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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341화 (341/1,214)
  • 341화. 창끝을 거꾸로 겨누다

    검홍은 번쩍하더니 사라지고 심협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그의 안색은 창백했고 그의 곁을 맴도는 순양검배의 빛도 어둡게 변해 있었다.

    저 황색 구리거울은 방어력이 놀라운 데다 기이한 진동력을 지녀서 그의 법력을 뚫고 거침없이 체내로 흘러들었다. 이에 심협은 법력이 요동쳤고, 오장육부가 뒤흔들렸다. 더욱이 이런 상태가 반복해 일어나면서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심협은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그때, 별안간 구리거울 옆에 있던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면서 사람 형체가 드러났다. 헐렁한 검은 옷을 입은 수사였다.

    “대당관부 사람인가? 이곳을 찾아내다니, 제법이구나. 허나 당황을 구할 생각은 버려라! 흐흐흐.”

    흑의의 수사가 차게 비웃으며 곧바로 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빛 두 줄기가 심협에게 곧장 돌진했다. 그것은 서슬 퍼런 빛을 내뿜는 새까맣고 짧은 송곳들이었다.

    뒤이어 그의 손이 구리거울을 누르자 거대한 거울이 빠르게 줄어들어 순식간에 탁자만 해졌다. 하지만 거울 표면의 노을빛은 더욱 환하게 빛을 발했다.

    위잉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노랗게 반짝이는 빛이 거울에서부터 심협을 향해 날아왔다. 빛이 지나간 곳마다 기이한 소리가 울렸다.

    흑의(黑衣) 수사의 눈에 섬뜩한 빛이 스쳐 지나갔고, 그는 자신의 황색 구리거울의 위력을 이용해 현재 체내 법력이 요동치고 있는 심협을 단번에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심협은 차갑게 웃더니 두 발에 달빛을 반짝이며 옆으로 훌쩍 피했다. 다만 법력이 들끓는 탓에 달빛은 평소보다 훨씬 어두웠고, 겨우 몇 장을 이동해 가까스로 그 일격을 피하는 데 그쳤다.

    심협은 멈춰 설 겨를도 없이 계속 사월보로 공격을 피하면서 전력으로 무명공법을 운공했다. 그러자 온몸의 법력이 세찬 강물처럼 질주했고, 구리 거울에서 쏘아져 나온 기이한 진동력은 마치 천적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치솟는 법력에 빠르게 흡수되었다.

    심협은 속으로 기뻐했다. 자신이 수련한 무명공법은 지극히 빼어난 물 속성 공법이고, 물의 성질은 지극히 부드러워 만물을 포용하니, 자연히 이 진동력을 흡수한 것임을 깨달았다.

    “달아날 생각 마라!”

    흑의 수사는 노여움에 차 버럭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을 굽히고 또다시 심협을 가리켰다. 그러자 푸른 빛 한 줄기가 그의 손을 떠나 심협에게로 날아갔다. 이 빛은 검붉은 쇠못이었는데, 길이는 반 척쯤 되었고, 짙은 음살의 기운을 뿜어냈다. 음독(陰毒) 법기임이 분명했다.

    방금 전의 검고 짧은 송곳도 두 줄기 검은 그림자로 변해 심협을 뒤쫓았다.

    검붉은 쇠못의 속도는 검은 송곳보다 훨씬 빨라서 눈 깜짝할 새 코앞까지 다가와 심협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미 한숨 돌린 심협이 차분하게 오른손을 휘두르자 푸른 그림자가 번쩍 스치면서 묵갑순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쩡!

    큰 소리가 울리면서 검붉은 쇠못이 튕겨나갔다. 뒤이어 두 번의 쟁쟁한 쇳소리와 함께 검은 송곳들도 튕겨 날아갔다.

    그때, 날카로운 검의 울부짖음이 하늘로 솟구쳤다. 이어서 순양검배가 붉은 빛을 내뿜으며 5장 길이의 검홍이 되어 벼락처럼 흑의의 수사를 베어갔다.

    심협은 손을 뒤집어 푸른 단부(短斧)를 꺼내 흑의의 수사를 내리쳤다. 단부에서 번갯불이 폭발하며 내부의 금제가 솟구쳤고, 표면에 아홉 줄기의 푸른 번개무늬가 떠올랐다.

    꽈르릉!

    커다란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홉 줄기의 굵직한 번개가 도끼에서 튀어나와 마치 아홉 마리 뇌룡(雷龍)처럼 흑의의 수사에게 달려들었다.

    심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왼손을 내던지듯 뻗었다. 그러자 은빛 고리가 줄줄이 잔상을 드리우며 흑의의 수사 후방에서부터 빠르게 날아들었다. 바로 은옥탁(銀玉琢)이었다.

