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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푸어-12화 (12/305)

<-- 07. 출세의 롤모델 -->

[풍 속성 지배력이 29에서 단번에 40으로 성장합니다.]

[풍 속성 지배력의 상승으로 기운의 수발이 조금 더 자유로워집니다.]

[모든 무기술에 속성이 적용됩니다.]

[임의로 무기에 속성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날붙이의 절삭력이 약간 상승합니다.]

“읍!”

메시지를 본 김선혁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환성을 황급히 도로 삼켰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스럽게도 일개 기병대원에 불과한 그에게 관심을 두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프레드릭만이 눈을 부라리며 어서 나가보라며 눈짓을 보내왔을 뿐이었다.

낮에 꽤나 먼 거리에서도 자신의 기운을 눈치 챈 이은서가 신경 쓰여, 그는 조심조심 기운을 억누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억!”

사방이 탁 트인 곳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속성의 감각이 온몸을 자극했다. 마치 뭉클한 젤리 속에 내던져진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지는 기운이 하도 놀라워 무심코 손발을 허우적거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발밑에 느껴지는 단단한 대지의 감각에 혼란스러운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마치 무더운 여름날 계곡물 속에 내던져진 것처럼 청량하고 시원한 기운이 온 주변에 그득했다. 그 감각이 낯 설면서도 꽤나 기분이 좋은 것이라 김선혁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당장에라도 성장한 속성의 기운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는 꾹 눌러 참고 걸음을 옮겼다. 그 먼 거리에서도 정확하게 기운을 짚어낸 이은서가 혹시라도 다시 찾아올까 싶었던 탓이다.

“후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한참이나 이동하고 나서야 간신히 숨통이 트였다. 그는 곧장 스테이터스 창을 열었다.

[김선혁]

□ Level. 3

□ 용기병(Dragon Rider)

□ 고유 속성

-풍(風) / 속성 지배력 40

:풍아(風牙)

□ 근력 21 / 지구력 20 / 민첩성 23

□ 보유 스킬

-드래곤 테이밍

-드래곤 라이딩

-차징(Charging)(風)

-속성 무기술(하급)

-초급 기마술

: 초급 기마술 + 차징 = 어설픈 차징(風)

-왕국 표준 창술(하급)(風)

-왕국 표준 검술(최하급)(風)

-중갑 기동(30Kg)

-보병 방패술(최하급)

-상급 작업 기술(토목)

메시지대로였다. 벽에 막혀 꿈쩍도 하지 않던 속성 지배력이 단숨에 11이나 상승해 40이 되었고, 모든 무기술에 풍 속성이 추가로 붙었다. 대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직접 알아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 되리라.

하지만 당장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은서가 주둔지에 있는 이상 당분간은 행동거지에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자꾸만 연병장으로 향하려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기병대의 막사로 향했다.

“흥. 좋겠어. 누구는 잘난 동향 둬서 간부들이나 가는 환영식에도 참... 킁킁.”

막사에 들어서는 그를 보기가 무섭게 빈정거리던 한센이 이내 입을 다물고 코를 벌름거렸다.

“음식이 남아 돌길래 따로 챙겨왔습니다.”

사실은 프레드릭에게 미리 부탁해두었던 것이지만 그는 넉살 좋게 막사 앞에서 전달 받은 음식을 내밀었다.

“너...”

한센이 그와 음식을 번갈아 바라보다 히죽 웃어보였다.

“의외로 좋은 놈이었구나?”

그리고는 재빠르게 손을 뻗어 닭다리 하나를 잡아들었다.

“어이구. 사령관님도 오셨다더니 취사반 놈들 아주 영혼을 갈아넣었구만.”

고작 닭다리 하나 집어 먹고는 감동의 물결 속에서 허우적대는 한센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슬쩍 둘러보니 다른 기병대원들이 자존심상 나서지 못하고 군침만 삼켜대는 게 보였다.

“많이들 드십시오.”

몇 번이고 권해도 망설이던 기병대원들이 체면이고 뭐고 집어던진 건 한센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지는 것을 보고 난 뒤였다. 볼이 터질 것처럼 음식을 우겨넣고도 모자라 양손에 닭다리를 하나씩 움켜쥐고 있던 한센은 동료들의 합류에 발을 동동 굴렀다.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무지막지한 먹성, 금세 동이 난 음식을 본 김선혁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막사를 나서 취사반으로 향했다. 프레드릭의 지시가 있었던 터라 음식을 더 얻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 더 있으니 드십시오.”

