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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푸어-85화 (8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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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6. 전설의 시작 (5)

안유정을 닮아 오밀조밀하던 아티야의 이목구비는 성숙하게 변해 있었다.

앙증맞던 콧볼과 콧날은 보기 좋게 솟았고, 다소 흐리멍덩했던 눈빛은 또렷해진 눈매 탓에 더욱 빛나 보였다. 하얗다 못해 핏기 하나 보이지 않는 피부는 미미하게 푸른빛이 감돌았고, 창백한 피부 덕에 빨간 입술이 유달리 도드라져 보여 왠지 모를 아찔함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변한 것은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헐벗고 있던 육신 위로 갑주가 생겨났다. 그런데 그 갑주라는 게 최소한의 부위만을 가린 아찔한 것인지라, 차라리 홀딱 벗고 있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묘한 매력이 있었다.

“아….”

저도 모르게 변해버린 아티야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던 김선혁은 뒤늦게 그녀의 모습이 안유정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와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샤 트레일.

변화한 아티야는 그 시원시원하고 매력적인 여기사와 놀라울 정도로 인상이 닮아 있었다.

- 속성(風) 지배력이 99를 넘어 마침내 한계치인 100에 도달했습니다.

- 속성 지배력이 최고 수치에 이르며, 소속 정령(風)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 하급 정령(風) 아티야가 중급 정령(風)으로 진화하였습니다.

- 전보다 한층 더 긴밀한 유대관계가 형성이 되었습니다. 훨씬 더 복잡한 의사의 표현과 이해가 가능해졌습니다.

- 중급 정령은 하급 정령보다 훨씬 강력하고, 다재다능한 존재입니다.

- 아티야를 매개체로 사용할 수 있는 속성(風)의 힘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 실체가 없는 하급 정령과는 달리, 중급 정령은 계약자 또는 스스로의 의지로 실체를 갖고 현신할 수 있습니다. 실체화를 이룬 정령의 육체는 만지고 밀고 당기고, 다양한 방식의 접촉을 통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 단, 정령이 본체를 실체화할 경우 정령 친화력이 없는 이들에게도 정령의 모습이 노출됩니다.

- 중급 정령이 되며 아티야의 외형이 보다 계약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워졌습니다.

다른 것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실체화를 이룬 정령의 육체는 만지고 밀고 당기고, 다양한 방식의 접촉을 통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실체화를 이룬 정령의 육체는 만지고 밀고 당기고, 다양한 방식의 접촉….’

‘정령의 육체는 만지고 밀고 당기고, 다양한 방식의 접촉….’

‘육체는 만지고… 다양한 방식의 접촉….’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방식의 접촉’이라는 구절만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울려댈 뿐이었다.

“주인님?”

그녀는 더 이상 머릿속에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마치 속삭이듯 생생한 음성으로 직접 말을 걸어왔다. 그야말로 허상 같았던 그녀가 완전히 실존하는 여인이 된 것이다.

“주인님!”

완전히 넋을 잃고 있던 그는 아티야의 음성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저 중급 정령으로 진화했어요!”

“어, 축하해.”

아직까지 혼미해진 정신이 완전히 돌아온 것이 아니었던 탓에 그는 저도 모르게 얼빠진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주인밖에 모르는 정령은 기껏 자랑을 하고도 돌아온 반응이 그렇게 시원찮아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와락.

해맑게 웃어 보인 아티야가 달려들어 제 주인을 끌어안아 버렸다.

“이제 더 이상 주인님을 혼자 두지 않아요. 제가 언제나 함께 할 거예요.”

제 딴에는 다부지게 말하는 목소리조차도 어찌나 그렇게 앙증맞고 싱그럽던지.

“주인님은 이제 저만 믿으세요.”

빈틈없는 여기사를 닮은 얼굴로 그렇게 주인님, 주인님거리며 속삭이니 그것 또한 기묘한 매력이 있었다.

“어, 음….”

