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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60화 (60/1,214)

60화. 협공

펑!

나무꾼은 백색광에 공격당해 몇 차례 구르다가 대전의 좌측 벽에 부딪혔다. 바닥까지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느껴졌다.

심협은 나무꾼을 보고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나무꾼은 양손 관절이 비틀린 채 바닥을 짚고 엎드려 있었다. 목은 기괴하게 앞으로 뻗었고, 흉측한 얼굴에는 핏줄이 잔뜩 올라 있었다.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고,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렀다.

상인 무리는 경악한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구구구구구…….”

나무꾼의 목청 깊은 곳에서 괴이한 소리가 울려왔고, 몸에서는 툭툭 하는 소리가 연신 울렸다. 그러더니 눈에 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몸집이 커지며 입고 있던 옷이 모두 터져나갔다.

나무꾼의 피부는 회백색이었고, 검고 커다란 시반(*屍斑, 사람이 죽으면 시체에 생겨나는 반점)이 몇 개나 있었는데, 죽은 지 오래된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의 몸집은 계속 커졌고, 피부가 팽팽해지다 못해 결국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등 뒤가 터져나갔다. 그러자 두 발로 선 회색 쥐의 모양새가 되었는데, 키가 무려 7, 8척에 달했다.

“히익!”

“요, 요괴다!”

상인들은 물론이고 호위병들까지 당황해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검은 얼굴의 청년만은 침착하게 외쳤다.

“당황하지 마라! 쥐 요괴 한 마리에 불과하다. 모두 힘을 합치면 저 요괴를 죽일 수 있다!”

그 말에 호위병들은 정신을 차린 듯 작은 병을 꺼내 은색 액체를 병기에 쏟아부었다. 그러고는 양쪽 끝에서부터 쥐 요괴를 에워쌌다.

심협은 놀란 눈으로 주위를 관찰하면서도 오른손은 몰래 소매 안으로 넣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끄아악!”

돌연 처참한 비명이 울렸다. 신상 앞에서 자고 있던 거지가 어느새 일어나 비쩍 마른 두 손으로 신상에 가까이 있던 호위병의 가슴을 뚫더니 그대로 들어 올린 것이다.

거지가 몸을 비틀며 두 팔을 맹렬히 휘두르자 호위병의 시신이 그대로 심협을 덮쳐갔다.

심협은 곧장 몸을 물려 피했다. 그러면서도 눈으로는 거지를 쫓았다.

거지는 두 눈은 이미 부패한 상태였고, 얼굴 피부는 완전히 말라서 주름이 져 있었으며, 얼굴에는 검푸른 시반이 잔뜩 나 있었다.

“강시(僵尸)!”

쥐 요괴를 공격하려던 호위병 무리는 혼란에 빠져 분분히 물러서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물러가시오! 호위들은 나와 함께 요괴들을 물리치자!”

검은 얼굴의 청년은 크게 외쳤다.

상인 무리의 총관인 듯한 머리가 센 노인이 먼저 달려나가자 시종들이 뒤를 따랐다. 하지만…….

“으아악!”

대전 밖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울렸다. 대전 밖에도 요괴가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대전은 안팎으로 협공 당하는 형세였다.

“혼란스러워 마라! 빨리 이쪽으로 모여라!”

검은 얼굴의 청년이 대경실색해 급히 외쳤다.

남은 몇몇 호위가 바로 돌아오더니 서로 등을 맞대고 방어진을 형성했다.

하지만 방어진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쥐 요괴의 눈에서 녹색 빛이 뻗어 나왔다. 이어서 쥐 요괴가 앞발로 바닥을 할퀴더니 쏜살처럼 날아들었다.

“조심하…….”

경고성이 떨어지기도 전에 쥐 요괴는 그림자로 화하여 호위병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자 호위병 두 명이 신음하더니, 연달아 공중으로 날아갔다. 상대적으로 운이 좋은 자는 그대로 밖으로 튕겨 나갔고, 나머지 한 명은 허공에 뜬 채 쥐 요괴에게 물려서 다리 하나를 잃었다.

“으아악! 사, 살려줘!”

소란이 가시기도 전에 거지 강시가 돌연 몸을 돌리더니 심협에게 달려들었다.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양팔을 편 채 뛰는데도 매우 빨랐다.

