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도전자 -->
처음에는 거리가 멀어 착시가 일어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너 왜 이렇게 쪼그라들었어.”
영롱하게 빛나는 비늘과 도도한 생김새는 그대로였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리게 만들던 거대한 덩치는 온데간데없었다.
[비대한 몸은 자아를 잃고 미물로 돌아갔을 때를 대비한 궁여지책이었다.]
완전히 언어를 잊었나 했더니, 해룡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게다가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수기(水氣)가 필요하니, 지금으로서는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이다.]
“아...”
필요가 없어졌다고 그렇게 제 몸을 멋대로 늘이고 줄일 수가 있는 것인지는 둘째 치고 김선혁은 작아진 해룡의 덩치에 맥이 빠지고 말았다. 물론 지금도 어지간한 몬스터들 따위는 통째로 물고 뜯을 정도로 거대한 건 사실이었지만, 처음에 보았던 압도적인 위용이 사라진 건 아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나를 데려가라. 아직 우리의 관계는 공고하지 않으니, 언제 다시 또 과거로 돌아가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 전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덩치가 쪼그라든 해룡은 조금 무리해서 시간과 돈을 들이면 영지로 끌고 가는 게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 가자. 가.”
노골적인 실망에 블루곤이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이는 그저 잠시였을 뿐 금세 언어를 잊고는 목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조루구만.”
그 도도한 용조차도 잠깐의 대화만으로 만남이 미루어지니 마니 하는 것을 보면, 용이나 아룡이나 다른 이들과 사념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꽤나 기력이 소모되는 일인 게 분명했다.
“수레와 말을 구해야겠네. 아무래도 이 덩치 큰 놈이 꼭 우리를 따라가고 싶은 모양이니까.”
요나슨과 잭슨이 다시 뤼겐부르크를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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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쪼그라 들었다고 해도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길이만 10미터에 가까운 괴수를 영지까지 실어 나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 괴수를 담을 거대한 나무틀을 새로 주문해야 했고, 가는 동안 물이 새거나 마르지 않도록 천을 덮고 특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그 모든 것이 갖춰지고도 육중한 화물을 실고 나갈 마소를 몇 마리나 준비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을 한 덕분에 일행은 라인펄 강의 지류(支流)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었다.
“영차!”
일행의 힘만으로 저 거대한 해룡을 꺼내 나를 수도 없었던지라, 수레를 이끌던 말을 다그쳐 수레 채로 강가에 처박았다.
퍼덕. 퍼덕.
목제 수조를 부숴버릴 듯 뛰쳐나온 블루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거리며 물속을 들락거리다 이내 깊게 잠수하여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시 그 자리에서 블루곤이 기력을 회복하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잭슨과 요나슨이 가장 가까운 마을에 들러 수레를 끌던 소와 말을 팔고 돌아왔다.
“끙. 그래도 손해야. 수레값이 얼만데.”
물론 블루곤의 가치가 고작 수레 값을 아까워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영지병 둘의 1년치 급료가 그대로 사라진 꼴이라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갑시다. 시간이 너무 지체됐네.”
이내 쓰린 속을 달랜 김선혁이 일행을 다그쳤다. 이제껏 괴수를 옮기느라 지연되었던 일정을 단숨에 따라잡을 작정이었다. 해룡이 물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가 내달리는 말을 뒤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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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두달에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나니, 영지를 나설 때까지만 해도 추수를 앞둔 곡물로 꽤나 풍성하던 영지가 돌아올 무렵이 되자 누르스름하게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영지에 돌아온 김선혁은 감회가 새롭기만 했다.
“드디어 도착했네.”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아돌이 이끄는 1분대의 병사들이 마침 근방을 순찰 돌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아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황급히 부대를 정렬시켰다.
“영주님? 추, 충성!”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고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인지, 한층 늠름해진 병사들의 경례를 받으며 그는 마을에 들어섰다.
“잘 하고 있네.”
“저택에 알려라! 여, 영주님께서 돌아오셨다!”
