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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주-28화 (28/1,214)
  • 28화. 온 힘을 다해 위기를 만회하다

    심협은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검은 늑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뒤, 그는 두 눈을 반짝이며 냉소적인 코웃음과 함께, 한 손엔 장도를, 한 손엔 흙이 담긴 보따리를 들고 우몽을 향해 갔다.

    이때, 우몽은 중년 사내의 참혹한 죽음에 분노하여, 검은 늑대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는 검은 늑대가 발톱으로 공격하는 것을 피하고, 수중의 장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때, 심협은 늑대가 칼에 찔리는 소리를 들었다.

    검은 칼 그림자가 공중에서 지나가니, 검은 늑대의 몸에 수 척 길이의 거대한 상처가 생겼고 선혈이 마구 쏟아졌다.

    이 장면을 본 심협은 진작 뛰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가 검은 장도를 들고 우몽의 앞쪽 허공을 향해 맹렬히 찔렀다.

    심협이 온 힘을 다해 칼을 썼기에, 칼날이 바람을 가르자 윙윙 소리가 울릴 정도였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심협의 행동에 경악해 마지않았다.

    복부에 부상을 입고 분노한 검은 늑대는 맹렬히 고개를 돌려 우몽을 덮치려고 하였다. 그런데 눈앞에 돌연 검은 장도가 나타나더니, 칼끝으로 그대로 이마를 찔렀다.

    늑대는 고개를 돌리던 기세를 거두지 못하고,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갖다 바치게 되었다.

    팍 소리와 함께 검은 장도가 검은 늑대의 머리를 찔렀다. 심지어 칼자루까지 파고들 정도였다.

    미친 듯이 포효하던 늑대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가 이내 두 걸음 옮기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심협은 진작 칼을 놓고 물러나 있었다. 늑대가 쓰러지며 큰 진동이 있어, 연달아 몇 보 후퇴하고서야 제대로 설 수 있었다.

    그는 제대로 서자마자 바로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가더니, 수중의 흙이 담긴 보따리를 매섭게 던졌다.

    그러자 펑 소리가 울리며 보따리가 공중에서 무언가에 부딪힌 것처럼 순식간에 터져 버렸고, 안에 있던 잿빛 흙이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잘 보이지 않던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방금 심협을 죽였던, 모습을 숨기는 푸른 늑대였다.

    푸른 늑대는 예상치 못하게 숨겼던 모습이 드러나 버리자, 꽤 놀란 듯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심협은 장심에 있는 소뢰부와 원석을 생각하며 바로 양손을 뒤집더니, 원석의 힘을 이끌어 부적으로 주입시켰다.

    순간 팍 하는 소리가 울리고 한 줄기 하얀 번갯불이 발사되었고, 순식간에 수 장의 거리를 넘어 푸른 늑대를 공격했다.

    푸른 늑대의 두 눈에는 분노와 놀람이 가득했다. 푸른 늑대는 으르렁거리며 숨겼던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온몸의 털이 모두 일어나더니, 모든 털에서 밝은 푸른빛을 발하며 순식간에 몸 주위에 푸른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큰 굉음이 일자,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푸른 보호막은 끊임없이 흔들렸고, 보호막 표면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미세한 번갯불이 반짝였지만, 끝내 파괴되진 않았다.

    그 모습에 심협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그런데 이때, 푸른 보호막에서 돌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왔다. 푸른빛이 번득이는 것이 보이는가 싶더니, 1척 정도 길이의 푸른 풍인(風刃)이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큰일이다.”

    심협은 놀라 급히 몸을 옆으로 피했지만, 풍인(風刃)의 속도가 너무도 빨랐다. 평범한 사람이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팍팍 소리가 울리자, 심협의 왼팔이 절단되어 선혈이 쏟아졌다.

    “아!”

    팔이 잘리는 고통에 심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때, 푸른 보호막과 번갯불이 동시에 사라지고, 푸른 늑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괴물은 심협이 쓰러진 것을 보고는 눈빛이 더 포악해지며 자신을 방해한 그를 제대로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훅 소리와 함께 검고도 길고 가는 것이 옆에서 튀어나와, 그 푸른 늑대의 목을 감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늑대 목에 감긴 것은 검은 채찍이었다.

