고 흡수 신통력을 펼치는 데 심협의 법력을 흡수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내부의 금제가 스스로 바깥의 천지영기를 빨아들였는데, 그 양이 심협의 법력보다 훨씬 더 많았다.

    덕분에 뇌부천장 한 명을 응집하는 데 소모된 법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심협의 법맥은 무려 서른세 줄기나 되어 법력이 더할 나위 없이 두터운 까닭에, 뇌부천장을 연속으로 몇 번이고 응집해도 문제가 없었다.

    천책의 흡수 신통력은 법력 소모가 훨씬 적어서, 뇌부천장을 응집하는 것의 3할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심협으로서는 더욱 부담이 없었다.

    “이럴 수가!”

    우사는 경악했다.

    은빛 번갯불이 번쩍이며 뇌부천장이 사라졌다가 그의 머리 위에 갑자기 나타나, 황금곤에서 청자색 번개를 내뿜으며 다시 파란 물의 장막을 깨뜨렸다. 그리고 그대로 여세를 몰아 우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우사는 놀라면서도 분노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붉은 신룡은 육신의 힘은 약했기에 우사는 어쩔 수 없이 제련을 멈추고 한 손을 뻗어 뇌부천장을 또다시 때려죽였다.

    그사이 오홍은 오중을 데려가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청질에게 넘겨주고 지키게 한 뒤, 자신은 평대로 되돌아왔다.

    그는 조금 전 진해빈철곤의 핵심 금제가 나타난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심협과 우사가 무얼 하는 것인지 몰랐지만, 뇌부천장이 죽는 것을 보고는 즉시 손을 뒤집어 금빛 용창을 꺼냈다. 주위가 위잉 하고 울리며 용의 형상을 한 금빛이 떠올랐고, 용창에도 금빛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둘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창 모양 금빛으로 변해 별똥별이 하늘을 가르듯 우사에게로 날아갔다.

    이 금빛은 상당히 매서워 보였고, 지나는 곳마다 웅웅 진동했으며, 속도 또한 놀랍도록 빨라서 번쩍 하는 사이에 수십 장을 뛰어넘어 우사에게 날아들었다.

    우사는 금방 뇌부천장을 죽인 터라 미처 이를 막아낼 틈이 없었기에 결국 팔뚝을 찔리고 말았다.

    쫙!

    우사의 팔뚝에 큰 상처가 생겨나면서 붉은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하마터면 팔이 그대로 관통당할 뻔한 상처를 입고 보니 제련도 순간 중단되고 말았다.

    그의 본명(本命)인 검은 빛은 방금 전까지 핵심 금제 도안의 3할가량을 차지했지만, 이제 어렴풋이 붕괴할 조짐이 보였다.

    반면 심협이 발동한 본명인 핏빛은 이미 반 이상 뻗어나가 계속 아래로 향하는 중이었다.

    심협의 본명혈광(本命血光)이든, 우사의 본명흑광(本命黑光)이든 핵심 금제를 완전히 뒤덮는다면 금제를 온전히 제련하게 될 터였다.

    우사는 본명흑광이 동요하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 팔의 상처를 돌볼 새도 없이 두 손을 연달아 결인하여 겨우 검은 빛을 안정시켰다.

    그러나 그가 계속 법술을 부릴 틈도 없이 은빛 뇌광이 번쩍 스치며 뇌부천장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황금곤에 청자색 번갯불을 휘감은 채 공격해왔다.

    그러는 사이 오홍은 다시 신창합일(身槍合一)의 신통력을 발휘하여 금빛 창 그림자로 변해 동굴을 뛰쳐나오는 교룡처럼 날아들었다.

    “모조리 죽여주마!”

    격노한 우사는 포효했고, 몸에 검은 빛을 거세게 내뿜으며 번쩍 하고 수십 장 크기의 검은 신룡으로 변했다.

    신룡은 온몸에 검은 비늘이 가득 돋아 있었고, 비늘 위로 여러 줄기의 자줏빛 무늬가 있었으며, 머리에는 자줏빛 뿔이 한 쌍 자라나 있어 기이하고 신비로워 보였다.

