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 푸어-14화 (14/305)

<-- 08. 성장 -->

중갑 기병대는 왕국의 제일 가는 무기였지만, 함부로 꺼내들 수 없는 창이기도 했다. 강력한 파괴력만큼이나 운용이 까다로운 병과였고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이 고가의 병사들을 승패가 확실하게 갈린 전장에 투입해 전공을 극대화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출동 횟수가 다른 병과에 비해 현저하게 낮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득을 본 건 김선혁이었다. 언제 죽어 나자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전장, 조금이라도 힘을 키운 뒤에 참가하는 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선혁에게는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성장시킬 시간이 충분했다.

[피나는 훈련으로 마침내 한계를 돌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끔찍할 정도의 반복 훈련 끝에 새로운 스킬을 성장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초급 기마술 스킬이 중급 기마술 스킬로 성장하였습니다.]

[스킬은 이후에도 꾸준히 연마하여 발전시키는 게 가능합니다.]

[기마술 스킬이 성장해 기마 상태의 활동에 제약이 다소 완화됩니다. 기마 돌격과 기마 이동이 조금 더 능숙해집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승마 시 왕국 표준 창술(하급)(風)이 자동으로 전환되어 왕국 표준 기마창술(하급)(風) 스킬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승마 시 왕국 표준 검술(최하급)(風)이 자동으로 전환되어 왕국 표준 기마검술(최하급)(風)이 스킬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승마 시 중갑 기동(30Kg)이 자동으로 전환되어 중갑 기마 기동(65Kg)스킬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전환된 스킬은 하마 시 자동으로 원래의 형태로 돌아옵니다.]

[스킬은 이후에도 꾸준히 연마하여 발전시키는 게 가능합니다.]

스텔라의 인정을 받은 뒤로 미친 듯이 기마 훈련에 몰두했다. 그 결과 초급에 불과했던 기마술이 중급에 올랐고, 창술과 검술 스킬의 보정을 기마 상태에서도 적용 받게 되었다.

[김선혁]

□ Level. 3

□ 용기병(Dragon Rider)

□ 고유 속성

-풍(風) / 속성 지배력 50

:풍아(風牙)

□ 근력 21 / 지구력 20 / 민첩성 23 / 마법 저항력 27

□ 보유 스킬

-드래곤 테이밍

-드래곤 라이딩

-차징(Charging)(風)

-속성 무기술(하급)

-중급 기마술

: 중급 기마술 + 차징 = 날카로운 차징(風)

-왕국 표준 창술(하급)(風) 〈-〉 왕국 표준 기마창술(하급)(風)

-왕국 표준 검술(최하급)(風) 〈-〉 왕국 표준 기마검술(최하급)(風)

-중갑 기동(30Kg) 〈-〉 중갑 기마 기동(65Kg)

-보병 방패술(최하급)

-상급 작업 기술(토목)

처음 용기병으로 전직했을 때의 휑하기만 했던 스테이터스 창의 허전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었다.

“이제야 겨우 기병 태가 나기 시작했네.”

클라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뱉은 짧은 감상에 김선혁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말았다. 이제야 겨우 한 사람 몫을 온전하게 채울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속도 더 올려! 이래서는 보병이 아니라 할머니들도 못 뚫겠다!”

처음으로 참가해본 중갑 기병대의 돌격 훈련은 무지막지했다. 말발굽이 쳐낸 먼지가 하얗게 피어올라 가뜩이나 투구 때문에 제한되었던 시야가 더욱 좁아졌다. 그 상태에서 다른 기병들과 대열을 맞춰 돌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새끼야! 눈 똑바로 안 뜨지! 엉키면 전부 나가리 나는 거야!”

“비켜! 간격 제대로 잡으라고!”

연이어 들려오는 호통에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똑바로 붙어!”

정신없는 와중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앞선 기병의 뒷모습뿐, 천지사방을 때려대는 말발굽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선두 이탈!”

그 상태에서 선두의 대열이 좌우로 확 하고 갈라졌다. 아마도 적군으로 상정했던 허수아비를 타격하고 뒤의 기병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이리라. 그런데 그게 너무 갑작스러웠다.

“헉!”

앞선 기병 탓에 제한되었던 시야가 트이고 불쑥 타겟이 드러나자 김선혁은 타격은커녕 하마터면 허수아비와 충돌할 뻔 하고 말았다.

“한센 너 이 새끼, 알 깨졌다고 이제는 돌격도 계집애처럼 하냐! 똑바로 안 하지!”

“선두에 선 놈들 정신 바짝 차려. 그새 감을 잃어가지고는.”

“왕국 제일 중갑 기병대의 이름이 운다. 울어.”

단 한 번의 돌격만으로 초토화가 된 훈련장, 하지만 기병들은 그조차도 부족하다고 서로를 물어뜯고 으르렁거렸다.

