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몽주-32화 (32/1,214)
  • 32화. 수련의 어려움

    “나도 아직 뵙지는 못했네. 하지만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사숙조님께서 확실히 폐관 중이라고 하시더군. 다만 모습을 거의 드러내시질 않으실 뿐이라네. 아마 춘추관 내에서도 장문인과 사부님 등 몇몇 사람만 사숙조님을 뵐 수 있다고 들었네.”

    백소천이 말했다.

    “그렇다면, 수련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오?”

    심협은 속으로 기뻐하며 물었다.

    “그야 물론이지. 수련 중에 만나는 관문들을 하나하나 지나다 보면, 수련의 경지도 그만큼 오르게 되네. 수명도 물론 그만큼 늘어나고 말이야. 우리 사숙조님도 이미 수백 년을 사셨다네.”

    백소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가능했군요……. 수행의 단계를 나눈다면, 나는 지금 가장 낮은 단계에 있는 것이오?”

    백소천에게 수련으로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듣자, 심협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고, 더 살고 싶다는 바람도 더욱 절실해졌다.

    “그건…….”

    백소천은 심협의 질문에 순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소. 보아하니 나는 가장 낮은 단계도 되지 않는 것인가 보오.”

    심협은 백소천의 표정으로 바로 알아차리고,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수련 경지 중 가장 낮은 단계는 연기기(煉氣期)라네. 법력을 수련해낸다면 바로 연기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지. 내가 지금 연기기에 해당된다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면 바로 벽곡기(辟穀期)일세. 사부님과 장문인 모두 이 경지에 계시네.”

    백소천은 마지못해 설명해 주었다.

    “그런 것이었군요. 그럼 사숙조님께선 어느 경지에 계시는지 아시오?”

    심협이 다시 물었다.

    “사부님도 언급하신 적이 없네. 하나 사숙조님의 연세로 미루어 볼 때, 아마 이미 벽곡기를 지나 응혼기(凝魂期)에 계신 듯하네.”

    백소천은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심협은 백소천의 말을 들으며, 바로 마음 깊이 새겨두었다.

    오늘 백소천이 해준 이야기들은 심협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수명 연장의 희망도 갖게 해 주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도 알게 했던 것이다. 한순간에 심협의 마음속은 온갖 감정이 뒤섞이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은 평생 몇 십 년 밖에 살지 못하는데, 어릴 때와 늙고 난 이후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세월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심협에게는 그 짧은 세월조차도 바랄 수 없으니, 어찌 달갑게 여길 수 있겠는가?

    “백사형, 방금 정사형과 대련할 때 사용한 공법이 ‘순양검결(純陽劍訣)’이오?”

    심협은 마음을 겨우 진정시킨 후 다시 물었다.

    백소천은 심협의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다. 심협이 순양검결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소. 내가 기명제자로서 다른 공법들을 접할 수는 없지만, 재물을 써서 주워듣는 것은 좀 있는 편이오. 나도 소화양공이 기초를 다지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소. 일반인이 수련하여 체력 단련하는 것 정도 되겠지만 말이오.

    소화양공은 순양검결을 수련하기 위해 기초를 닦는 것 아니오? 그리고 순양검결이야말로 춘추관에서 법술을 수련해낼 수 있는 진정한 공법 아니오?”

    심협은 백소천이 의아해하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 소식 한번 빠르군. 맞네, 소화양공은 기초를 다지는 것이네. 소화양공이 제대로 능숙해진 제자들만이 순양검결의 제1층 공법을 수련할 수 있다네.”

    백소천은 조금 망설이는가 싶더니, 더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화양공을 다 수련해내야만 순양검결을 수련할 수 있고, 이때부터 진정한 수련의 길로 들어선다, 이 말이오?”

    심협은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 단순할 리 있겠는가? 순양검결의 제1층을 수련할 자격을 갖췄다고 해서 ‘통법성(通法性)’에 이른 것도 아닌데. 통법성에 이르러야 연기기 수사(修士)라고 할 수 있지. 이때부터 진정한 수련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네.”

    백소천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통법성이오?”

    심협은 이번에야말로 정말 의아해졌다.

