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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그가 뿌린 씨앗 (2)
자신들이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아덴버그의 결사대는 서쪽으로 진군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마물들이 대열을 습격을 해왔다.
격퇴는 어렵지 않았다.
그간 교국의 군대는 마물들을 상대로 무수히 많은 전투를 벌여왔고, 그 결과 판테이아 기지가 있는 평원 일대를 온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대열을 습격하는 마물들은 그 수가 현저하게 적었다.
굳이 아덴버그의 기사들과 교국의 병력이 나설 것도 없었다. 마물들을 처리하는 건 각지에서 몰려든 군소 귀족들과 병력들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결사대의 수뇌부는 그런 상황이 오래 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기지를 나선 지 3일, 슬슬 인간의 영역도 끝을 보이고 있었다.
굳이 지도를 펼쳐 확인해 볼 것도 없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와 닿았으니까.
“벌써 침식이 시작되었소. 교국의 예상보다 빨라도 너무 빠르구려.”
“아무래도 교국의 군대가 기지에 웅크리고 있는 동안 마물들이 뭔가 일이라도 벌인 모양입니다.”
누구보다 마기에 민감한 사제들과 신전 기사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본격적으로 마왕의 권역에 들어선 것도 아닌데 마기가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강해졌다는 건 그들이 생각하기에 절대로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민은 그들의 몫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기지를 떠나 이 먼 곳까지 와야 했던 이유를 잊지 않았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저기서부터는 마왕의 권역이요.”
마침내 경계에 도착한 결사대가 걸음을 멈추고는 검게 썩어버린 대지를 바라보았다.
“돌아갈 수 있는 건 지금뿐이오. 저 선을 넘으면 중간에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소.”
사제단의 사제들과 성가대의 인원을 합쳐봐야 고작 오십, 그들만으로는 육천에 달하는 병력이 마기에 침식당하지 않게 막아내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제들을 떼어내 중도에 돌아가는 이들을 돕도록 할 수는 없었다. 만약 마음을 바꿀 이가 있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여기까지 함께 해주신 것만으로도 귀하들께서는 스스로의 정의로움을 증명하셨다 할 수 있소. 그러니 내키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 돌아가셔도 어느 누구도 탓하지 못할 거요.”
아돌프 호츠네크가 다시 한 번 일행의 의향을 물었지만, 발걸음을 돌린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게 정말로 스스로의 정의를 증명하기 위해서인지, 그도 아니면 단지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기에는 면이 서지 않았기 때문인지 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몇몇은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될 거라는 사실 뿐이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휴식하고 날이 밝으면 바로 출발하겠소.”
결사대는 마왕의 경계를 바로 앞에 두고 야영을 하였다.
그리고 날이 밝았다.
병력을 이끄는 지휘관들도, 병사들도 눈 밑이 퀭한 것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듯 보였다.
“탈영병이 조금 있었소.”
조금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숫자가 밤사이 탈영을 하였다. 무려 일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야영지를 빠져나간 것이다.
“힘깨나 쓴다는 용병들을 구해왔더니, 용병대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역시 용병들을 신뢰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나 봅니다.”
“제 놈들이 누구 덕에 살았는지도 모르고 줄행랑을 칠 줄이야. 참으로 배은망덕한 백성들이로다.”
군소 귀족들은 단 하루 만에 휑하게 비어버린 병사들의 빈자리를 보며 불같이 화를 냈다. 아무래도 겁 많은 병사들 때문에 자신들의 체면이 상했다 여기는 눈치였다.
“면목 없소. 기껏 손을 거들까 했더니 병력이 이제 일백도 남지 않았으니, 그저 민망할 뿐입니다.”
무리도 아니었다. 교국의 성전사단과 아덴버그의 병력 중에는 탈영병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들이 민망할 만도 했다.
“각오했던 바요. 어차피 도망칠 자들이라면 차라리 지금 사라져주는 것이 낫소. 사제들의 가호는 단지 마기가 육신에 범접하지 못하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 그들의 마음속에 마(魔)가 파고드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으니까.”
교국의 성전사단을 이끄는 성기사는 당장 추격대를 보내 탈영병들을 엄히 처벌하자 주장하는 귀족들에게 가만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일단 갑시다. 해가 떠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이 이동해야 하니까.”
아돌프 호츠네크까지 나서서 성기사의 결정을 지지하자 귀족들도 더는 군소리를 늘어놓지 않았다. 애초에 그들 스스로도 추격대를 따로 추려낼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단단히 각오하시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오.”
성기사의 말에 결사대의 인원들이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는 말없이 앞장 선 교국 군대의 뒤를 따랐다.
단지 내딛는 땅의 색깔이 바뀌었을 뿐인데, 너무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당장 결사대를 습격해오는 마물들의 수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그 수준마저도 병사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마물들이 줄을 이어 나타났다.
하지만 결사대는 강했다.