“다시! 이번에는 집중해서 제대로 들어간다!”

그렇게 몇 번이나 훈련을 반복했다. 그날 그는 단 한 번도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성공할 수 없었다.

“허억. 허억.”

처음으로 겪은 중갑 기병대의 박력은 스킬과 스테이터스로도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고, 그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버렸다.

“애송아. 아직 멀었다.”

“촐랑거리는 경기병 놈들도 그 정도는 할 거다.”

“말이 아깝다. 아까워.”

격려인지 뭔지 투구 뒤통수를 때리고 지나가는 기병대원들 탓에 머리가 울렸지만, 그는 죽은 듯이 말위에 엎드려 손만 휘저어댔을 뿐이다.

“힘드냐?”

클라크의 질문에 그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말목에 푹 하고 파묻었다. 대답할 힘도 없을 정도로 지쳤다는 나름의 표현이었다.

“기본적으로 지휘부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한 번의 성공이다. 적진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만 하면 우리는 제 할당량을 채운 거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말이야.”

클라크는 만신창이가 된 허수아비를 도로 일으켜 세웠다.

“적이 단 한 번의 돌격으로 무너지지 않는다면?”

겨우 일어난 허수아비를 다시 클라크의 창이 두들겨 쓰러트렸다.

“무너질 때까지 돌격하는 거다. 보통은 우리 같은 몸값 비싼 놈들을 그리 막 굴리는 경우가 없지만, 가끔 가다가 전공에 눈이 먼 지휘관을 만나면 재차 3차, 말이 완전히 지쳐 쓰러질 때까지 돌격하는 수가 있다.”

클라크가 다시 말 위에 올라탔다.

“버텨라. 애송아. 버티지 못하면 적진에 버려진 채 보병의 밥이 될 뿐이다. 몸값이 비싼 건 아군에서만 하는 말이 아니거든. 네가 지쳐서 말에서 굴러 떨어지면 네 목을 차지하기 위해 적이 기를 쓰고 달려들 거다.”

다시금 돌격 자세를 취하는 클라크의 몸짓이 뒤를 따라오라는 듯한 모양새였다. 김선혁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고 다시 한 번 돌격 자세를 취했다.

**

이건 완전히 괴물인데?

클라크는 지금만큼 이방인의 능력이 놀라운 적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야 단 한 번도 목표를 때리지 못했다고 자괴감에 빠져 있지만, 24연대의 중갑 기병대는 왕국 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베테랑 기병들이었다.

그런 기병대원들이 일부러 신병의 기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작정하고 압박을 가했다. 당장 경기병대의 조장급 인사를 가져다 두어도 버텨내지 못했을 정도로 거칠고 사나운 환영식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방인은 버텨냈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몇 배는 타이트하게 잡은 대열에서 낙오되지도 않았고, 마지막 충돌시에 말에서 굴러떨어지지도 않았다.

어지간한 기병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다른 기병대원들도 예상 외로 잘 따라오는 신병 앞에서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배는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허세를 떨고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이 비틀비틀 거리는 것이 아주 가관이었다.

저 놈들, 막사로 가지도 못하고 어디에 짱 박혀서 뻗겠구만.

쓴웃음을 지은 클라크는 다시 김선혁을 보았다. 평소에는 갑갑하게만 느꼈던 얼굴 가리개가 오늘만큼은 고마웠다. 만약 이 답답한 투구가 아니었다면 감탄한 얼굴을 신병에게 고스란히 보여주었을 테니까.

“아. 더 못 해. 차라리 죽여.”

말 위에서 내려보는 시선을 독촉이라 생각했는지 김선혁이 죽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 이상의 훈련은 클라크도 그의 애마도 무리였다. 조장이라는 직책상 마지막까지 남아이었을 뿐, 그 역시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애송아. 진짜 기병 되려면 멀었다.”

하지만 분한 얼굴을 해보인 김선혁을 보니 허세를 떨지 않을 수가 없었다.

**

김선혁은 꽤나 충격을 받았다. 나름대로 상급 병과 못지않은 능력을 갖추었다고 자부했는데, 고작 하급으로 치부되는 기병대의 훈련조차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뻗어버리고 말았다. 충격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 기병들이라는 놈들이 신병을 길들인답시고 실전 이상으로 훈련에 열을 올렸고, 그렇게 작정하고 내달리는 기병들 앞에서는 중급과 상급 병과들마저도 몸을 사린다는 사실을 김선혁만 몰랐다.

실제로 수십의 기병들이 마구잡이로 파헤쳐놓은 연병장의 바닥은 태풍이 있었던 그날 보았던 풍아가 남긴 흔적에 못지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니 교만했던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가 자괴감에 빠져든 것도 그리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물론 그에게도 변명거리 정도는 있었다. 밀집 대형으로 돌격하는 중갑 보병대의 전술은 그와 맞지 않았고, 그가 지닌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속성의 효과를 전혀 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속성의 힘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고 한들, 수십의 기병과 기마의 무게가 더해진 차징의 위력을 넘어설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 스스로도 회의적이었다.

