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 Epilogue
노르딕에서 일어난 이방인들의 소요를 시작으로 들불처럼 대륙으로 번져나갔던 큰 전쟁이 마침내 끝이 났다.
장벽의 방어를 위해 교국방면에 진출해 있던 연합군도 이제는 방어선을 떠나 본국으로 귀환해야 할 때였다.
하지만 주둔지를 나서려던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귀환을 늦춰야 했다.
“온 사방이 몬스터들입니다. 당장 관측된 몬스터들 중 일만 이상의 대규모 무리들만 해도 십여 무리 이상입니다.”
방어선의 병력들이 오로지 교국에서 일어난 재앙에만 신경 쓰고 있는 동안에 바깥세상은 몬스터들의 천국이 되어 있었고, 그들은 어느새 몬스터들의 영역 한가운데 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물론 무리해서 뚫고 가고자 하면 돌파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태반이 전사하거나 희생된 병력을 최대한 온전하게 추슬러 본국으로 귀환해야 했던 연합군은 쉽사리 방어선 바깥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섣부른 판단으로 지옥 같은 전쟁에서 간신히 살아난 귀하디귀한 초인들과 병사들을 잃을 수는 없었다.
몇몇 성급한 이들이 무리해서 방어선을 떠났다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아 다시 방어선으로 쫓겨오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바깥세상의 몬스터들이 자신들이 알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임이 알려졌다.
더 강하고, 더 사납고, 더 교활하다.
마치 인간의 군대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몬스터들은 마수들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들이었다.
“본국에서도 대책을 강구 중이라 하니, 당분간은 이쪽에서 머물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게 낫겠소.”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중부의 왕국들은 몬스터들을 진압할여력이 없었다. 그러기에는 연이은 전쟁에서 입은 중부 왕국들의 피해가 너무도 심각했다.
중부에서 동원된 병력 중 전사자만 십수만 명에 이르렸고, 희생된 민간인들의 수는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왕국들이 애지중지하던 초인들 역시 태반이 전사하였으니, 이 유례없는 몬스터들의 난동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될 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 기력이 쇠할 대로 쇠한 몇몇 왕국들은 수도와 대영지 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토를 몬스터들에게 내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에는 동부 왕국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고대의 몬스터들에게 시달리는 건 동부의 왕국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들 역시 연일 이어지는 몬스터들과의 전투로 중부까지 병력을 파견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당장 도움을 주기에는 그들은 지나치게 멀리 있었다.
“피해가 생기더라도 귀국을 서둘러야 할 것 같소. 이대로라면 본국에서 도움을 기대하기는커녕 우리가 본국의 소란을 잠재우는 데 힘을 보태야 할 지경이오.”
속속 날아드는 절망적인 소식에 연합군의 수뇌부들이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기껏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돌아갈 곳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은 장벽에 파견되었던 동부 왕국의 병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은 너무도 먼 곳에 있었다. 운이 좋아 무사히 중부를 벗어난다고 해도 짧게는 수백 킬로미터에서 길게는 수 천 킬로미터를 몬스터들의 영역을 지나야 했으니, 도대체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를 어쩐다. 방법이 없구나.”
그렇게 모두가 암담한 상황에 전전긍긍할 때, 아덴버그 제국군이 당장에라도 방어선을 떠날 것처럼 부산을 떨었다.
다른 연합군의 수뇌부들은 제국의 사령관을 만류했다. 하지만 제국의 사령관은 태연한 얼굴로 본국의 귀환 명령이 떨어졌으니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노라 대꾸하였다.
그 모습이 기이할 정도로 아무런 근심이 없어 보여, 오히려 만류하던 이들이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이베리아의 북부 전선까지만 가면 우리를 마중 나온 이들이 있을게요.”
“이곳에서 이베리아까지 당도하는 데만 수천 킬로미터를 가야 하오. 그 험난함을 어찌 그리 가벼이 여기시오.”
