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기사는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
왕녀가 따로 제작하여 보내주기로 약속했던 골드레이크의 새로운 갑옷과 용기병 전용 특제 창이 도착했다는 말에 냉큼 달려온 김선혁은 커다란 수레 옆에 꼿꼿이 선 여인을 보고는 그대로 멈춰 섰다.
꾸벅.
꼿꼿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예를 차리는 무표정한 얼굴, 그는 어렵지 않게 그녀의 정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왕실 수호대의...”
“아샤 트레일입니다. 다시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드라흔 자작.”
비록 휘황찬란하던 수호대의 금갑은 벗어던지고 가벼운 여행자 차림을 한 여인이었지만, 날 선 검처럼 차가운 눈빛과 정돈된 기세만큼은 그대로였다. 여인은 놀랍게도 왕녀의 근접 호위를 전담했던 아샤 트레일이었다.
“트레일 경이 이 변방에는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왕녀께서 보내셨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볼일로.”
줄리앙도 그렇고 왜 이곳의 여기사들은 유달리 무뚝뚝한 것인지 오히려 사내들보다 대하기 힘든 화법에 김선혁이 난감한 표정을 해보였다.
“재판 결투.”
짤막한 대답, 여전히 답이 되지 않았다.
“왕녀께서는 친애하는 골드레이크의 기수가 패배하기를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그럼 경께서?”
“제가 앞으로 남은 10일간 경의 검술을 봐드릴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방문, 생각지도 못한 이유, 그가 황당한 얼굴을 해보이니 아샤 트레일이 자신의 실력을 못미더워 한 것이라 여긴 것인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줄리앙이 귀엣말을 건네 왔다.
“레이라크가의 차남이 유일하게 패배한 상대가 바로 그녀, 아샤 트레일 경과의 결투였습니다.”
20대 중반이나 됐을 법한 여인이 상급 기사마저 거꾸러트린 벼락의 검을 꺾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보다 궁금증이 앞섰다.
“아니, 대체 왜 싸웠데?”
왕실 수호대 씩이나 되는 여자에게 결투를 걸 만한 이유가 있나 싶어, 무심코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그저 누구의 검이 더 강한지를 겨루어 보았을 뿐입니다. 기사의 결투에 다른 이유는 필요 없지요.”
다행스럽게도 아샤 트레일은 화를 내는 대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래도 그의 궁금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고작 그런 이유로...”
“고작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기사들은 스스로 검을 갈고 닦아 마침내 한계를 초월한 강자들이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쉽사리 전투에 참전할 수 없게 되었지요. 기사들이 전투에 나섰다가는 당장 사소한 전투도 금세 전면전으로 번질 테니까요.”
“하지만 저번 사스테인과의 전투에서는...”
“존스테인 필그램경을 비롯해 참전한 기사들은 모두 이방인 출신입니다. 그들의 승패는 양국의 자존심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진짜 기사가 아니...”
무식한 영주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한참 설명에 열을 올리던 줄리앙이 입을 다물었다. 잔뜩 날 선 눈빛을 보내는 아샤 트레일을 발견하고 뒤늦게 자신의 실언을 깨달은 것이다.
“오만하구나. 아직 서임도 받지 않은 종자가 감히 진짜 기사 운운하는가.”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드라흔 자작의 체면을 보아 넘기는 것은 이번 한 번뿐이리라.”
한 번 더 따끔하게 경고를 남긴 아샤 트레일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린 탓에 그가 황급히 자리를 정리했다. 마침 부름을 받고 달려온 마리가 그녀를 데리고 사라지자 줄리앙이 고개를 깊게 숙여보였다.
“죄송합니다. 제 경솔함이 자작님께 누가 되었습니다. 훗날 오늘의 실수가 문제가 된다면, 제 스스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매사에 완벽에 가까운 일처리를 보여왔던 줄리앙이니만큼 제 스스로의 실수에도 엄격했다. 일이 터지면 제 목숨마저 내놓을 듯 비장한 그녀의 말에 김선혁이 이마에 딱밤을 먹였다.