심협은 강시의 손톱에 붉은 살점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머리가 쭈뼛 서서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좀 전에 강시에게 가슴이 뚫려 죽은 호위병의 시신에 발이 걸려 휘청거렸다. 그 와중에도 연달아 몇 보를 물러섰으나, 결국 기둥에 등을 부딪히게 되었다.

강시의 손가락들이 핏빛을 번득이며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손가락들이 막 머리를 관통하려는 순간, 심협은 정신을 집중하고 머리를 오른쪽으로 피했다. 그러자 강시의 손은 귀를 스치며 기둥으로 꽂혔다.

쾅!

이어 굉음이 울리더니 대전이 진동했다.

강시의 손은 손바닥까지 기둥에 박혔을 정도로 강력했으나, 그렇기에 오히려 손을 뽑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심협은 소매에 감춰뒀던 오른손을 꺼냈다. 그의 장심이 활활 타고 있었다.

꽝!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눈처럼 하얀 번개가 대전 지붕을 뚫고 강시의 몸에 떨어진 것이다. 순식간에 강시의 몸에서는 불씨가 사방으로 튀면서 타는 소리가 울렸다.

“캬아아아!”

강시는 검은 연기에 뒤덮인 채 쉰 목소리로 괴성을 질렀다.

사실 심협은 진즉 방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몰래 피로 장심에 소뢰부를 그려두었고, 법력으로 그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심협 자신도 소뢰부의 위력에 놀랐다. 지금껏 시험해본 것보다 훨씬 강력했던 것이다.

“수선(修仙)하는 자가 있다!”

누군가의 외침에 호위병들의 사기가 진작되었다. 이들은 쥐 요괴가 동료의 다리를 물어뜯는 모습을 봤음에도 용감하게 병기를 휘두르며 맞서갔다.

병기에 쏟아부은 은색 액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병기가 쥐 요괴를 공격할 때마다 상처 부위에서는 푸른 연기가 났다. 쥐 요괴는 중상을 입은 듯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모두 비키게!”

검은 얼굴의 청년이 크게 외치자 호위병들은 곧 병기를 거두고 비켜섰다. 이어서 검은 얼굴의 청년이 허리 뒤에서 검은 물체를 떼어내 쥐 요괴에게 던졌다.

검은 물체는 공중에서 펴지더니 검은 그물이 되어 쥐 요괴를 뒤덮었다. 그물은 깃털처럼 흩날리는 것이 무척 약해 보였는데, 막상 쥐 요괴는 그물에 뒤덮이자 옴짝달싹 못 했다.

호위병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어 쥐 요괴를 공격했다. 도검이 끝없이 오르내리며 쥐 요괴의 몸을 찔렀다.

“캬아악!”

대전에서는 도살장에서 가축 잡는 듯한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심협은 자신의 손바닥을 살폈다. 피로 그린 부적 문양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많이 옅어진 상태였다. 그는 단전에서 법력을 운공해 네댓 차례 연달아 부적의 위력을 발휘했다.

콰르릉! 쾅!

천둥소리가 울렸다. 심협의 장심에서 타 들어가는 느낌이 끊이지 않으니 공중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도 함께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눈처럼 하얀 번개가 연달아 강시에게 내리쳤다.

번개에 직격당할 때마다 강시는 기괴한 비명을 질러댔고, 마지막 번개가 내리치자 온몸이 시커멓게 타버려 마치 숯처럼 변해 바닥에 쓰러졌다.

심협은 강시에게서 아무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전 기둥에 등을 기대어 손바닥을 살폈다. 장심은 검게 변해 있었고, 피로 그렸던 부적 문양은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 무렵, 검은 그물에 갇힌 쥐 요괴는 호위병들의 난도질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런데 심협이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악랄한 목소리가 갑자기 대전 밖에서 전해져 왔다.

“보잘것없는 인간 몇몇에 이제 막 입문한 수선자(修仙者) 한 놈이 감히 내 수하들을 죽이다니! 몇 배로 갚아주마! 모두 죽어라!”

원한에 사무친 듯한 목소리에 심협은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연 사람 그림자가 문지방을 넘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는데,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 머리를 들고 있었다. 대전 밖으로 도망쳤던 총관 노인의 머리였다.