    채찍을 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우몽이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채찍을 당기고 있었다.

    그러자 푸른 늑대는 그대로 땅에 두발로 직립해 서더니, 입에서 거대한 풍인을 뿜어냈다. 그 풍인은 곧장 공중을 향해 날아올랐다.

    “여기는 내게 맡기게. 자네들은 여기 상관 말고 얼른 성문으로 가게.”

    우몽이 크게 소리쳤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우몽의 말을 듣고는, 일의 경중을 파악하고 성문 쪽으로 몰려가 검은 늑대와의 사투에 합류했다. 합류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마침 필요할 때 합류한 덕에 위태롭기만 하던 전세가 조금은 역전되었다.

    “심노제, 내가 이 늑대 놈을 처리할 때까지 조금만 버텨주게!”

    두 눈이 벌게진 우몽이 쓰러져 있던 심협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는 한 손으로 채찍을 최대한 잡아끌며, 다른 한 손으로는 품속에서 두 가지 물건을 꺼내고 있었다. 바로 원석과 피처럼 붉은 부적이었다.

    우몽은 빠르게 주문을 외더니 원석을 깨뜨렸고, 이내 눈부신 붉은 빛이 부적에서부터 퍼져 나왔다. 빛이 더더욱 왕성해져, 순식간에 우몽의 팔 절반까지 빛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부적의 붉은 빛에서 가공할만한 파동을 느낀 푸른 늑대는 공포가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늑대는 몸을 갑자기 줄이면서 검은 채찍에서 쓱 빠져나가더니, 다시 푸른 그림자로 화하여 저 멀리 발사되듯 날아 도망쳤다.

    “짐승 놈, 도망치지 마라!”

    얼굴에 이상한 홍조가 돌던 우몽은 부적을 힘주어 부수고 푸른 늑대 방향으로 주먹을 허공에 날렸다.

    그러자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우몽의 주먹에서 튀어나온 붉은 빛 화살은 허공에서 반짝이다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 거의 그와 동시에, 십여 장을 도망친 푸른 늑대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마치 화살에 맞은 새처럼 추락해 떨어졌다.

    펑 소리와 함께 거대한 늑대의 시신이 육중하게 땅으로 떨어졌다. 늑대의 목에는 거대한 구멍이 나 있었다. 선혈은 순식간에 푸른 늑대의 몸의 절반을 물들이고 있었다.

    푸른 늑대의 눈에는 죽음의 공포가 만연해 있었다. 늑대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공중에 있는 늑대 머리의 괴물을 바라보려 했으나, 고개를 다 들기도 전에 눈에 초점이 전부 사라졌다. 늑대는 경련을 일으키더니, 곧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푸른 늑대가 죽은 것을 보고 흥분하여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우몽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가쁘게 호흡하며 상당히 피로한 모습이었다. 두 다리가 흔들리더니,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우몽의 호종 3인이 어디선가 뛰어왔다.

    “나는 괜찮네. 나는 상관하지 말고, 얼른 가서 심노제를 살펴보게. 심노제가 중상을 입었으니, 이걸 가서 복용시키게!”

    우몽은 힘겹게 손을 내저으며 품 안에서 붉은색 작은 병을 꺼내, 검은 얼굴의 호종에게 병을 던져 건넸다.

    심협의 팔이 잘린 곳에서는 여전히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심협은 몸의 반이 붉게 물든 채, 곧 혼수상태에 빠질 참이었다.

    “도련님, 이것은 소환단(小還丹) 아닙니까. 이걸 저자에게 주라는…….”

    검은 얼굴의 호종은 수중의 작은 병을 바라보며 낯빛이 변했다.

    “방금 심노제가 제때 늑대의 계략을 눈치채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우리 성문은 이미 뚫렸을 것이야. 얼른 가지 않고 무얼 하나!”

    우몽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호종은 우몽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가, 우몽의 엄한 표정을 보고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심협의 곁으로 왔다.