김선혁은 스스로에게 실망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감정 속에서 처음으로 기병이라는 병과에 대해 새로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급이라고 무시 받더니, 꽤나 멋있잖아.”

그저 진정한 용기병의 자격을 얻기 전까지 거쳐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말았던 기병이란 병과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그만큼 중갑 기병대의 돌격은 인상 깊었고, 남자의 마음을 울리는 마성이 있었다.

그날 김선혁은 그저 소속뿐이 아닌 진짜 기병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

첫 단체 훈련 이후 김선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어딘지 모르게 기병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던 그가 적극적으로 기병대의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병대의 단체 훈련이 있을 때면 자유 훈련의 권한도 내팽개치고 꼬박 참석했고, 어떻게든 다른 기병들의 노하우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어차피 창은 새로 보급 받으면 돼. 부러지거나 놓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 괜히 끝까지 붙들고 있다가는 말에서 떨어질 테니까.”

“이게 자꾸 하다보면 충돌 타이밍이라는 게 감이 잡혀. 눈으로 보고 움직이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할까.”

“창에만 집중하지 마. 괜히 우리말에 비싼 마갑을 덕지덕지 바른 게 아니야. 어설픈 보병 정도는 그냥 들이받는 정도로 충분해.”

매 훈련 때마다 집요하게 던져오는 김선혁의 질문에 기병들은 진땀을 흘렸다. 제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야 어렵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병의 질문이 날카로워진 탓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따라잡힌다는 생각에 베테랑 기병대원들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덕분에 중갑 기병대의 훈련은 날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져만 갔다.

그 과정에서 김선혁은 정말로 죽을 정도로 고생을 했다. 하지만 보람은 있었다. 스킬로도 극복할 수 없었던 경험 부족이 빠르게 채워졌고, 말 위가 더없이 익숙하게 된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언제나처럼 해가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끝난 훈련, 끝나기가 무섭게 허세를 떨던 기병대원들도 이제는 말이 없었다. 그만큼 지금의 훈련은 그들에게도 강도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저는 조금 더 있다 들어갈게요.”

“지독한 놈.”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개인 훈련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김선혁을 보며 기병대원들이 혀를 찼다.

“후우.”

홀로 남은 그가 자세를 잡았다. 기병대의 훈련을 따라가는 것도 중요했지만, 스스로의 병과를 단려시키는 것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그는 제법 능숙하게 기마 상태에서 속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차징에 대한 감을 잡고 야심차게 도전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차징.”

김선혁이 작게 읊조린 한마디에 차징 스킬이 발휘되고, 창끝에 섬광이 모였다. 빛무리 주변으로 바람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몰려든 빛과 바람이 하나로 뭉쳐 작은 소용돌이가 되었을 때, 그가 창을 힘차게 내찔렀다.

콰아아아아.

빠르게 스쳐간 창의 궤적을 따라 세상이 갈라지고, 창끝에 관통당한 허공이 굉음을 토해냈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서로를 보조하는 데 불과했던 두 능력을 하나로 합치는 데 성공했습니다.]

[속성의 기운과 날카로운 차징 스킬이 하나로 합쳐져 새로운 스킬이 되었습니다.]

비록 태풍의 힘을 빌린 풍아만큼의 위력에 견줄 수는 없었지만 그는 그날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통해 풍아와 차징 스킬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해냈어!”

감격에 젖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그의 귓가로 반가운 메시지가 들려왔다.

[레벨 업 했습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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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당첨자 발표합니다.

50매 당첨자 NeoGGM / WaTo / 여우가 / 제일구려 /호서준

100매 당첨자 야우

당첨되신 여섯분 모두 축하드립니다. 추첨의 공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추첨 프로그램의 추첨 화면을 제 뜰에 스크린샷으로 올려두었습니다. 추첨 프로그램은 라임베어 : 김기용님께서 제작하신 '당첨자 추첨 프로그램 2.2'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했습니다.

당첨이 되지 않으신 분들도 너무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추가 이벤트 차후 후기를 통해 다시 알리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벤트에 참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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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되신 분들께서는 번거로우시겠지만 당첨자 리스트 확인하시고 제게 쪽지 부탁드리겠습니다. 딱지 발송은 당첨자분들께서 쪽지를 모두 보내주시면 확인하여 7일 자정 전후하여 일시에 발송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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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을 가장 많이 요청하셨는데, 조만간 할 수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지금으로선 용량을 최대한 많이 채워서 올리는 게 한계입니다. ㅜㅜ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 코멘트는 글쟁이의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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