하필이면 제국군이 지나야 할 테네시아 왕국과 아스라엘 왕국은 지난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왕국들이었고, 몬스터들의 난동을 조금도 억제하지 못해 이제는 몬스터들의 땅이라 해도 좋을 곳들이었다.
그런 험난한 길을 두고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한 제국 사령관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머지않아 제국 사령관이 보인 여유가 무엇에서 기인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화악!
하늘 위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싶더니, 찬란한 백금의 비늘을 구른 거대한 존재가 내려왔다.
“전승 대공!”
교국에서 일어난 재앙을 종결시킨 전설적인 기사 전승 대공과 그 백금의 용이었다.
“이베리아까지 이르는 동안 내가 그대들을 호위하겠다.”
단 한 명의 기사가 수천에 이르는 대병력을 호위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조차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상대가 전승 대공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소.”
사령관 역시 전승 대공의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우, 우리도 함께 가겠소!”
그렇지 않아도 동부로 돌아갈 길이 요원해 전전긍긍하고 있던 동부 왕국의 인사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합류의 의사를 내보였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전승 대공의 허락이 떨어지자 동부 왕국의 병력들이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언제든 방어선을 떠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지라, 그들이 준비를 마치는 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함께 싸워서 영광이었소. 부디 그대들이 보인 용맹과 헌신이 앞으로도 찬란히 빛나기를 바라오.”
짤막한 인사를 남긴 제국군과 동부 왕국의 병력들이 방어선을 떠나갔다.
“아….”
방어선에 남겨진 중부 왕국 출신의 병사들은 그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보았다. 설마 대륙을 구한 영웅이 이렇게 자신들을 냉담하게 버리고 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병사들과는 달리 각국의 수뇌부들은 전승 대공의 돌변한 태도를 어느 정도 납득하는 눈치였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큰 전쟁이 끝이 났으니, 이제는 더 이상 전우라는 이름으로 묶어 무언가를 기대할 수는 없게 되었구나.”
원망은 없었다. 애초에 따지고 보면 전승 대공은 중부에 불어닥친 재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동부인이었다. 그런 전승 대공이 이 먼곳까지 달려와 재앙을 종결시켜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었다.
하물며 자신들의 고국은 한때나마 교국의 편에 서서 제국을 적대한 전적까지 있지 않은가.
“그저 아국에 저와 같은 기사가 없음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국경선이 다시금 마음속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
제국군의 귀환 길은 그간 들려오던 흉흉한 소문이 무색하게 평온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국군이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장 가는 곳마다 무너진 성과 요새의 잔해가 널려 있었고, 버려진 마을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흉물스럽게 파 먹힌 시체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지옥이었다.
북방의 기병들에게 온 국토를 짓밟힌 테네시아 왕국과 왕실마저 무너져 진즉에 통치력을 상실한 아스라엘 왕국은 더 이상 사람 그림자 조차 찾아보기 힘든 불모지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인적이 사라진 너른 땅은 원래대로라면 몬스터들의 차지가 될 터였다.
하지만 제국군은 단 한 마리의 살아있는 몬스터도 구경할 수 없었다. 급하게 싸질렀는지 채 식지 않은 몬스터들의 분비물만이 간간이 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그 모든 게 전승 대공과 그의 용 덕분이었다.
우아하게 하늘을 비행하는 백금빛의 용은 굳이 요란스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거나 과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일대에 자리 잡은 몬스터들을 모조리 쫓아내기에는 충분했다.
“과연 다른 왕국들이 몬스터들로 골머리를 앓는 것과는 다르게 제국이 평화로운 데는 이유가 있었군.”
사령관은 제국의 태평성대가 누구로 인한 것인지 깨닫고는 작게 감탄했다. 다른 병사들 역시 이따금씩 하늘을 올려다 볼 때면 경이로움과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전승 대공이 단순한 말뿐이 아닌 진정한 제국의 수호신임을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제국은 더욱더 융성하겠구나.”
