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 푸어-103화 (10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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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정령의 그릇

아리아 아이젠은 말했다. 정령만 있다면 아바이터의 짧은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일 수 있고, 그 효율 또한 상당히 개선할 수 있노라 자신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김선혁은 정령사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속성별로 정령을 부릴 수 있는 존재였다. 당연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물은 아바이터의 본체를 흐물흐물하게 만들 거예요. 그리고 바람은 땅과 상극이라 애초에 아바이터랑 맞지 않고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바이터의 몸을 이루는 재료들이 전부 땅에서 난 것들이라, 오직 땅의 정령만이 아바이터의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고민에 빠진 그에게 아리아 아이젠이 눈을 빛내며 들러붙었다.

“비록 친화력이 없어 정령사의 길을 갈 수는 없었지만, 단지 정령을 불러내는 것뿐이라면 저도 할 수 있어요.”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 정령을 불러낼 수는 없는 김선혁이 정령을 불러낼 수는 있지만 계약을 맺을 수 없는 아리아 아이젠을 만난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정령 소환 의식에도 준비할 것이 많아요. 대충 100골드 정도는 들 것 같아요.”

“그 정도야 뭐. 몽테뉴 경에게 말하면 알아서 구해줄 것이오.”

이미 물의 정령을 얻기 위해 50골드를 지출한 전적이 있었다. 왕도도 아닌 서부 변방에서 땅의 정령을 불러내 계약만 맺을 수 있다면 100골드가 아니라 200골드라고 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그는 영주로서의 자각보다 개인의 발전에 더욱 무게를 두는 인물이었고, 당연하게도 흔쾌하게 아리아 아이젠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이미 아바이터의 개발 실패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럼 준비가 되는 대로 기별을 주시오. 내 바로 달려갈 테니까.”

그의 말에 아리아 아이젠이 알았노라 대답하고는 도망치듯 연구실로 사라졌다.

“영주님?”

“커흠.”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안토인 몽테뉴를 본 그가 헛기침을 했다.

“이제까지 투자한 돈을 전부 뽑고도 득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소. 그러니 우리 마지막으로 한 번 아이젠 경을 믿어봅시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그렇게 주장하며 연구비를 요구한다는 건 아주 유명한 이야기지요.”

노학자는 납득한 기색은 아니었지만, 영주의 결정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전권을 위임받다시피 했다지만, 결국 이 땅의 모든 건 그의 것이었으니 감히 거부할 명분도 권한도 없었다.

“일단 기다려봅시다.”

안토인 몽테뉴의 말을 듣고 나니 전형적인 사기 수법에 걸리기라도 한 듯 찝찝한 기분이라, 그가 애써 다짐하듯 말했다.

“만약 이번에도 헛돈을 쓰게 된다면, 내가 직접 아이젠 경에게 각서라도 받도록 하겠소.”

최악의 경우, 농담이 아니라 성실히 영지의 일에 협조할 것을 다짐하는 각서라도 그녀에게 받아낼 참이었다.

“이참에 영주님께서 마법사라는 족속들에 대해 조금 더 이해를 넓혔으니, 그 또한 소득이라면 소득이겠지요.”

안토인 몽테뉴의 말마따나 그는 이번 일을 통해서 마법사들을 어찌 다루어야 하는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하는 대로 두었다가는 밑도 끝도 없이 요구를 하고 제 잇속만 챙길 종자들이었으니, 최대한 연구 방향을 제한하고 세세하게 참견을 하여 오늘과 같은 일이 없도록 해야 했다.

“공돌이 갈 듯 철저하게 갈아주겠어.”

뒤늦게 분한 마음에 그가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일단 그 모든 것은 정령 소환 의식이 끝이 나고 난 뒤에 해야 할 일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그녀가 자신을 또 한 번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김선혁이 아바이터와 아리아 아이젠을 두고 골치를 썩히는 와중에도 영지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왕실이 약속했던 이주민들과 기술자들이 도착하여 라인펄 마을 한 켠에 자리를 잡는다고 부산을 떨었고, 조용하던 라인펄 영지가 시끌벅적해졌다.

