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281화 (281/1,214)
  • 281화. 운수진(雲垂陣)

    방월공을 제외한 망산오우 네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방월공은 그들에게 잠시 조용히 기다리라는 눈짓을 하고는 잠시 생각한 뒤 불쑥 물었다.

    “역시 전 도우도 들었구려. 그래, 도우는 무슨 일로 이 고분에 오셨소?”

    “당연히 보물을 찾으러 왔지요.”

    심협이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전 도우는 보물을 찾으러 오셨으니 흥미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우리와 함께 후전으로 가보시겠소?”

    방월공이 사람 좋은 웃음을 띠며 청했다.

    “뭐요? 저자를 후전에 데리고 간다고요?”

    “큰형님, 어찌 그러십니까? 어렵사리 후전 입구를 찾아냈건만, 어찌 저런 낯선 자와 함께 갈 수 있겠습니까?”

    방월공이 말을 마치고 심협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안 될 건 또 무어냐? 너희 넷은 일이 닥치면 너무 냉정하지 못해. 머릿속에는 후전에서 한몫 건질 생각만 가득하지 그 어려움에 대해서는 생각도 없지 않으냐! 우리 실력으로는 벽곡 후기의 강시 하나 상대하기도 이토록 힘드니, 후전에 들어가면 얼마 버티지도 못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전 도우의 경지는 우리 다섯 사람보다 위이니 동행한다면 분명 큰 힘이 될 게야. 그리고 전 도우가 있으면 여섯 사람이 모이게 되니 운수진(雲垂陣)을 펼침으로써 찾을 수 있는 보물이 배로 늘어날 것이다. 이해득실이 이리도 분명한 일조차 모른단 말이냐?”

    방월공은 실망이 역력한 기색으로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그 말을 들은 네 사람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조금 생각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큰형님께서 생각이 깊으시군요. 아우들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전 도우, 가는 내내 잘 부탁드리오.”

    네 사람은 서로를 몇 번 쳐다보더니 외눈박이 사내를 빼고는 너도나도 방월공과 심협에게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십협이 불쑥 말을 꺼냈다.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건지…… 언제 이 전모가 그대들과 함께 가겠다고 한 적이 있소? 난 아직 결정하지 않았소.”

    그 말에 망산오우는 멍하니 넋이 나가서는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역시 이번에도 외눈박이 사내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험악하게 외쳤다.

    “이 천지분간도 못하는 놈아, 우리 큰형님이 후전에 같이 가자고 청하신 것은 너를 좋게 여기신 것이거늘 이리 오만방자하게 구느냐! 형제들, 왜 굳이 저놈에게 기댄단 말입니까? 힘을 합쳐 저놈을 죽이고 우리 다섯 명의 힘으로 후전을 뚫읍시다!”

    심협은 외눈박이 사내의 거친 반응에도 그를 힐끗 보고는 덤덤한 얼굴로 다시 우두머리인 방월공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외눈박이 사내에게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섯째는 허튼소리 말거라!”

    방월공은 정말 화가 났는지 지금까지보다 한층 싸늘해진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러자 외눈박이 사내는 찔끔하더니, 뭔가를 더 말하려다가 결국 말없이 옆으로 물러났다.

    “전 도우, 우리 다섯째는 됨됨이가 경솔하여 홧김에 한 말일 뿐이니 탓하지 말아주시오. 한데, 전 도우는 설마 이 고분의 후전에 대한 소문을 들어보지 못한 것이오?”

    방월공은 먼저 사과를 하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

    “들어본 적 없소.”

    심협은 고개를 저었다.

    “어찌 그럴 수가……? 도우는 이 고분에 오기 전에 이곳 정보를 알아보지도 않으셨소?”

    방월공은 진정 당황한 표정이었다.

    심협은 두 눈썹을 으쓱 움직였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 육화명에게 고분 상황을 약간 알아봤을 뿐이다.

    ‘설마…… 육화명도 그 후전인가 뭔가 하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사실 육화명은 이 고분의 후전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당관부의 정찰에 따르면 그곳은 극도로 위험했고, 악귀들이 수도 없이 많아 응혼기 존재도 피해야 할 곳이었다. 게다가 후전의 입구는 대당관부 내부의 은밀한 일과 연관되어 있었고, 그는 심협이 고분 전전(前殿)에서 적당한 귀물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에 후전에 대한 소문은 알려주지 않은 것이었다.

