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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42화 (42/1,214)
  • 42화. 축소시키는 능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심협은 계속 흔들리고 있는 배를 잡은 채, 자신의 양손을 주시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던 그는 곧바로 유속이 빠른 수면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한 손을 들어 약간의 힘을 주어 그 유속이 빠른 수면을 향해 내려쳤다.

    그러자 수면에 한바탕 묵직한 굉음이 울리더니, 물속에 수백 근의 바위라도 빠진 것처럼 순식간에 거대한 물보라와 파도가 일었다. 강물을 거슬러 상류 방향으로 1장 정도 높이의 물보라가 일어난 것이었다.

    물보라는 수 척 밖까지 뻗어 나가고서야 사라졌다. 심협이 수면에 힘을 가한 곳에는 계속 깊은 소용돌이가 남아 있다가, 여러 차례 호흡할 시간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내 힘이…… 왜 이리 세진 것이지?”

    심협은 자신의 손바닥을 주시하면서, 여전히 불가사의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심협은 배를 돌아 돌무더기로 올라왔다. 그는 배를 고정시켰던 밧줄이 끊어진 것을 알았고, 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급히 배를 다시 밧줄로 묶어뒀다.

    심협은 돌무더기 위를 좌우로 살피더니, 평평한 사람 머리 크기의 돌을 발견하고 그 돌 옆에 쭈그려 앉았다.

    그는 돌에 손을 뻗어 한번 만져보고는 가볍게 일갈하며 돌을 내리쳤다.

    그러자 돌에서 충격음이 울려왔다.

    심협은 손바닥에서 통증이 느껴져,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거뒀다.

    심협은 그 돌을 살펴봤다. 표면에 생긴 흙먼지를 털어보니, 돌 위에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돌 자체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심협은 멋쩍은 웃음을 짓고 손바닥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일어났다.

    그런데 그가 막 배로 돌아가려던 그때, 발 옆에서 작은 소리가 울려왔다.

    심협이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숙이고, 손으로 그 돌을 가볍게 만져보자,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던 그 돌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더니 그대로 부서져 부스러기가 되어버렸다.

    심협은 눈빛을 빛내며 그 돌 부스러기를 만져보더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 춘추관에 입관할 때, 전철생이 그의 앞에서 청양수를 시전한 적이 있었다. 전철생이 돌 탁자를 치던 그 장면은 여전히 기억이 생생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발휘한 힘이 전철생이 보여줬던 청양수에 절대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기절했을 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심협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설마…….”

    심협의 머릿속엔 예전에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추측이 떠올랐다.

    심협은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급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양손을 몸 앞에서 둥근 원을 그리는 모양을 만들고, 속으로 소화양공의 구결을 외웠다. 그러자 체내의 양기가 일어 운공되기 시작했다.

    양기가 운공되는 순간, 심협의 양손 사이에는 붉은 빛이 급격히 불어났다. 붉은 빛 안에서는 3촌 정도 길이의 붉은 선이 한 줄 한 줄 생성되어 빽빽하게 서로 교차되더니, 빠른 속도로 커다란 구(球)를 만들어냈다.

    붉은 구는 따뜻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작열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몇 차례 호흡할 시간이 지나자, 심협의 몸과 의복에 있던 물기는 그 열기에 바싹 말라버렸다.

    십여 차례 호흡할 시간이 지나, 심협은 힘차게 숨을 들이마셨다. 순간 그의 양손 사이에 있던 붉은 구는 그대로 심협의 코와 입으로 들어갔고, 심협의 얼굴에는 붉은 빛이 돌았다.

    얼굴의 붉은 빛이 사라지자 그은 손을 풀고 천천히 눈을 떴다.

    심협은 놀라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힘차게 일어나 단숨에 뛰어올랐고, 그대로 1장 높이까지 떠올랐다가 떨어지며 땅에 발이 닿았을 때 그는 조약돌을 밟게 되었는데 바로 돌 깨지는 소리가 울려왔다.

