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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9. 영웅과 범인의 차이 (3)
레인하르트 후작의 말에 김선혁이 얼빠진 얼굴을 해 보였다.
“이방인들 말입니까?”
“그래. 상급 병과도 하나 있고, 중급 병과만 열넷이다. 상당한 전력이지. 기병들의 보조를 받으면 어지간한 기사단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거다. 그걸 너에게 맡기겠다.”
후작은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말했지만, 그로서는 짐이라도 끌어안게 된 듯한 기분이었다.
기사와 마법사들이 전장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이방인들이 가장 강력한 카드라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서부군 소속이 아닌 중부군 소속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저더러 보모 노릇이라도 하라는 겁니까?”
녹테인과의 전쟁을 치르며 실전을 겪은 서부군의 이방인들은 하급 병과일지언정 나름대로 검증이 된 자들이었다. 지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실전을 겪은 병사들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중부군 소속의 이방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였으며, 실전을 겪어보지 못한 자들이었다.
“싫습니다.”
그가 와락 인상을 찡그리며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지어 보이자, 후작이 이번 일의 필요성을 설명해주었다.
“어설프게 작전에 참가시켰다가는 첫 실전에서 전부 죽어 나자빠질 텐데, 그래서야 왕실이 그간 들인 공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니 그들에 대해 잘 알면서도 실전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과 함께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싫습니다. 전 녹테인과 싸우기 위해 온 거지, 뒤치다꺼리나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과 두려움마저 꾹 눌러 참고 결정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새삼 누군가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리가 없었다.
“차라리 일반 보병들과 함께 싸우면 싸웠지, 그들과 함께 움직일 마음은 없습니다.”
비록 광대한 봉토도 없이 수여된 명예뿐인 작위라지만, 어쨌건 그도 백작이라면 백작이었다. 하물며 세운 공과 명성이 적지 않은 그는 서부에서만큼은 레인하르트 후작이라고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원하기만 한다면 스스로 작전을 입안하여 전쟁에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는 위치, 그것이 달라진 그의 위상이고 위치였다.
그 사실을 레인하르트 후작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는 대신 부드러운 얼굴로 그를 달랬다.
“그래도 동향 사람이라고 이방인은 이방인이 잘 알지 않겠는가. 같은 이방인이 아니면 누가 있어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이겠나. 이번 일은 적임자가 자네밖에 없어.”
후작의 말에 김선혁이 냉랭한 얼굴로 되물었다.
“왕실의 눈에는 아직도 제가 ‘그냥 이방인’인 겁니까?”
단순한 질문 같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가 적지 않았다.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이제껏 내린 포상과 작위는 그저 달래기일 뿐, 결국 그가 아무리 공을 세워도 주변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었다.
“전직한 직후, 서부군에 배치되어 몇 년을 굴렀습니다. 그간 치른 전쟁이 두 번이고 참여한 전투만 10여 회가 넘습니다. 훈장을 받고 작위도 받았습니다. 바란 건 아니지만, 왕국의 창이라는 거창한 칭호도 받았지요. 그런데도 제 취급은 여전히 ‘그냥 이방인’이군요.”
후작도 그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는지,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말문이 막힌 후작을 보며 김선혁이 자세를 바로 했다.
“만약 정식으로 왕실의 명령이 내려온다면 따르겠습니다.”
“끄응. 지금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한 번 더 이야기하는 거로 하지.”
정색한 그의 표정에 후작이 결국 한발 물러나는 시늉을 해 보였다. 여기서 더 밀어붙였다가는 감정만 상할 판국이라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명령이라면 따르겠다’는 항의에 후작은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자리를 피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도 후작씩이나 되는 양반인데.”
“지금까지 겪어온 후작 개인의 성향이라면 문제 될 게 전혀 없다. 이런 정도의 항의로 감정이 꿍할 양반은 아니지. 다만 문제가 있다면….”
클라크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김선혁은 문득 왕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왕실의 의중이 뭐냐겠지.”
만약 그를 끝까지 이방인으로 대우하여 날 잘 선 칼 취급을 할 거라면, 개인 의사가 어떠하든 간에 이방인들을 떠맡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왕실의 의중에 따라서 짐 덩이들을 떠안고 전쟁터로 향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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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의 말을 곡해하여 왕실의 뜻이 잘못 전달될까 저어되어 내 직접 그대를 찾아왔노라.”
설마 그렇게 말했다고 왕녀가 직접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 김선혁은 갑작스러운 왕녀의 방문에 황급히 예를 차렸다.
“이미 왕국의 창이라는 칭호를 내리고 왕실이 보증한 작위를 내렸다. 이는 그대가 이미 왕실의 품 안에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널리 공표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그대는 행여 왕실이 그대의 출신으로 말미암아 품 밖의 존재라 규정했다 오해하지 말라.”
