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친구와 주인의 차이 -->
안유정은 처음 이 거지같은 세상에 떨어졌을 때 까지만 해도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난생 처음 해보는 고통스러운 훈련은 그녀에게 절망을 주었다. 하지만 고통과 절망은 잠시였을 뿐이다.
‘축하하네. 정령사는 상급이야. 아마 다음에 볼 때는 자네가 내 상급자가 되겠구만.’
금세 상급 병과로 전직하여 작위를 수여받았고,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
‘호오. 정령사, 그것도 바람의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라니!’
‘왕실의, 나아가 왕국의 홍복이로다!’
사람들은 희귀하기 짝이 없는 정령을 다루는 그녀를 극진히 대했고, 저쪽 세상에서 함께 넘어온 이방인들은 자신보다 등급도 작위도 높은 그녀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에게 몰려드는 이들 중 능력이 있는 자를 선별하여 가까운 곳에 두었다. 많은 이방인들이 그 곁에 서기를 갈구했고, 어느새 그렇게 생겨난 무리가 파벌이 되었다.
권력의 누수에 민감한 왕실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의 입지를 다졌다. 그 모든 것이 그녀의 타고난 정치적 능력과 사람을 다루는 수완 덕이었다.
저쪽에 두고 온 원래의 삶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만족스러운 생활, 하지만 맹스크 요새에 도착한 뒤로 제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 모든 게 바로 눈앞의 사내 때문이었다.
알아차리지도 못한 사이에 넘어간 주도권, 첫 만남부터가 어긋났다. 그래서 차라리 가까이 가는 것을 피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상극이었다. 하지만 임무는 임무였고, 어쩔 수 없이 함께 나섰다.
정령이 전에 없이 애를 먹였다. 역시 저 불편한 사내 때문이었다. 정령은 그가 근처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겁을 먹었고, 어느 순간이 되자 마구 날뛰어댔다. 그렇게 날뛰어대는 정령을 진정시키느라 몇 번이나 부대의 이동을 지연시키는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어차피 시일을 다투는 추격전도 아니고, 유인하여 섬멸하는 게 목적인 이번 작전에서 이 정도의 실수는 크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실수 정도는 얼마든지 만회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리 의기소침해 있는 것은 그의 존재 자체가 가해오는 위압감 때문이었다.
“대체 왜 내 정령이 당신을 두려워하는 거죠?”
아니다. 그를 두려워하는 것은 정령뿐이 아니었다. 자신 역시 그가 두려웠다. 그것이 심령이 연결된 정령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만약 딱 그 정도였다면 차라리 모르는 척 무시하고 없는 사람 취급했을 것이다. 어차피 작전이 끝나고 헤어지면 다시 마주치기 힘든 관계였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따르고 싶다. 굴복하고 싶다. 그의 명령을 따르고 싶다.
늘 누군가의 위에 서서 부리는 입장에 있었던 그녀에게는 차라리 끔찍하게까지 느껴지는 감정이 시시때때로 그녀를 유혹했다.
“어차피 이번 작전은 우리가 적을 찾아가는 게 아닙니다. 적이 우리를 찾게 만드는 게 목표죠. 이 정도 늦어진 정도로는 작전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그냥 내일부터 잘 하면 됩니다. 그러니 오늘은 푹 쉬어요.”
자신의 질문을 회피하는 그의 태도에 따지고 들기보다는, 차라리 저 상투적인 위안에 고맙다 고개를 숙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살면서 쌓아온 자존심이라는 높다란 탑이 그녀의 꼿꼿함을 끝내 지켜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기이한 사내에게 매달리는 추태를 피할 수가 있었다.
“그럼 푹, 쉬고 내일 봅시다. 내일은... 오늘보다는 조금은 덜 고생스러울 겁니다.”
미안함을 담아 이야기 하는 사내를 보며 그녀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후우.”
그가 돌아가고 나서야 겨우 숨통이 트였다. 내내 정신을 압박해오던 위압감은 희석되었지만, 두려움은 그대로였다.
고작 하급에 불과한 병과에게 상급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자신이 억눌리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드러나지 않은 상대의 능력과 의문은 앙금처럼 남아 그녀의 마음속에 깊게 뿌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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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이야기를 했어? 저런 짐덩이랑 할 이야기가 있나.”