그야말로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감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공격, 의식이 아득히 먼 어딘가로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작님.”

만약 막사의 문을 열고 줄리앙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언제까지고 그렇게 아티야의 감촉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줄리앙?”

“음. 손님이 계셨었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줄리앙을 맞아준 그는 그녀의 굳은 표정을 보고나서야 아티야가 현재 실체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단, 정령이 본체를 실체화할 경우 정령 친화력이 없는 이들에게도 정령의 모습이 노출됩니다.’

그리고 실체화를 이룬 정령은 다른 이들의 눈에도 선명하게 노출되었으니, 줄리앙의 태도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그가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줄리앙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몇 마디 내뱉고는 도망치듯 막사의 문을 열고 사라졌다.

“끙.”

그렇게 종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그가 이내 포기한 듯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줄리앙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 차후 정령의 존재를 설명해주면 그만이었다. 아니, 그보다 지금은 그저 아티야가 주는 행복함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다.

“음. 주인님.”

갈 곳 못 찾아 어색하게 있던 팔이 슬며시 아티야를 끌어안았다. 아티야는 마치 애교라도 피우듯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정령이라는 건, 정말 훌륭한 존재군.

하지만 말초적인 감각도 잠시, 고된 전투와 거듭된 희생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피폐해졌던 그는 그 따듯한 체온과 온기에 저도 모르게 눈을 지그시 감고 말았다.

어쩌면 오늘만큼은 악몽 없이 잠을 잘 수도 있으리라.

**

자신의 능력치가 일목요연하게 표시된 스테이터스 창을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현실성이 사라져 게임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 되어, 투지가 사그라들고 절실함이 떨어졌다. 그래서 김선혁은 의도적으로 한동안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력이 회복되고 전장이 정리된 이후 확인해본 스테이터스는 놀라울 만큼 변해 있었다.

[김선혁]

? Level. 13

? 용기병장(Dragon Chief Rider)

? 고유 속성

- 풍(風) / 속성 지배력 100

: 풍아(風牙), 풍신(風身), 풍령(風靈)

- 지(地) / 속성 지배력 64

: 지진(地震), 토벽(土壁), 붕괴(崩壞)

- 수(水) / 속성 지배력 47

: 수신(水身)

? 계약 정령

- 중급 바람의 정령(아티야)

? 용기병대(Dragon Squad)

- 드레이크(골드레이크)(地) / 복종도 100

: 상태 ? 회복을 위한 숙면, 허기

- 씨 서펜트(블루곤)(水) / 복종도 54

: 상태 - ?

? 근력 43 / 지구력 41 / 민첩성 43 / 통솔력 47 / 마법 저항력 54

? 보유 스킬

- 드래곤 테이밍

- 드래곤 라이딩(중급)

- 분대 지휘(중급)

- 차징(Charging)(風)

- 윈드 피어싱(Wind Piercing)(風)

- 속성 무기술(최상급)(風)(地)(水)

- 최상급 기마술

: 최상급 기마술 + 차징 = 혼연일체의 차징(風)

- 기형 장창술(최상급)(風)(地) ↔ 기형 기마 장창술(최상급)(風)(地)

- 왕국 표준 검술(중급)(風)(地) ↔ 왕국 표준 기마검술(중급)(風)(地)

- 중갑 기동(50Kg) ↔ 중갑 기마 기동(90Kg)

- 보병 방패술(상급)(地) ↔ 기병 방패술(상급)(地)

- 상급 작업 기술(토목)(地)(水)

이제는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스테이터스 창의 각종 항목들로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레벨이 몇이나 올랐고, 통솔력을 비롯해 각종 수치가 상승했다. 수 속성 지배력에는 아마도 회복력과 관계되었을 수신의 능력이 생성되었고, 지 속성 항목에는 각기 지진과 토벽 붕괴의 능력이 생겨났다. 하급에 불과했던 드래곤 라이딩 스킬이 중급이 되었다. 상급이었던 속성 무기술도 이제는 최상급이 되었다.