예를 받는 둥 마는 둥, 다짜고짜 자신의 말부터 늘어놓는 왕녀의 얼굴에 어쩐지 서운함마저 보일 지경이었다. 태도와 말씨는 의연하고 위엄 있는데 정작 표정이 토라진 아이처럼 볼을 잔뜩 부풀리고 있으니, 그 모습이 지독스러울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김선혁은 그 모습을 보고도 웃을 수가 없었다.
“한때 같은 훈련소에 머물렀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제 동료들은 그들이 아니라 드레이크 기병대의 기병들과 서부군의 병사들입니다. 부디 제가 동료들과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왕족에게 직접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은 그로서도 살이 떨리는 경험이었다. 아무리 왕녀가 어리다고 해도 왕족은 왕족이었으니까.
“트레일 경이 말해준 것이 있노라.”
다행스럽게도 왕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전쟁에 참여하는 그대의 마음은 그야말로 입에 칼을 문 듯 비장하고 중한 것, 그 각오를 가벼이 여기는 자들과 함께 두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그대의 명예와 마음가짐을 모욕하는 행위라 하였노라.”
왕녀의 말에 김선혁이 저도 모르게 왕녀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무감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던 여기사가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 또한 그리 생각하는 바, 나는 그대의 각오를 존중하고자 후작이 전한 명령을 철회하노라.”
과연 융통성 있는 아데스덴 왕가의 혈족다운 결정이었다. 김선혁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하지만 감사를 하기에는 너무 일렀던 모양이다.
“그리고 철회한 명령을 대신하여, 그대에게 부탁하노라. 폐하께서 나를 믿고 모든 것을 일임하셨으나, 내가 무능하여 그대 이상 가는 적임자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구나.”
왕녀는 명령이 아닌 부탁이라는 형식으로 후작과 같은 것을 요구했다.
“그대가 그들을 계도하여 진정한 동량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도와주기를 바라노라.”
태도와 말투는 달랐지만, 결국은 똑같은 말이었다. 왕녀는 그가 이방인들을 맡아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미가 똑같다고 해서 후작의 경우처럼 매몰차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
무려 일국의 왕녀씩이나 되는 존재가 자신을 무능하다 낮추며 부탁을 하니, 그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대가 나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대의 소원을 하나 들어줄 생각인바, 이는 그대에게 더욱 무거운 짐을 이게 한 나의 책임과 관계된 것이니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거라 약속하노라.”
“왕녀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결국 그는 왕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내 한 가지 약속을 더 하노니, 이방인들이 그대를 따르는 동안 그들의 생사여탈에 대한 모든 권한을 그대에게 일임하겠노라. 그러니 그대는 필요에 따라 그들을 벌하는 데 주저함이 없도록 하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방인들을 마음대로 굴려댈 권한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왕녀가 차후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 했으니, 이렇게 된 이상 마음을 고쳐먹고 이방인들을 제대로 써먹을 방법을 궁리하는 게 이득이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의 말에 왕녀가 흡족한 얼굴을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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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혁을 만나 이방인 부대의 지휘관 자리를 일임해주고, 내친김에 골디까지 원 없이 구경하다 온 왕녀는 몹시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이는 아샤 트레일에게 연유를 묻는 태도도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가.”
아샤 트레일은 왕녀의 말에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왕녀께서 친히 부탁을 하셨습니다. 그 정도만 해도 성의를 보이셨는데, 거기에 더해 차후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는 말씀까지 하실 것은 조금 과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개인에 대한 지나친 특혜가 조금은 우려스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왕녀는 전혀 꺼리는 기색이 없었다.
“폐하께서는 항상 사람을 쓸 때, 합당한 대가를 치르라 가르치신바가 있도다. 나는 그 말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니라. 게다가 꽤나 기특하지 않은가. 나를 위해 기꺼이 싫은 일을 마다치 않겠다는 백작의 마음가짐은 보상받아 마땅한 것이도다.”
사실상 왕국의 백작이자 기사인 김선혁이 왕녀의 뜻을 따르는 것은 다른 이들의 눈에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까지 언급하며 따지기에는 왕녀의 기분이 몹시 좋아 보였다. 아샤 트레일은 입을 다물고 자신의 주제넘은 참견을 사죄했다.
“일전에 폐하께서 소원을 들어주마 하셨을 때, 기상천외한 소원을 빌어 레인하르트 후작을 골탕 먹였지 않았던가. 나에게는 과연 어떤 소원을 말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구나.”
왕녀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혼자서 싱글벙글이었다. 하지만 한참을 웃던 왕녀의 표정은 금세 무거워졌다.
“허나 그 모든 즐거움은 전쟁이 끝난 뒤에나 이루어질 것이니, 지금은 부디 그가 무사히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라야겠구나.”
왕녀의 말이 어딘지 모르게 묘해 아샤 트레일의 표정이 굳었다. 왕녀가 드레이크 나이트에게 보이는 과할 정도의 호기심이 우려가 되기라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애초에 과묵한 성정을 지닌 기사, 그저 말없이 왕녀의 뒤를 따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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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혁이 도착하기 전부터 이번 전쟁에 참여할 부대는 거의 꾸려진 상태였다. 서부군 소속의 보병 연대 둘과 기병 중대 셋, 그리고 왕녀를 따라온 중부군 소속의 기병 중대 셋이 원정대에 포함되었다.
