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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324화 (324/1,214)
  • 324화. 총공격

    백성(白星)은 응혼기가 되면서 하얀 변신광을 발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설명은 길었지만, 이 싸움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마무리되었다.

    창목노도와 전통은 막 은신처에서 달려 나와 합공을 하려다가 여천이 불가사리로 변하는 기괴한 광경을 목격하고는 화들짝 놀라 멈춰 섰다.

    “네놈들이었구나!”

    심협은 두 사람을 보고는 버럭 외치며 한 손을 펼쳐 앞의 허공을 짓눌렀다. 그러자 황색 산 모양 도장이 그의 손에서부터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날아가더니 그 위로 노란 빛이 번득였다.

    쿠르릉!

    둔탁한 울림에 이어 다섯 산봉우리 허상이 떠올라 순식간에 다섯 개의 손가락 같은 산봉우리로 응집되더니 두 사람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무시무시한 힘이 느닷없이 덮쳐오면서, 다섯 산봉우리가 채 떨어지기도 전부터 두 사람의 몸이 덜컥 내려앉았다.

    창목노도와 전통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포효를 내지르며 반격했다.

    전통이 오른손을 휘두르자 소매에서 한 줄기 금빛이 쏘아져 나왔고, 일전에 본 적이 있는 금빛 찬란한 금원보였다.

    금원보 법기는 바람을 타고 점점 불어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집채만 해져서는 다섯 손가락 같은 산봉우리에 충돌했다.

    콰르릉!

    하늘을 뒤흔드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금빛과 노란빛이 미친 듯이 번득였다. 그러나 금원보는 이내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짓눌렸다.

    그때, 창목 노도 역시 법술을 시전하여 양손에 검푸른 빛을 거세게 내뿜으면서 허공을 밀어 올렸다. 그러자 우웅 하고 두 차례나 둔중한 소리가 울리더니, 집채만 한 푸른 손바닥 두 개가 떠올랐다.

    커다란 손바닥에는 무수히 많은 푸른색 부적 문양이 휘감겨 있었고, 손바닥 한가운데에서는 각각 태극음양어 문양이 하나씩 떠올라 다섯 손가락 형상의 산봉우리 아랫부분을 떠밀었다.

    두 손바닥은 금색 원보보다 더 강한 위세를 뿜어냈고, 근처의 허공까지도 그 자리에 갇힌 듯 모든 기류와 천지영기의 파동이 우뚝 멈춰 섰다. 다섯 손가락 산봉우리 또한 이 힘에 떠받쳐진 듯 허공에 멈췄다.

    “제법이구나!”

    심협은 낮게 비웃고는 두 손으로 산봉우리를 누른 채 아홉 줄기 법맥 속의 법력을 모조리 불러일으켜 안으로 주입했다.

    산봉우리는 환한 금빛을 맹렬히 번득이면서 빠르게 커졌다. 내뿜는 위세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

    푸른 손바닥과 금빛 원보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며 위태위태해졌다.

    창목노도는 낯빛이 딱딱하게 굳는가 싶더니, 커다란 두 손에서 푸른 빛이 폭발했다. 동시에 푸른 손바닥은 빠르게 커졌다.

    그때, 하얀 그림자가 그의 뒤에 나타나 입을 쩍 벌렸다. 바로 백성이었다.

    창목노도는 온 힘을 다해 다섯 손가락 모양 산봉우리 허상을 막고 있던 중이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백성이 쏘아낸 하얀 빛줄기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몸을 보호하던 빛도 소용없이 하얀 빛은 순식간에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어서 창목노도의 몸에서 하얀 빛이 번쩍하더니 여천과 마찬가지로 별안간 하얀 불가사리로 변했고, 푸른색 손자국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전통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창목노도의 도움이 사라지자 그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산봉우리를 막아낼 수 없었고, 금빛 원보의 빛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이, 이럴 수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실력이 어떻게 이 정도까지……?”

    전통은 전신의 법력을 가동해 금원보에 주입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경악한 얼굴로 무슨 말인가를 하려 했으나, 채 목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산봉우리가 모든 것을 무너뜨리면서 떨어져 내렸다.

    콰지직!

    굉음과 함께 산봉우리가 묵직하게 내리쳤고, 땅에 깊은 구덩이가 생기면서 창목노도와 전통을 무겁게 내리 눌렀다. 반경 몇 리의 지면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적잖은 건물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지룡(地龍)이 몸을 뒤집듯 거대한 흙먼지 구름이 일어나 사방을 휩쓸었다.