다소 아쉬운 얼굴로 빈접시를 바라보고 있던 기병대원들이 다시금 게걸스럽게 식사를 했다. 이미 배를 채운 한센도 지치지 않고 달려들어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군복 입고 있으면 배고픈 건 저쪽 세상이나 이쪽 세상이나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엘리트들이라고는 하나 군마와 장비 유지비로 늘 골머리를 쌓는 기병대원들이니만큼 모처럼만의 질 좋은 식사에 열광하는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자식. 잘 먹었다. 기특하게 이런 생각을 다 하고 말이야.”

가장 전투적으로 식사에 집중했던 한센은 기병대에서도 유명한 마초, 뇌까지 근육으로 들어찼다는 평가답게 복잡한 생각 없이 시원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별 말씀을.”

휴가 때마다 성인 잡지며 뭐며 고참들의 위시 리스트를 챙겨왔던 경험을 토대로 큰 기대 없이 준비한 것인데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이런 아무 것도 아닌 노동으로 뻣뻣한 사내들의 환심을 샀으니 이득도 이런 이득이 없었다.

“커흠. 자식이 말만 잘 타면 딱인데.”

“그러게. 인마. 그래도 걱정하지 마. 너는 앞으로 군 생활 핀 거야. 형이 아주 그냥 팍팍 밀어줄 거거든.”

고작 음식 하나로 태도가 달라지는 게 우스웠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원래 병사의 적은 간부고 그 아래론 전부가 동지인 법이였다. 게다가 24연대의 최정예라 불리는 중갑 기병대와 친해져서 나쁠 게 없었다. 아직 하급에 불과한 기마 스킬을 올리는데 이들은 큰 도움이 되리라.

김선혁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고, 예상보다 빠르게 기병대원들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왔다. 전날 이은서가 그에게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은 터라, 뭔가 계획이 어그러졌는지 프레드릭이 심술을 부린 것이다.

“네놈이 탈 말이니 직접 고르도록.”

이 속 좁은 중대장은 환영식에 참석한 대가로 약속했던 군마를 그에게 직접 고르라고 했다. 말이고 뭐고 아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의 입장에서는 실로 난감한 일이었다. 아마 프레드릭이 바란 것도 그가 고민 끝에 좋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이리라.

“우리가 도와줄까? 말이라면 우리가 또 전문가잖아.”

그때 한센과 요나슨이 나섰다.

“안 돼. 그 말은 보기에만 번지르르 하지. 나이도 많고 전마로 쓸 전성기는 지났어.”

“그 놈은 빛 좋은 개살구야. 척 보기에도 겁 많아 보이는 게 저기 비리비리한 경기병대 놈들이나 쓰면 좋을 놈이네.”

그들은 마구간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김선혁이 내심 마음에 두었던 말들을 전부 혹평했다. 그야말로 보기에만 좋은 놈들이라며 왜 이런 놈을 섞어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썩을 놈. 함정 카드를 섞어두다니.

그 의도가 너무도 빤히 보여 김선혁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오, 이놈이 여기 있었네?”

“아서라. 아서. 그놈 길들여보겠다고 나섰다가 허리 나간 놈만 몇인데. 어설픈 신병 잡을 것도 아니고 말이야.”

보기에는 유순해 보이는 백마, 그런데 한센과 요나슨이 나누는 대화가 심상치 않다.

“별로 안 좋은 놈입니까?”

“좋지. 혈통도 좋고, 체형도 완벽해. 게다가 나이도 딱 전마로 쓰기 좋을 시기고. 근데 이놈은 못 써.”

“사람은커녕 안장도 올리기 힘든 놈이야. 성질이 원체 더러워서 별명이 과부 제조기다. 이놈 타겠다고 도전한 놈들이 전부 허리가 나갔거든.”

뭔가 묘하게 지저분하면서도 매력적인 별명에 김선혁이 눈을 빛냈다.

“안 돼. 이놈은 절대 안 돼. 차라리 이쪽에 있는 갈색 말로 골라. 이놈이라면 어디 가서 말 구리다고 조롱당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김선혁은 이미 마음을 정하고 난 뒤였다. 조언 고맙다며 한센과 요나슨을 돌려보낸 그는 곧장 중대장을 찾아가 자신의 결정을 알렸다.

“뭐? 스텔라를 데려가겠다고?”

과부 제조기의 이름이 스텔라였던 모양이다. 프레드릭은 처분하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해서 쓸 수도 없는 애물단지를 그가 데려간다고 하자 아쉬운 것도 후련한 것도 아닌 애매한 얼굴을 해보였다.

