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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영웅의 발자취에는 꽃향기가 난다 (4)
[어쩔 수 없었다.]
굳이 누구의 음성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말을 못 하던 골드레이크마저 언어를 깨치는 판국인데, 블루곤이라고 다를까. 게다가 블루곤은 과거에도 꽤나 유창하게 말을 걸어온 적이 있었으니, 지금의 상황이 조금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대의 망가진 육신을 치유하려면 막대한 수기(水氣)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작 몸을 담그는 정도의 얕은 바다에서는 필요한 수기를 구할 수가 없기에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였으니, 그대는 행여라도 나에게 사심이 있다 여기지 말라.]
오랜만에 듣는 해룡의 음성이 왠지 모르게 변명처럼 들린 것은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사족과, 미리 알려주었을 수도 있는 상황에 사납게 덮쳐들었던 그 행동 탓이었으리라.
하지만 김선혁은 굳이 그런 사실을 언급하며 트집을 잡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럼 수기만 충분하면 치료할 수 있다는 거야?”
사제단이 용을 쓴 덕에 피륙에 난 상처는 모두 치유되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끌어다 쓴 대가로 곤죽이 되어버린 속은 나아지기는커녕 도리어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어만 갔다.
자신은 죽어가고 있었다.
단지 겉으로 표가 나지 않았을 뿐, 깨져버린 그릇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생명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봐두었던 곳이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해룡의 말이 끝난 직후, 알 수 없는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 기분 좋은 감각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에 갑작스레 졸음이 몰려왔다.
[심해는 그대 같은 인간에게 그다지 좋지 않으니, 한숨 자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처음에는 또렷하게 들려왔던 블루곤의 음성이 나중에는 꿈결에 듣듯 희미해졌다. 그리고 종내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기왕이면 악몽이었으면 좋겠군.]
**
사라진 전승 대공은 꼬박 이틀을 기다려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해류에 밀려 멀리 떠내려간 것은 아닐까 하여 함대를 흩어 수색범위를 늘려보았지만, 여전히 전승 대공의 종적은 묘연하기만 했다.
“함대, 이 시간부로 훈련을 종료하고, 그라나도로 귀항한다.”
결국 로페스 제독은 전승 대공의 수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승 대공은 본토에서도 중요한 인물입니다. 이대로 돌아갔다가는 본토의 분노를 사 이베리아가 버려질지도 모릅니다.”
부관의 우려 섞인 말에 로페스 제독이 푸른 수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혹여라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바로 귀항….’
채 끝맺지도 못한 말이었지만, 전승 대공의 말에는 조금의 의혹도 담겨있지 않았다. 요동치는 선상 위에서 그는 태연했고, 집어삼킬 듯 달려드는 파도를 보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대공께서는 반드시 돌아오실 거다.”
벌써 몇 번이나 사라졌던 전승 대공이다.
사람들은 그때마다 그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을 거라 말했지만, 그런 예상은 번번이 빗나갔다. 모두가 입 모아 그의 죽음을 이야기했을 때도 그는 보란 듯이 돌아왔고, 마침내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가 되었다.
물론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은 없었다. 언젠가는 그 위대한 기사조차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로페스 제독이 생각하기에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 보였던 그 의연한 모습에 모든 기대를 걸었다.
**
제 1함대는 귀환했지만, 전승 대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항구에 정박 중인 모든 함대는 최소한의 방어병력만을 남겨두고 모두 출항하여 전승 대공을 찾아라! 아니, 군함이 아니어도 좋다! 상선의 선장들에게 협조를 구하여 그들 또한 수색에 동원하도록 하라!”
이베리아 대공은 하얗게 질려 바로 수색대를 조직했다. 하지만 백여 척에 가까운 크고 작은 함선이 근방의 해역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전승 대공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이럴 수는 없다. 이토록 허무하게….”
수색에 성과가 없자, 교국이 선전 포고를 했을 때조차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이베리아 대공은 반쯤 넋이 나가고 말았다.
이베리아가 전승 대공을 보호하고 있기에 시작된 전쟁이었지만, 전승 대공이 사라졌다고 해서 끝날 전쟁이 아니었다.