그야말로 전쟁 전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할 정도의 변화, 그중에서도 풍 속성 지배력의 상승이 가장 도드라지게 체감이 되었다. 수치상으로는 불과 1의 차이일 뿐인데도, 바람을 수발하는 능력이 몇 배는 자유로워졌다.

“이거 대박인데?”

가볍게 의지를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맴돌던 바람이 칼날처럼 날을 세웠다. 만약 바로 전의 전투를 지금 치르게 된다면 그렇게 많은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도 승리할 자신감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록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이번 성장을 이루기 위해 너무도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으니,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그야말로 수백의 생목숨을 바치고 얻은 능력, 그는 손끝에 일어난 바람의 칼을 흩어버렸다.

며칠이 지나 사령관이 찾아왔다. 그들은 살아남은 자들을 위무하고, 전사한 병사들의 무덤 앞에 하나하나 애도를 표했다. 그리고는 곧장 사후 처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번 전투에서 전사한 모든 기병들에게 명예 기사의 작위가 수여되는 것으로 결정이 났네.”

전사한 기병들에게 명예 기사의 작위와 무공 훈장이 수여하기로 결정이 난 모양이다.

“남겨진 가족들이 있다면, 그들은 명예로운 영웅의 가족으로 합당한 대우를 받게 될 걸세. 왕실에서는 의롭게 죽어간 전사자들의 가족을 위해 최대한의 방법을 모색할 거야. 그러니 자네는 너무 걱정하지 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따져야 할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사령관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미안하네.”

그런데 사령관이 갑작스레 사과를 해왔다.

“이번 피해는 명백히 사령부의 실책이네. 적들이 처음부터 어디를 노린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고 시종일관 끌려다녔어. 그래서 이런 피해가 생기고 말았지. 자네에게도 이미 전사한 장병들에게도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녹테인에게 일방적으로 국토를 유린당하다시피 했던 이번 전쟁은 명백한 전략의 실패였다. 사령관은 자신이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모종의 임무를 끝내고 서부군의 총사령직을 내놓을 생각이라 말했다.

“왕국의 방패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 같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책임을 안고 밀려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런 걱정은 말게. 다행스럽게도 자네가 잘해준 덕에 표면적으로나마 이번 전쟁은 승리로 기록이 될 거야. 부끄럽지만 내 은퇴는 그렇게 승전으로 포장이 되겠지.”

그간 서부군의 정신적 지주였던 사령관의 불명예스러운 은퇴가 전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왕도에서 이미 그렇게 조치를 내렸다고 하였다. 그조차도 수치스러워 하는 사령관이었지만, 자나 깨나 왕국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자답게 기꺼이 그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노라 말했다.

“왕국의 방패는 녹슬었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영웅의 시대가 왔다네.”

맹스크 사령관이 불쑥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고는 눈을 맞췄다.

“그리고 새 시대의 영웅은 자네야.”

그 낯 간지러운 말에 김선혁이 고개를 저으려는데 사령관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덴버그의 검(劍), 앞으로 사람들은 자네를 그리 부를 걸세.”

굳은 신뢰와 기대가 가득한 그 눈동자를 바라보던 그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저는 창(槍)을 씁니다.”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힌 맹스크 사령관이 멍한 얼굴을 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가 과분한 호칭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힘차게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자네는 자격이 있어. 그러니 사양하지 말게.”

**

그 뒤로 맹스크 사령관은 몇 가지 당부와 지시를 남기고 주둔지를 떠났다. 떠나기 전에 줄리앙을 불러 대화를 나누는가 싶었지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사령관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왕녀가 주둔지를 찾아왔다.

“아데스덴 왕가에 충성을!”

“오필리아 라우렐 로 아데스덴 왕녀께 경의를!”