그래도 약속했던 것은 물릴 생각이 없었는지 떨떠름한 어투로나마 알았노라 대답을 해주었다.

“미쳤구나. 거기에 좋은 말이 얼마나 많았는데 하고 많은 놈들 중에 과부 제조기를 골라.”

한센과 요나슨이 호들갑을 떨자 마침 막사에 있던 클라크가 다가와 사정을 물었다.

“내버려 둬. 지놈도 뭔가 믿는 게 있어서 그랬겠지.”

“조장! 그러다 신병 작살난다고! 허리가 남자한테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데 예상 외로 클라크는 그의 결정을 만류하지 않았다. 속을 들여다볼 듯 빤한 눈빛이 부담스러워 김선혁은 서둘러 제 말을 보고 오겠다며 막사를 떠났다.

“조심해야지.”

원래 군대에서는 튀는 놈이 일 복 터지는 법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김선혁인지라 앞으로 조심할 것을 다짐했다.

“크흐흐. 이놈이 이제 내 말.”

혈통과 재능을 썪힐 정도로 성질이 더럽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지 스텔라는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코를 푸르릉 거리며 못마땅한 기색을 해보였다.

“이놈아. 반갑다.”

반가운 마음에 슬쩍 손을 뻗자 이를 딱딱거리는 모양새가 마치 개처럼 물어뜯기라도 할 기세라 내뻗던 손을 황급히 거두었다.

“새끼. 그래봐야 잠깐 뿐이지.”

그 모습조차도 도도하고 늠름해 보여 김선혁은 웃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정색을 한 그가 눈을 부라리며 용기병 특유의 조련법을 시작했다.

“내가 네 주인이다. 내가 네 주인이다.”

**

과연 스텔라를 길들이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거의 반나절에 가까운 시간동안 나름의 비책을 시행해보았지만 스텔라는 여전히 등을 내주지 않았다. 도전의식이 마구마구 불타올랐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여기까지였다.

“기다리고 있어라. 이 이쁜 것아.”

투레질을 하며 강하게 거부감을 표하는 스텔라였지만 그래도 처음처럼 잡아먹겠다고 달려드는 맹렬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 소소한 변화에 더욱 진한 아쉬움을 느낀 그가 입맛을 다시며 목책 보수 현장으로 향했다.

그 말고도 다른 병사들도 보기 드문 마법사의 작업을 보기 위해 잔뜩 모여 있었다. 그렇게 몰려든 병사들 사이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어, 왔어?”

어쩐지 냉랭하게 느껴지는 강정태의 인사를 대충 받아주고는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태풍 때문에 생겨난 흉물스러운 공백이 누군가가 채워주기를 기다리는 듯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이은서가 있었다.

“근데 왜 아직도 시작을 안 하지?”

“한참 전부터 저러고만 있었잖아.”

강정태와 박수홍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지만, 김선혁은 절대로 그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시작을 안 하기는, 벌써부터 이렇게 오금이 저리는데...

가냘픈 체구의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기운이 온 사방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이 주둔지 전체를 날려버릴 것만 같은 엄청난 기운,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은서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24연대의 중추를 절단 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마치 거대한 재난 앞에 홀로 선 것만 같은 기분에 차라리 생명의 위기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가 위기감을 느끼자 자연스럽게 속성의 기운이 그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능력의 노출 따위는 걱정할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인스톨(Install).”

바로 그 순간 공교롭게도 모든 준비를 마친 이은서가 시동어를 읊조렸다.

“어?”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에 몰려든 속성의 기운과 마법이 뒤엉켜버렸다.

========== 작품 후기 ==========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작 연재 기념으로다가 소소하게 이벤트를 할까 합니다. 그 어떤 말이든 글쟁이에게 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를 앞에 달고 댓글로 남겨주세요. 드래곤 푸어에 바라는 것이라든지, 앞으로 등장했으면 하는 병과나 캐릭터라든지 등등. 앞으로 글의 소소한 컨텐츠로 반영할 수 있다면 할 예정입니다.

15편 연재하는 날까지 댓글을 모아 현 시대의 과학기술이 총 망라된 최.첨.단 추첨시스템(이라 하고 뽑기)를 통해 3분 무작위 추첨하여 딱지 50장씩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당 하나의 댓글 참여까지 인정하며, 앞으로 추첨 당일까지 매편마다 참여 가능합니다.

*이벤트 참가하시는 김에 추천도 뙇! 하시고, 찾아보기 편하게 선작도 뙇! 하시고! 얼마나 좋습니까! 는 그냥 읽어주시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 앞으로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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