    심협은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홉 줄기 법맥을 틔운 뒤로 그의 실력은 응혼 중기인 창목노도에 뒤지지 않았고, 오악진형인 같은 극품 법기와 백성의 기이한 능력이 더해지니 세 사람을 거뜬히 해치울 수 있었다.

    심협은 신식으로 산봉우리 아래쪽을 훑어본 뒤,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며 손으로 결인해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노란 빛이 번득이면서 거대한 다섯 손가락 모양의 산봉우리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몇 호흡 뒤에는 노란 도장이 되어 그의 소매로 들어갔다.

    땅바닥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하나 나타났는데, 그 안에는 피범벅이 된 시체 두 구가 있었다. 창목노도와 전통이었다.

    창목노도는 다시 사람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그 몸은 완전히 뭉개진 고깃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차고 있던 저물법기도 오악진형인에 망가져 그 안의 물건들도 전부 무(無)로 돌아갔다.

    “오악진형인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저물법기까지 부숴버리다니. 앞으로 좀 더 조심해서 써야겠어.”

    심협은 아쉬운 마음에 혀를 찼다. 응혼기 수사라면 재산이 두둑할 텐데, 이렇게 날려버리자니 너무 아까웠던 것이다.

    다행히 전통의 금빛 원보 법기는 견고한 재질인지 멀쩡하게 바닥 깊이 박혀 있었다. 손상을 입지 않은 것 같아보였다.

    심협은 손을 흔들어 푸른 빛을 쏘아 금빛 원보 법기를 휘감아 와서는 구구통보결을 시전해 감응해 보았다.

    금빛 원보는 예상대로 손상되지 않았고, 그 안의 금제 역시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9도 금제가 걸린 상품 법기였으니 오악진형인의 힘에도 망가지지 않고 무사한 것도 당연했다.

    상품 법기를 또 하나 얻었다는 사실에 심협의 마음은 그제야 조금 풀렸다.

    심협은 손을 뒤집어 노란 부적을 한 장 꺼내더니 구덩이 안을 가리켰다.

    부적은 맷돌만 한 붉은 화염으로 변해 두 사람의 시신을 휘감고 순식간에 불타올랐고, 시신들은 금세 잿더미가 되었다.

    최근에 익힌 새로운 부적 열화부(烈火符)로, 그저 화염을 내뿜는 것뿐이지만 지금처럼 흔적을 없애는 데에는 매우 편리했다.

    일을 마친 심협은 하얀 불가사리로 변한 여천 앞으로 다가가 얼음처럼 싸늘한 눈으로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그러자 두 줄기의 붉은 검기가 쏘아져 나와 하얀 불가사리의 하반신을 꿰뚫었다.

    여자라고 봐주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자신을 죽이려 든 자를 용서할 마음은 없었으나, 나머지 둘이 죽은 이상 포로가 필요했다.

    한데 하얀 불가사리는 몸에 구멍이 두 개나 뚫렸는데도 피도 얼마 흘리지 않았고, 별다른 반응 없이 바닥에 꼼짝 없이 엎드려 있었다.

    “이자를 사람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라.”

    “예.”

    심협의 말에 짧게 답한 백성이 다시 입을 벌리자, 하얀 빛줄기가 불가사리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불가사리의 몸에 하얀 빛이 한 차례 떠오르더니 잠시 후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여천의 두 눈과 코, 입, 귀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요염하고 아름다웠던 얼굴은 잔뜩 뒤틀려 있었고,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독을 먹고 자진한 것인가? 아니야, 표정을 보아하니 스스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설마…… 근처에 다른 사람이 또 있단 말인가?”

    심협은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고, 신식도 뻗어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때, 건곤대 안에서 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이 여인은 독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기이한 금제에 죽은 것입니다. 그녀의 심장부에서 음기를 느낄 수 있으니, 옷을 들춰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심협은 그 말에 손가락을 모아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검기가 긋고 지나가면서 여천의 앞섶이 갈라지면서 왼쪽 가슴에 거미 모양의 붉은 무늬가 나타났다.

    “홍주혈주(紅蛛血咒)!”

    심협의 동공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는 <연신비전>에서 혈주금제에 관한 기록을 본 적이 있었다. 저주를 건 사람이 법술을 써서 효력을 불러일으키기만 하면 아주 먼 거리에서도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금제였다.

    보아하니 누군가 여천이 붙잡힌 것을 알아차리고 비밀이 누설될까 염려해서 저주로 입막음을 한 듯했다.