안유정을 뒤로 하고 돌아오니 건네는 기병대원들의 말이 냉담하기만 했다.
“뭐, 별 이야기는 안 했어요. 개인적으로 좀 미안한 것도 있고.”
“미안할 게 뭐 있어. 쟤네들이 사령관한테 지휘권 요구했었다더만. 그나마 우리 꼬장꼬장한 사령관이 거절해서 다행이야.”
“어차피 지휘권 받는다고 해도 따르지도 않을 거잖아요.”
기질 드센 기병들이 그리 선선히 남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 점을 지적하니 요나슨이 끼어들며 조금은 위험한 말을 했다.
“우리야 따르고 싶지만, 의욕 넘치는 초짜 지휘관은 죽기도 잘 죽거든. 전장이라는 게 그렇잖아? 칼자국이라는 게 꼭 앞에서만 나는 게 아니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지휘관을 재끼기라도 하겠다는 의사를 은연중에 보인 것이라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새삼 이 거친 사내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이곳이 어떤 세상인지를 다시금 느낀 것이다.
“근데 저 여자가 너 좋아하는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아냐. 한 번 봐봐. 아직도 너 있는 쪽을 보고 있다니까.”
엄청난 말을 해놓고는 금세 시시껄렁한 농담을 해대는 기병대원들을 보며 김선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절대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 하고 가서 쉬어요.”
용기병이 지닌 지배력이 안유정의 정령, 더 나아가 그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잠깐의 대화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관심은 연심이 아닌 불가해한 존재에 대한 께름칙함과 경계심에 가까운 것이었다. 어설픈 연애 감정따위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너도 좀 쉬어. 내일부터는 슬슬 우리도 긴장해야겠구만.”
몇 마디 더 떠들어대던 기병들이 제 자리로 돌아갔다.
김선혁은 내내 자신을 지켜보다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든 안유정의 몸에 적당히 속성의 힘을 전해주었다. 원래대로라면 제 스스로의 몸을 챙겼을 그녀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령을 이용할 생각을 못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미안함을 담아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보답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잠시 뒤척이다 이내 더욱 깊게 잠에 빠져든 그녀를 바라보다 그 역시 잠을 청했다.
**
2개 중대 규모의 기병대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이동했다. 원한다면 당장에라도 내달려 주둔지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건 차라리 노골적인 낚시였고, 의도가 빤히 보이는 술수였다. 하지만 웃긴 건 상대도 이를 알면서도 걸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승리와 복수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24연대 소속 중갑 기병대였던 탓이다.
행군 3일째가 되자 조금씩 적들의 야욕이 피부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슬슬 입질이 오네요.”
전날을 경험 삼아 적당한 선에서 안유정의 정령에게 접촉을 시도하면서도 김선혁은 내내 적들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당장 싸움을 걸어올 것 같지는 않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의 말에 부대의 분위기가 대번에 달라졌다. 다소 느슨했던 군기가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늘어져 있던 대열이 팽팽하게 당겨져 언제든 돌격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대비는 하되, 너무 긴장하지는 말도록. 너무 조였다가는 막상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지쳐버린다.”
중대장의 지시가 있고 나서야 기병들이 조금은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
높게 치솟았던 군기는 금세 가라앉았지만, 잠깐이나마 그 사나운 기운을 접한 안유정과 일행들은 안색이 해쓱해져 있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그들이 겪어온 실전은 정련된 기병들의 전투보다 격이 떨어지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쯧. 저래서 제 몫이나 할까.”
“일단 밀어 넣는 수밖에. 전투가 시작되면 살고 싶어서라도 정신 바짝 차리겠지. 뭐, 겁 먹고 주저앉아도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기병들은 사령관이 쥐어준 칼날을 신용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선봉을 맡길 리가 없었다. 존스테인 필그램이 그 점에 불만을 표했지만, 중대장은 듣지 않았고 기병대의 자존심과 결속력은 공고하기만 했다.
“일단 길은 우리가 터놓고, 필그램 경과 나머지 분들이 몰아붙이는 걸로 합시다.”
그나마 말발을 세울 수 있는 안유정이 김선혁의 기에 눌려 침묵하고 있으니, 그들로서는 지시에 따르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교통정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적들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고, 마침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의 거리에 적들의 척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주 대놓고 공격하겠다고 알려주는군.”