    “힘이 가득 차고, 근골은 가볍고, 양기는 밖에서 태양처럼 응결되고, 양기를 안으로 거두면 얼굴에 붉은 노을이 비치는 듯하니, 이것이 바로 소화양공이 능숙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협은 양손을 꼭 쥐고 소화양공 구결 중의 내용을 중얼거렸다.

    지금 심협의 몸에 나타난 변화가 증명하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소화양공이 능숙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능숙해졌구나, 능숙해졌어……. 하하, 드디어 능숙해졌어!”

    심협은 너무 기뻐 다시 뛰어오르고 팔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런데 이번에 뛰어올랐을 때에는, 온몸의 경맥 곳곳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통증에 심협은 흥분이 가라앉으며, 왜 자신이 소화양공이 입문에서 순식간에 능숙해진 단계에 이른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설마 그 귀신 때문인가?”

    심협은 무의식적으로 어깨의 이빨 자국을 다시 들여다봤다.

    그 귀신에서 어깨를 물리고서 혼절했는데, 깨어나 보니 몸에 이러한 변화가 생겼으니, 가장 유력한 원인은 바로 그 귀신에게 물린 것이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된 것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소화양공이 능숙해지는 단계에 이른 것은 상당히 좋은 일이었다. 풍양진인의 예상이 맞는다면, 소화양공이 능숙해졌다는 것은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만약 순양검결을 수련할 수 있게 되거나, 혹은 무명천서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다면, 수명을 더 연장할 가능성은 물론이거니와, 진정한 수련의 길에 접어들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무명천서, 무명천서를 아직 못 찾았구나!”

    심협은 자신의 머리를 탁 치며 말했다. 이제야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이 생각난 것이었다. 그는 급히 나룻배로 돌아갔다.

    배 안에 있던 물건들은 전부 선미 쪽에 쌓여있었다. 항아리며 자기 병과 같은 것들은 전부 깨져버렸고, 앉은뱅이책상의 다리 하나도 부러져 있었다.

    심협은 책상을 치우고, 그물 밑에서 그 석합을 찾아냈다.

    석합은 반쯤 열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심협은 석합을 꺼내 가볍게 뚜껑을 밀자, 뚜껑이 완전히 열렸다. 그러자 석합 안에 있던 1척 정도 길이의 죽통과 두껍고 노르스름한 고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죽통은 팔뚝만 한 두께에, 대나무 마디 2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푸른색을 띠는 것이, 대나무를 자른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였다. 고서는 약간 말려 통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죽통의 아래 위치하고 있었다.

    “무명천서?”

    심협은 눈빛을 빛내며 손을 뻗어 고서를 꺼내려고 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함부로 석함을 열었다가 귀신을 풀어주게 된 것이 생각나, 급히 손을 거두었다. 뒤이어 그는 봇짐을 열어 예전에 써둔 부적을 몇 장 꺼내더니, 자신의 흉부와 팔 등에 붙였다.

    이 부적들 중에는 구귀부와 벽사부, 심지어 평안부도 두 장 있었다. 이 부적들이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부적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조심해야 할 것은 조심하지만, 사실 심협은 그리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어쨌든 우천사처럼 평범한 사람도 무탈하게 무명천서를 얻었으니, 또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우혁이 언급한 우천사의 일은 너무도 간략해서 술김에 빠뜨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우천사가 후손들에게 자세한 내용은 알려주지 않아, 후손들은 귀신이나 죽통의 일을 아예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심협은 오른 손등에 구귀부를 하나 붙이고서야 천천히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고서를 잡아들었다.

    심협이 고서를 잡을 때 그리 힘을 많이 주지 않았다. 꽤 오래되어 보이는 고서가 잘못하면 바스러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손바닥이 고서에 닿자, 고서가 종이로 만든 것이 아닌 견고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더욱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원래 2촌 정도 길이였던 고서가 석합에서 나오는 순간 하얀 빛이 스치더니, 두 배 정도로 커졌다. 말려있던 책장들도 점점 늘어나더니, 길이와 너비가 모두 4촌 정도 되는 정사각형의 책으로 변했다.