    “말해줘도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네……. 에라, 내 그냥 알려주겠네. 소위 통법성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양기의 자극을 통해 순양검결 제1층을 수련하는 것이네. 체내에 처음으로 법력이 생겨나는 과정이기도 하지. 만일 통법성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번 생은 수련과 인연이 없다고 봐야 하네.”

    백소천은 심협의 간절한 표정을 보며 설명해 줬다.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통법성은 일종의 관문 같은 것이라, 이 관문을 통과한다면 계속 수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오? 그렇다면 돈오(*頓悟 : 갑자기 이치를 깨달음)와 비슷한 것 같소만.”

    심협은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이며 또 물었다.

    “자네 말도 틀린 것은 아니네만, 전부 맞는 것도 아니네. 통법성은 돈오와는 다르다네. 몸이 안에서부터 변화하는 것이지. 게다가 외력의 도움도 받아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네.”

    백소천이 설명했다.

    “무슨 외력이오?”

    심협이 다시 추궁해 물었다.

    “자네 설마 진짜로 순양검결을 수련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솔직히 말하겠네. 자네 터무니없는 생각 하느니, 차라리 소화양공을 꾸준히 연마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게나. 그리고 사부님께 단약을 더 얻어낼 방법도 찾아보고…….”

    백소천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말을 하다가 마는 법이 어디 있소?”

    심협도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자네는 정말 못 말리겠네. 구체적으로 어떤 외력이 있는지는 자세히 이야기하기 곤란하네. 하지만, 모두 영단묘약(靈丹妙藥)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 그러나 이 영단묘약은 원한다고 구해지는 것이 아닐세. 게다가 외력의 도움을 받아도 성공할 수 있는 이는 백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네.”

    백소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성공률이 그리도 낮소?”

    심협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그러니 춘추관이 근래 제자를 이리 많이 들였는데, 내문제자는 고작 세 명뿐 아닌가. 이것만 봐도 통법성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만할 것이네.”

    백소천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순양검결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려줄 수 있겠소? 만약 규율을 어기는 것이라면, 백사형을 곤란하게 하지는 않겠소.”

    심협이 조심스레 물었다.

    “하하, 구체적인 공법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자네에게 조금 알려줘도 무방하네. 사실 숨길 것도 못되네. 외문제자들도 꽤 여럿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다만 그들은 일부 내용을 전체인 줄 안다거나, 혹은 과장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네.

    순양검결은 총 1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네. 그중 가장 수련이 어려운 것은 바로 제1층과 마지막 제11층과 제12층이지. 제1층은 통법성으로 인해 어려운 것이고, 마지막 두 층은 공법 자체가 어려운 것일세. 만일 통법성이라는 관문만 넘을 수 있다면 그다음 아홉 층은 아무리 자질이 부족하고 수행 속도가 느릴지라도, 몇십 년 간 공들인다면 수련해 낼 수 있는 것이네.”

    백소천이 침착하게 말했다.

    “몇십 년이나 공을 들인다고? 그럼 수련해내고 나면, 이미 죽을 때가 된 것 아니오?”

    심협은 입을 다물지 못하며 물었다.

    “방금 깜빡하고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통법성에 이르러 연기기에 진입한다면, 수명은 60년 정도 늘어난다네. 순양검결 공법 몇 층을 수련하기에는 충분하지.”

    백소천이 자신의 머리를 치며 설명했다.

    “만약 순양검결 제9층까지 수련한다면, 수명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소?”

    심협은 이 일에 꽤 신경 쓰고 있었다.

    “만일 연기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수명 연장은 60년 정도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네. 하지만 순양검결을 제9층까지 능숙하게 수련해냈다면, 연기기를 벗어나 벽곡기에 진입할 수도 있겠지. 만일 벽곡기에 진입한다면, 수명은 최소 200년은 늘어날 걸세.”

    백소천이 웃으며 설명했다.

    “200년…….”

    심협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자네 우선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 후에 200년의 일을 생각해보게나. 젊은이가 지나치게 이상이 높아도 곤란하네. 하하.”

    백소천은 웃다가 돌연 무언가 생각난 것인지,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자네 아직 부적 연구하고 있나?”

    “아직 연구 중이오. 하지만 아직도 갈피를 못 잡았소.”