살아남은 자들이 최대한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왕녀를 맞이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차려입었다고 해도 격전 끝에 간신히 살아남은 그들의 행색이 좋아 보일 리가 없었다. 왕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안타까운 얼굴을 해 보였다.

“그대들의 헌신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노라. 그대들이야말로 왕국의 방패이고 검이니, 만백성이 그대들을 믿고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안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노라.”

왕녀가 직접 전선까지 찾아와 노고를 치하해주니 감동 받은 병사들이 와락 눈물을 흘렸다. 거친 기병들도 감격한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격앙된 얼굴로 왕녀를 칭송했다.

“선혁 라인펄 김 드라흔 자작.”

“중앙군 서부방면 소속 드레이크 기병대 중대장, 선혁 라인펄 김 드라흔이 왕녀를 뵙습니다.”

왕녀가 먼저 말을 걸어주기 전까지는 먼저 입을 열 수도 없었던지라, 입을 다물고 있던 그가 늦은 인사를 건넸다.

“간악한 녹테인의 무리들에게 철퇴를 내리고, 왕국의 귀한 백성들을 지켜낸 그대의 공을 왕실은 절대로 잊지 않으리라.”

“본분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싸웠던 것은 단지 자신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지 왕국이니 왕실이니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이미 몇 번의 대면을 통해 그의 성정을 파악한 것인지 왕녀 오필리아도 담백한 얼굴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야말로 군인의 귀감과도 같은 인물이로다. 하지만 왕실은 공을 세운 자에게 상을 내리지 않은 적이 없으니, 그대 용맹한 기사이자 지혜로운 지휘관 드라흔에게 왕녀의 이름으로 합당한 상을 내리노라.”

그 엄숙한 말투에 김선혁이 무릎을 꿇었다.

“수백의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맹하게 나서 마침내 값진 승리를 얻어낸 그대 선혁 라인펄 김 드라흔 자작에게 ‘아덴버그의 창’이라는 칭호와 함께 명예 백작의 작위를 수여하네. 이는 아덴버그의 유일무이한 지배자 테오도르 티베리우스 로 아데스덴 국왕폐하께서 수여하시고, 적법한 혈통 오필리아 라우렐 로 아데스덴 왕녀가 보증하는 것이니 이를 의심하거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아데스덴 왕가의 권위를 의심하는 것과 같도다.”

자작에 오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비록 명예뿐이라지만 백작의 작위를 받게 되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입을 쩍 벌리고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작위에 대해 별다른 욕심이 없는 김선혁은 그저 무덤덤하게 감사를 표할 뿐이었다.

“또한 이번 전쟁으로 그대의 곁을 지키던 많은 인재가 희생되었음을 통감하며, 왕실에서는 그대를 보좌할 마법사 하나와 기사 하나를 영지에 상주토록 하여 그대가 앞으로 만사를 수행함에 있어 지장이 없도록 하겠노라. 이들의 녹봉은 왕실이 평생토록 지불하는 것이니 그대는 형편을 걱정하지 말라.”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보상이었다. 콧대 높은 기사들과 마법사들 중에 이방인의 영지에 머물기를 바라는 자는 없었으니, 왕실을 통해 인재를 큰돈을 들이지 않고 영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왕실의 은혜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그제서야 그가 조금이나마 만족한 얼굴을 해 보이자 흡족한 미소를 지은 왕녀가 낭랑한 목소리가 널리 퍼지도록 힘주어 선언했다.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노니, 왕실의 곳간을 풀어 전 백성이 이를 알도록 하리라. 그 전에 앞서 우선적으로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술과 고기를 풀어 영웅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를 갖겠노라.”

그렇지 않아도 함성을 지를 구실을 찾고 있던 사람들이 그 말에 왁 하고 함성을 터뜨렸다. 왕녀는 그 불같은 호응에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장병들이여! 백성들이여! 오늘 하루만큼은 고된 날들 잊고 다 같이 축하하고 기뻐하라! 그것이 왕실의 뜻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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