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안개 (3)
꺄아아아아아악!
끔찍한 고문을 당하는 것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유령들이 공중을 날아다녔다.
반대편이 그대로 보이는 몸체에 늙은 노파, 젊은 처녀,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유령, 반시였다.
늙고 추악한 노파와 아름다운 미녀, 소녀의 모습을 한 그 언데드들이 공통적으로 짓고 있는 표정은 고통과 분노였다.
유령체임에도 눈과 코, 입, 귀에서 끊임없이 피와 같은 짙은 색깔의 액체를 흘리는 반시들이 공중을 유영하며 귀곡성을 발했다.
전설의 식물 중 하나인 맨드레이크의 울음과 같이 평범한 자들이 들으면 이성을 잃고 미쳐버리거나 죽어버릴 수도 있는 비명 소리.
하지만 언데드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성당의 막벽에 형성된 반투명한 결계가 그 귀곡성을 막아내었다.
마력이나 신비에 재능이 없는 자들도 반시의 귀곡성에 담긴 짙은 사기邪氣가 결계를 기점으로 힘을 잃고 스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벽과 탑은 환했다. 하나같이 축성과 기도, 축복을 부여받고 성수에 적셔진 덕분에 케오니트라 성당은 그 자체만으로 신성력을 밝히는 요새나 다름 없었다.
하늘은 먹구름과 휘날리는 눈발로 회색빛이었고 절벽과 산은 시커맸다. 그 아래는 시체들로 가득했다.
그 살아있는 시체들을 바라보며 흉벽에 가득 서 있는 성당의 사제들과 수비군들은 결연한 표정들이었다.
딛고 있는 바닥에서, 쥐고 있는 창과 칼에서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신성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코와 입에서 내쉬어지는 김이 연기로 착각될 만큼 펑펑 쏟아지는 영하의 기온과 칼날 같은 바람 속에서 병사들은 굳건히 서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사제들이 서 있었다. 날씨를 뒤바꾸는 기적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체력과 신성력을 소모한 사제들은 이제 그 방향을 바꿔 성당과 사원을 감싸고 있는 성벽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추위를 잊은 병사들처럼 굳건히 선 성벽 또한 눈부신 광휘의 배일을 커튼처럼 두른 채 다가오는 시체들을 불살랐다.
끼아아아아!
그아아아아······.
성벽에 다가갈수록 눈구멍 속의 녹색 빛을 깜박거리던 좀비와 해골 병사들이 어느 순간 하얗게 타올랐다.
그 뼈와 썩은 피부, 근육, 내장을 장작삼아 타오른 하얀 불꽃은 시체들이 하얀 재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케오니트라 성당의 주교, 올첸버그가 중얼거렸다.
“많이도 몰려오는군요. 죽음을 잃어버린 자들이.”
그의 곁에는 갑옷과 투구를 쓰고 완전무장한 유리아가 서 있었다. 아마 혼잣말일테지만, 들으라고 한 말과 다르지 않았기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생을 잃어버린 자들이 아닌가?”
“그 반대입니다, 전하. 저들은 생명이라면 필히 가져야 할 죽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죽음을 잃었기에 저렇게 구차하게 걸어다니고 있는 것이지요.”
“죽음이 옳다고 보는 모양이군, 주교는.”
“예. 생이 옳다고 믿는 것만큼이나 저는 죽음을 긍정합니다. 죽음 후에 루테온의 곁에서 헌신하고 있을 저를 알기 때문입니다.”
유리아는 고위 사제와 신학에 대해 토론하고 싶지는 않았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태연하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에 대해 그녀는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앞을 보았다.
좀비와 해골, 어쨌든 수많은 시체들로 이루어진 물결 같은 군세가 양옆으로 쫙 갈라지기 시작했다.
거기서 천천히 걸어오는 것은 낡아빠진 깃발을 든 기수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었다.
기수의 뒤로 다섯 기의 둘라한이 옆구리에 머리를 낀 채로 말을 몰았다. 다른 손에 들린 거대한 낫과 전투 도끼, 장대한 도끼 창이 검붉은 날을 빛냈다.
유리아가 신음을 흘렸다.
“저 기사······!”