    그는 옷의 아랫단을 찢어 심협의 팔 잘린 부위를 꼭 묶은 뒤, 작은 병에서 피처럼 붉은 단약 한 알을 꺼내 심협에게 복용시켰다.

    * * *

    지금 심협은 전신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점점 차가운 물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의식도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못 버티겠어! 설마 또 한 번 죽는 것인가…….’

    심협은 속으로 내키지 않아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때, 따뜻한 기운이 몸 안에 주입되더니, 흐려지던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몸도 어떤 힘에 의해 일으켜져, 위를 향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몸에 지각이 돌아오자, 심협은 천천히 눈을 떴다.

    “심노제, 괜찮은가?”

    우몽이 심협 옆에 앉아 친절한 낯빛으로 물었다.

    “괜찮소. 우대형, 구해줘서 정말 고맙소.”

    심협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다가 비틀거리자, 다른 호종이 그를 부축해 주었다.

    심협은 아직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우몽이 손을 썼기에 자신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자네 부상이 이리 심하니 무리하지 말게나.”

    우몽이 탄식하며 말했다.

    심협은 깊이 숨을 들이쉬어 좀 더 정신을 차린 후, 주변을 둘러봤다.

    성문 근처의 격전이 계속되고 있는지, 검과 칼이 난무하며 교전하는 소리가 격렬히 전해져 왔다.

    성 안의 장정들이 잇달아 합세하면서 검은 늑대와의 싸움에서도 전세가 역전된 듯, 장정들이 우세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심협은 이 광경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우몽을 돌아봤다.

    “우대형, 안색이 좋지 않은데, 방금 사용한 부적 때문이오?”

    심협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것은 우리 집안에서 전해 오는 자혈전(刺血箭) 부적이었네. 우리 우씨 집안 혈육만이 부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부적을 쓰려면 절반의 기혈을 소모해야 하지.”

    우몽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의 얼굴엔 아직도 홍조가 남아 있었다.

    우몽의 말에 심협은 놀란 듯했지만, 더는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공중을 바라봤다.

    봉지성(鳳遲城)의 운명을 결정하는 진정한 결투는 공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사들과 늑대 머리 괴물의 사투였다.

    공중에선 우혁 등 선사들이 늑대 머리 괴물과 계속 맞붙고 있었다. 각종 색상의 빛이 격렬히 부딪치는 바람에 공중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려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공중의 상황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빛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비 내리듯 자주 들려오고 또 거센 바람까지 몰아치는 걸 보니, 싸움이 더 격렬해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흑랑왕(黑狼王), 자네 수하들도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데, 그리 애써봐야 결국 패배할 것이네!”

    낭랑한 목소리가 크게 웃으며 울려 퍼졌다. 꽤나 의기양양한 말투였다.

    “내가 너희만 죽이고 나면, 봉지성은 내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다. 본왕은 너희 봉지성 사람들의 선혈로 내단(內丹)을 수련할 것이야.”

    검은 구름에서 거친 목소리가 냉소적으로 코웃음 치며 전해져 왔다.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선회하던 검은 구름에서 붉은색 기이한 빛이 번득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검은 구름이 솟구치며 몇 배는 더 커졌다. 구름의 모양은 더욱 격렬히 소용돌이치다가, 이내 산 크기의 검은 늑대 모양으로 화하였다. 구름 늑대는 거대하여 하늘의 반을 가릴 정도였다.

    네 발을 땅에 디딘 거대한 구름 늑대가 하늘을 향해 포효하자, 거대하고 어두운 그늘이 퍼져 나왔다. 성문 근처는 순식간에 암흑 속에 빠졌고, 손을 펼쳐도 다섯 손가락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성문 부근에는 거센 바람도 몰아쳐, 문과 창문들이 덜컹거렸고 곳곳에 흙먼지도 날렸다.

    이 광경을 본 심협은 놀라면서도 근심이 일었다.

    ‘이 흑랑왕이라는 괴물은 책에서도 본 적이 없을 만큼 이리도 대단한데, 과연 우혁 등의 선사들이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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