그리고 제국군이 전승 대공과 그 용을 보며 충만함을 느끼는 동안, 뒤를 따라가던 동부 왕국의 지휘부는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이렇게 전쟁이 끝이 나고 나니 저 압도적인 존재가 사실은 타국의 기사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작은 깨달음은 이내 제국에 대한 두려움이 되었다.
“저기부터는 내가 없어도 몬스터들의 습격은 받지 않을 거요.”
제국군과 동부 왕국군들이 그렇게 상반된 감상에 빠져 있는 동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행군이 끝이 났다.
“그럼 조만간 황도에서 보도록 합시다.”
이베리아의 국경에 도달하기가 무섭게 전승 대공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남겨진 제국군과 동부 왕국의 병력들은 기다리고 있던 이베리아군의 인도를 받아 그라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라나도에는 대규모 수송 선단이 준비되어 있었다.
온 대륙이 몬스터들 천지인데 바다라고 안전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지상에서 나타난 몬스터들보다 더욱 크고 강대한 몬스터들에 대한 소문이 온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베리아의 해군은 해양 몬스터들에 대한 염려 따위는 조금도 없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촤악.
그라나도 항구를 떠나는 선단의 앞으로 거대한 물보라가 피어나더니 이내 푸른빛의 비늘을 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저, 저건?”
워낙에 순식간에 사라져 그 실체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찰나간 스쳐간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바닷속의 무언가가 전승 대공의 백금빛 용에 못지않은 존재임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전승 대공의 또 다른 용, 심해의 군주가 선단의 호위를 책임지기로 하였소.”
이베리아 해군 제독의 설명을 들은 동부 왕국의 인사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창백한 얼굴이 되었다.
***
오필리아는 동부 최강국이라는 이름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이야말로 대륙을 통일시킬 기회라며 차근차근 다른 왕국을 복속시킬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이미 대륙은 너무도 오랜 시간을 전쟁에 신음해왔고, 그녀는 또 다른 정복 전쟁을 일으켜 대륙을 도탄에 빠트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감히 올려다볼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보여준다면, 그들 스스로 머리를 조아리게 되리라.”
마침 그녀는 다른 왕국들이 압도적인 격차를 실감하기에 더 없이 좋은 패를 갖고 있었다.
바로 김선혁과 그의 용들이었다.
그는 온 대륙을 싸돌아다녔다.
이따금씩 왕국의 수도와 대영주들의 영지 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국경선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어느 누구도 그와 에다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저 이유 없이 자신들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무지막지한 존재 앞에서 스스로의 무력함을 느낄 뿐이었다.
“으으. 내가 제 명에 살 수가 없구나.”
그리핀도르의 왕은 시시때때로 왕성의 하늘 위에 나타나는 용의 모습에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었다.
“왜! 다른 곳에 한 번 갈 때 우리 왕국에는 세 번씩 나타나느냔 말이다!”
이상할 정도로 빈번한 용의 방문은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제국은 과거를 잊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과거 창공의 기사들을 보내 아덴버그의 뒤통수를 친 데에 대한 앙갚음이었다.
그런 사정은 녹테인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왕국에서는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게 고작이었던 용은 유독 녹테인의 수도에서만큼은 한참이나 머물다 갔다.
그때마다 녹테인의 귀족들은 언제 용이 난동을 부릴지 몰라 공포에 떨어야 했다.
‘중부의 왕국들이 앞다투어 제국에 보호를 요청 중.’
그런 상황에서 날아든 한 통의 전문은 그들을 완전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
기력이 쇠할 대로 쇠한 중부의 왕국들이 몬스터들의 난동을 이기지 못하고 앞 다투어 제국에 봉신의 맹세를 한 것이다.
‘중부 왕국들에 나타난 몬스터들 일제히 서부로 도주 중.’