해골 군마를 탄채 가장 앞에 서 있는 기수는 왼손에 깃대를 쥐고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투구와 갑옷을 입은 죽음의 기사. 그가 투구 속에서 녹색빛의 안광을 들어 높다란 성벽을 바라보았다.
죽음의 기사와 흉벽 위에 선 유리아 사이의 거리는 족히 수백 미터는 되었다. 그럼에도 유리아는 죽음의 기사와 자신이 눈이 마주쳤다는 것을 확신했다.
왼팔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엄습했다. 일주일 전 저 죽음의 기사에게 당한 상처였다.
한순간에 부패의 저주에 당해 썩어들어가던 팔에 마력을 밀어 넣으며, 그녀는 필사의 각오로 칼을 휘둘러 죽음의 기사를 떨쳐냈다.
이후 유리아의 호위 기사와 성당 기사가 한꺼번에 달려들지 않았다면 그녀는 왼팔 하나를 영영 잃었을 것이다.
시선을 마주하고 있던 죽음의 기사가 왼손을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쳤다.
쿵!
깃대가 바닥에 꽂히자 둔중한 소리와 함께 진동이 퍼져나갔다. 거인이 발구름을 해도 이보다는 덜 시끄러웠을 것 같았다.
얼어붙은 흙과 얼음을 부수고 들어간 깃대와 그 위에 걸린 깃발이 점차 펄럭이기 시작했다.
눈보라와 함께 펄럭이는 그 깃발은 검은 바탕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땅에 꽂히자마자 검은 안개를 울컥울컥 토해내기 시작했다.
시체들의 발밑에 검은 안개가 깔리기 시작하자 언데드들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르르르어어어······
흐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인간뿐만이 아니라 죽은 괴물이나 마물들 또한 사기에 잡아먹혀 살아 움직이는 시체가 되어 있었기에 괴성이나 비명은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불협화음이 더 소름끼치는 느낌과 섬뜩한 오한을 선사했다.
그리고 언데드들이 진군하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단순한 발소리마저도 수천, 수만이 모이면 그건 무엇보다 큰 소리가 되었다. 양옆에 드리운 절벽과 드높은 산의 경사면을 타고 반사되는 발소리는 케트니오라 성당을 포위한 채 좁혀들어 왔다.
“장전!”
반백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지닌 성당 기사, 올데힘이 하나 남은 팔을 위로 치켜들며 고함을 질렀다.
원래 여섯 기였던 둘라한을 하나 쳐죽인 것은 그의 공이었다. 그 대가로 오른팔을 잃었지만, 그는 오른손잡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말 한마디로 넘겨버렸다.
그의 번쩍 치켜든 왼팔과 함께 흉벽에 선 수백 명의 병사들이 제각기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성당 사제들이 밤새워 축복한 화살들은 그 촉에서 신성한 기운을 흩뿌리며 투명한 아지랑이를 내뿜고 있었다.
저벅저벅 걸어오던 시체들은 점차 그 속도가 빨라지더니, 느릿하게 퍼지던 검은 안개에 닿자 폭발적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괴성들을 지르며 달려오는 시체들은 당장이라도 성벽 아래의 높게 경사진 비탈길을 기어올라 숨통을 잡아 끊을 것 같았다.
“기다려라-!”
올데힘 경은 섣불리 발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가 병사들에게 쏘기 전 내린 명령대로, 궁병들은 시체들을 향해 무작위로 화살을 겨누진 않았다.
남은 화살이 많지 않았기에 그들의 공격은 가장 효율적인 적을 타격해야 했다. 그리고 그걸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구 팔을 휘두르며 뛰어다니는 좀비가 아니라 구울과 같은 고위급의 언데드를 겨냥한다.
일주일 전의 공세를 통해 그들은 구울이나 드라우그 같은 상위 언데드가 하위 언데드들을 통솔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상위 언데드를 축성하거나 축복한 무기로 죽일 시 그 아래의 언데드들이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날뛰는 것 또한 습득했다.
때를 가늠하던 올데힘 경이 들었던 팔을 내리쳤다.
“발사!”
파바바바박!
성벽과 성벽에서, 겔러리에서 화살을 쏠 수 있게 낸 좁은 구멍과 틈 사이에서 수백 발의 화살들이 쏘아졌다. 신성결계를 통과하며 날아간 화살들 대부분은 그저 시체나 좀비들에게 맞았지만 몇 개는 상위 언데드의 몸체에 꽂히는데 성공했다.