    심협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일전에 꿈속에서 우혁이 부적술을 지도해 준 덕에, 심협은 부적술에 대해 이해도가 많이 높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연습과 검증을 거치지 못했으니,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자네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네. 나는 이제 이것들이 필요가 없어졌으니, 자네가 받아두게나.”

    백소천은 진작 예상했다는 듯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작은 천 주머니를 던져 건넸다.

    손을 펼쳐 받은 심협은 순간 손이 흔들리는 것이 꽤 무게가 느껴졌다.

    심협은 궁금해하며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 안에는 7, 8개의 원석이 들어있었다.

    “백사형! 역시 백사형은 내 구세주 같은 존재요. 내 마침 이 보물들이 없어 근심하고 있었소. 이번에는 염치없게 빈손으로 받아 갈 수 없지. 백사형, 얼마면 되겠소?”

    심협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형제 같은 사이에 어찌 재물을 논하겠는가. 이러면 오히려 의 상한다네. 다음에 주루(酒樓)에 가서 내게 술 한번 대접하게나. 내가 다른 것은 몰라도, 술이라면 아무리 많이 대접해도 사양하지 않겠네. 내 며칠 동안 술이 고파 미칠 지경이야.”

    백소천은 심협의 어깨를 치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얼마든지 술을 대접하겠소. 그런데 어째 백사형이 계속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것 같소?”

    심협은 생각해보고는 말했다.

    “됐네. 자네가 그리 양심에 가책이 느껴진다면, 내게 황금 백 냥이고 천 냥이고 값을 쳐주게나. 나도 돈 꽤나 좋아하는 사람일세.”

    백소천은 손을 비비며 말했다.

    “그럼 술을 충분히 대접하겠소.”

    심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뒷짐 지고 앞으로 걸었다. 백소천도 즐겁게 웃더니, 바로 따라갔다.

    * * *

    고요한 여름밤. 달빛이 비치는 가운데, 벌레 우는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와 듣는 이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 와중에 어떤 이가 홀로 산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옥황전 뒤편을 지나, 얼마 안 되어 그는 마당이 딸린 독립된 가옥 앞에 이르렀다. 대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그 사이로 2층으로 이루어진 가옥 안의 촛불이 비쳐 나왔다.

    “사부님, 제자 심협이 뵙기를 청하옵니다.”

    심협은 대문 앞 빛이 드는 곳에 멈추고, 안을 향해 공손히 예를 갖추며 소리쳤다.

    “들어와서 이야기하거라…….”

    안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심협은 안에서 목소리가 전해지자,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심협이 아직 안에 있는 문에 다가가기도 전에, 먼저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문이 안쪽을 향해 스스로 열렸다.

    * * *

    도포를 입은 나씨 도인이 안채 중앙의 태사의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 옆에는 방금 우린 차가 놓여 있었다. 찻주전자에서는 하얀 김이 차향을 내뿜으며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백사형에게 사부님께서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찾아뵈러 왔습니다.”

    심협은 얼굴에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나씨 도인에게 공손하게 예를 갖추었다.

    심협은 백소천과 헤어지고 잠시 생각해보다가, 결국 방금 춘추관으로 돌아온 사부에게 인사드리러 온 것이었다.

    나씨 도인은 찻잔을 들고 심협을 훑어보더니,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다.

    “보아하니 장문사형의 말이 맞구나. 소화양공을 잘못 수련하여, 그나마 붙어있던 목숨도 더욱 위태로워졌구나. 오래 살지 못하겠어.”

    나씨 도인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전혀 거리낌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심협은 나씨 도인의 말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마지막으로 걸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조차도 다 사라져 버린 것이었으니 말이다.

    “부디 사부님께서 이 제자에게 수명을 연장할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심협은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허리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

    심협의 태도에도 나씨 도인은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저 찻잔에 차를 따르고는 차에 떠 있는 찻잎을 불고 있었다.

    심협은 굽히고 있던 몸을 살짝 일으켜 앞으로 가더니, 품속에서 자주색 목합 하나를 꺼내었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목합을 나씨 도인의 찻상에 내려놓고 공손히 말했다.

    “사부님, 제자의 조그마한 성의입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혹여 제가 수명을 연장할 방법이 있다면, 거금도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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