이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기병 중대들이었다. 보병 연대는 국경을 교란하며 녹테인의 부대들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견제를 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간 녹테인이 아덴버그 왕국을 상대로 써왔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식이었다.
“선혁 라인펄 김 드라흔 백작은 중부군 소속의 중갑 기병 중대들을 맡아주게.”
그간 기병으로 전쟁에 참가해 혁혁한 공을 세웠던 김선혁은 그중 중부군 소속의 중갑 기병 중대의 지휘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그 부대라는 게 중대 하나가 아닌 중부군 소속의 기병대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었으니, 이전까지 중대장의 위치에 불과했던 그가 이번 전쟁에서 연대장 급의 지휘관이 된 것이었다.
하기야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이번 원정대의 총사령관을 맡은 비텐펠트 로이엔 맹스크의 작위가 백작이었다. 명목상으로는 같은 작위를 지닌 그가 일개 중대를 지휘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뒤늦게 자신의 작위가 이제는 중대장을 맡기에는 너무도 높아졌다는 사실을 떠올린 그가 조금은 부담스러운 얼굴을 해 보였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해주면 되네. 단지 휘하의 기병이 조금 많아졌을 뿐이지. 자네라면 충분히 그들을 훌륭하게 이끌 수 있을 걸세.”
기병 전력의 절반을 그에게 떼어준 맹스크 사령관은 자신은 보병 연대들과 함께하며 국경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어찌 보면 수하들을 전방에 침투시켜놓고 본인은 비교적 후방에 머무르겠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 자리에 그렇게 생각하는 지휘관은 없었다.
자유롭게 적진을 누비고 다닐 기병대와는 달리 보병 연대는 한 자리를 지켜야 했으니, 적들의 끊임없는 공격으로부터 버텨야 했다. 때에 따라서는 국경을 넘어 아군 기병대의 진퇴를 보조해야 할 보병대의 임무가 막중함은 두 번 강조할 필요도 없었다.
“일단은 작전이 시작되면, 이쪽부터 몰아칠 걸세.”
“진입로로도 퇴로로도 꽤나 적당한 자리군요. 여기라면 최악의 경우 맹스크에 주둔 중인 부대의 지원을 받을 수가 있을 테니까요.”
서부 전체를 아우르는 지도를 펼쳐두고 연일 작전회의가 이어졌고, 참모들이 작전을 세우고 허점을 찾는다고 머리를 싸맸다.
김선혁 역시 그 자리에 참석해야 했다. 전체적으로 작전을 조율하는 참모들이 따로 붙기는 하겠지만, 유사시에는 그가 국경을 넘은 기병대 절반의 생사여탈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던 탓이다.
“수고했네. 조금 더 궁리하면, 그림이 더 세밀해지겠어. 그간 방어전에 너무 익숙해졌는지, 참모들도 나도 영 머리가 굴러가지를 않는구만.”
회의가 끝이 나자 맹스크 사령관이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빈틈없이 작전을 계획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던 김선혁에게는 그 말이 엄살처럼 들렸다.
맹스크 사령관의 말과는 달리 맹스크 요새의 첩보부가 파악한 국경 너머의 지리와 병력 배치도는 언제든 역공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낸 치밀한 것이었다. 녹테인으로서는 숙적의 갑작스러운 역습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보다 자네는 어떤가. 요즘 꽤나 골치를 앓고 있다는 말은 들었네. 일은 잘 되어 가는가?”
“중부군 전체가 이렇게까지 배타적이고 자부심이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거 완전히 굴러들어와 박힌 돌 취급이더군요.”
“후작께서 한마디만 해주시면 좋을 텐데, 하기야 이런 데 나설 분이 아니지.”
왕국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자존심인지, 그도 아니면 중갑 기병 특유의 엘리트 의식 때문인지, 김선혁이 맡은 병사들은 꽤나 비협조적이었다.
“작전 개시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수를 내봐야 하지 않겠나?”
그나마 일반 기병들은 굼뜨게나마 소집에 응하고 따르는 시늉을 해 보였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각 기병 중대의 중대장들과 이방인들이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그를 견제하고 적대했으니, 골치가 아파져 올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오늘부터 제대로 굴려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는 전쟁을 앞두고 그런 방만함을 그대로 두고 볼 정도로 무른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칼을 빼 들려던 참이었다.
“뭔가 방법이 있나?”
맹스크 사령관이 관심을 보이자, 김선혁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일단 머리부터 쳐야지요.”
“머리라면, 이방인들이겠군. 쉽지 않겠어.”
사령관의 우려에 그는 도리어 웃으며 대답했다.
“왕녀께서 주신 생살여탈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써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