신전 기사들은 마물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이 없는 존재들이었고, 신을 위해서라면 죽음조차 마다치 않는 성전사들은 마물들을 상대로 조금도 물러남이 없었다.
그들이 일반 병사들을 돕기 시작하자 오히려 경계 너머에서 치렀던 전투보다 지금의 전투가 수월하게 느껴질 지경이 되었다.
거기에 아덴버그의 기사들과 이방인들까지 가세하니 결사대의 기세는 가히 파죽지세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지게 활약을 한 것은 아덴버그의 이방인 부대였다.
거검병들과 수호병, 그리고 저격병이라는 생소한 병과로 구성이 된 이방인 부대는 마물들과의 집단전에서 신전 기사들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마치 마물들과의 전투가 차라리 익숙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놈들을 상대하는 데는 이골이 났거든요.”
이를 기이하게 여긴 성기사의 질문에 이수혁은 마치 좋지 못한 기억이라도 떠오른 것처럼 몸서리를 치며 대답해주었다.
“칼도 제대로 안 박히는 환수들에 비하면, 이런 놈들은 차라리 귀여울 뿐이죠.”
성기사는 이수혁이 말하는 환수가 뭔지 알지 못했지만, 아덴버그에만 출몰하는 몬스터들 중 하나려니 하고 금세 납득했다.
자신들의 책임자를 찾겠다고 무모한 서부행을 결정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덴버그의 이방인들은 마물이 넘쳐나는 땅 어디에 던져 놓아도 살아남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사대의 탐색이 마냥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마물들은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한 무리를 정리하고 나면 또 한 무리가 나타나 결사대를 괴롭혀댔다.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는 마물들의 습격, 하지만 이 또한 결사대가 각오한 바였다.
전선 안쪽에서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투가 벌어지는데 마물들의 본거지인 서쪽 땅이야 오죽하겠는가.
“여기서 더 서쪽으로 가야 해요.”
최민영이 결사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길이 그녀에게만 보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는 김선혁의 기운을 쫓아 이동 중이었다. 환계에서 불러낸 환수들이 실낱같은 용기사의 기운을 찾아 그녀를 인도했다.
마물들의 습격을 격퇴하고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다시 마물들을 쫓아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결사대의 하루는 지독스러울 정도로 단순했고, 반복적이었다. 어제와 오늘이 구분이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효율적이었다.
탐색을 위해 길을 더듬을 필요도 없고, 길을 잘못 들 걱정도 없다. 그들은 일직선으로 쭈욱 나아갔다.
그렇게 마물들의 습격 속에서 길을 나아가기를 한참, 오천에 육박했던 결사대의 병력도 이제는 많이 줄어 삼천이 채 되지 않았다.
불과 이주 사이에 이천의 병력이 마물들과의 전투로 희생된 것이다.
단지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치른 희생치고는 과한 피해, 하지만 결사대는 결코 뒤를 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마치 김선혁의 행방을 찾는 것만이 지상과제인 양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렇게 나아가기를 얼마나 나아갔을까.
“전투 대형으로! 전원 전투 준….”
“잠깐만요!”
멀리 보이는 그림자를 발견한 상급 기사 아돌프 호츠네크가 전투 명령을 내리려는데, 최민영이 나서서 그 말을 끊었다.
“마물이 아니에요! 저들은 사람이에요!”
마기 탓에 감각이 제한되어 그간 전적으로 환수사제의 기이한 능력에 의지하고 있던 아돌프 호츠네크는 그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존자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맞는 걸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결사대를 둘러본 최민영이 다시 한 번 상대의 정체를 말해주었다.
“우리 일족의 기운이요.”
이제껏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던 퀘이샤들까지 나서서 저들 무리가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전원 전투 대형 유지한 채로 대기!”
아돌프 호츠네크는 일단 저들 무리가 완전히 시야에 잡힐 때까지 기다리고 결정하고는 잠시 그 자리에 부대를 정지시켰다.
“아, 정말로 사람들이….”
이윽고 상대의 정체를 눈으로 확인한 아돌프 호츠네크는 최민영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멀리 보이는 거대한 무리는 정말로 사람들이었다.
서쪽에서도 한참 더 서쪽에서 출발한 퀘이샤들과 피난민 무리들과 아덴버그의 결사대가 마침내 만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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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바쳤다며! 그런데 왜 지금 당신만 여기 있는 건데!”
그간의 사정을 전해 들은 최민영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막았어야지! 어떻게 그분이 혼자 남도록 두고 볼 수 있어!”
날 선 비난에 나지마가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 아이를 탓하지 마시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그녀를 대신해 나선 노퀘이샤가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부연 설명해주었다.
“그래도 막았어야지! 안 되면 같이 남아서 싸웠어야지!”
하지만 최민영은 막무가내였다. 그녀는 아무 상관도 없는 피난민들 때문에 김선혁이 그런 위급한 지경에 놓였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퀘이샤들이 그를 돕지 않았다는 사실에 맹렬하게 분노했다.
