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298화 (298/1,214)
  • 298화. 환골탈태

    콰지직!

    하늘을 뒤덮을 듯한 번갯불이 폭발하면서 거대한 공 모양 번개가 새장처럼 심협의 온몸을 휘감았다. 갈래갈래 번개 채찍이 새장 벽들에서 뻗어 나와 심협의 몸에 미친 듯이 내리꽂혔다.

    연이은 번개 소리에 심협의 몸을 감쌌던 금빛이 산산이 흩어졌고, 옷 아래로 검붉은 핏자국이 줄줄이 나타났다.

    한편, 그의 몸속에서는 니환궁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검은 빛의 장막은 수룡의 맹렬한 공격에도 끄떡없이 버티고 있었다. 오히려 수룡이 벼락의 영향을 받아 일순 같은 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콰직!

    벼락소리가 또 한 차례 울리면서 번개 한 줄기가 심협의 등줄기에 내리꽂혔고, 그는 순간 온몸이 마비되며 거의 의식을 잃을 뻔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체내의 법력 대부분을 돌려 황정경 공법을 전력으로 운공하기 시작했다.

    법력이 빠른 속도로 운행하자 심협의 몸 주위에는 네 마리 거대한 코끼리 그림자가 떠올랐다. 이들은 심협 주위를 에워싼 채 각자가 향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심협이 의식으로 조종하자 이 코끼리들의 몸에서 마치 불길이 불타오르듯 금빛이 갑자기 폭발했다. 코끼리들은 그대로 공 모양 번개의 사방 내벽을 향해 앞발을 치켜들고 돌진했다.

    이미 적잖이 힘을 소모했던 번개공은 이 거대한 힘에 마침내 쿵 소리를 내면서 갈라졌다. 많은 양의 번개와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중 적잖은 양이 심협의 체내로 파고들었다. 심협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어렵사리 이 세 번째 뇌겁을 견뎌냈고, 몸 상태를 살필 틈도 없이 곧장 체내의 수룡을 몰아 니환궁의 장벽에 충격을 가했다.

    쿵! 쿵! 쿵!

    수룡의 기세는 회를 거듭할수록 강해졌고, 휩쓰는 기세도 점점 거세졌다.

    하지만 검은 빛 장막은 여전히 거대한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협은 내겁이 한 차례 내릴 것만 같아 점점 초조해졌다.

    ‘안에는 결계가 막고 있고, 밖에는 벼락이 추격해오다니……. 이렇게 재수가 없을 수도 있나?’

    심협이 속으로 끊임없이 탄식하고 있는데, 갑자기 좋은 생각이 뇌리를 번쩍 스쳤다.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내 옥돌을 가는 데 쓸 수 있다! 왜 내가 그걸 생각 못했지?’

    그는 갑자기 눈을 반득였으나, 약간 주저하는 듯 안색이 다시 살짝 변했다.

    그런데 그때, 네 번째 뇌겁이 내려왔다.

    그의 머리 위 십자형 법진의 네 끝에서 번갯불이 번쩍이더니 번개 네 줄기가 십(十)자의 교차점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번개 소용돌이로 변해 번갯불을 번쩍이며 요란한 소리를 끊임없이 울렸다.

    이번 소용돌이는 좀 전과 달리 규모가 매우 작았다. 그러나 벼락의 기세는 그만큼 함축적이고 집중적이라 그 안에 담긴 위력도 훨씬 거세고 사나웠다.

    심협은 고개를 들어 소용돌이를 올려다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황급히 황정경 공법을 운공해 정면으로 맞서려 했다.

    하지만 막 들어 올리려던 손을 다시 내리고는 육진편을 옆에 내려놓고 두 눈을 감았다. 완전히 저항을 포기하고 얌전히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우르릉!

    번개 소용돌이가 점점 빨라지면서 위협적인 우렛소리가 연이어 울렸고, 탄탄한 번개기둥이 소용돌이 끝부분에서 불쑥 튀어나와 푸른 빛을 휘감은 채 심협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바로 그 순간, 심협이 두 눈을 번쩍 뜨더니 갑자기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며 두 손으로 결인했다. 그러자 머리 위에서 물빛 소용돌이가 나타나 푸른 번개기둥에 정면으로 돌진했다.

    푸른 번개기둥과 물빛 소용돌이가 맞닿는 순간, 놀랍게도 번개기둥이 심협에게 이끌려 그의 몸을 관통해 떨어지면서 그를 집어삼켰다.

    꽝!