    흑의의 수사는 심협이 단숨에 체내의 일렁임을 잠재우고 상품법기 세 개로 한꺼번에 반격해오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재빨리 구리거울을 향해 결인했다. 그러자 구리거울이 즉시 머리 위로 날아와 노란 빛기둥을 내뿜어 그의 몸을 단번에 뒤덮었다.

    아홉 줄기 번개가 내리꽂히자 노란 빛기둥에 잔물결이 연이어 일어났지만, 기둥을 격파하지는 못했다.

    뒤이어 순양검배와 은옥탁도 빛기둥에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튕겨 돌아왔다.

    심협 쪽에서 검은 옷의 수사와 맞서 싸우고 있을 때, 단양자와 사우흔 등도 네 명의 연신단 사람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단양자는 붉은 비검 세 자루를 꺼내 유성이 달을 쫓듯 빠른 속도로 연신단 수사들을 향해 휘둘렀다.

    사우흔은 커다란 푸른 깃발을 하나 꺼내 한 차례 휘둘렀고, 깃발에 푸른빛이 맹렬히 번쩍이더니 놀랍게도 끄트머리에서 풍인(風刃)이 쏘아져 나와 다른 연신단 수사에게로 날아갔다.

    “나와 단양 도우, 사 도우가 이들을 막을 테니, 적수 도우는 가서 폐하를 구하시오!”

    갈천청은 양손을 결인하여 허공을 찌르며 외쳤다.

    콰지직!

    그의 손끝에서 검은 벼락 세 줄기가 뿜어져 나와 연신단의 다른 수사 두 사람과 회색 빛의 사람에게 내리꽂혔다. 그도 회색 빛의 수도사가 고강하다는 것을 알아챘기에 그쪽으로 향하는 검은 벼락은 다른 두 줄기보다 배로 굵었다.

    한데 적수진인이 제단으로 달려가려는 순간, 연신단 수사 하나가 여러 줄기 검은 빛을 내뿜으며 그 앞을 막아섰다.

    이때 회색 빛의 수도사가 갑자기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회색 그림자로 변해 멀리 달아나 순식간에 아득한 황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광경에 순간적으로 모든 사람이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 쥐새끼 같은 놈! 싸우지도 않고 달아나다니!”

    흑의의 수사는 부아가 치민 듯 고래고래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그러면서도 손으로는 황색 구리거울과 검은 송곳들 그리고 검붉은 쇠못을 움직여 심협의 공격을 막아냈다.

    특히 황색 구리거울의 방어력은 기이할 정도로 강력해서 심협이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깨트릴 수가 없었다.

    “적이 강력하니, 너희 네 사람은 암영사상진(暗影四象陣)을 결성해라!”

    흑의의 수사는 심협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듯 다른 쪽의 전투 상황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 광경에 심협의 눈이 싸늘하게 번득였다. 잠시 맞붙어본 결과, 상대의 수련경지가 응혼 중기 정도인 데다 법력이 자신보다 깊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아차렸다. 단지 저 황색 구리거울의 방어력이 묵갑순보다도 훨씬 강력한 정도였을 뿐인데, 그걸 믿고 저리 우쭐거리는 꼴을 보자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육형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니 이 자와 오래 얽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는 결심을 내린 듯 손을 흔들어 묵갑순을 거둬들인 뒤, 다시 손을 휘둘렀다.

    두 갈래 빛이 번쩍이면서 오악진형인과 전통에게서 얻은 금빛 원보법기가 나타났다. 그의 체내 법력은 벌떼처럼 두 보물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오악진형인이 환하게 노란 빛을 발하더니 다섯 개의 산봉우리 허상이 나타나 한데 합쳐져 금세 다섯 손가락 모양의 거대한 봉우리를 이루었다.

    금색 원보는 빠른 속도로 불어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집채만 해졌다.

    두 법기는 동시에 내려와 흑의의 수사를 거세게 짓눌렀다. 그 위압감이 어찌나 강력한지, 채 떨어져 내리기도 전에 반경 수십 장의 땅이 푹 가라앉았다.

    동시에 푸른 단부와 순양검배, 은옥탁도 세찬 빛을 내뿜으며 사방에서 흑의의 수사를 공격했다.

    흑의 수사의 머리덮개가 거센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면서 드러난 얼굴은 중년 사내였다. 짙은 눈썹이 검처럼 위로 치켜 올라간 것이, 용모가 퍽 준수했다.

    그의 준수한 얼굴에는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응혼 초기에 불과한 네가 어찌 이 많은 상품법기들을 동시에 조종할 수 있단 말이냐!”