“이주민들과 기존의 영지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적당히 인원을 분산해야 합니다. 벌써 기존 영지민들이 텃세를 부리고, 이에 반목하는 무리들이 생겨날 지경이니 영지병들의 순찰을 강화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자들을 중하게 벌해야 합니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수천이나 되는 사람들이 영지에 섞여들었으니 진통이 없을 리가 없었다. 안토인 몽테뉴는 새로운 영지민들이 정착하는 동안 생길 모든 문제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려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장 좋은 방법은 영주의 위엄을 보여 모든 영지민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것은 아돌을 필두로 한 50여 명의 영지병들이었다.

그들은 아샤 트레일의 강도 높은 지도를 받아 근래 들어 군기와 기율만큼은 기사단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고, 그 기세가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병이라고 하기에는 과할 정도로 날이 벼려져 있었다.

“그만. 흩어져.”

당장 전쟁에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날 번뜩이는 창칼을 덜그럭거리며 한마디를 할라치면 얼굴 시뻘겋게 달아올라 대거리를 해대던 영지민들도 금세 기가 죽어 입을 다물었다. 그런 영지병들이 하루에도 십수 번을 순찰을 도니 대부분의 갈등과 분쟁은 사소한 다툼 정도로 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전 드레이크 기병대원들 중 몸이 멀쩡한 이들이 왕실에서 하사받은 군마에 올라타 수시로 영지의 경계를 순찰했다.

“전원 전투 대형.”

그렇게 순찰을 돌던 한센이 저 멀리 보이는 인마를 눈 가늘게 뜨고 살펴보다 전투 명령을 내렸다. 드물게 오가는 상인이라고 하기에는 정체불명의 무리가 지나치게 중무장이었던 탓이다.

“정지! 라인펄 영지 소속 순찰대다! 말에서 내려 용무를 밝혀라!”

전쟁으로 실력을 갈고 닦은 다섯 기의 기병들이 위협적으로 무리를 막아서자 먼지 가득 덮어쓴 채로 달려오던 괴한들이 대번에 속도를 줄였다.

“어디서 온 누구며, 무슨 용건으로 찾아온 것이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언제든 창을 내지를 수 있게 꽉 움켜쥔 한센이 다시 한 번 용건을 물었다. 그런 그의 눈에 선혈이 낭자해 아직 채 핏자국을 지우지도 못한 괴한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수상쩍은 모습에 한센은 언제든 기마 돌격을 할 수 있도록 간격을 잡은 채로 수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저희는 수상한 자들이 아닙니다! 이곳 라인펄 영주님의 의뢰를 받고 북방으로 향했던 몬스터 사냥꾼들입니다!”

잔뜩 날이 선 분위기에 다급하게 사내 하나가 나서 정체를 밝혔다.

하지만 한센의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일전에 영주가 몬스터 사냥꾼들을 불러 모종의 의뢰를 맡겼다는 사실은 그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당장 촉각을 다투는 일도 아닌데 이리 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고 거기에 더해 핏자국까지 지우지 못한 채 급하게 말을 달리던 행태가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몬스터 사냥꾼이라. 그런데 왜 그렇게 급하게 달려오지? 그리고 핏자국은 뭔가.”

한층 더 날을 세우고 물었더니 먼저 나섰던 사내가 급박한 어조로 상황을 설명했다.

“영주님의 의뢰를 완수하고 귀환하던 중, 포획했던 목표물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 피는 동료의 핍니다!”

그냥 일반적인 사냥꾼도 아니고 몬스터 사냥꾼이 포획하여 운송 중이던 목표물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짐승이 아닐 거라는 사실은 머리 나쁜 한센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몬스터가 어떤 몬스터이냐의 차이였다.

“어떤 몬스터를 놓쳤는지 말하라!”

“와이번! 수면초로 재워두었던 와이번이 우리를 깨부수고 탈출했습니다!”

