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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탈피 (2)
번쩍거리는 비늘들은 마치 험산(險山) 기암괴석(奇巖怪石)과도 같아 그 어느 것도 하나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없었고, 육중한 몸뚱이 위로 치켜든 목은 덩치에 비해 그다지 길지 않았으나 그만큼 굳건해 보였다.
이전까지의 골드레이크가 변종 공룡과도 같은 생김새였다면, 지금의 골드레이크는 살아 움직이는 산 그 자체였다.
“골디?”
그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 과연 자신이 알던 골드레이크가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라 김선혁은 무심코 충직한 아룡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크르르.
땅의 아룡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와 눈높이를 맞췄다. 외양이 몰라보게 바뀌었지만, 그 우직한 금안만큼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맑고 흔들림 없는 그 눈빛을 보고 나서야 그는 눈앞의 괴수가 자신이 알던 골드레이크가 맞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너 왜 이렇게 변했어?”
물론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대로 말미암아 잃어버렸던 과거의 모습을 조금은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답이 들려왔다.
“어, 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 그가 어리벙벙한 얼굴을 해 보이는데, 땅의 아룡이 흉악하게 생긴 주둥이를 쭈욱 찢어 올렸다.
“너 말을….”
[이 또한 그대로 인한 것이니 그리 놀랄 것은 없다.]
괴수의 입꼬리가 더욱 치켜 올라갔고, 세로로 쭉 찢어진 금빛 눈동자가 더욱 가늘어졌다.
크르르.
김선혁은 그게 골드레이크 나름의 미소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흉폭하고 용맹한 모습만큼이나 멋진 웃음이었다.
[고맙다.]
담백한 감사 인사가 꽤나 골드레이크다워 그는 웃고 말았다.
“아니. 고마운 건 내 쪽이야.”
그리핀에서 훌쩍 내린 그가 천천히 골드레이크에게 다가갔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 골디.”
사라졌던 만큼이나 갑작스레 돌아온 아룡의 귀환, 김선혁은 왠지 모르게 허전했던 가슴 한 켠이 충만해지는 느낌에 다시 한 번 짙게 웃었다.
**
“이게 골디?”
김선혁과 골드레이크의 해후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줄리앙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강한 유대감을 통해 겉모습이야 어찌 됐건 간에 서로를 의식하고 있던 김선혁과는 달리 그녀는 눈앞의 괴수가 정말 골드레이크가 맞는지 도통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왜 이렇게 변한 겁니까?”
줄리앙의 질문에 김선혁이 슬쩍 골드레이크를 보았다. 하지만 골드레이크는 마치 줄리앙의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왜 그렇게 변한 거야?”
결국 그가 다시 한 번 질문을 하자, 그제야 골드레이크가 반응을 보였다.
[그대로 인해 잃었던 뿔을 되찾았고, 근원을 되찾았으니 나의 모습이 보다 근원에 가까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골드레이크의 대답은 페어리 드래곤을 통해 들었던 과거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았고, 그다지 새롭지도 않았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도록 하지.”
그래서 김선혁은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골디 너와 아룡들은 왜 형벌을 받았고, 유배당한 죄수가 된 거지?”
형벌과 유배라는 말에 골드레이크가 콧김을 내뿜었다. 아무래도 그의 질문이 거북스러웠던 모양이다.
“아니, 그 이전에.”
그런 골드레이크를 보며 그가 전부터 품어왔던 의문을 풀어놓았다.
“너는 용인가?”
형벌 받아 유배당한 아룡들이 죄를 벗고 조금씩 근원에 다가갈수록 김선혁의 의문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아룡들은 용의 또 다른 모습이 분명했다.
[지금의 나는 용이 아니다.]
하지만 골드레이크는 그의 확신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몹시도 침통하고 자조적인 음성이었다.
“음.”
그 케케묵은 비탄과 자조의 감정을 편린이나마 엿본 것만으로도 김선혁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괴로워하는 아룡에게 더 이상 질문을 던지는 게 몹쓸 짓이라 느낀 탓이었다.
원했던 대답을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실이 저만치 멀리 달아난 것도 아니었다. 골드레이크의 짧은 대답에는 너무도 많은 감정이 섞여 있었고, 그는 그 안에서 약간의 진실을 엿볼 수 있었다.
골드레이크는 스스로를 용이 아니라 단언했지만, ‘지금’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그 말은 과거 혹은 미래에는 달랐거나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저 너머에 가려진 나머지 진실들은 아룡들이 근원을 완전히 되찾고 나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느끼기에 그날이 오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았다.
**
불편한 대화로 인해 심기가 상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타고난 성품 자체가 과묵했던 것인지 골드레이크는 그 뒤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이따금씩 김선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내저으며 간단한 의사를 표시했을 뿐이었다.
“음. 기분 나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다른 곳에서는 골디와 대화를 나누지 않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실성한 것처럼 보이실 수도….”
