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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일심동체 (2)
마왕과의 전쟁은 중부에 기반을 둔 여러 왕국들의 기반을 뿌리째로 흔들었다.
그중에서도 신성 교국 아스토리아는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교황이 암살되는 등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개전 이후에는 전 대륙에 퍼진 사제단과 신전 기사들을 불러들여 마기에 취약한 왕국들의 전선을 지원해야 했던지라 그 부담이 교국 역사에 다시없을 정도로 막중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국의 부담이 가중될수록 교국의 세는 더욱 강력해졌다.
신성력만이 마기에 오염된 대지와 사람들을 정화하는 유일한 해약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 삼아 교국은 중부 왕국들의 체질을 개선하였다. 각 왕국들의 수뇌부는 친 교국 인사들로 채워졌고, 급박한 전쟁의 와중에도 신전을 지어 왕국 내에 교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도록 만들었다.
권력의 심층부에까지 친 교국 인사들로 채워진 각 왕국들은 빠르게 교국의 속국화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백성들은 악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신 또한 존재함을 알게 되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믿음이 공고해진 상황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위해 교국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상상을 초월했다. 누대에 걸쳐 쌓아온 신전의 재화가 무지막지하게 소모되었고, 전선에 배치된 사제들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전쟁이 지속될 경우 교국은 소모되는 인적 물적 자원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국은 다른 왕국들에 대한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본국의 전선에서 전력을 차출하여 다른 전선에 지원을 보내기까지 하였다.
모든 게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신실한 기사들과 사제들의 순교는 전쟁 이후 다가올 거룩한 시기의 밑거름이었다.
교국이 그토록 이나 염원해왔던 대륙 전체를 거룩한 신의 대지로 하나 되게 만드는 것도 더 이상 꿈이 아니었다.
단지 한 가지 우려되는 바가 있었다면 전쟁 이후 쇠약해질 실질적 무력의 공백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적 소모를 단번에 만회할 방법이 생겼다. 전승공이 서부에서 이끌고 온 기천 명의 퀘이샤 일족이었다.
하나하나가 상급 기사에 준하는 힘을 지닌 요정들은 교국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줄 훌륭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퀘이샤들은 임자가 있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동부의 최강국으로 떠오른 아덴버그 왕국이었다.
세속 군주들의 권위가 막강한 동부에서도 대대로 신도들의 세가 약한 편인 아덴버그는 교국의 입장에서도 까다로운 상대였다.
게다가 시기도 좋지 않았다.
중부 전체가 마왕과의 전쟁으로 총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동부 왕국들의 지원은 중부를 받쳐주는 가장 큰 힘 중 하나였다.
그리고 아덴버그는 그 동부 왕국 전체를 아우르는 연맹의 맹주였다.
가뜩이나 까다로운 상대가 이제는 눈치를 봐야 하는 상전이 된 것이다.
명분에서도 실리에서도 함부로 퀘이샤들의 이주 문제를 걸고넘어질 수가 없는 상황, 제 발로 영토에 들어선 퀘이샤들이 아덴버그로 향하는 것을 손 놓고 지켜만 보자니 속이 쓰렸다.
그때 나선 것이 판테이아 기지 일대를 총괄하던 대주교 베네딕트였다.
교국의 입장에서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식으로 일을 벌이기에 무리가 없었다. 어차피 일이 실패한다고 해도 일을 벌인 책임자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고 발뺌하면 그만이었다.
손해 볼 게 없는 계획이었다.
이제는 교국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 용사와의 불화로 그 관계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베네딕트는 언제 팽해도 팽해야 할 애물단지였다.
막대한 병력이 집결한 기지의 총책임자 자리도 실상 들여다보면 좌천당한 교구가 어쩌다 보니 하필 최전방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런 자를 희생해 만에 하나라도 퀘이샤들을 흡수할 수 있다면 이보다 수지 남는 장사는 없었다.
[베네딕트 대주교, 전승공에게 교국의 대의를 설파하는데 실패. 그 과정에서 심기가 상한 전승공은 몹시 격앙된 상태. 조속한 후속 조치가 필요.]