    굉음이 울렸고, 금빛 대전 전체가 한 차례 진동했다. 푸른 번개기둥의 위력에 심협의 온몸에는 무수한 상처들이 생겨났다. 그 안의 피와 살들은 온통 새카맣게 변했고, 심지어 연기까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심협은 하늘을 바라보며 길게 울부짖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뇌성(雷聲)에 잠겨버렸고, 뒤이어 극심한 고통이 온몸을 뒤덮었다.

    심협은 의식을 잃을 뻔했지만, 힘겹게 정신을 차리고는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로 했다.

    그의 체내에서는 무수한 실 같은 번개들이 뼈와 근육, 피 사이를 오가며 오장육부를 후려쳤다. 그러나 그는 그 고통에 신경 쓸 틈도 없이 정신을 집중해 수룡을 몰아 마지막으로 니환궁을 향해 돌진했다.

    지금까지와 달리 지금 수룡은 온몸에 푸른 번갯불을 줄줄이 휘감고 있어서 마치 뇌룡이 세상에 내려온 것처럼 그 기세가 하늘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번개가 수룡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매번 번쩍일 때마다 녀석의 법력을 빠르게 소모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수룡도 목숨을 내던질 기세로 검은 장막을 향해 사납게 달려들었다.

    꽈광!

    굉음이 울렸다.

    심협의 귓속은 자기 몸 안에서 울려오는 요란한 굉음으로 가득해 거의 모든 소리를 뒤덮어버렸다. 그리고 그 무렵, 주위가 갑자기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된 건가?”

    온몸에 피부가 거의 벗겨져 나가 피범벅이 된 뼈대와 근막이 가까스로 오장육부를 감싸고 있는 심협은 처참한 몰골로 온몸을 떨었다.

    그때였다.

    쩌적!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작지만 또렷하게 울렸다. 그리고 니환궁 앞을 가로막고 있던 장막이 마침내 산산조각 났다!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 있던 수룡은 단숨에 니환궁으로 뛰어들더니 마치 바다에 들어간 교룡처럼 거침없이 선회했다. 체내의 법력도 빠르게 전신을 돌기 시작했다.

    그 찰나, 모든 소리가 다시 돌아왔다. 다만 우렛소리는 점점 줄고 바람 소리가 갈수록 커졌다.

    휘이잉!

    금빛 소용돌이가 생겨나더니 심협을 에워싸고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위의 짙은 천지영기가 모여들어 그의 체내로 흘러들었다.

    그때, 대개박술(大開剝術)이 스스로 운공되면서 심협의 뼈와 내장이 금빛에 한 겹 감싸였고, 체외는 희뿌연 광채로 한 층 뒤덮였다.

    하얀 빛 속에서는 시커먼 피와 살들이 뭉텅뭉텅 벗겨져 나가고, 완전히 새로운 피와 살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일 만큼 빠르게 자라났다.

    잠시 후, 심협의 모든 피와 뼈, 근육이 재생되었다. 피부도 원래 상태를 회복했다. 그의 몸은 하얀 빛을 내뿜고 있어 옥처럼 환하고 깨끗해보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바닷물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천지영기는 계속해서 그의 체내로 주입되었다. 그리고 더없이 순수한 법력으로 바뀌어 그의 단전과 법맥 속으로 모여들어 쉬지 않고 회전했다.

    심협은 체내를 잠시 살펴보고는 자신의 단전이 원래보다 배는 넓어졌음을 깨달았다. 그 안에는 액체 상태의 법력이 호수처럼 모여 있어 빛이 넘실댔는데, 웅장하고 기세가 넘쳤다.

    순양검기도 덕을 많이 봤는지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순수해보였다.

    그러나 가장 놀랍고도 기뻤던 것은 천겁 뇌화(雷火)의 연단을 받은 그의 뼈대가 금빛 광택을 띠면서 전보다 훨씬 단단하고 강인해졌다는 것이었다.

    ‘이게 전설의 환골탈태(換骨奪胎)인가?’

    심협은 뛸 듯이 기뻤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며 계속해서 천지영기를 집어삼켜 온몸의 뼈와 살을 담금질했다.

    대승기에 이른 뒤 육신과 서로 어우러졌던 신혼(神魂)은 진선기에 들어선 뒤 또다시 새로운 단계로 올라섰다.