    “저는 장안성 수사가 아닌지라, 이 고분에 온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심협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럴 만하지. 이 무덤은 전대 왕조 헌왕(獻王)의 능이오. 헌왕은 경지가 심오했고, 기관(機關: 기계장치)의 대가이기도 해서 자신의 왕릉을 직접 설계하여 전후(前後) 두 건물로 나누었소. 지금 우리가 여기가 바로 전전(前殿)인데, 이곳은 그간 무수한 수사들이 수색한 터라 보물이 많이 남지 않았소. 허나 후전은 다르오. 입구를 아는 이가 거의 없지. 한데 내 기연으로 그 위치를 알게 되었소. 후전에 부장된 보물이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당시 전대 왕조의 잔당이 이곳으로 도망 오면서 엄청난 보물을 숨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소.”

    방월공은 차분히 설명하면서 조용히 심협의 표정 변화를 관찰했다.

    “오, 이 고분에 그런 곳도 있었군요. 허나 방 도우 말씀을 들어보니 후전은 이곳보다 훨씬 위험하다지요? 그 안에 강력한 귀물이라도 있습니까?”

    심협은 태연하게 물었다.

    “그렇소. 후전에는 귀물이 수없이 많고, 다른 위험들도 전전(前殿)보다 훨씬 많다오. 허나 도우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는 이치를 잘 알고 있을 테지요?”

    “그야 물론 잘 알고 있소. 방 도우께서 성심껏 초청하셨으니, 이 전모 사양치 않겠소. 한데 좀 전에 말씀하신 운수진은 어떤 법진입니까?”

    심협은 잠시 생각해보는 척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운수진은 감주(贛州) 육합문(六合門)의 합격(*合擊:연합공격)법진이오. 그 위력이 실로 대단하여 응혼기 존재도 두렵지 않을 정도요. 다만 설치하려면 여섯 사람이 필요해 좀 번거로울 뿐…….”

    방월공은 심협이 승낙하자 얼굴이 밝아지며 황급히 설명했다.

    하얀 옷의 청년과 붉은 옷의 젊은 여인도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심협을 바라보는 외눈박이 사내와 험상궂은 다른 사내의 눈빛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심협은 이전에 법진을 몇 번 접해본 적이 있고, 법진에 대해 관심도 많았기에 즉시 진도(*陳圖: 진형도, 법진의 도안)를 요구했다. 방월공도 쩨쩨하게 굴지 않고 곧바로 양피지에 그린 진도 한 장을 꺼내 건넸다. 길이 1척가량의 하얗고 작은 깃발도 함께 건넸는데, 법진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법기였다.

    심협은 이 작은 깃발을 잠시 살피고는 챙긴 뒤, 진도를 펼쳐보았다.

    운수진은 배치가 전혀 복잡하지 않았기에 이미 법진을 몇 번 설치해본 경험이 있는 심협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운수진은 방월공이 말한 것처럼 여섯 사람의 힘을 모아 큰 위력을 낼 수 있는 법진으로, ‘지키고(守)’, ‘가두고(困)’, ‘멸하는(滅)’ 세 가지 기능이 있었다. 법진의 변화는 간단했지만 그 위력은 결코 작지 않아, 적절히 사용하면 분명 응혼기 존재도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이해했습니다.”

    심협은 머릿속으로 나름의 계획을 세우며 진도를 다시 돌려주었다.

    그러자 방월공을 포함한 다섯 사람 모두 깜짝 놀랐다. 운수진은 간단하다고는 해도 어쨌든 법진이다. 그중 진법의 방위 변화나 법력의 배치와 운행 모두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들 다섯 사람은 힘을 합쳐 한참이나 연구하고 나서야 이해했건만, 저 전철생이라는 자는 그 짧은 시간에 파악했단 말인가?

    “전 도우, 정말 벌써 이 법진을 완전히 이해했단 말이오? 이 일에 우리의 생사가 달렸으니 소홀해서는 아니 되오.”

    방월공이 조금 불안한 듯 물었다.