    심협은 이 광경에 순간 놀라, 어찌 된 일인지 생각도 못 하고 석합과 손에 들고 있는 책을 몇 번이나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이건…….”

    심협은 망설이다가 고서를 한쪽에 놓아두고, 푸른 죽통을 꺼냈다.

    그러자 원래 1척 정도 길이의 죽통이 석합에서 나오는 순간 하얀 빛이 스치며, 그대로 3배로 길어졌다. 3척 정도 길이로 변한 죽통은 들고 있자니 무게가 꽤 느껴졌다.

    심협은 죽통을 가볍게 흔들어봤는데, 안에서 액체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들고 있는 죽통의 부피는 석합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이리도 큰데……. 어떻게 석합에 넣을 수 있단 말인가?’

    심협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혼잣말이 끝나자마자, 심협은 반신반의하며 죽통을 석합에 다시 넣으려고 가까이 가져갔다.

    죽통이 석합에 접근하자, 부드럽고도 보이지 않는 힘이 죽통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하얀 빛이 감싸는 가운데, 죽통은 다시 1/3 정도로 줄어 1촌 정도 길이로 변한 채 석합에 들어갔다.

    “이 석합은…… 설마 이 또한 보물인 것인가?”

    심협은 또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는 급히 죽통을 고서 옆에 놓아두고, 앉은뱅이책상을 끌고 왔다.

    심협은 책상다리를 잡고, 거꾸로 뒤집은 형태로 석합에 갖다 댔다. 이 석합에 원래 들어있던 두 가지 물건 외에 다른 물건들도 축소시켜 넣을 수 있는지 시험해보려던 것이다.

    책상의 모서리 한 곳이 석합에 가까이 가자마자 하얀 빛이 다시 한번 뿜어져 나오더니, 부드럽고 보이지 않는 힘이 책상을 끌어들여 심협의 손에서 책상을 끌어갔다. 이내 책상은 석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심협이 석합 안을 살펴보니, 책상은 남아있는 다리 3개를 하늘로 향한 채 석합 안에 들어있었다. 책상은 한참 축소되어 손바닥 크기 정도로 변한 상태였다.

    이 광경에 심협은 더욱 기쁜 기색을 내비치며, 배에서 내려 돌무더기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사람 머리 크기 정도의 둥근 돌을 주워 와, 석합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심협은 상앗대도 들고 와 석합에 집어넣었는데, 이 또한 크기가 축소되어 석합에 들어갔다.

    심협은 또 주변에 있는 도자기 조각, 그물, 손도끼 등 잡다한 물건들로 모두 시험해봤는데, 모두 예외 없이 축소되어 석합 안으로 들어갔다.

    “보아하니 보통의 물건들도 석합 입구에만 갖다 대면 모두 축소되어 들어가는 것 같구나.”

    심협은 석합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이리저리 자세히 살폈지만, 여전히 불가사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석합은 석합보다 몇 배, 크게는 십여 배는 더 큰 물건도 축소시켜 안에 담을 수 있었는데, 석합 자체의 무게는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심협이 각기 다른 물건들이 축소되는 비율을 비교해보니, 원래 크기가 컸던 물건일수록 축소되는 비율도 더 커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석합이 얼마나 큰 물건까지 담을 수 있는지는 당장 시험할 방법이 없었다.

    “이 석합이 이리도 신기한 능력을 가졌으니, 혹시 전설 속의 법기가 아닐까?”

    심협은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본인 스스로도 크게 놀랐다.

    법기라면 춘추관에서도 장문인 풍양진인과 폐관한지 오래인 신비한 사숙조에게나 있는 물건 아닌가?

    심협은 무명천서를 찾는 과정에서 이리도 많은 의외의 소득을 얻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예상치 못하게 얻은 기이한 옥침 때문에 꿈속에서 천년 이후의 난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심협은 우혁에게서 무명천서의 존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춘추관에서 힘겹게 수련하며 조금이라도 수명을 늘리려고 애썼을 것 아닌가?

    심협은 이번에 처음으로 그 옥침 때문에 악몽을 꾸게 된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라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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