    심협은 여전히 금탑의 금제를 뚫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신념(神念)이 실체가 된 것처럼 주변 천지를 거침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원하기만 하면 천 리 밖의 광경도 순식간에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휘둥그레진 심협의 두 눈에서는 금빛이 새어나오는 듯 동공이 늘어났다 수축하기를 반복했다. 온몸의 법력이 뜻대로 움직이면서 아득히 끊이지 않을 것 같았고, 그의 손짓 한 번, 발짓 한 번에 주변 천지의 영력이 강물처럼 이끌려 그의 체외에서 쉬지 않고 솟구쳤다.

    그때, 머리 위쪽에서 또 한 번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콰르릉 하는 굉음과 함께 천겁이 다시 떨어져 내렸다.

    위에 번개가 얽히며 그물을 이루더니, 주먹만 한 뇌구(雷球)가 응결되어 비바람이 몰아치듯 떨어져 내렸고, 땅에 채 닿기도 전에 연달아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폭발한 뇌구들은 안에 순수한 번개의 진의(眞意)를 담은 채 심협에게로 미친 듯이 내리 꽂혔다.

    심협은 벌떡 일어나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주먹을 꽉 쥐고는 힘을 모아 하늘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 순간, 체내 법력이 강물처럼 솟구쳐 팔의 법맥을 타고 맹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 한 번의 주먹이 이전의 백 번의 주먹보다 강했다!

    금빛 권강(拳罡)으로 덮인 푸른 주먹 그림자가 빽빽하게 떠올라 마치 땅에서 하늘로 폭우가 내리듯 거꾸로 돌진했다.

    심협의 온몸에는 권의(拳意)가 흘렀고, 마치 천지와 맞닿은 듯 온몸의 법력이 엄청난 양의 천지영기를 끌어들이며 거꾸로 감아 올라가 파도처럼 권영(拳影)을 뒤따랐다.

    권영과 뇌구가 맞부딪치자 빛이 폭발하며 금빛 대전을 가득 채웠고, 거꾸로 치솟는 천지영기가 모든 권강의 여파를 휩쓸며 법진을 향해 솟구쳤다.

    쿠르릉!

    대전 위에 떠 있던 십자 법진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금빛이 한 겹 넘실대며 솟구쳐 오른 천지 영기와 어우러져 모든 파동을 없앴고, 모든 천둥번개도 사라져버렸다.

    뇌겁을 그대로 격퇴한 것이다!

    “진선의 경지로 천강병들의 수법을 쓰다니, 과연 보통이 아니구나!”

    심협 자신도 다소 놀란 상태였다.

    방금 전 하늘을 뒤흔든 권의는 일전에 맞붙은 은갑천병에게서 배운 것인데, 그 위력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

    심협은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는 다시 가부좌를 튼 채 호흡을 가다듬으며 경지를 굳건히 했다.

    잠시 뒤, 머리 위의 십자 법진에서는 다시 이상한 움직임이 전해져왔다. 심협은 천천히 두 눈을 뜨고 그쪽을 올려다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어서 그는 칠성필을 꺼내 손바닥으로 가볍게 문질러 새 옷을 한 벌 꺼내 입었다. 칠성필에서는 다시 한번 빛이 반짝이더니 부적지 한 뭉치와 부적용 먹이 한 상자 나타났다.

    심협은 청상지 여러 장을 꺼내 깔더니 거침없이 붓을 놀렸다.

    그의 체내 법력이 마치 살아 있는 물처럼 줄줄 흘러나와 붓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물이 흐르자 도랑이 생기듯 자연스레 글씨를 다 쓰고 나니, 이미 이루어진 부적 문양이 환하게 빛났다. 부적 전체에서 자줏빛 문양이 빛나며 낙뢰부 한 장이 완성되어 있었다.

    심협은 쉬지 않고 곧바로 두 번째 부적을 썼다. 이번에도 느낌이 매우 좋았고, 단번에 부적을 완성해냈다.

    낙뢰부 세 장을 연이어 그린 심협이 다음 부적을 쓰려던 때였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우렛소리가 울렸고, 하늘에서 푸른빛과 자줏빛이 한데 뒤엉킨 번개 기둥이 그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심협은 눈을 번득이며 즉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휘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부적 한 장이 날아갔다. 부적 문양은 세찬 빛을 발하더니 번개를 끌어당겼다.

    치지직!

    번갯불이 한 차례 번쩍이더니 낙뢰부의 빛이 거세게 일렁이면서 놀랍게도 번개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겨우 두세 번 호흡할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낙뢰부는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고, 불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낙뢰부를 파괴한 청자색 번개는 다시 심협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심협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온몸에서 물처럼 푸른빛을 발하면서 한 손으로 육진편을 번쩍 쳐들어 세차게 떠밀었다. 그러자 육진편이 빠르게 회전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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