“잠깐. 할 말이 있다면 나중에 하고, 지금은 사정을 듣는 게 먼저다.”
이수혁이 최민영을 진정시켰다.
“대장님의 흔적은 못 찾았소?”
이수혁은 침착했다. 하지만 그 눈빛만큼은 그녀 못지않게 날이 서 있었다.
“일족의 가장 노련한 사냥꾼들도 그분의 유해나 그 어떤 비슷한 것을 찾지 못했소. 그러니 우리는 확신하오. 그분께서는 살아계실 거요.”
“어쩌면 살아만 계실지도 모르잖아! 당신들이 살겠다고 걸음을 재촉하는 동안, 그분은 간절히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라고!”
겨우 화를 억누르고 있던 최민영이 또다시 폭발했다.
아덴버그의 이방인들은 그녀의 분노가 다소 그 대상이 엇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심정적으로 그녀의 말에 아예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표정에 드러났고, 은연중에 퀘이샤들과 피난민들을 적대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일단 전승공께서 잘못된 건 아니라는 거군요.”
아돌프 호츠네크가 나서서 상황을 수습했다.
“그것만큼은 확실하오. 만약 그분께서 잘못되었다면 우리도 알 수 있었을 거요. 그분은 어머니의 유지를 이어받은 분, 우리 일족과 무관하지 않다오.”
노퀘이샤가 김선혁의 생존 사실을 몇 번이고 확인해주었다.
“일단 그럼 이 근방을 더 탐색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돌프 호츠네크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요정들이 몇날 며칠을 수색했는데도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니 자신들이 더 깊숙이 이동해봐야 뾰족한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천의 병사를 희생시켜가며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도 없었다.
아돌프 호츠네크는 교국의 인물들을 비롯한 군소 귀족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상실감과 분노가 극에 달하자 도리어 차분하게 변한 최민영이 직접 환수를 풀어 김선혁의 종적을 추격하겠다고 나섰다.
“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습니다. 만약 그 근처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면 먼저 자리를 피한 것일지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전승공께서는 와이번 라이더시니까요.”
“지형이 완전히 뒤바뀔 정도로 격렬한 전투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과격한 상황에서 와이번이라고 무사하겠습니까. 혹시 모르니 조금 더 그분의 종적을 찾아봐야 합니다.”
결사대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단지 무명을 떨치기 위해 합류했던 군소 귀족들이 그간의 격렬한 전투에 질렸는지 슬며시 귀환을 제안했고, 은혜를 갚기 위해 몰려들었던 이들 중에도 그 의견에 동조하는 이가 생겨났다.
“우리들끼리만이라도 탐색을 계속하겠습니다.”
아무리 마물들과의 전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아덴버그의 이방인들이라고 해도 홀로 탐색을 이어나가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하지만 아덴버그의 인물들 중에 이 결정을 반대하는 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귀족파의 귀족인 아돌프 호츠네크도 이를 반대하지 않았다.
김선혁의 영웅적 행보에 깊은 감명을 받은 아돌프 호츠네크는 이제 와서는 이방인들에 못지않은 드라흔의 열성 지지자가 되어 있었다.
거기에 더해 반드시 그 행방을 알아오라는 섭정 오필리아의 지시까지 있었던지라 거리낄 것이 없었다.
“저희의 임무는 아덴버그의 분들께서 무사히 이 땅을 벗어날 때까지 지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희 역시 여러분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
교국의 인물들까지 나서서 이수혁의 결정을 지지하니, 귀환을 제안했던 군소 귀족들도 더는 반대하지 못했다. 사제들의 가호 없이 자신들만이 귀환을 하기에는 마기와 마물이 너무도 끔찍했던 탓이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나지마 역시 일행에 합류했다. 그리고 퀘이샤 일족들 중에서도 몇이 남아 탐색을 돕기로 했다.
피난민들과 나머지 퀘이샤들은 가던 길을 마저 이동하기로 결정이 났고, 즉시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멀리 갈 수 없었다.
잠시 걸음을 지체한 사이에 마물들이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렇게 몰려든 마물들 사이에는 마왕의 명령을 받은 혼돈의 전령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김선혁과의 전투로 뜨거운 맛을 본 마왕이 차마 자신이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수하들을 보낸 모양이었다.
“니들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분노를 풀 곳만 참고 있던 최민영이다. 그녀는 혼돈의 전령이 뿜어대는 강대한 악의에 도리어 눈을 번뜩이며 나섰다.
“노크(Knock).”
그 순간 환계의 문이 열리고, 그 너머에서 무지막지한 수의 환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
“…님….”
몽롱했던 의식이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한다.
“…인님.”
처음에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던 음성이 조금씩 선명해져 간다.
“주인님!”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자 흐릿했던 의식을 깨우는 강렬한 외침이 되었다.
“주인님! 정신 차리세요!”
귓가를 파고드는 간절한 음성에 깊게 가라앉았던 김선혁의 의식이 완전히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