그런데 잘린 목 부분이 깔끔하지 못했다. 병기로 벤 것이 아니라 목을 잡아 뽑아낸 듯했다.

그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장면에 호위병들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하얀 그림자의 얼굴은 청년 같았으나 두 귀는 뾰족했다. 다만 얼굴의 반 이상을 뒤덮은 노란 머리카락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하얀 그림자가 아무렇게나 손을 휘두르자, 들고 있던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그 머리는 공교롭게도 심협의 발 앞으로 굴러왔다.

“선사님! 우리 힘을 합쳐 싸웁시다. 어쩌면 이길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전 쥐 요괴를 상대할 때와는 달리 검은 얼굴의 청년도 두려운 듯 목소리가 조금 떨려왔다.

심협은 대답하지 않고 그 사람 그림자를 살피며 양손을 소매 안으로 넣었다.

“감히 나와 싸워보겠다고? 우습구나!”

하얀 요괴가 일갈했다. 하얗고 뾰족한 이빨이 빽빽이 드러났다. 그러나 요괴의 목소리에서는 좀 전과 달리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대전 안이 돌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전의 기둥과 벽이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됐고, 곳곳에서 기암괴석이 솟아났다. 대전이 음산한 동굴로 변한 것이다.

심협이 고개를 숙여 살펴보니 발밑의 깨진 벽돌과 잡초가 사라졌다. 대신 바닥에는 사람과 동물 가릴 것 없이 허연 뼈들이 빽빽하게 깔려 있었다.

원래 대전의 문이 있던 곳에는 검고 거대한 철문이 생겨나 있었다. 철문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가로로 나 있었는데, 참혹한 시신이 잔뜩 꽂혀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오직 대전에 있던 머리 셋 달린 신상만이 그 모습 그대로 동굴 안에 있었다.

“이것은 또 무슨 신통한 힘이란 말인가?”

심협은 오싹함을 느꼈다.

그는 방금 강시를 상대하며 대여섯 차례나 소뢰부의 위력을 발휘하느라 본래도 많지 않았던 법력을 반 이상 소모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쥐 요괴나 강시보다 훨씬 강한 것이 틀림없는 요괴가 서 있었으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목숨을 바쳐라!”

하얀 요괴가 낮은 소리로 일갈하며 팔을 휘둘렀다.

심협의 심장 박동이 돌연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리가 미미하게 들려왔지만,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조금 먼 거리에 있던 호위병 몇몇이 무슨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잘 익은 과실이 떨어지듯 분분히 머리가 떨어져나간 것이다. 모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깔끔하게 잘려나간 것 같았다.

검은 얼굴의 청년만이 손목의 보호장구에 붙어 있던 부적에서 일어난 하얀 빛이 방패 그림자처럼 앞을 막아주어 살아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방패 그림자마저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나더니 사라지고야 말았다.

심협은 황급히 소매 안에서 구귀부를 썼다. 하지만 미처 다 쓰기도 전에 갑자기 미미한 바람 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피할 틈도 없는 위기의 순간, 액체로 된 가느다란 밧줄이 옆에서 튀어나오더니 심협의 허리를 감고 옆으로 끌어당겼다.

쾅!

심협의 뒤에 있던 돌기둥에 깊은 금이 생겨났다.

심협은 허리에 감긴 새끼손가락 굵기의 밧줄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물 다루는 법술을 이용해 대전 구석에 고여 있던 물을 급히 빨아들여 밧줄로 만든 것이다.

심협은 곧장 소매를 떨쳐 액체로 된 밧줄을 그대로 날려 보냈다. 요괴가 손바닥으로 후려치자 밧줄은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졌다.

그런데 무수히 많은 물방울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거의 다 공중에 떠 있었다. 어떤 물방울은 선을 이루어 흩어지지 않으려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물방울들이 맺혀 있는 것은 하얀 요괴가 쏘아 올린 길고도 기이한 머리카락이었다. 방금 호위병들을 죽일 때도 바로 이 머리카락을 사용했던 것이다.

머리카락은 극히 가늘고 거의 투명해, 물방울들이 맺혀 있지 않았다면 발견하지도 못했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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