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236화 (236/1,214)
  • 236화. 벽안금섬의 행방은?

    심협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즉시 온몸의 법력을 움직여 부적으로 주입했다.

    쫘악!

    부적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저절로 찢어지면서 물처럼 푸른 빛이 나타나 거대한 푸른 동굴의 소용돌이로 변했다.

    쏴아아!

    심협은 밀물과 썰물이 솟구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푸른 구멍의 소용돌이 안에서 하늘을 찌를 것처럼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올라 높이가 무려 100장에 이르는 수십 줄기의 파도로 변해 산봉우리의 허상에 거세게 부딪쳤다.

    세 개의 산악 허상은 강력했지만, 하늘에 차고 넘치는 거대한 파도까지 억누르지는 못하고 뒤집어졌다. 덕분에 심협 등을 짓누르던 압력이 한결 약해졌다.

    심협은 물에 잠기자마자 재빨리 피수결(避水訣)을 맺어 사우흔에게 다가가 그녀를 푸른 광막 안으로 끌어들였다.

    낭생과 오홍은 본디 수족(水族)인지라 당연히 이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기가 넘쳤다.

    “크오오오!”

    오홍은 성난 포효를 내지으며 물속을 빠르게 가르고 동관에게 곧장 돌진했다.

    그런데 그때, 동관 앞에 사람 형체가 나타났다. 봉수가 몸을 날려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가 한 손을 들어 앞으로 밀자, 장심에서 희뿌연 기운이 솟아나와 바닷물 안으로 흘러들었다.

    삽시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냉기가 뻗어 나가면서 앞쪽 바닷물에서는 간간이 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어 순식간에 두께가 1장에 이르는 거대한 빙벽이 만들어졌다.

    금룡으로 변한 오홍은 돌진하던 기세 그대로 빙벽과 충돌했고, 요란한 굉음이 울리더니 두껍고 무거운 빙벽 위에 금빛이 투과되며 갑자기 쩍 하고 갈라졌다.

    하지만 갈라진 빙벽 뒤에서 거대한 금빛 도광이 날아왔고, 도광은 기세가 매우 강력해 얼어붙은 바닷물을 단번에 두 동강냈다. 이에 혼탁한 물결이 용솟음치며 양옆으로 물러났다. 이에 그 사이로 길이 10여 장의 틈이 드러났는데, 그 안에는 오홍의 몸뚱이가 있었다.

    오홍의 눈빛이 갑자기 움츠러드는가 싶더니, 이마에 금빛이 번쩍였다. 금빛은 마치 뼈 갑옷이 한 조각 떨어져 나온 것처럼 허공으로 돌진해 찬란하게 번득이며 귀갑 방패로 변하더니, 오홍의 머리 위를 막았다.

    쾅!

    금빛 도광과 귀갑 방패가 충돌하자 무수한 금빛이 튀면서 천갱 전체가 뒤흔들렸다. 주위의 바닷물은 높이가 수십 장에 이르는 파도가 되어 사방의 나무들을 쓰러뜨렸다.

    심협은 사우흔의 팔을 꽉 붙든 채 피수결(避水訣)로 자신과 그녀를 보호했고, 물결을 조종해 수면 위로 올려 보냈다. 낭생은 충격에 튕겨나가 나무 둥치에 부딪혀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일어섰다.

    그때, 허공에서 쩍 하고 뭔가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홍의 귀갑 방패가 갈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빙글빙글 금빛 광채가 요동쳤고, 일격을 피한 오홍은 내뿜던 빛을 거두고는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가 손목을 휙 돌리자 장심에서 금빛 장검이 튀어나왔다.

    “저물법기(儲物法器)!”

    심협은 오홍의 오른손 무명지에 끼워진 반지로 시선을 돌리며 감탄했다.

    “늙은이, 실로 방만하구나. 동해 용족인 내가 정말로 그리 약할 줄 알았더냐?”

    오홍의 표정이 돌변하더니 섬뜩한 살기를 내뿜었다. 이어서 그가 손목을 다시 한번 움직이자 장심에 용안(龍眼: 무환자나뭇과의 상록 교목) 씨만 한 붉은 단환(丹丸)이 나타났다. 그는 손을 들어 단환을 입에 털어 넣고는 그대로 씹었다.

    깨진 단환에서는 붉은 연무(煙霧)가 한 가닥 흘러나와 순식간에 오홍의 온 얼굴을 뒤덮었다. 뒤이어 그가 코를 찡그리면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붉은 안개는 모두 그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연기가 사라진 후 다시 드러난 오홍의 얼굴에는 전에 없던 기이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는데, 웃는 듯 마는 듯한, 마치 광인(狂人) 같은 느낌이었다.