    심협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지금은 날이 이미 어두워 그리 멀리까지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출규기 수사를 상대로도 승부를 벌여볼 만하다 여길 만큼 자신감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심협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는 손을 흔들어 한 줄기 푸른 빛을 여천의 몸에 쏘았다. 그리고는 주위 바닥을 한 바퀴 휩쓸어 세 가지 물건을 휘감아 가지고 왔다.

    푸른 반지 하나와 흑금철패 그리고 그를 공격했던 검은 세침이었다.

    푸른 반지는 여천의 저물법기였는데, 신식으로 훑어보니 제법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선옥도 천여 개나 됐고, 일반 법기 약간과 단약 등도 보였다.

    심협은 수중에 훌륭한 법기가 많아 이런 평범한 법기들은 거의 쓸모가 없었지만, 단약들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터였다.

    심협은 모든 물건을 임랑환에 옮겨 넣은 뒤, 흑금철패를 집어 들어 신식을 집어넣고 잠시 감응해 보고는 이내 그의 입가에 한 가닥 희색이 번졌다.

    이 흑금철패는 7도 금제를 담고 있었고, 그 자체의 재질도 썩 훌륭해 쓸 만한 방어법기였다. 비록 금갑선의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때마침 방어법기가 부족해진 터라 만족할 만했다.

    ‘일단 챙겨두고 나중에 다시 제련해야겠군.’

    다음으로 음험한 데다가 번개처럼 빨라 깊은 인상을 남긴 세침을 들더니 다시 구구통보결을 운공하여 살펴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뜻밖에도 고급 법기인 데다 8도 금제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녹색 빛이 살짝 떠오른 것을 보니 맹독을 품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는 내심 기뻐하며 이 검은 침을 소매에 챙겨 넣고는 열화부를 꺼내 여천의 시신도 잿더미로 만들었다.

    “선사 대인, 괜찮으십니까?”

    중년 장군이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아까 여천이 기습했을 때 이 장군은 재빨리 뒤로 물러난 덕에 휘말리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이런 간악한 자들이 농간을 부리니 다른 음모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장군의 병사들에게 모두 조심하라 당부해 두시지요.”

    “예!”

    중년 장군은 심협이 무사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반 병사들이 귀물을 상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심협 같은 선사들이 필요한데, 만약 여기서 사고라도 당했다면 어쩔 뻔했는가.

    심협은 단약을 하나 꺼내 삼키고 정제하여 방금 격렬한 전투를 치르느라 소모한 법력을 회복하면서 손을 흔들어 귀장을 불러냈다.

    귀장을 본 중년 장군은 깜짝 놀랐지만, 이 귀장이 심협에게 공손히 예를 갖추는 것을 보고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너는 가서 주맹과 조정생이 있는 곳을 살펴보고 그쪽 전투가 긴박하거든 그들을 돕거라. 절대 강시들이 방어선을 돌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예, 주인님.”

    심협의 분부에 귀장은 짧게 답한 뒤 번쩍하고 사라졌다.

    주맹과 조정생 등도 이미 귀장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취한 조치였다.

    “저는 진평(秦平)이라 합니다, 선사 대인.”

    중년 장군은 공손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심협입니다. 진 장군께서는 편히 대하시지요.”

    심협은 중년 장군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다시 날아가 다른 곳들의 전투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우르르 발소리가 들려와 심협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 앞, 어둠 속에서 무수히 많은 거대한 형체들이 어슴푸레하게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여러 마리 강시들로, 지금까지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수였다. 심지어 검은 강시들도 적잖이 섞여 있었다.

    땅이 쿵쿵 울리면서 무수한 강시들이 성난 파도처럼 몰려왔다.

    “아뿔싸! 귀물들이 총공격을 하려는 것인가?”

    안색이 돌변한 심협은 손을 뒤집어 붉은 옥부(玉符)를 하나 꺼내 손에 쥐고 바스러뜨렸다. 하문정에게 받은 것으로, 다급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증원 요청 부적이었다.

    진 장군도 낯빛이 크게 변하여 진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고함을 질렀다.

    “어서 전투를 준비하라!”

    증원 요청을 마친 심협은 즉시 한 손을 들어 올려 물결의 소용돌이를 만들더니 백성에게 재빨리 말했다.

    “넌 우선 돌아가거라. 지금부터는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니 네가 있기에는 적합하지가 않다.”

    백성은 두말없이 물구멍으로 몸을 날려 번쩍하고 하얀 빛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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