하지만 역시나 베네딕트는 실패하고 말았다.
애초에 욕심만큼 능력이 받쳐주지 않는 인물이었으니만큼 실망할 일도 없었다.
“일세의 영웅이라 칭송받는 전승공도 결국은 신의 큰 뜻을 헤아릴 그릇이 아니었던 모양이오.”
“대륙의 안녕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들이 한 뜻으로 모일 수 없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외다.”
“만약 신의 가르침이 온전히 세상에 전파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니, 이 모두 우리가 부족했던 탓이오.”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찬 중앙 교구의 대주교들은 금세 표정을 바꾸어 이후의 일을 논의했다.
“그나저나 베네딕트 대주교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구려.”
“믿음은 공고하나 그 열의가 자꾸만 그릇된 방향으로 표출되니, 용사에 이어 전승공께도 실례를 하지 않았습니까.”
“베네딕트 대주교가 또다시 ‘독단적으로’ 일을 벌이기 전에 마땅한 조치를 해야 하오. 아울러 이 일이 교국 전체의 뜻이 아님을 전승공에게 알려 행여라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소?”
진즉부터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대주교들이 태연한 얼굴로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전승공이 원정대의 책임자로서 교황 성하께 정식으로 면담을 요청.]
하지만 그런 그들도 전승공이 교황과의 면담을 요청했다는 말에는 다소 당황하고 말았다. 설마 이렇게까지 전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줄은 몰랐던 탓이다.
“현 시간부로 베네딕트 대주교의 대주교직을 회수하여 일반 사제로서 최전선에서 종군하도록 조치하라. 또한 이 모든 상황을 전승공에게 전하여 교국이 이 사안을 중히 여기고 있음을 알도록 하고, 베네딕트 사제의 제안이 교국의 뜻과는 무관함을 알리도록 하라.”
그때까지만 해도 대주교들은 이 정도에서 일이 마무리될 거라 생각했다. 대주교씩이나 되는 인물을 파면하였으니, 기분이 상한 전승공도 적당히 교국의 체면을 보아 넘어갈 수밖에 없을 거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독한 착각이었다.
[전승공, 현재 기지의 마법사를 통해 본국과 통신 요청. 시간을 끌고 있으나 전승공의 태도가 지나치게 강경하여 거부하기 힘든 상황.]
전승공의 대응은 대주교들의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전승공 동부에서 지원 나온 마법사를 직접 섭외. 이베리아 연합을 통해 통신 마법 시도.]
그는 대주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허어. 이 무슨….”
“전승공은 정녕 중부와 동부의 화합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당황한 대주교들이 전승공을 성토했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가만히 있는 그를 건드린 것은 교국이었다.
그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속수무책으로 전승공이 하는 양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승공이야 뼛속까지 기사이니 다소 과격할 수 있으나, 아덴버그의 섭정은 다를 거요. 근래 들어 녹테인을 상대로 침공전을 벌이긴 했다고 해도, 아덴버그는 기본적으로 화평과 내치를 근간으로 삼는 국가가 아니오?”
“하기야 아덴버그의 섭정은 현재 그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그 거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을 터, 지나치게 일을 크게 벌이지는 않을 거요.”
“이를 말이요.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은 대륙의 전 왕국들이 힘을 모아 마왕을 타도해야 하는 시국, 중부와 동부의 화평을 해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 생각되오.”
물론 이번에도 그들의 예상은 시원스럽게 빗나갔다.
오필리아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귀족들을 꽉 휘어잡고 있었고, 화평과 내치를 신념처럼 떠받들며 살아왔던 부왕보다 몇 배는 더 과격한 군주였다.
“아덴버그 본국에서 전문이 도착했습니다!”
대주교들이 사태를 낙관하는 동안 아덴버그에서 발 빠르게 마법 전문을 보내왔다.
“뭐라! 아덴버그는 나라 간의 중대사를 대소신료와의 논의도 없이 결정한다는 말인가!”