“까불고 있다.”
어린아이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없으니 이런 때라도 놀리지 않으면 놀릴 기회가 없었다. 딱밤을 맞은 줄리앙에 벌겋게 달아오른 이마를 문지르며 울상을 지어 보였다.
“종자의 실수는 내 실수. 고로 책임을 져도 내가져야지.”
대수롭지 않게 그녀의 실수를 넘긴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수도의 기사들은 할 짓이 없어도 더럽게 없구나.
공을 세우고 이름을 떨치기 위해 고련을 해온 그들이 정작 제 스스로의 힘에 얽매여 공을 세울 기회를 박탈당했으니, 날개 꺾인 매와 같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전방에서는 죽고 죽이는 전투 속에서 생사를 다투고 있는데, 갈 길 잃고 방황하는 그들의 검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줄리앙은 적어도 지금처럼 입이 가볍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이리 변한 것은 은연중에 자신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적지 않았던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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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아샤 트레일은 불과 20대의 나이로 상급 기사의 경지에 오른 검의 천재였다. 그리고 일찍이 그 경지를 이룬만큼 그녀는 스스로에게 엄격했고, 타인에게도 가혹할 정도의 노력을 요구했다.
덕분에 죽어나가는 것은 김선혁이었다. 그는 레인하르트 후작 이후로 처음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현란한 검술을 마주하고 있자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게 바닥에 눕기 일쑤였다.
단순 대련을 위해 날을 죽인 훈련용 검은 비록 예기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묵직하고 통증이 심했다. 수십 번, 수백 번 날 죽인 검에 몽둥이찜질을 당한 김선혁은 차라리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훈련을 감내했고, 악착같이 버텨냈다.
“아...”
집중 지도를 받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창이 아샤 트레일의 어깨를 찌르는데 성공했다.
“아잣!”
자신이 이룬 놀라운 업적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는데, 갑작스레 그녀의 모습이 확대된다 싶더니 복부에 끔찍한 충격이 전해졌다.
“억!”
“레이라크의 재판관은 팔 하나를 잃었다고 검을 놓을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습니다.”
왠지 화가 난 듯한 말투, 하지만 그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 그는 억울해하면서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화난 겁니까? 저한테 화풀이한 거 같은데요.”
충격이 남은 탓에 오만상을 쓰며 배를 쓰다듬을지언정, 김선혁은 입을 멈추지 않았다.
“화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공격 성공해서 화난 것 같은데요.”
“그런 일 없습니다.”
그 얄미운 태도에 냉랭하게 대꾸한 아샤가 검을 곁에 내려놓았다.
“잠시 쉬도록 하죠. 이 이상 무리하게 훈련하면 몸이 상합니다.”
“이제 와서?”
이미 무리라면 죽도록 했다. 이제 와서 하기에는 지나치게 뻔뻔한 말이었다. 하지만 무표정한 여기사는 그의 말을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멀리 사라졌다.
“아오. 온몸이 다 아파 죽겠네. 진짜 이러다 골병 드는 거 아냐.”
피멍이 가득한 제 몸을 노려보며 김선혁이 그제서야 죽는 소리를 했다. 아무래도 아샤 앞에서는 통증을 억지로 참아낸 모양이었다.
**
자신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배를 부여잡고 쭈구리고 앉는 사내를 멀찍이서 바라보던 아샤 트레일이 고개를 돌렸다. 무표정한 시선으로 자신의 어깨를 빤히 바라보다가 견갑을 떼어냈다.
“음...”
솜뭉치를 덧씌운 창끝이 철갑을 사이에 두고 때린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게다가 대체 무슨 조화인지 벌겋게 자욱이 남은 피부는 마치 회전하는 무언가에 얻어 맞은 것처럼 나선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만약 창끝을 몇 겹이나 감싼 솜뭉치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견갑이 꿰뚫리고 자신의 어깨는 갈기갈기 찢겼을 것이다. 그만큼 드라흔 자작의 공격은 남다른 면이 있었다.