    이 검은 용의 기운은 괴이했는데, 놀랍게도 신성함과 사악함이라는 전혀 다른 두 가지 기운을 발했다.

    신성한 기운은 용족의 특징이었고, 사악한 기운은 다름 아닌 마기(魔氣)였다.

    검은 용의 뿔에서는 자주색 빛이 번득였고, 신룡의 기운이 그 위에서 뿜어져 나와 붉은 용의 체내로 주입되었다.

    그러자 붉은 용은 뛰어난 보약을 먹기라도 한 것처럼 몸이 몇 곱절이나 커지더니, 입을 쩍 벌려 이전보다 몇 배나 굵은 파란 빛기둥을 뿜어 주위의 물 장막에 녹여냈다. 이때 푸른 물 장막은 순식간에 몇 배나 두꺼워졌다.

    뇌부천장의 황금곤과 오홍의 창 그림자가 거의 동시에 물 장막을 내리쳤고, 천병들도 온갖 공격을 퍼부었다.

    콰콰쾅! 쾅!

    굉음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파란 물 장막이 미친 듯이 진동했다.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고 빛의 파장이 넘쳐흘렀지만, 물의 장막은 조금도 뚫리지 않았다.

    검은 용으로 변한 우사는 잔혹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더 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심협이 계속해서 본명혈광을 밀어내리는 것을 보고는 살의를 억누르며 정신을 가다듬고 핵심 금제 제련에 전력을 다했다.

    핵심 금제 위의 검은 빛이 맹렬하게 뿜어져 나오더니 빠르게 번져 심협의 핏빛과 맞닿기 직전이었다. 둘이 맞닿는 순간, 두 사람의 진정한 대결이 시작될 터였다!

    심협은 뇌부천장과 오홍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더 이상 우사를 방해할 방법이 없음을 알고는 뇌부천장과 천병 무리를 곁으로 거둬들인 뒤, 제련법을 운공했다.

    몇 호흡 뒤, 핵심 금제의 도안 위에 핏빛과 검은빛이 한데 모이면서 맹렬하게 충돌했다. 동시에 두 빛이 맹렬하게 번쩍였다.

    이토록 날카로운 대립에 심협은 금세 극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수련 경지만 해도 우사가 훨씬 위였고, 본명흑광은 강력했기에, 정면으로 부딪치자마자 심협은 곧바로 열세에 처했다. 그가 이미 진해빈철곤의 핵심 금제를 절반 이상 제련하여 법력이 금제 안에 굳건히 뿌리내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벌써 상대에게 밀려났을 터였다.

    상황이 불리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으니 전력으로 제련법을 운공하며 검은 빛의 충격을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심협은 알지 못했다. 지금 우사 역시 말 못할 고통이 있다는 것을…….

    우사는 분명 경지가 심협보다 강하지만, 아득한 세월 동안 봉인되어 있었다. 또한 감방 밖에는 그를 억누르는 봉마비가 있고, 그 금제는 진해빈철곤과 연결되어 있어 감방을 외부세계와 철저히 단절시켰다. 그래서 그는 보충할 천지영기를 흡수할 수가 없었고, 몸의 원기가 심하게 상하여 일찍이 빈껍데기가 된 터라 심협을 쓰러뜨릴 수가 없었다.

    우사는 어쩔 도리 없이 전력으로 제련술을 시전하면서 주위의 천지영기를 흡수해 최대한 빨리 원기를 회복하려고 애썼다.

    한편, 오홍은 그 모습을 보고는 어렴풋이 뭔가를 알아차렸다. 다만 지금은 끼어들 수가 없었기에 그저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핵심 금제에서는 검은 빛과 붉은 빛이 잠시 팽팽하게 대치하더니, 마침내 우사의 본명흑광이 우세를 점하기 시작하여 조금씩 심협의 본명혈광을 밀어냈다.

    심협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전력으로 제련법을 운공하는 동시에 황정경도 운공했다. 그의 몸에서는 금빛이 크게 불어났고, 반인반수로 변한 몸집도 다시 3할이나 커졌다. 그는 한 손을 휘둘러 진해빈철곤을 누르면서 체내의 웅혼한 법력을 끊임없이 주입했다. 이런 방식으로 진해빈철곤과 자신의 연결을 강화하고 핵심 금제의 제련을 보완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사는 이를 알아채고는 슬쩍 비웃었다.