애초에 중부의 왕국들이 이베리아를 공격한 것은 이베리아가 지닌 풍부한 자금력과 해상로를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에 와서 전승 대공의 행방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덴버그 제국은 아니었다.
그들이 동부 전체를 동원하여 이베리아를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베리아에 전승 대공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전승 대공이 사라졌으니, 과연 제국이 이베리아를 계속해서 지원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베리아 대공이 넋을 놓은 이유가 바로 그런 사정 때문이었다.
“황실과의 통신을 연결하라.”
혹시라도 약속했던 지원군을 취소하지는 않을까 와락 겁을 먹은 이베리아 대공이 아데스덴 황실에 통신을 요청했다.
“전승 대공께서….”
이베리아 대공은 감히 거짓을 고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엎드려 간청할 생각으로 모든 정황을 보고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것이 아니니라.]
그런데 불같이 화를 내며 책임을 물을 거라 생각했던 여제의 반응이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전승 대공이 거느린 아룡들 중에는 블루곤이라 불리는 해룡이 있으니, 전승 대공이 바다에 나선 것은 그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작게 한숨을 한 번 내쉬었을 뿐, 화를 내지도 책임을 추궁하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전승 대공을 모셨던 함대의 제독이 전승 대공이 사라지기 직전 거대한 뱀과도 같은 생명체를 얼핏 보았다고 얘기한 바가 있나이다.”
[푸른 비늘이 아름다운 뱀이라면 전승 대공의 아룡, 블루곤이 맞느니라.]
“아….”
그간 본토의 분노를 살까 전전긍긍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베리아 대공의 염려가 한 번에 사라지는 말이었다.
[블루곤과 함께라면 전승 대공이 바다에서 변고를 당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리라. 그러니 그대는 더 이상 심려치 말고 그대가 해야 할 일에 매진하라.]
“명을 따르겠나이다.”
통신이 끝났을 때, 이베리아 대공은 정말 오래간만에 시름을 잊고 밝은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을 뿐, 활짝 개였던 얼굴은 금세 굳어지고 말았다.
이제 겨우 전승 대공의 문제를 일단락지었을 뿐, 이베리아가 당면한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베리아는 여전히 중부의 왕국들과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고, 이제 적은 전 국경에 걸쳐 맹공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당장 전선에서 날아드는 급보가 하루에도 십여 통에 가까웠는데, 그중 위급하지 않은 전문이 단 하나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적의 병력은 나날이 늘어가는데 아직까지 전선에 합류한 동부 왕국 연맹의 병력은 베오그라드 왕국의 보병연대가 유일했다. 중부 왕국들이 합심하여 서부와 이베리아를 잇는 길목을 틀어막아 버린 탓이었다.
그나마 이베리아의 국경이 당장 뚫리지 않은 것은 이베리아의 국경 저 너머의 아스라엘 왕국 깊숙이 파고든 북방의 기병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덕이었다.
북방의 기병들은 놀라울 정도로 용맹했고, 잔인했다.
그들은 과감하게도 부대를 수백으로 쪼개 적진을 들쑤시고 다녔다. 적의 보급부대가 전선에 나타날라 치면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어 보급대 병사들의 목을 베어냈다. 그리고 그렇게 잘려진 적의 수급은 식량 대신 수레에 실려 적의 주둔지에 보내어졌다.
그런 경우가 수도 없이 벌어졌다. 대번에 전선에 배치된 적의 사기가 곤두박질쳤다.
북방 기병들의 활약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놀랍게도 무려 아스라엘 왕국의 후작령을 급습하여 영지를 초토화시키기까지 했다.
강대한 후작의 영지조차 무너졌다는 사실에 전선에 나와 있던 군소 영주들이 겁을 집어먹었다.
이베리아를 무너트리는 데 일조하여 교역강국의 막대한 부를 일부나마 맛을 보겠다던 자신들의 꿈이 허황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 그들 앞에 펼쳐진 현실은 더 이상 장밋빛이 아니었다.
차갑디 차가운 현실에 영주들이 술렁였다.