깜짝 놀란 대주교들이 서둘러 전문을 읽어보라 말하자, 전문을 들고 온 사제가 전문과 대주교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다.
“뭐 하는 겐가! 어서 전문을 읽지 않고!”
자꾸만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지자 심기가 상할 대로 상한 대주교가 호통을 치자, 그제야 사제가 어물거리며 전문을 읽어주었다.
“신성 교국 아스토리아와 아덴버그의 최고 책임자 간의 즉각적인 양 뱡향 통신 채널의 개설을 요청한다.”
**
[이번 일은 내가 맡을 테니, 그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괜찮겠습니까? 그 행태가 괘씸하기는 하나 지금은 한창 전쟁 중이지 않습니까. 혹시 괜히 이 일로 인해 전선의 사기가 저하되는 일은 없을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김선혁이 짐짓 염려스럽다는 듯이 말하자, 오필리아가 대번에 말을 자르고 나섰다.
[만약 그대가 일을 적당히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면 이리 나에게 연락을 하지도 않았으리라.]
정확하게 속을 꿰뚫어보는 그녀의 혜안에 그가 무안한 기색도 없이 대꾸했다.
“어차피 섭정 폐하께서 그리 허술하게 일을 처리하실 리도 없으니, 그저 믿을 뿐입니다.”
왠지 모르게 저 너머에 있을 오필리아가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밑천이 많을수록 거래가 끝났을 때 남는 게 많은 법 아니겠습니까.”
[쯧. 경박스럽기도 하구나.]
혀를 차며 하는 말과는 달리 그녀의 음성은 전혀 질책하는 투가 아니었다. 도리어 몹시 흡족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로다.]
그녀의 음성에 기어이 웃음기가 새어 나오고 말았다.
[그대의 믿음이 이리 중하니 내 어깨가 실로 무겁구나. 반드시 그대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오필리아는 이미 교국을 압박하여 뭔가를 얻어낼 계획을 세워둔 듯했다.
김선혁은 그게 무엇인지 몹시도 궁금했지만, 보안이 취약한 중개 통신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세하게 캐묻지는 않았다.
“섭정 폐하만 믿고 있겠습니다.”
그저 더없는 신뢰를 표현했을 뿐이었다.
[계절이 또 한 번 바뀌는구나.]
공적인 용무가 끝이 나자, 오필리아가 넌지시 계절을 언급했다. 빨리 돌아오라는 은근한 압박이었다.
“서부로 향했던 이들이 돌아오면 선단에 합류하여 바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육로와 배편을 번갈아 이용해야 하니, 실질적으로 아덴버그로 돌아가는 건 이듬해나 되어야 가능할 일이었다.
[과연.]
그 짤막한 한마디에 담긴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김선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꾸할 말을 찾았지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에서 마땅히 대꾸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쯧.]
그의 침묵에 혀를 찬 오필리아가 화제를 전환했다.
[그보다 내가 보낸 선물은 받아보았는가.]
“선물 말입니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로다.]
난데없는 발언에 그가 선물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오필리아는 끝내 대답해주지 않았다.
**
“수고하셨소.”
오필리아와의 연락을 마친 김선혁은 기꺼이 통신을 연결 역을 자처해준 동부 왕국 출신의 마법사에게 감사의 말을 표했다.
“별말씀을.”
마법사는 담백하게 그의 인사를 받아주었고, 그는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고는 막사를 나섰다.
스윽.
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마법사가 품에서 연락석을 꺼내들었다.
다른 이도 아닌 전승공과 동부의 맹주인 아덴버그의 섭정 간의 통신이다. 본국에 알릴 게 산더미였다.
[퀘이샤들의 거취를 두고 전승공과 교국 불화. 현재 전승공의 우위로 상황 마무리. 하지만 아덴버그는 일을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사료. 교국과 아덴버그의 협의에 주의 요망.]
[전승공에 대한 평가 갱신 필요. 전승공은 정치적인 거래에도 능한 것으로 판단.]