“만약 나도 검력을 사용했다면...”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도리질 쳤다.
아니. 전력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은 저쪽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검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드라흔 자작 역시 스스로에게 제약을 건 상태였다. 그는 기마술에 일가견이 있다 정평이 난 기병이었고, 땅위의 그는 진짜가 아니었다. 그러니 검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정도는 핑계가 될 수 없었다.
‘단순히 능력만 보자면 겨우 선임 기사급이나 될까. 하지만 장래가 기대되는 놈입니다.’
불과 반년 전에 레인하르트 후작이 그를 평하며 한 말이다. 잘 봐줘야 선임 기사 정도가 고작이던 사내가 불과 6개월 만에 상급 기사 중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자신에게 공격을 성공할 정도로 성장했다. 비록 서로가 전력을 다하지 못하는 지도 대련의 형태라 하더라도 그의 성장세가 놀라운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까다로워. 저 창.
그녀의 시선이 훈련장 한구석에 나뒹구는 기다란 창을 향했다. 무려 왕녀가 친히 하사한 하사품이 무엄한 주인 탓에 바닥에 팽개쳐진 채 흙투성이 되어 굴러다녔다.
길이 5.5미터에 무게 8킬로그램짜리 거창. 말 위에서도 사용이 쉽지 않아 보이는 창을 드라흔 자작은 잘도 썼다.
처음에는 상식적이지 않은 무기의 사용에 몇 번이나 지적했지만, 드라흔 자작은 곧 죽어도 용기병의 전용 무기를 버릴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자신의 말을 무시했다. 그녀는 결투를 우습게 여기는 이방인의 행태에 분노했고, 더욱 더 가열차게 그를 몰아붙였다.
간격을 좁힌 상대에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드라흔 자작은 그렇게 하루 종일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더 간격을 좁히고 상대에게 파고들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지는 놀라운 성장,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대련은 완벽하게 그녀에게 통제되고 있었다.
그 완벽에 가까운 통제가 깨진 것은 어제부터였다. 다소 꼿꼿하고 정직하던 드라흔 자작의 공격이 불규칙하게 변한 것이다. 마치 채찍처럼 낭창거리며 휘어져 들어오는 창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읽어내기 버거울 지경이었다.
타고난 감각과 경험으로 겨우 창을 떨쳐내고 간격 안으로 파고 들어도 이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세로 창대가 날아들었다. 그대로 격중 당했다가는 뼈 하나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라 그녀는 몇 번이나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드라흔 자작을 제압하여 체면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드라흔 자작의 공격을 완벽하게 놓쳐버렸다. 허리께를 노리듯 날아들던 창이 뱀처럼 머리를 틀고 어깨를 찔러온 것이다.
실제 전투였다면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가고, 전투력의 절반 이상을 잃었을 정도의 치명적인 공격, 이제는 그녀도 인정해야 했다.
제대로 그를 상대해야 했다. 그것이 강자에 대한 예의이며, 자신의 자부심에 먹칠을 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잠시 팔을 움직이며 적당히 움직여줄 정도로 통증을 풀어낸 그녀가 다시 드라흔 자작에게 다가갔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이제는 봐주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그렇게 두들겨 패놓고는 잘도 그런 말을... 잠깐, 지금 검력까지 쓰려는 겁니까!”
“레이라크의 재판관 역시 검력을 사용하는 기사입니다.”
검 날에 골고루 전달되는 검력, 솟아오르는 고양감에 그녀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드라흔 자작이 소리쳤다.
“거봐! 화난 거잖아!”
“화나지 않았습니다!”
아샤 트레일은 상큼하게 대꾸하고는 힘껏 검을 떨쳐냈다.
**
재판 결투 당일, 김선혁은 아침에 일어나 언제나와 같이 아침을 먹고 가볍게 창을 내지르며 밤사이 굳어버린 근육을 풀었다. 적당히 땀이 날 때 즈음이 그는 훈련을 마쳤고, 평상시처럼 몸을 씻었다.