제국은 곧장 그들의 맹세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다. 그리고 제국의 막대한 지원을 받은 중부의 왕국들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유명무실해졌던 통치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국은 중부의 대부분을 자신의 영토로 흡수하였고, 동부에서도 몇 개인가 왕국으로부터 봉신의 맹세를 받아냈다.
바야흐로 서부를 제외한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전무후무한 제국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제국이 이룩한 모든 영광 뒤에는 김선혁이 있었다.
그는 적대적인 관계의 왕국들을 찾아가 위력시위를 하는 한편으로 새롭게 편입된 제국의 영토를 돌아다니며 몬스터들을 쫓아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었다.
“언제는 황도 밖으로 나가지 말라며!”
잠시도 쉴 틈도 없이 자신을 내굴리는 아내의 매정함에 절로 투정이 나왔다.
[늘어난 시간만큼이나 마음에 여유를 찾은 게지.]
다소 못마땅한 에다의 말에 김선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말마따나 수명이 늘어난 뒤로 더 이상 잠시간의 이별에 연연해하지 않게 된 오필리아가 수시로 자신을 밖으로 내돌리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던 탓이다.
“변했어! 완전 변했다고!"
죄인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지언정 애틋했던 과거가 그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평을 하면서도 온 대륙을 바삐 날아다녔다.
봉인된 두 개의 조각과 소멸된 세 개의 조각을 제외한 다섯 개의 조각이 언제 모습을 드러낼지 몰라 온 대륙을 뒤지고 다니는 것이다.
[혼돈의 조각이 발호할 조짐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구나.]
그리고 마침내 대륙을 위협할 그 어떤 조짐도 발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김선혁의 비행은 완전히 끝이 났다.
“으아! 끝났다!”
하지만 그의 전쟁은 끝이 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해야 할 일이 모두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혼돈과의 전쟁으로 영락해버린 용족을 부흥시켜야 했다.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은 각기 다른 죄를 짓고 권능을 잃은 아룡들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레드번. 네가 앞으로 제국과 대륙을 감시하는 눈이다.”
나태의 죄를 지어 권능을 빼앗기고 미물이 되어버린 비룡, 레드번이 빼액 하고 소리 치고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남아있는 아룡들은 블랙웜과 게하임니스뿐. 김선혁은 그들에 대한 처우는 당분간 미뤄두기로 하였다.
“이제까지 미친 듯이 일만 했는데, 한 백 년은 쉬어도 부족해.”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으니, 바람 잘 날 없는 대륙에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도 많았다.
“대공! 녹테인이!”
“전승 대공! 서부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관측되었….”
“북방의 유목민들이 거대 늑대와 함께 남하하고 있….”
쉴 틈 없이 자신을 불러대는 이들을 보며 김선혁이 버럭 소리쳤다.
“아오! 나도 좀 누리고 살자!”
〈완결〉
작가 후기
근 1년 가까이 연재했던〈드래곤푸어〉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먼저 여태까지 함께 해주신 독자 분들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드래곤 푸어〉는 특별하고 참신한 이야기보다는 상투적일지언정 기본적인 재미에 충실한, 보면서 잠깐이라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목표 아래 쓴 글입니다.
사실 완결이 난 지금에 와서는 제가 제대로 목표에 걸맞게 글을 써왔는지도 확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능력이나마 최대한 쉽고 편한 글을 쓰려 노력했고, 능력이 닿는 한도 내에서는 한 편 한 편 100원의 가치에 부합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그런 제 노력이 부디 독자 분들께도 닿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업 글쟁이로 살아온 지 어느덧 4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써왔습니다. 휴재하는 날조차도 하루종일 글을 붙잡고 살았고, 완결이 나면 곧장 신작을 쓰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드래곤푸어〉가 완결이 난 지금은 몸도 마음도 텅 비어버린 듯한 기분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어버린 몸과 마음이 다시 채워질 때 즈음 본편 중에 아직 나오지 않은 ‘아티야의 소원’이라든지 아룡들이나 인물들의 세세한 뒷사정을 풀어보려 합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독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