법석을 떨어대는 아돌과 병사들의 모습도, 오랜만에 돌아온 영주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영지민들의 모습도 모두가 정겹기만 했다.
“집이다! 집!”
기별을 받은 것인지 입구까지 나온 노학자, 안토인 몽테뉴를 보며 김선혁은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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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입니다. 영주님께서 돌아오실 때를 대비해 일지와 장부를 빠짐없이 기록해두었으니, 시간이 나실 때 한 번 훑어보시면 영지의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간 영지의 운영을 더없이 훌륭하게 해온 안토인 몽테뉴는 생색내는 기색도 없이 덤덤하게 그간의 일들을 보고했다. 어차피 영지에 있을 때도 영지 운영은 줄리앙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던 그인지라 그저 수고했다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대충 영지가 잘 돌아갔다는 건 알겠는데, 뭐 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아. 그렇지 않아도 영주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손님이 다녀가셨습니다.”
궁벽한 영지를 찾을 일이 뭐가 있다고 손님씩이나 있었다는 것인지, 김선혁이 의아한 얼굴을 해보였다.
“먼저 지난 달 말경에 나이트 레이라크가 영지를 다녀갔습니다. 영주님께서 자리를 비우셨다는 걸 알고는 바로 돌아갔지만, 딱히 좋은 용건으로 다녀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끄응.”
라이든 레이라크가 밝히지 않은 용건이야 뻔했다. 아마도 지난 결투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서 방문을 한 것이리라. 하기야 그냥 진 것도 서러운데 자신이 열심히 싸우면 싸울수록 원수같은 작자의 그라두스만 올려주는 꼴이니 얼마나 분하고 화가 날까.
“다시 방문하겠다고 했으니, 곧 연락이 오겠지요. 그리고 나이트 레이라크 말고도 영지를 방문한 기사님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안토인 몽테뉴는 영주의 명성이 높음은 알고 있었지만, 기사들이 연달아 영지까지 찾아올 정도인줄은 몰랐다며 감탄 아닌 감탄을 했다. 하지만 검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노학자의 생각과는 달리 기사들이 김선혁의 명성만 듣고 이 외진 곳까지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망할 그라두스.”
그라두스 89의 기사, 꺾기만 하면 단숨에 왕국을 대표하는 100인의 강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그들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전쟁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어 명성을 날릴 기회조차 박탈당한 기사들이 몸이 달아 오르는 게 당연했다.
“일단 전부 영주님의 부재를 설명 드리고 돌려보냈습니다. 혹시 제가 결례를 범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잘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같지도 않은 명성 놀이에 어울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시니컬하기까지 한 김선혁의 대답에 안토인 몽테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드레이크 나이트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명성 높은 기사가 할 말이 아니라 여겼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이렇듯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라두스의 소유자들이 즐비한 왕도를 가 아닌 이 외딴 곳까지 오게 된 그들의 속내가 빤히 들여다 보였던 것이다.
“완전히 얕보고 있군.”
벼락의 검을 꺾었다지만 그는 이방인이었고, 아직까지 그를 진짜 기사라고 인정해주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명성을 얻은 드레이크 나이트의 가장 큰 무기인 드레이크는 결투에 탑승할 수조차 없으니, 그 또한 그의 약점이었다.
저 승냥이 같은 자들은 그라두스를 지닌 기사들 중에 만만한 자를 골라 이곳까지 온 게 틀림이 없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죄송스럽게도 그렇게 영지를 찾은 기사님들 중에 아직 돌아가지 않으신 분이 두분 계십니다. 마을에 머물고 있었으니, 어쩌면 지금쯤이면 영주님의 귀환 소식을 들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영주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인 하나가 손님의 방문을 알려왔다. 김선혁이 인상을 찡그리자 안두인 몽테뉴가 대신 나섰다.
“영주님께서는 오랜 여행으로 몹시 고단하신 상태다. 바로 침소에 드셨으니, 기사 분께는 양해를 구하고 차후 기별을 하겠다 말하거라.”
손님의 무례함을 은근히 꾸짖는 세련된 화법에 하인이 감탄하는 얼굴로 고개를 숙여보였다.