    더 기이한 것은, 그가 내뿜던 기운의 파동이 빠른 속도로 폭증하여, 벽곡 후기 정점을 곧장 뛰어넘어 응혼기 단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아! 저건……?”

    사우흔이 깜짝 놀란 듯 외쳤다.

    “잠재력을 불러일으키고 순식간에 수련 경지를 끌어올리는 약물을 복용한 모양이오. 보아하니 목숨을 걸고 맞붙으려는 듯한데, 저런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테니 가서 도와야겠소!”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을 마친 심협은 사우흔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소매에서 새로운 갑마부(甲馬符) 두 장을 꺼내 두 다리에 붙였다. 이어서 한 손에 귀소환을, 다른 손에는 낙뢰부(落雷符)를 쥔 채, 정신을 집중하며 앞으로 돌진했다.

    “캬오오!”

    용의 포효가 울리더니, 오홍의 이마에 뿔이 두 개 뻗어 나왔고, 두 다리와 팔뚝의 피부에는 겹겹이 금빛 비늘이 돋아났다. 두 손에도 비늘과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나와 이제는 반룡반인(半龍半人)의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는 그 발로 검 자루를 꽉 움켜쥐고는 맹렬히 달려들어 순간 십여 장을 나아갔다. 동시에 뭔가 번득이는가 싶더니 동관 코앞에 이르러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헛!”

    동관은 다소 놀란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굳은 눈빛으로 금도(金刀)를 휘둘러 맞섰다.

    챙!

    도검이 얽히면서 쟁쟁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검영(劍影)이 사방으로 튀었으며, 주위의 나무들을 산산조각으로 베었다.

    쿵! 쿠쿵!

    나무들이 수도 없이 쓰러지면서 굉음이 울렸다.

    가까이 다가가려던 심협은 이 빽빽한 도검의 여세에 튕겨나가듯 밀려났고, 한동안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편, 오홍과 동관의 도검은 갈수록 빠르고 맹렬하게 충돌했고, 이에 따라 숲속에는 천둥처럼 요란한 굉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콰르릉!

    한 차례 거센 충격이 몰아치더니 두 그림자 모두 뒤로 수십 장씩 물러났다.

    금빛이 오홍의 온몸을 휘감더니 수증기가 증발하는 것처럼 가물가물한 금빛 안개로 변해, 그의 몸 주변까지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 손으로 장검을 받쳐 든 채 무언가를 나지막하게 읊조렸는데, 그러자 무럭무럭 피어오르던 금빛 안개가 응결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차츰 한 마리 금룡의 허상으로 변해 오홍 주위를 크게 맴돈 뒤, 장검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오홍은 비늘갑옷을 벗어던지며 반룡반인의 상태를 거두었다.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캬오오!”

    오홍은 낮게 포효하더니, 갑자기 한 줄기 금빛으로 변해 쏜살같이 동관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눈 깜짝 할 새에 다가온 것을 본 동관은 동공이 졸아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손을 크게 한 차례 휘두르자, 아까 그 오악진형인이 다시 날아가면서 그 위의 세 산봉우리 문양이 동시에 빛을 발했다. 곧이어 세 산봉우리 허상이 차례로 나타나 서로 겹쳐지면서 방패를 이루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쩡!

    금빛 검 끝에서 한 줄기 용 그림자가 꿈틀대며 날아와 산봉우리 허상과 충돌했고, 하늘을 진동시킬 듯한 굉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로 인해 온 천갱이 거세게 흔들렸고, 사방의 벽 위에 균열이 가면서 부서진 돌들이 나뒹굴었다.

    대지 위에도 좁고 긴 열곡(裂谷: 두 개의 평행한 단층애로 둘러싸인 좁고 긴 골짜기)이 생겨나면서 바닷물이 그 안으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금빛 용 그림자는 비록 산봉우리 안까지 단숨에 파고들긴 했으나 미처 뚫고 지나가지는 못해, 도리어 갇힌 꼴이 되어버렸다.