마왕과의 전쟁과는 달랐다. 그때는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로지 눈앞의 마물들을 상대하면 그만이었다. 혼란을 틈타 세를 불리려는 자들이 있었지만, 그런 자들은 대영주의 강력한 군대들이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인간과 인간, 국가 대 국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치르는 전쟁, 그 안에 지켜야 할 룰은 없었다.
그나마 큰 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억제하던 초인들의 참전 제한이라는 암묵적인 룰도 이미 깨어진 지 오래였으니, 그야말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영지로 돌아가겠소.”
“영지에 남은 것은 내 독자(獨子)뿐이요. 자칫 잘못했다가는 가문의 대가 끊기게 생겼으니, 더 이상 나를 붙잡지 마시오.”
기병들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영지의 지배자들이 속속 전선을 이탈하여 귀환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제 영지에 닿기도 전에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나운 기병들의 습격을 받아야 했고, 모조리 목이 잘리고 말았다.
그리고 잔인한 북방의 기병들은 잘라낸 군소 영주들의 목 역시 그 사병들과 함께 수레에 실어 적진으로 보내버렸다.
전선을 이탈했던 이들이 모조리 시체가 되어 돌아오고 나니, 더 이상 전선을 이탈하는 자조차 생기지 않았다.
이제 전선을 벗어날 수도, 그렇다고 전쟁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사기가 유지되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북방의 기병들이 보여준 놀라운 활약도 전체적인 전황을 바꿀 수는 없었다.
전선에 투입된 것이 오직 아스라엘 왕국의 병력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스라엘 왕국 너머에서 온 영주들은 경각심을 느꼈을지언정 자신들의 영지가 위험할 거라 여기지는 않았다. 그들의 근거지는 발 빠른 북방의 기병들조차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곳에 있었으니까.
“어차피 근거지도 없이 떠도는 놈들이다. 이베리아만 무너트리면 최소한 저들이 발을 붙일 곳은 없을 것이다.”
중부 왕국의 귀족들은 북방의 기병들이 뒤를 들쑤시던, 병사들이 굶주리던 간에 이베리아의 국경에 맹공을 퍼부어댔다.
하지만 이베리아의 요새들은 무너질 듯하면서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이 또한 전승 대공이 안배 때문이었다.
마렉 슈나일 로아힘, 전승 대공이 나타나기 전까지 최강이라 불리던 기사였으며, 조율자의 속박에서 풀려난 검성이 이베리아의 국경에 버티고 있었다.
그리핀을 탄 검성은 잠도 자지 않고 온 전선을 쏘다니며 위급한 지경에 놓인 요새들을 구원하였다.
“전선에 투입된 병력이 몇이고, 왕국이 몇인데 이베리아 하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말인가!”
전황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교국의 수뇌부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 전쟁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다! 사악한 전승 대공을 두둔하는 이단을 심판하는 거룩한 전쟁, 바로 성전이다!”
그들은 급기야 성전을 선포하고, 전쟁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자는 파문의 벌을 내리겠다며 중부 왕국의 귀족들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지지부진한 전황에도 언제고 이베리아의 요새들이 무너질 거라 낙관하고 있던 지휘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중부 전체가 교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상황에서 파문을 당한다는 것은 예고된 파멸을 선고 받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교국의 눈치를 보느라 전쟁마저 불사하는 왕국의 귀족들 중에 파문당한 귀족과 거래를 하거나 교류를 할 이는 없었으니까.
하다못해 영지민들조차 신앙적으로 부정당한 영주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왕가라고 해도 피해갈 수 없었다.
“당장 요새를 무너트려라.”
그때까지만 해도 최초의 점령자가 입을 상처뿐인 영광을 서로에게 미루느라 뭉그적거리던 귀족들이 칼을 뽑아들었다.
징집병들을 내세운 채 뒤로 물러나 있던 정규군들과 초인들이 대거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사들이 퍼부어댄 마법에 굳건하던 요새의 성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기사들의 시퍼런 검광에 요새의 수비병들이 학살당했다.
그리고 고작 이틀이 채 지나기도 전에 최초로 이베리아의 전방 요새 하나가 무너졌다.