하지만 몸을 씻고 나온 그는 평소 즐겨 입던 가벼운 복장 대신 아밍 더블릿이라 불리는 갑옷 받침용 옷을 입었다.
“자작님.”
줄리앙이 다가와 끈이 잔뜩 달린 더블릿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철구두, 정강이받이순으로 갑옷의 착용을 도왔다. 허벅지가리개, 무릎가리개가 잇따라 채워지고 맨살을 보호할 체인메일이 그 위로 덮어 씌워졌다.
“조금 더 세게 고정해야 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오고가는 대화는 여상스럽지만 주인의 전투 준비를 돕는 종자의 손길은 엄숙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제 손에 의해 고정되는 이 쇠갑들만이 주인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해줄 유일한 수단이었던 탓이다.
철컥.
상체를 보호해줄 흉갑과 등받이 갑옷이 더블릿의 끈에 단단히 고정이 되고, 그 위로 철판을 여러장 덧대어 만든 화려한 어깨 가리개 갑옷이 장착되었다. 줄리앙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자신의 손힘이 빠지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며 이를 악물고 갑옷의 끈을 고정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팔뚝을 보호할 갑옷을 씌우고 주인의 등뒤에 서 목가리개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잘 닦인 투구를 건네주었다.
“수고했어.”
김선혁은 투구를 머리에 얹는 대신 겨드랑이에 끼고는 흥건하게 땀범벅이 되어버린 어린 종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아니. 딱 좋아. 더하고 뺄 것도 없네.”
잠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본 그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다시 한 번 종자를 칭찬했다. 줄리앙은 그의 칭찬에 도리어 분한 얼굴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종자의 의무에 충실하지 못한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줄리앙은 이번 재판 결투에 따라갈 수 없었다. 그녀 스스로가 맹스크가와 연을 끊다시피 했더라도 표면상으로는 변경백의 손녀였다. 공평해야 할 재판 결투에 대영주의 혈육이 종자로 따라나서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였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녀는 제 주인의 거창을 들고 따라나설 만큼 육체가 단련되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도 그 점이 제일 분한 듯했다.
“별 소리를 다 한다. 정 그렇게 억울하면 밥 잘 먹고 빨리 커서 다음에는 끝까지 나를 수발 들도록 해.”
김선혁은 가볍게 줄리앙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고는 피식 웃어보였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마가 벌겋게 달아오른지도 모르고 몇 번이고 그렇게 해보이겠다며 다짐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가 이내 저택을 나섰다.
“영주님.”
저택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드레이크 기병대의 대원들이 정자세를 취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병대의 중대장이 아닌 영주로서의 그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부디 무운이 있기를!”
푸른 코트에 가려진 심장 어림을 강하게 쳐 보인 그들이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그 역시 마주 가슴을 쳐보이고는 같은 예를 취해보였다.
전우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마친 그가 이번에는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기사를 향해 눈인사를 건넸다.
“트레일경.”
“조심히 다녀오기를.”
짤막한 인사가 과연 그녀다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그녀가 늘씬한 다리를 쭉쭉 뻗어 성큼 다가왔다.
“어깨의 갑옷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으면, 움직임에 방해가 됩니다.”
줄리앙이 안간 힘을 다 해 고정한 갑옷이 헐거울 리가 없었다. 아마도 이것 또한 그녀 나름대로 걱정의 표현이리라.
“지지 마십시오.”
들릴락 말락, 미약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그녀가 멀찍이 물러난 뒤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모두를 돌아본 그가 골드레이크의 등 뒤에 올라타 인사를 남기고는 이내 몸을 돌렸다. 줄리앙 대신 종자를 자처하고 나선 잭슨 역시 그를 따라 말머리를 돌렸다.
========== 작품 후기 ==========
*3연참입니다. 이걸로 이번 주에 하루 건너뛰었던 연참도 만회되었습니다. 껄껄.
더 쓰고 싶지만 한계까지 쥐어짜낸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라, 오늘은 여기서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자정에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저를 찾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