“이상한 것도 아니지. 지들이 져서 자존심 상한다고 적진까지 뛰어든 놈들이, 설마 기습해서 명예를 회복할까. 멍청한 짓이지만 나름대로 일관되긴 하네.”
기병들은 멀찌감치서 이쪽을 따르는 적의 척후를 보고는 서서히 전투 준비를 했다. 직감적으로 저들이 곧 공세를 펼칠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직감은 맞아떨어졌고, 적들의 본대가 곧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정면 승부라도 하겠다는 거야?”
당당하게 맞은편에 모습을 드러낸 사스테인 기병단은 당장에라도 돌격을 해올 것처럼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미친놈들. 단단이 독이 올랐어. 아주 같이 죽자는 거잖아.”
기병과 기병의 충돌은 인마의 무게에 중갑의 질량이 더해진 무지막지한 것, 아무리 적들이 전원 견습 기사로 이루어진 적들이라고 해도 위험천만한 행위였다.
“피해가 얼마가 나오든 간에 이 자리에서 끝장을 볼모양이다.”
기병이라면 누구나 꺼리는 기병 간의 격돌이었지만 적들은 일말의 두려움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기병대 간의 충돌을 꺼리지 않는 것은 적들만이 아니었다.
“선혁. 이번에도 부탁한다.”
이쪽에는 대 기병 전투의 치트키라고 할 수 있는 김선혁이 있었다. 그의 윈드 피어싱은 공간 자체를 뭉개버리는 광역 공격, 적들은 선두가 완전히 붕괴된 채로 뾰족하게 예기를 세운 아군의 공격을 받아야 하게 될 것이다.
“초반의 공세는 제가 맡도록 하죠. 굳이 앞에 서지 않더라도 화살 정도라면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도적단을 상대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살벌한 전장의 기운에 바짝 굳어버린 안유정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고맙소. 무리는 하지 마시오. 기병 간의 전투라는 건 그대의 생각보다 몇 배는 과격하고 격렬한 것이오. 가능하면 대열을 벗어나지 말고 필그램 경과 기사들의 보조를 받으며 움직이시오.”
그렇게 말을 하는 사이에 사스테인 기병단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탁탁거리며 가볍게 시작한 소음이 어느새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되었고, 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 기병대, 거창!”
프레드릭의 지시에 중갑 기병들이 몇 미터나 되는 창을 제 겨드랑이에 끼고 끝을 바짝 세웠다.
“돌격!”
순식간에 준비를 마친 중갑 기병대가 말을 내달리고, 몸이 가벼운 경기병들이 빠르게 좌우를 스쳐가며 활을 잡아 들었다.
전투는 전날의 전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서로의 꼬리를 노리는 간격 싸움도 없이, 오직 서로를 분쇄하고 찢어발길 생각만으로 들어찬 흉험한 것이었다.
핑!
거리를 잡은 사스테인 놈들과 맹스크 경기병대가 빠르게 화살을 퍼부어대며 공격을 주고 받았다. 맹스크 기병대는 용맹했지만, 역시나 사스테인에 비해 손색이 있었고 초반의 공방에서 그 열세가 여실하게 드러났다.
“자유롭고 용맹한 친우들이여! 지금 이 자리에 현신해 나의 적에게 죽음을!”
그때 나선 것이 안유정이었다. 그녀는 하나가 아닌 다섯이나 되는 정령을 소환해 경기병대의 머리 위에 바람의 벽을 세웠고, 상대에 비해 다소 위력이 부족한 아군의 화살에 힘을 실었다.
기울어 있던 힘의 균형이 단박에 중심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도움으로 전황이 갑자기 유리해진 것은 아니었다. 수백의 화살비가 쏟아져 내렸지만, 그 어떤 것도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적진에 마법사가 있다!”
이쪽이 정령의 힘을 이용해 화살비를 걷어냈다면, 적들 역시 마법의 힘을 빌렸다. 반투명한 막이 사스테인 기병대의 머리 위에 생긴다 싶더니 아군의 공격을 모조리 튕겨낸 것이다.
“정령의 힘을 아끼고, 적 마법사를 막아주시오!”
“알겠어요!”