생존자는 없었다. 요새에 머물고 있던 민간인들조차 이단으로 몰려 모조리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산채로 불에 태워지는 사람들의 몸에서 피어난 검은 연기가 먹구름처럼 온 하늘을 가릴 정도였다.
황당하게도 중부 왕국의 병사들은 이런 잔인무도한 행위를 하면서도 자신들이 정의로운 신의 사명을 대신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들이 행하는 살인과 고문은 죄 많은 이단을 정화하는 올곧은 행위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전쟁의 광기에 믿음이라는 광기가 더해져 세상에 지옥이 펼쳐진 듯한 모습이었다.
두 번째 요새가 무너졌다.
이번에도 생존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투항한 용병들마저 전부 목이 베였다. 사악한 전승 대공을 두둔한 이베리아의 편에 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제 이베리아 군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관용을 모르는 광신도들에게 죽을힘을 다해 저항하는 것만이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였다.
이베리아군의 병사들은 투항하여 ‘정화’라는 이름 아래 끔찍한 죽음을 당하느니, 팔이 잘리고 창자가 쏟아져 나올지언정 검을 쥐고 저항하다 죽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 병사들의 필사적인 의지가 무너지려는 요새들을 간신히 지탱하는 힘이 되어 주었지만, 압도적인 적의 병력과 광기 앞에 언제까지고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이는 없었다.
[때가 멀지 않았으니, 이베리아는 포기하지 마라.]
이베리아 대공은 본토에서 날아든 전문을 와락 움켜지며 분통을 터뜨렸다.
“도대체 그때가 언제라는 말인가! 이베리아가 다 무너지고 나설 작정인가!”
두 개의 요새가 무너졌다. 남아있는 요새들도 언제 무너질지 몰랐다. 국경이 뚫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베리아 대공의 심기가 펀할 리가 없었다.
“혹여 황실은 이베리아를 포기하려는 게 아닌가!”
전승 대공이 사라지고도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쯤 되면 황실도 전승 대공의 안위에 대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을 테니,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생각이 달라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제국이 이 전쟁에서 발을 빼기로 마음을 먹은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북방의 기병들이 아스라엘 왕국의 왕성을 습격하여, 그 일가를 모조리 참수하였다.]
전선 너머로 사라져 후방을 교란하던 북방의 기병들이 놀랍게도 삼엄한 수비를 뚫고 아스라엘의 왕성을 무너트린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전쟁 초기에 상당히 많은 힘을 소진하여 뒷전으로 밀려났던 아스라엘 왕국의 병력들이다. 한창 전쟁의 광기에 도취되었던 중부 왕국의 귀족들과 지휘관들은 충격을 받았을지언정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는 않았다.
[북방의 기병들, 북진 중!]
다륜과 휘하의 기병들이 하나로 뭉쳐 또 다른 왕국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완전히 당황한 중부 왕국들의 지휘관들이 미처 혼란을 수습하기도 전에 또 하나의 소식이 전선에 날아들었다.
[아덴버그 제국군 로즈호그 왕국의 동부국경, 게오르그 요새를 공격! 게오르그 요새 현재 함락 직전!]
모든 왕국이 아덴버그 제국이 참전하더라도 해로를 이용해 이베리아 본토에 먼저 상륙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아덴버그 제국군은 그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육로를 통해 중부 왕국 연맹의 허리를 공격했다.
[게오르그 요새 함락!]
아덴버그 제국군의 참전 소식이 전해지고 채 하루가 다 지나지 않아 로즈호그의 게오르그 요새가 함락되었다는 전문이 날아들었다.
[세빌리야 요새를 공격 중이던 연합군, 동부 왕국 연맹의 병력과 이베리아군에게 협공당해 패퇴. 현재 잔존병력을 추슬러 후방으로 퇴각 중.]
중부 왕국의 지휘부가 불의의 습격에 허를 찔려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전선에서 자취를 감춘 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동부 왕국 연맹의 성전 원정대 병력이 세빌리야 요새에 나타났다.
아덴버그가 오래도록 준비한 한 수는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동부 왕국들과 경계를 맞댄 중부 왕국의 모든 국경이 일제히 공격받기 시작했다.
[아덴버그의 형제들이여! 때가 무르익었으니, 진격하라!]
역공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