비명을 지르며 수십의 구울이, 또 드라우그들이 축복된 화살에 맞고 쓰러졌다.
화살에 맞은 부위에서 확 하고 불타오른 신성의 불길에 구울과 드라우그들이 날뛰자 그 불이 다른 좀비나 시체에 옮겨붙고, 또 그 시체들이 날뛰면서 더 많은 불이 옮겨 붙었다.
전장의 곳곳에서 점점이 피어오른 하얀 불꽃의 향연에 막벽 위의 병사와 성당 사제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주교와 다른 성당 기사들, 그리고 호위 기사마저 희망의 불씨를 눈에 담고 웃는 낯이 되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유리아만이 홀로 굳은 표정으로 위를 쳐다보았다.
그런 유리아를 의아하게 바라본 여자 성당 기사, 데루카가 말했다.
“전하? 어디를 보십니까?”
“시작됐군.”
데루카가 무엇이 시작되었느냐고 물을 기회는 하늘에서 터져나온 귀곡성에 묻혀버렸다.
끼아아아아아-!
화들짝 놀란 병사와 사제들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레이스, 벤시, 스펙터 따위의 힘을 얻은 혼령들이 반투명한 몸을 신성결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푸화화화확!
닿는 족족 하얀 불길에 횝싸이며 소멸했지만, 결계에 꼬라박는 원혼들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 도리어 점차 숫자가 늘어나고 타오르는 불꽃의 밝기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환한 불꽃에 달려드는 날벌레처럼 한순간에 불타 스러졌지만 원혼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사기의 집중 공세를 버티지 못한 결계의 한구석에 구멍이 나고 말았다.
“커헉!”
쉴새없이 기도를 올리며 결계를 유지, 보수하고 있던 사제들의 입에서 피 섞인 기침이 터졌다.
유령체들이 노리는 것이 결계와 그 결계를 유지하는 사제들임을 알아챈 데루카 경이 이를 갈며 외쳤다.
“사제를 보호해라! 횃불을 들어라! 너희들은 모두 영광된 주의 곁에 자리할 것이다-!”
구멍이 뚫렸던 결계는 다시 수복했지만 그 사이에 뚫고 들어온 원혼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끼아아아아아-!”
“히힉, 히힉, 히히히힉!”
수십의 레이스와 벤시가 마음껏 귀곡성을 내지르며 빠른 속도로 병사들을 스쳐지나갔다.
“으, 으아악! 어머니!”
“체, 체임버? 네가 어떻게!”
“죽어, 개새끼야!”
환영에 사로잡힌 병사들이 이성을 잃고 칼을 휘둘렀다. 적이 아니라 아군을 향해 휘둘러진 칼에 죄 없는 사제와 병사들이 죽어 흉벽 위에 쓰러졌다.
“혼란에 빠지지 마라! 사제들은 당장 병사들에게 기도를! 기사들은 마력으로 신체를 보호한 다음 날뛰는 병사들을 제압해라! 성당 기사들은 유령들을 맡아 주시오!”
우왕좌왕하던 병사들과 기사들의 위로 유리아의 벼락같은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녀가 명령하자 그제야 체계를 잃고 흔들리던 기사와 성당 기사들은 할 일을 하기 위해 달려갔다.
기사들이 환영에 홀려 울거나 웃으며 칼을 휘두르는 병사를 제압한 사이 사제들이 진언을 외워 사기를 몰아냈다.
성당 기사들은 제각기 신성이 서린 무기를 들고 성벽을 박차 올라 벤시, 레이스를 베어 넘겼다.
마력을 단련한 기사들과는 다르게 신성력을 쌓은 성당 기사들은 마력사용자들 못지 않게 몸을 날래게, 그리고 강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쿠웅!
신성 결계 안으로 들어온 유령들을 모두 소멸시킨 그때, 굉음이 성벽 앞에서 텨졌다.
채앵!
“전투를 준비해라.”
장검을 뽑아든 유리아가 말했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는 검은 안개에 횝쌓인 시체들이 더는 불타지 않은 채 신성 결계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장 앞에, 해골 군마에 탄 기사가 주먹 쥔 손을 어깨 뒤로 당기고 있었다.