이쪽이 준비한 만큼 저쪽도 철저하게 준비를 한 상황, 하지만 이 정도의 변수는 지휘부도 예상한 것이다. 최초의 패배를 당한 사스테인은 철저하게 패인을 분석했을 테고, 그 안에 초인적인 힘이 작용했다는 정도는 알아냈으리라. 어쩌면 적진 깊숙한 곳에 남은 전투의 흔적을 되짚어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중갑 기병대는 흔들리지 않았고, 좁은 투구 틈으로 적들을 노려보며 앞으로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럼 부디 무운이 있기를!”
몇 번의 사격을 가하고 맹스크 기병대가 뒤로 물러났다. 무게와 방어력이 떨어지는 경기병대가 이겨내기에는 전장이 너무도 흉흉했다.
“후우. 후우.”
정신없는 와중에 좌우로 갈라지며 뒤로 쳐지는 경기병대를 보며 김선혁은 숨을 몰아쉬었다. 다시금 떠오르는 전날의 악몽, 하지만 그는 그 짓눌려버릴 것 같은 중압감을 이겨내고 계속해서 아군 기병대에 힘을 실었다.
쾅!
그 사이 그들의 머리 위로 사나운 공방이 오고 갔다. 불덩이가 아군 기병대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정령이 불덩이를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 정령이 칼바람을 일으키면 저쪽에서 폭음과 함께 무언가가 깨져나가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안유정은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아군 기병대가 적 기병대를 상대로 승리하는 것뿐이었다.
김선혁은 뜨겁게 달아오른 투구 안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윈드 피어싱.”
그 순간 다시 한 번 사나운 짐승이 울부짖었고, 사나운 바람이 적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때, 적 기병대의 선봉에 도드라지게 튀어나오는 기병이 있었다. 기병창 일색인 전장에서 홀로 검을 든 모습이 유달리 눈에 박힐 듯 들어왔다.
“합!”
짧은 기합성과 함께 적진에서 오색 검광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금세 바람의 칼날과 얽혀 몸싸움을 시작했다.
“제기랄! 적진에 상급 기사가 있다! 선혁 물러나!”
기병대가 그 막강한 돌파력을 갖고도 하급 병과로 치부 받아야 했던 이유, 이 세계의 진정한 초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상급 기사로 승급을 앞둔 프레드릭이 적을 상대하기 위해 선두로 나오려고 했지만, 이미 최고조로 속도가 더해진 돌격 대열을 뚫고 나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중대장이 나선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선두가 적의 선두와 맞부딪쳐 완전히 뭉개지고 난 후가 되리라.
제길. 제길. 제길.
그야말로 상대가 노렸다고밖에 할 수 없는 타이밍, 바로 뒤의 클라크가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선혀어어억!”
그 찰나의 사이에 바람이 검광에 휘말려 흩어졌고, 바람을 흩어버린 검광 역시 그대로 스러지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상급 기사라는 괴물과 그대로 부딪쳐야 할 상황, 최악의 경우 양측의 선두가 동시에 무너지고 개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 내가 물러나면 전부 죽는다고오오!”
충돌 직전,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갔고 그는 죽음이 그 어느때보다 가까운 곳에 있음을 느꼈다.
제길.
하지만 이대로 후열로 물러나는 것은 아군의 돌격력 자체를 저하시키는 행위였고, 그렇게 되면 선봉이고 후열이고 할 것 없이 모조리 죽고 말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물러나는 대신 다시 한 번 자신의 힘을 끌어모았다.
부족한 대로라도 윈드 피어싱을 다시 사용해 적의 선봉을 뭉개버릴 생각이었다. 마침 적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는지 처음의 공격을 막아낸 기병이 검 끝에 섬광을 그러모으는 것이 보였다.
“윈드 피어싱!”
검광이 다시 오색 섬광을 피워내기 전에 그는 서둘러 스킬을 시전했다. 그런데 그때 상공을 바삐 날아다니던 정령 하나가 불쑥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나를 사용해요.’
마치 언젠가 들었던 용의 그것처럼, 신비로운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 작품 후기 ==========
*질타와 조언 받자와 전편 내용 소폭 수정했습니다. 조언에 늘 감사드립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이벤트에 당첨되신 분들은 쪽지 부탁드립니다.
*추천과 선작, 코멘트는 글쟁이의 가장 큰 힘입니다.
*연참 게이지가 영 차지를 않아 이번 편 용량이라도 최대한 빵빵하게 넣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