    오홍의 온몸에서는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금빛이 일렁이며 요동쳤다. 법력뿐만 아니라, 앞서 먹은 환약의 효력도 크게 소모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동관은 이미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 금빛 도를 거둬들였고, 이제 두 손으로 온힘을 다해 인장의 힘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 역시 버티기 힘겨운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누구의 승산이 더 클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

    바로 그때, 오홍 아래쪽 바닥의 깊은 못에서 잔물결이 이는가 싶더니, 거의 투명한 형체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누구도 이 변고를 알아채지 못했던 상태라 모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튀어나온 상대는 오홍 바로 앞까지 와서도 공격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의 허리춤에 달린 용수루를 잡아 뜯은 뒤, 다시 깊은 못을 향해 곤두박질친 것이다.

    ‘금섬이!’

    오홍은 가슴이 철렁하여 쫓아가려 했으나, 지금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살아남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 반투명한 형체가 못 속으로 떨어져 내리려는 순간, 못의 물이 한 차례 요동치더니 그 안에서 10여 개의 물줄기가 튀어나와 반투명한 형체를 허공에 그대로 꽁꽁 묶었다.

    “누가 감히!”

    버럭 소리를 지른 자는 봉수였다. 그는 줄곧 어두운 곳에 숨어 기회를 엿보다가 수영괴뢰(水影傀儡)를 조종해 어렵사리 벽안금섬이 들어 있던 용수루를 뜯어냈던 것이다. 한데 누군가가 물줄기로 이 괴뢰를 꽁꽁 묶어버리자 당황하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막 다시 수영괴뢰를 조종하려는데, 누군가가 그보다 한 발 빨리 달려들어 단박에 괴뢰를 부숴버렸다.

    심협은 발아래 달그림자가 흩어지기 전에 용수루를 소매에 챙기고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봉수를 흘낏 본 뒤, 몸을 돌려 물러났다.

    봉수는 심협을 더 추격하려 했지만, 사우흔과 낭생이 앞뒤에서 공격해왔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싸움을 포기하고는 물줄기처럼 녹아내리더니 못 속으로 몸을 숨겼다.

    동관은 분을 참지 못하고 봉수를 향해 욕설을 내질렀다. 그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섰고,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입은 옷이 절로 부풀며 펄럭였다. 그렇게 시뻘게진 얼굴로 삼산결을 맺더니 손을 뒤집고 다시 아래로 내리쳤다.

    오악진형인의 네 번째 산봉우리 문양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더욱 웅장하고 우뚝한 산봉우리 허상이 하늘 높은 곳에 응결되었다. 그러나 다른 산봉우리들과 겹쳐지지 않고 곧장 오홍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지금이다!’

    이를 지켜보던 심협이 속으로 외쳤다. 그 순간, 두 다리 위의 신행갑마부(神行甲馬符)가 갑자기 타올라 재로 변하더니, 정강이 주위에 감겨들었다. 동시에 발밑에서는 달빛이 반짝이며 어렴풋한 빛 그림자로 부서졌다.

    심협은 신행갑마부와 사월보를 동시에 활용해 한 걸음 내딛기가 무섭게 동관의 뒤에 이르렀다. 이어서 한 손에 낙뢰부(落雷符)를 쥔 채 동관의 등을 철썩 내리쳤다.

    꽝!

    천갱에 새하얀 빛 한 줄기가 번쩍이더니 굵기가 팔뚝만 한 하얀 번갯불이 동관의 등에 내리꽂혔다.

    워낙 벼락과도 같은 기습에 동관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등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이에 온몸이 잠깐 마비되면서 법력의 흐름조차 잠시 끊어졌다. 그러자 허공의 오악진형인이 부르르 떨리더니, 마지막으로 나타난 산봉우리는 떨어져 내리기도 전에 점점이 반짝이는 빛으로 부서져 사라졌고, 동시에 앞서 나타났던 세 산봉우리도 흐릿해지며 힘이 크게 줄어들었다.

    “캬오오!”

    바로 그때, 용의 포효가 밤하늘을 뒤흔들었고, 팽팽히 맞서던 오홍의 검광이 마침내 두부를 자르듯 세 산봉우리 허상을 뚫고 단박에 동관까지 갈랐다.

    “끄아악!”

    용 그림자가 지나간 곳의 산봉우리 허상은 갈기갈기 찢어져 천지의 영기까지 혼란스럽게 휘저어 놓았고, 동시에 동관은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몸 반쪽은 이미 피범벅이 되어 뒤로 나가떨어지는 중이었다.

    심지어 심협도 이 여파에 휩쓸려 그대로 튕겨나갔다. 하지만 그는 허공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리는 걸 언뜻 보고는 즉시 손을 들어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구불구불 뻗어 나와 그 물건을 휘감고 돌아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