    흑의의 수사는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르며 두 손을 수레바퀴처럼 결인한 뒤 구리거울을 꾹 눌렀다. 그러자 황색 구리거울은 노란 빛을 세차게 내뿜으며 노란 구름 한 덩이를 뿜어내 주위를 가렸다. 노란 구름은 순식간에 종 모양 보호 덮개로 굳어졌다.

    보호 덮개가 막 형태를 갖추자마자 오악진형인과 금빛 원보를 비롯한 다섯 가지 법기가 동시에 공격을 퍼부었다.

    콰콰쾅! 펑! 꽈르릉!

    거대한 폭발음이 연이어 울리면서 보호 덮개에서 강렬한 노란 빛이 피어올랐지만, 다섯 법기의 맹공 아래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 다시 황색 구리거울로 되돌아갔다.

    쨍그랑!

    구리거울도 버티기 힘들었는지 네댓 조각으로 부서졌지만, 그 위에 어린 영광(靈光)은 사라지지 않았다.

    흑의 수사의 모습도 다시 나타났다. 그는 입가에 두 가닥 핏자국이 흐르는 것이 분명 제법 깊은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형체가 한순간 날렵한 검은 그림자로 변하더니, 재빨리 심협의 다섯 법기 틈새로 빠져나가 멀리 달아났다.

    심협은 싸늘한 표정으로 오른손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리고 휙 끌어당겼다. 그러자 흑의 수사의 발치에 가느다란 검은 바늘 그림자가 스쳐 지나면서 그의 오른발 복사뼈를 그대로 꿰뚫었다.

    “끄아악!”

    흑의의 수사는 발목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이내 얼얼한 마비 증세가 빠르게 퍼져 나가 오른 다리 전체에 감각을 잃고는 쓰러졌다.

    뒤이어 한 줄기 붉은 검영이 언뜻 나타나더니 번쩍 스쳐 지나갔다.

    흑의의 수사는 목에 따끔한 통증을 느꼈고, 눈앞의 시야가 돌연 빙빙 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후우.”

    심협은 길게 숨을 내쉬었고, 팽팽하게 긴장했던 몸도 느슨하게 풀렸다.

    다섯 손가락 형상의 거대한 봉우리는 번쩍하고 순식간에 사라졌고, 금빛 원보도 빠르게 줄어들면서 두 법기가 땅에 툭 하고 떨어졌다.

    다른 법기들도 빛이 어두워지면서 다시 방금 전의 위세를 되찾지 못했다.

    지금 그의 경지와 법기를 조종하는 숙련도로는 법기 여섯 개를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한계라 그리 오래 버틸 수 없었는데, 다행히도 흑의의 수사를 제압한 것이다.

    그때, 옆에서 두 차례의 비명이 들려왔다.

    심협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는 안색이 돌변했다.

    사우흔은 가슴과 배 사이에 구멍이 뚫린 채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갈천청은 왼팔이 어깨까지 잘려나가 붉은 피를 뿜어내며 비틀비틀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두 줄기 그림자가 갈천청에게 쉼 없이 맹공격을 퍼부었는데, 뜻밖에도 단양자와 적수진인이었다.

    연신단 수사 네 사람도 달려들어 쏟아지는 비처럼 잇달아 갈천청을 공격했다.

    “무슨 짓들을 하는 게요!”

    갈천청이 재빨리 뒤로 물러서서 분노하며 외쳤다. 그의 머리 위에는 자줏빛 발우(*鉢盂: 절에서 쓰는 승려의 공양 그릇)가 하나 떠 있었고, 그 위로 여러 줄기 천둥번개가 드리워 공 모양 보호 덮개를 이루며 갈천청을 감쌌다.

    그러나 단양자와 적수진인 그리고 연신단 수사들의 협공에 자줏빛 보호 덮게는 격렬하게 진동하며 빠르게 희미해져 곧 완전히 붕괴될 것 같았다.

    콰콰쾅! 쾅! 콰쾅!

    그때 허공에서 족히 일고여덟 줄기쯤 되는 거대한 벼락이 난데없이 나타났다. 이 벼락은 마치 큰 나무의 뿌리처럼 단양자와 적수진인 등을 향해 내리꽂혔다, 모두 놀라운 천둥과 번개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연신단 수사 네 사람은 대경실색하여 몸에 검은 빛을 번뜩이더니, 순간 네 줄기 검은 그림자가 되어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약간 시기가 늦는 바람에 굵직한 벼락에 맞고 말았다.

    콰지직!

    두 검은 그림자는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천둥번개에 갈가리 찢겨 몇 가닥 검은 기운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단양자와 적수진인은 커다란 벼락이 정면으로 떨어져 내리자 경악했다.

    단양자가 황급히 팔을 휘두르자 청동 방패가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적수진인은 손을 뒤집고 휘둘러 손에 붉은 깃털부채를 하나 꺼낸 뒤, 머리 위를 향해 힘껏 부채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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