    진해빈철곤 속 금제는 빈틈이 없어 용왕령 같은 매개체 없이 법력을 그 안으로 주입하는 것은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 안의 금제에 튕겨 돌아오거나 심지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사가 기대하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심협의 법력은 순조로이 진해빈곤철 속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해빈철곤은 위잉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윗면에 신령한 금빛 무늬들이 나타나 바깥으로 무지개 같은 상서로운 금빛을 발산했다.

    용연 공간 전체에 황금빛 신광(神光)이 번쩍이면서 한순간 수많은 상서로운 기운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무수한 금색 꽃잎들이 떨어져 내리며 꽃비가 어지러이 흩날렸다.

    “이럴 수가!”

    우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경악했다. 오늘만큼 연이어 놀란 적도 드물 정도였다.

    사실 심협도 눈앞의 광경에 잠시 넋이 나가고야 말았다.

    그가 법력을 곧바로 진해빈철곤에 주입한 것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아니라, 한참이나 심사숙고해 내린 결단이었다. 그는 맨 처음 제련을 시작했을 때부터 자신의 황정경이 진해빈철곤과 희미하게 공명하고 있으며, 둘 사이에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닥가닥 금빛의 상서로운 기운들이 공간 안에 물결치면서 금빛 세계로 물들였고, 불경 외우는 소리가 울려 퍼져 평대를 가득 채웠다. 주위에 괴석(怪石)이라도 우뚝 서 있었더라면, 거의 선가의 절경에 온 줄 착각할 지경이었다.

    심협은 이 금빛 속에 푹 젖어들자 팽팽하게 긴장했던 정신이 어떤 위안을 받은 듯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몸속 황정경의 운공속도도 어느새 훨씬 빨라졌다.

    그때, 처절한 비명이 옆에서 들려왔다.

    “아악!”

    우사의 비명이었다.

    그의 마기는 상서로운 금빛에 닿자마자 끓는 기름에 물을 부은 것처럼 곧바로 폭발하며 흩어졌다. 우사의 체내에서도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울리면서 붉은 피가 비늘 사이로 끊임없이 배어 나왔다.

    심협은 우사를 보면서도 어찌 된 일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이 천재일우의 기회에 황급히 제련법을 계속 작동시켜 빼앗긴 부분을 되찾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평대 근처에서 번쩍이던 상서로운 빛들이 별안간 모두 날아와 그의 몸속으로 연이어 녹아들었다.

    심협은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한 영력이 주입되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 소모되었던 법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황정경의 운행도 순간 열 배는 빨라졌다. 노을빛을 띤 금색 빛이 몸 주변에 나타났고, 후광이 영롱하게 빛나며 금빛 신광(神光)이 용솟음쳐 마치 금빛 운해가 펼쳐진 것만 같았다.

    진해빈철곤의 핵심 금제 위에 있던 심협의 핏빛에도 가닥가닥 같은 색의 빛이 떠오르더니 둘이 서로를 비추면서 아래로 돌진해 내려갔다.

    반면 우사는 중상을 입으면서 핵심 금제의 검은 빛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폭포수 같은 핏빛과 금빛이 쏟아져 내려 흐트러진 검은 빛을 빠르게 몰아내면서 순식간에 핵심 금제에서 완전히 쫓아냈다.

    우르릉!

    귀가 멀 것만 같은 거대한 소리가 갑자기 울리더니, 진해빈철곤이 태곳적부터 천년만년을 내려온 듯한 웅대한 금빛 물결을 환하게 피워냈다. 이 금빛 물결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더니 심협에게 닿자 저절로 흩어져 갈라지며 그에게는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았다.

    하지만 우사는 달랐다. 그는 금빛 물결에 영향을 받아 몸 주위의 푸른 물 장막이 사라지면서 마치 운석에 맞은 것처럼 튕겨나갔다. 그의 몸이 그대로 산벽에 처박히면서 수많은 돌들이 와르르 굴러떨어졌다.

    심협은 깜짝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뭔가를 중얼거려 방금 제련한 금제의 힘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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