“제가 주제넘은 짓을 한 건 아닌지요.”
“아니요. 전혀요. 솔직히 제가 원해서 얻은 그라두스도 아닌데, 좀 불쾌하군요.”
귀찮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 같은 기분에 김선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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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은 예감은 늘 빗나가는 법이 없다. 영지에 남아있던 두 명의 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저택을 찾은 것이다.
처음에는 여독을 핑계로 물리쳤고, 나중에는 밀린 영지의 업무를 봐야 한다며 기사들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기사라는 족속들은 상상 이상으로 집요했고, 제 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체면을 버리는 것조차 불사했다.
“아, 글쎄.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는데 왜 안 된다는 거요. 거 참, 너무 팍팍하게 구는 거 아니요?”
“공사가 다망하신 분입니다. 그렇게 청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란 말입니다.”
몇 번 정도는 예의를 지켜 돌려보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자 줄리앙의 말투도 날이 설 수밖에 없었다. 무안할만도 하건만 기사는 막무가내였다.
“누구는 바쁜 일 없소? 그저 얼굴 한 번만 보면 된다니까 그러네.”
그중에서도 눈앞에서 강짜를 부리는 사내가 가장 생떼가 심했다. 고작 평기사 주제에 명성에 눈이 멀어 무례할 정도로 들러붙는 태도가 영 보기 좋지 않았다.
“돌아가십시오. 묵으시는 곳의 거처와 이름을 남기면, 영주님께서 차후 기별을 보낼 겁니다.”
그렇게 하나가 진상을 피우자, 영지에 남아있던 다른 기사도 은근슬쩍 끼어들어 졸라댔다. 설상가상으로 뒤늦게 영지를 찾은 기사들도 합류하여 그렇지 않아도 지난 중독 사건 이후 몸이 쇠약해진 줄리앙을 괴롭혀 댔다.
결국 참다못한 김선혁이 줄리앙을 불러다 그렇게 진상을 피우는 자들의 이름을 물었다.
“대체 어떤 놈들이 그렇게 억지를 부려. 영주가 친구야? 놀자고 부르면 좋다고 나오는 친구냐고.”
“아이놀 라이널드라는 자와, 하크 로빈슨이라는 자입니다. 모두 평기사이고, 소속은 각기 동부와 북부의 귀족가입니다.”
“하, 선임기사도 아니고 평기사야? 어지간히 얕본 모양이구만.”
“신경 쓰지 마십시오. 명성에 눈이 먼 자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입니다.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영주님의 격이 떨어지니, 그저 무시하는 게 상책입니다.”
그렇게 위로를 하는 줄리앙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핏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지난 사고의 책임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던 그로서는 그 어떤 원망도 없이 맹목적으로 자신만을 위하는 그녀의 모습에 도리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냥 다 불러.”
“네?”
그의 말에 줄리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반문했다.
“그 두 놈 말고도, 지금 영지에서 무슨 번호표 뽑아놓고 기다리는 것처럼 구는 기사놈들 싸그리 다 불러 모으라고.”
“어쩌시려고...”
“어쩌기는.”
그녀의 염려 가득한 모습을 보며 그가 이를 꽉 깨물며 대꾸했다.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손을 봐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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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놀 라이널드는 언제나와 같이 숙소에서 밥을 먹고 장비를 챙겼다. 콧대높은 영주가 영 만나주지를 않지만, 이렇게 조르다 보면 언젠가는 귀찮아서라도 한 번쯤 얼굴을 비출 거라는 얄팍한 계산을 한 것이다.
“영주님께서 접견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런데 막 숙소를 나서려던 그에게 영지병이 찾아와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영주가 자리를 비웠을 때부터 영지에 죽치고 있었으니 근 두달 만에 영주와의 만남을 허락받은 것이다.
“무장을 제대로 갖추고,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그간 애태운 것이 무색하게 영주는 그가 원하는 바를 쏙쏙 짚어주었다. 아이놀 라이놀드로서는 바라마지 않던 말이었다.