한센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너! 영주님께 바로 이 소식을 전하고, 너는 트레일 경과 스콰이어 줄리앙에게 바로 소식을 알려라!”

그의 지시에 기병 둘이 곧장 말머리를 돌려 영지로 향했다. 그 어떤 반문도 망설임도 없었다. 그 군더더기 없는 행동력에 급박한 와중에도 몬스터 사냥꾼들이 감탄하고 말았다. 이곳의 영주가 기병 출신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수하의 기병들마저도 이리 정예일 줄은 몰랐다는 모습이었다.

“가는 동안 상황을, 아니. 직접 영주님께 상황을 설명해라!”

한센이 남은 기병들을 사냥꾼들 뒤에 세워놓고는 말을 재촉했다.

“서둘러!”

기병들은 지친 사냥꾼들의 체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태도로 거칠게 말을 내몰았고, 사냥꾼들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정지! 정지!”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라인펄 마을의 어귀에 도착했다. 벌써 소식이 전해진 것인지 기병 20기와 30명의 영지병들이 도열해 있었다.

“영주님은?”

“지금 골드레이크를 꺼내 오시는 중이야. 저택의 경비는 트레일 경이 맡아주기로 하셨어. 혹시 몰라서 클라크가 활에 소질이 있는 놈들을 골라 트레일 경을 돕기로 했으니, 큰일은 없을 거다.”

“그 정도면 무리 없겠군.”

소식이 전해진지 얼마나 됐다고 금세 전투 준비까지 마친 병사들을 보며 몬스터 사냥꾼들은 다소 얼이 빠진 얼굴이 되었다.

근래 들어 위명이 자자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시골영주라 생각했는데, 병사들의 반응이 국경의 정예병들보다 훨씬 더 기민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정병들이 수십이나 눈앞에 모여 있음에도 몬스터 사냥꾼들의 안색은 좋아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와이번은 보통 몬스터가 아닙니다.”

“영주님이 오시기 전까지, 일단 상황부터 들어야겠군. 와이번이 날개 달린 드레이크 같은 놈이라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직접 본 놈이 있어야지. 와이번이 어떤 놈이지?”

사실 그 드레이크마저도 영주의 드레이크를 본 게 전부인 병사들이었다. 일단 몬스터가 마을을 습격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급하게 나서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와이번이 어떤 존재인지를 아는 이는 없었다.

“와이번은 드레이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포악한 놈입니다. 그리고 집요한 놈이기도 하지요.”

“그 말 꼭, 영주님의 드레이크 앞에서 해줬으면 좋겠군.”

한센이 끼어들어 입을 놀렸다가 요나슨이 지금 그게 중요하냐며 면박을 주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

“크기는 대략 양쪽 날개를 펼친 게 8미터 정도고,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길이가 3미터를 좀 넘습니다. 어지간한 활 따위는 박히지 않을 정도로 몸뚱이가 단단하고, 거기에 더해 독침이 달린 꼬리까지 있으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닙니다.”

몬스터 사냥꾼은 더없이 심각한 어조로 와이번이 얼마나 포악하고 흉악한 놈인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무려 몸길이 3미터가 넘는 괴수가 풀려났다고 하는데도 어쩐지 영지병들이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갑을 씌운 말을 움켜쥐고 날아오를 정도로 힘이 좋은 놈이, 지금 한 달 가까이 거의 굶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언제 이곳에 날아들어 사람들을 습격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말입니다. 궁수를 얼마나 배치했는지 모르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걱정 마. 거긴 거기대로 지키는 사람이 있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누가 지키든 간에 와이번은….”

“그게 상급 기산데도?”

설마 이런 시골 영지에 상급 기사씩이나 되는 존재가 상주 중이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몬스터 사냥꾼이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마법사도 한 분 있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희귀한 와이번을 보겠다고 발 벗고 나설지도 모르고.”

천하태평하게 대화를 나누는 병사들의 모습에 몬스터 사냥꾼이 다시 말했다.