쿠우웅!
다시 울리는 굉음. 그리고 성당에서, 성벽 위에서, 예배당에서 삼각형의 꼭지점을 이루고 결계를 만들고 있던 사제 전원이 피를 토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쩌저저적-!
죽음의 기사의 주먹질에 신성 결계가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내렸다.
황금빛의 유리 조각들이 산산이 깨져 나가며 빛을 산란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뒤에 서 있는 죽음의 기사와 검은 안개를 몸에 감싼 둘라한들, 그리고 수천의 언데드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그아아아아아!
거대한 덩치의 구울이 괴성을 지르며 선봉장처럼 앞서 튀어나오자 좀비와 시체들이 뒤를 이으며 돌진했다.
“전투 준비-!”
죽음의 해일처럼 덮쳐오는 망자의 군대를 향해 생을 구가하는 자들이 칼을 뽑아 들었다.
작은 트롤 같은-그래도 2미터는 넘는 키였다-구울이 단숨에 비탈길을 네 발로 디디며 성벽을 향해 기어올랐다.
썩어들어가는 피부에서 풍기는 지독한 악취에 병사들의 표정이 눅눅해졌다. 그러나 그 표정들은 네 갈래의 날카로운 손톱 날이 녹색 빛을 흩뿌리자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세 개의 머리통들이 생전에 지은 마지막 표정을 사방으로 내보이며 빙글빙글 돌아가다가 구울의 커다란 입에 꿀꺽 삼켜졌다.
“까르르르르르르!”
웃음과도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구울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 저주 받을 괴물이!”
막 병사 하나의 상반신을 입에 우겨넣은 구울이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 사제복 위에 탁한 금빛의 휘장을 어깨에 감은 사제가 날카로운 창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죽음으로 돌아가라, 망자야!”
신성력이 서린 창날이 엉성한 창술에 힘입어 허공을 찔렀다. 손쉽게 어린 사제의 창대를 잡아챈 구울이 벌리고 있던 입에 힘을 주었다.
와드득!
그러자 구울의 입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던 병사의 다리가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날카로운 이빨에 썩둑 잘려나간 하반신이 철푸덕, 하고 성벽에 떨어졌다.
두 팔과 다리를 덜덜 떨면서도 어린 사제는 창을 놓지 않았다.
“주, 주여. 어린 양이 당신을 뵙고자 올라갑니다······.”
번쩍 치켜든 네 개의 손톱이 다시 흩뿌려지기 직전, 하얀 빛이 구울에게 쏟아졌다.
“까르르르르르!”
이전과 같지만 분명히 고통의 색채가 선명히 들어있는 비명을 지르며 구울이 뒤로 튕겨 날아갔다.
“일어나!”
멍하니 서 있던 사제가 퍼뜩 고개를 올렸다. 투구를 뒤집어 쓴 채 맑은 목소리로 외친 유리아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끄르르륵!”
튕겨 나간 구울이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자신의 길쭉한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마치 고무라도 된 것처럼 오른팔이 길게 늘어나면서 방대한 거리를 뒤덮었다.
사기와 시취에 물든 구울의 긴 손톱이 공간을 장악하며 유리아를 덮쳤다.
빛의 마력을 온몸에 두른 채 돌격하던 유리아가 다리에서 힘을 빼며 상체를 뒤로 눕혔다.
카가각, 소리를 내며 무릎의 각반이 돌벽을 긁으며 불똥을 튀겼다. 한끝 차이로 손톱을 피한 유리아가 다리에 힘을 주며 용수철처럼 튕겨 올랐다.
팔을 크게 휘두르느라 커다란 빈틈이 생긴 구울은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콰각!
아래에서 위로 쏘아진 유리아의 장검이 구울의 거대한 머리통을 턱에서 정수리를 관통했다.
“흡!”
동시에 그녀가 검에 담긴 마력을 폭발시키자 구울의 머리가 그대로 산산조각나며 터졌다.
그 폭발을 정면에서 고스란히 맞은 유리아였지만, 갑옷에만 그 살점과 피가 묻었을 뿐이었다.
피를 뿌려낸 유리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시간이었다. 하루는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었고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 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불확실성 앞에서 유리아는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는 칼을 들고 다시 시체들을 향해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