[실종된 아덴버그의 병력이 복귀하는 즉시 전승공 전선 이탈 유력.]
[정략혼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전승공과 섭정의 관계에는 강한 신뢰가 엿보임.]
전승공에 대한 정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알리라는 본국의 지엄한 명이 있었고, 마법사는 그 명을 충실히 따랐다.
“음.”
단지 문제가 있었다면 정보를 추리는 데 능숙하지 않았던지라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였을 뿐이었다.
[아덴버그의 섭정과 전승공의 금슬 상(上).]
그래서 마법사는 되는 대로 전부 적어 전문으로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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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기지와 일대의 교구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던 베네딕트 대주교는 하루아침에 일반 사제로 강등되어 최전선에서 병사들을 종군하는 처지가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솔선수범하여 전선의 장병들을 위무한다고 하였지만, 알 만한 자들은 베네딕트 대주교가 사실은 전승공과의 불화 끝에 교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나의 큰 교구와 최전선 기지를 총 책임지는 거물의 추락, 하지만 사람들은 베네딕트의 처지에 대한 것보다 다른 것에 더욱 골몰했다.
바로 전승공의 위세였다.
아무리 베네딕트가 실질적인 권한이 없고 용사와의 악연 탓에 좌천당하다시피한 인물이라지만 무려 대주교씩이나 되는 자를 단번에 찍어낸 전승공의 위세가 새삼 놀라울 지경이었다.
“형님. 사람들이 형님만 지나가면 숨소리도 제대로 못 내는데요?”
하루종일 환자들을 치료한다고 신성력을 쏟아댔으면서도 기력이 아직도 남은 것인지 용사는 여전히 수다스러웠다.
“어쨌건 형님이 제 복수 대신 해주셔서 통쾌하네요. 그 베네딕트라는 놈, 전부터 절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거든요.”
“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니니까 호들갑 떨지 마라.”
“하긴 그놈이 퀘이샤들 전부 넘기라고 난리 쳤다면서요? 진짜 교국도 하는 짓 보면 절대 제정신이 아닌 거 같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지.”
“너 인마. 그래도 네 소속이 교국인데 그렇게 막말해도 돼?”
자신이 적을 둔 교국을 비판하면서도 용사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안 될 게 뭐가 있어요. 저도 전에 대신전 불려갔다가 치를 떨었다니까요. 지들이 대주교지 신이야? 얼마나 거들먹거리는지 진짜 성질 나서 진지하게 발뭉이 들고 형님네 나라에 망명할까 고민했다고요.”
용사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이런 나라가 잘 굴러가는 게 용하다며 신랄하게 교국을 욕해댔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 법이야.”
일단 적당한 선에서 제지를 하기는 했지만 김선혁 역시 용사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어차피 쟤들 저 못 쫓아내요. 진짜 제가 믿음이 있어서 쟤들이 저를 사도니 뭐니 대접해주겠어요? 발뭉이 때문이지.”
“그거야 그렇다만….”
당당한 박준민의 말에 도리어 김선혁의 말문이 막혔다.
“그나저나 레벨은 많이 올랐어?”
“놀라지 마세요.”
그간 꽤나 많은 성취를 얻은 것인지 용사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꾸했다.
“저 44레벨까지 올랐어요.”
과연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다. 용사의 성장은 김선혁이 보기에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아마 지금 싸우면 전처럼 안 질 걸요.”
“넌 그 성격, 천성인가보다.”
몇 번이나 깨지고 좌절하면서도 금세 건방을 떠는 용사의 한결같은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시간 날 때 한번 시험이나 해보자.”
“오늘 해볼까요?”
박준민은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시든지.”
김선혁 역시 흔쾌히 대련 요청을 받아들여 주었다.
하지만 막사를 벗어나려던 두 사내를 붙잡는 이가 있었다.
“아덴버그에서 파견된 수송대가 물자와 함께 기지에 당도했습니다!”
전령이 달려와 아덴버그에서 보낸 병력과 물자가 당도했다는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물자 중에는 오필리아가 이야기했던 ‘선물’도 포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