    “방 도우께서는 안심하시지요. 사실 제가 법진에는 조금 소양이 있소. 여기 운수진 수(守) 자결(*字訣: 문자로 쓴 비결을 뜻하는 말)의 제일변(第一變)은 곤위(坤位: 북쪽)에서 진위(震位: 동쪽)로 바뀌고, 곤(困)자결의 제삼변(第三變)은 이위(離位: 남쪽)에서 건위(乾位: 북서쪽)로 바뀌며, 멸(滅)자결의 제오변(第五變)은 손위(巽位: 남동쪽)에서 태위(兌位: 서쪽)로 바뀝니다. 맞지요?”

    심협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전 도우는 과연 법진에 정통한가 보오. 내 탄복하였소이다. 그렇다면 더 지체할 것 없이 어서 갑시다!”

    방월공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크게 웃고는 앞장섰다. 심협을 포함한 나머지 다섯 사람도 즉시 그 뒤를 따라 앞에 보이는 통로로 들어갔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여러 통로를 지났고, 한나절도 되기 전에 어느 석실 안에 도착했다. 이 석실은 무척 평범해 보였고, 그 깊은 곳에는 다른 방향으로 통하는 통로 두 갈래가 있었다.

    방월공은 전혀 망설임 없이 곧장 방 안 한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 벽에는 툭 튀어나온 검은 돌덩이가 하나 있었는데, 표면에 약간 검붉은 자국이 있다는 것만 빼면 특별한 점이 없어 보였다.

    “바로 여기다. 둘째야, 계획대로 하거라.”

    방월공은 검은 돌을 몇 번 자세히 살펴보고는 흥분한 얼굴로 하얀 옷의 청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얀 옷의 청년은 곧바로 대꾸한 뒤, 손을 뒤집어 검붉은 가죽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 담긴 액체에서는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심협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후전으로 통하는 길은 이 검은 돌 안에 담긴 봉인으로 막혀 있소. 혈음봉(血陰封)이라는 것인데, 그 안에 피를 부어야만 나타나오.”

    방월공의 설명에 심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옷의 청년이 가죽주머니를 기울이자, 붉은 핏물이 한 줄기 흘러나와 검은 돌 위에 떨어졌다. 그러자 검은 돌 위의 붉은 자국이 천천히 선명해지기 시작했고, 붉은 무늬가 줄줄이 나타났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환호했다.

    주머니에 담긴 피를 다 쏟아붓자 검은 돌에 축소된 듯한 법진 문양이 떠올랐고, 거미줄 같은 밝은 핏빛이 그 위에서 피어오르며 치직 소리를 냈다.

    “봉인이 나타났다! 모두들 동시에 이 봉인을 공격해서 깨트려야만 후전으로 들어갈 수 있어!”

    방월공이 크게 외치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화운호로가 다시 나타났고, 붉은빛이 번쩍이는 가운데 새빨간 자갈들이 안에서 쏟아져 나와 몇 장에 이르는 선을 이루었다.

    방월공이 양손을 맞비비고 하늘 높이 쳐들자, 자갈에서 갑자기 붉은 불꽃들이 뿜어져 나와 서로 연결되면서 긴 혈인(血刃)으로 응결되어 검은 돌을 베었다.

    동시에 하얀 옷의 청년도 뒤로 몸을 날리면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눈부신 회색 빛 덩어리가 그의 소매에서 나타났는데, 그 안에는 회색 톱니바퀴가 있었다. 톱니바퀴 양쪽은 모두 날카로운 톱날로, 빠르게 회전을 거듭하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울리며 검은 돌을 공격했다.

    옆에 있던 붉은 옷의 젊은 여인도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은빛이 반짝이는 둥근 고리로, 별빛 같은 은빛을 피워내고 있었다.

    “공격!”

    젊은 여인이 고운 손을 치켜들자 은빛 고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서 단숨에 하얀 옷의 청년이 쏘아 보낸 회색 톱니바퀴를 뛰어넘어 검은 돌을 내리쳤다.

    맨 뒤에 서 있던 외눈박이 사내와 표범 같은 사내도 두 손을 동시에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새카만 빛 두 줄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모양이 거의 똑같은 대검들이었다. 날에는 두 마리 검은 교룡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두 개가 짝을 이루는 법기인 것 같았다.

    두 자루 대검은 날아오르자마자 한곳으로 모여들더니 검은 빛을 세차게 내뿜어 두 마리 교룡 같은 도광(刀光)을 이루면서 검은 돌을 엇갈려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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