그렇게 충고하는 줄리앙의 표정이 어쩐지 께름칙해 보였다. 아무래도 골드레이크에게 끝도 없이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이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보다 그래서 골디는 얼마나 더 강해진 겁니까?”
그 말에 김선혁도 갑자기 탈피를 마친 골드레이크가 얼마나 강해진 것인지 궁금해졌다.
“글쎄.”
예전이라면 아룡의 스테이터스가 일목요연하게 보였겠지만, 지금같이 모든 상세 수치가 사라진 상황에서는 그도 골드레이크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선혁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골드레이크와 함께라면 과거 그랬던 것처럼 마렉과의 결투에서 볼썽사납게 피떡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저쪽에 저런 산이 있었던가?”
높다란 성벽 위를 거닐며 순찰을 돌고 있던 병사 하나가 너른 평원 저 너머에 솟아난 야트막한 동산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밤에 처마신 술이 덜 깨셨나.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어제 얼마나 마셨다고.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기 보라니까?”
“하. 이 새끼. 넌 진짜 그렇게 낮이고 밤이고 술 덜 깨서 다니다가 언제 한 번 위에 걸리면 큰코다친….”
동료 병사의 채근에 고개를 저으며 악담을 늘어놓던 병사가 뒤늦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게 뭐야.”
“봐. 내 말이 맞잖아. 저쪽에 원래 산이 있었….”
“미친놈아! 저게 산이냐!”
“그럼 네 눈에는 저게 산이 아니면 뭔데?”
태평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 병사를 보며 병사가 비명처럼 외쳤다.
“저거 움직이잖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벽의 어딘가에서 적습을 알리는 타종 소리가 울렸다.
“비상! 총원 전투 위치로!”
“거대 몬스터 출현! 성으로 다가 오고 있다!”
전대 백작이 평생에 걸쳐 정예화시킨 맹스크의 병사들은 과연 반응이 남달랐다.
“투석기! 빨리 준비해!”
“궁병대! 활 내리고 전체 대기!”
순식간에 전투 준비를 마친 병사들이 성벽 위를 가득 메우고, 멀리서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괴물체를 노려보았다.
“으. 진짜 몬스터 맞아?”
“뭐가 저렇게 커?”
하지만 녹테인과의 전쟁으로 잔뼈가 굵은 병사들도 어지간한 귀족가의 저택만큼이나 거대한 괴물체를 보고는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실의 기사님들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지휘관들 중 하나가 기지를 발휘해 대공의 호위를 위해 맹스크에 잔류 중이던 황가 수호대의 기사들을 언급하자, 그제야 짓눌려 있던 병사들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그 시각 정작 그들이 믿고 있던 황가 수호대의 기사들은 완전히 얼이 빠져 있었다.
“대공이시여. 대체 어디서 또 뭘 하신 겁니까.”
온갖 생떼를 쓰며 성을 나섰던 자신들의 호위대상이 저 무지막지한 괴수의 등에 올라타 있었다.
**
황가 수호대의 기사들을 통해 저 거대한 몬스터와 대공이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빠르게 전파되었다. 하지만 맹스크의 수비병들 중 어느 한 명 성벽을 내려간 이가 없었다.
“저게 전승 대공의 아룡들 중 한 마리라며?”
“저런 괴물이 있으니, 녹테인 놈들이 드라흔 이름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경기를 일으키지.”
병사들은 하나같이 좀처럼 보기 힘든 무지막지한 괴수를 구경하기 위해 목을 쭉 내밀었다.
“그게 아니야. 4년 전 전쟁에서 전승 대공과 함께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공께서 타셨던 드레이크라는 놈은 저런 엄청난 괴물이 아니었다고.”
개중에 지난 녹테인과의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던 맹스크 연대 출신의 병사 하나가 거대한 산과도 같은 괴수를 보며 질린 얼굴을 해 보였다.
“만약 그때 저런 괴물이 아군에 있었다면, 녹테인 놈들의 국경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밀려났을 걸.”
성벽에 다가온 괴수가 멈춰 섰다.
“으으으.”
성벽의 이곳저곳에서 억눌린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눈동자를 바로 근처에서 본 병사들 중 몇몇 심약한 이들은 털썩 주저앉기까지 했다.
그 어떤 적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불퇴의 기상을 신념처럼 떠받드는 맹스크의 지휘관들이었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주저앉은 병사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들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대공이시여.”
그나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황가 수호대의 기사들과 은둔공작뿐이었다.
탁.
김선혁은 성문을 통해 들어오지 않았다. 목을 쭉, 하고 내민 골드레이크의 목을 걸어 당당히 성벽 위에 내려섰다. 누대에 걸쳐 증축을 거듭해 근 12미터에 달하는 맹스크의 높다란 성벽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황가 수호대의 기사들이 묻는 말에 김선혁이 슬쩍 뒤를 돌아보며 대꾸했다.
“집 나갔던 아룡들 중 하나가 다시 돌아왔을 뿐이다.”