드레이크 나이트만 꺾으면 단 번에 그라두스의 기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레이크 나이트와 유일하게 검을 섞어 본 라이든 레이라크는 공공연하게 드레이크 나이트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내가 진 것은 방심과 불운이 작용했던 탓이지, 실력 때문이 아니오. 만약 다시 자리가 생긴다면 그 자를 꺾을 자신이 있소.’
레이라크의 재판관은 그자는 진짜 기사가 아니며, 그저 기이한 창에 기대 상대를 농락하는 비겁자라 험담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그 모든 말이 사실이라면 명성이고 출세고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그는 들뜬 기색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런 그를 영지병이 잠시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사라졌다. 뭐가 그리 바쁜지 저택으로 안내도 않는 태도가 괴씸했지만, 이미 몇 번이나 오고 가느라 저택으로 향하는 길은 빠삭한 그였다.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 나이트 라이널드.”
그런데 숙소를 나서서 영주의 저택으로 향하던 도중에 하크 로빈슨이라는 자를 만났다.
“영주의 연락을 받은 모양이구려.”
“그럼 나이트 로빈슨도?”
접견 허락이 떨어진 것은 그 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갑작스레 마음이 조급해진 그가 걸음을 서두르는데, 하크 로빈슨이 지지않고 따라붙었다.
“나이트 카일슨?”
“나이트 칙스도 있군.”
그런데 오늘따라 영지를 찾은 기사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모두가 하나같이 영주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음.”
짧게 인사를 나눈 기사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 이내 달음박질하기 시작했다. 마치 먼저 도착한 자가 영주의 그라두스를 얻기라도 할 것 같은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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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혁은 멀리서부터 허겁지겁 달려오는 기사들을 보고는 황당한 얼굴을 해보였다.
“뭐야. 누가 선착순으로 순서 준다고 했어?”
“아닙니다. 영주님께서 하신 말씀과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전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급하게 뛰어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가 이내 저들이 저리 헐레벌떡 뛰어오는 이유를 깨닫고는 와락 인상을 찡그렸다.
“먼저 온 새끼가 그라두스의 임자라고 생각한다 이거지?”
대체 어디까지 자신을 만만하게 본 것일까. 감히 왕도의 기사들에게는 도전할 깜냥도 없는 것들이 저리 건방을 떠니 그로서는 더욱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명성 높은 드라흔 자작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며, 그 드높은 창술을 견식할 기회를 주실 것을 감히 청...”
“레이널드가의 차남, 평기사 아이놀이 드레이크 나이트께 결투를 신청하...”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대뜸 결투 신청을 해오는 기사들을 본 김선혁의 뚜껑이 완전히 날아가버렸다.
“동부에서 온 카일슨이라는 자요. 명성 높은...”
“입 다물어.”
서릿발이 내려앉은 듯 차가운 음성에 앞 다투어 자기소개를 하던 기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입 다물고 숨 돌려. 나중에 숨 차서 졌다는 헛소리 듣고 싶지 않으니까.”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제 글 쓰고 자려고 누웠는데, 베개에서 웨에엥 소리가 나지 뭡니까. 파리인가 싶어 손으로 휘적휘적하는데 따끔 해서 보니, 벌이더군요. 저는 상남자, 슈퍼 강한 인류라 3초만에 침을 뽑고 벌을 응징했습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쏳인 곳이 약지 끝이라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보니 약지 전체가 띵띵 부어 글 쓰는데 영 부대끼더군요. 그래서 손이 느려져서 원고 작성이 더욱 늦고 말았습니다.
주절주절 떠들었지만, 요는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ㅜㅜ 늦은 만큼 용량 빵빵하게 넣었으니, 너른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한국 거주자가 아닌 해외 거주자입니다. 여기는 지금 한 여름이라 온갖 곤충형 몬스터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죠. 레어를 지키는 드래곤의 마음으로 곤충들을 퇴치하며 열심히 글 쓰고 있습니다. 코멘트와 추천으로 부족한 레어 에너지를 채워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