“영주님의 저택이야 그렇다고 해도, 마을은 어쩌실 겁니까! 놈이 마을을 노리고 달려들면 잡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이 아저씨는 자기가 몬스터 놓쳐서 일어난 사달인데도 참 말이 많네.”

“그래도 나름대로 책임지겠다고 알려왔으니, 인명 피해만 없으면 영주님도 아마 용서해주실 거다.”

몇 번이나 상황의 심각함을 알려주었지만, 기민하게 모인 것 치고는 병사들은 그다지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쿵쾅. 쿵쾅.

그 순간 저 너머에서 무지막지한 발소리와 함께 거대한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와이번이라는 놈이, 드레이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포악한 놈이라고?”

한센의 이죽거림에도 몬스터 사냥꾼은 대답하지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드레이크가 무슨 저렇게!”

저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직접 본 적은 없어도 드레이크에 관한 정보라면 머릿속에 있었다. 그런 사냥꾼이 보기에 눈앞에 나타난 드레이크는 정상이 아니었다.

크기는 어지간한 드레이크보다 두 배 이상 큰데, 목 주변에 돋아난 돌기와 머리의 뿔은 몬스터를 찾아 평생을 헤맨 사냥꾼으로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와이번! 와이번 어딨어!”

비정상적일 정도로 거대한 괴수에 올라탄 영주가 잔뜩 흥분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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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사냥꾼은 이제 완전히 평온한 안색이 되었다. 뒤늦게 도착한 영주의 입을 통해 영지의 방비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알게 되었던 탓이다.

그라두스에서도 꽤나 서열이 높은 상급기사 하나와 왕실 마법사단 출신의 선임 마법사, 거기에 더해 야전에서만큼은 상급 기사 이상 가는 능력을 발휘한다는 영주까지, 그야말로 상상하지도 못했을 정도로 훌륭한 전력이었다.

“간격 조금 좁혀. 그리고 기병들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대로에 대기하고. 나타났다 하면 일단 창이고 활이고 꽂아 넣고 시작하자고.”

덧붙여 마을 요소요소마다 저격수처럼 지붕에 올라선 영지병들은 일반 병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움직임이 날랬고, 정비된 도로를 오가는 기병들은 오와 열이 자로 맞춘 듯 완벽했다. 당장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와이번이 한 마리가 아니라 몇 마리 더 달려든다고 해도 문제가 생길 것 같지 않았다.

“아….”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동료의 시신마저 수습하지 못하고 달려온 스스로가 허탈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걱정 말라고. 자진 납세한 걸 참작해서 영주님도 따로 책임을 묻진 않을 거야. 물론 인명 피해만 없다면.”

“만약 피해 없이 와이번을 잡는데 성공한다면, 어쩌면 상을 내리실지도 모르지. 비록 중간에 놓쳤다지만, 사실은 거의 운송에 성공한 거잖아.”

자신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는 기병들을 보며 몬스터 사냥꾼은 가만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뿐이었다.

이 영지는 뭔가가 잘못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정상적인 것은 거대 괴수에 올라탄 채로 멀리 하늘을 노려보는 영주였다.

“온다!”

그 순간 어디서 뭘 느낀 것인지 영주가 와이번의 등장을 소리높여 알려주었다.

“궁수들 몸 엄폐하고! 기병들도 지붕 아래 엄폐!”

궁수들이 위장 천을 뒤집어쓰고, 기병들이 지붕이 있는 건물 아래 조용히 숨어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거센 날개 소리와 함께 와이번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끼 출발.”

푸른 하늘에 돋아난 얼룩처럼 까만 점을 바라보던 영주가 낮게 명령하자, 축사의 문고리를 붙잡고 있던 병사가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뀌에에에엑!

시끄럽고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한 떼의 돼지들이 온몸에 닭피를 두른 채, 중앙대로를 따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빼에에에에!

십수 마리의 돼지들이 대로로 쏟아진 순간, 저 멀리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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