마치 잃어버렸던 애완견이라도 되찾은 듯, 태평한 말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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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으로 인해 맹스크의 수비병들이 때아닌 고생을 한 것에 대해 김선혁은 보상을 잊지 않았다. 전대 백작이 임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법석을 떨 수는 없었으나 충분할 정도의 음식을 제공하여 그들의 노고에 대해 보답하였다.
물론 그 모든 건 황실의 재화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김선혁은 필연적으로 황실과 통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골드레이크가 그리 많이 변했다니, 한 시라도 빨리 그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요.]
전부터 골드레이크를 유달리 어여삐 여겼던 오필리아는 금빛 괴수의 귀환을 몹시도 반가워했다. 마렉과의 결투 이후로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황도 수비대가 난리나 피우지 않으면 다행일 겁니다.”
오필리아가 오랜만에 기분이 풀린 덕에 그 뒤로는 분위기가 사뭇 부드러워졌다.
김선혁으로서는 바라마지 않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또 한 번 오필리아의 심기를 거슬러야 했다.
“한 번 더 서부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실종된 용사의 수색을 위해서였다.
[…….]
수정구 너머에서 전해오는 거북스러운 침묵에 김선혁은 진땀을 흘렸다.
“친동생 같은 놈이 실종됐습니다. 만약 그놈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소식을 들었는지를 제외한 모든 사실을 설명했다. 그리고 오필리아는 그가 설명을 끝낼 때까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분명 말하지 않았소.]
한참 만에 입을 연 오필리아의 음성은 서릿발이라도 내려앉은 듯 차가웠다. 이제껏 그가 들어본 그녀의 목소리 중에서도 손에 꼽게 냉담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대가 더 이상 그 어떤 분란에도 나서지 않기를 바라오. 하물며 그대가 그토록이나 오래도록 제국 밖을 떠돌게 만들었던 그 끔찍한 마왕이 있는 서부라면 더더욱 말이요.]
“하지만….”
[이는 당부가 아니라 아데스덴 제국의 여제로서 그대에게 내리는 어명이니, 그대는 이에 대해 그 어떤 반론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요.]
반론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말에 그가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렉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길을 보냈다.
“폐하. 마렉 슈나일 로아힘이 인사 올립니다.”
[음. 로아힘 공도 거기에 있었던가.]
뒤늦게 마렉의 존재를 알게 된 오필리아가 조금은 풀어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제가 대공과 함께 서부로 향하겠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보라.]
여전히 세련된 구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그 단도직입적인 어조에 오필리아가 설명을 요구했고, 마렉은 태연하게 자신이 대공의 안전을 책임지겠다 말했다.
[음….]
검성의 보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필리아는 선뜻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만약 이번에 일이 잘 풀린다면, 교국이 자랑하는 용사도 포섭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참에 걸쳐 노력한 끝에 김선혁은 기어이 오필리아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일단 알았소. 하지만 그 전에 대공은 먼저 황도에 들려야 할 것이오.]
“시일이 촉박한지라….”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해보기 위해 말을 주워섬겨보았지만 오필리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롤랑 경과 그리핀이라면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지. 기다리고 있겠소.]
오필리아는 대답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신을 종료했다.
“이 정도면 나는 할 만큼 했네.”
“끙. 고맙소.”
곤란한 얼굴이 된 그를 보며 마렉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
결국 서부로 길을 나서기에 앞서 김선혁은 오필리아를 만나러 황도로 향했다.
“황돕니다.”
따로 언질이라도 받은 것인지 롤랑은 과할 정도로 길을 서둘렀고, 그는 미처 마음의 준비를 다 끝내기도 전에 황도에 도착하고 말았다.
“그대를 어찌해야 할지 정말로 모르겠구려.”
어명을 내리고서야 겨우 황도로 돌아온 제 남편을 본 오필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야 그대를 묶어두어 다시는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싶지만, 군주의 한마디는 그 무게가 태산과 같아야 하니 이미 내뱉은 말을 번복하지는 않겠소.”
오필리아의 한탄에 김선혁은 고맙다고 해야 할지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그냥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저 하나만 약속해주시오.”
그런 그를 보며 오필리아가 당부했다.
“그 어떤 것보다 무사 귀환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이요.”
“약속하겠습니다.”
필시 속으로 절충하고 절충한 끝에 내뱉었을 그녀의 당부에 그가 힘주어 대답했다.
“부디 이번에는 그 외유가 길지 않기를 바라겠소.”
황도에 오기까지 오만 상상을 다 해보았지만, 막상 만난 오필리아는 생각보다 선선히 그의 외유를 허락해주었다. 말이라고는 지지리도 안 듣는 남편에 대해 반쯤은 포기한 눈치였다.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오필리아.”
슬쩍 다가가 오필리아를 안아주니 그녀가 품 안에서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내 단지 얼굴을 보고 당부하고자 그대를 황도로 불러들인 건 아니요.”
어쩐지 사려 깊은 오필리아가 단지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자고 황도로 불렀을 리가 없었다.
“따로 할 말씀이 있으십니까?”
오필리아가 살며시 품을 벗어나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