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일어나는 거인
러셀은 그 한 수로 기라드가 전투 불능이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과연 기라드는 코 위쪽이 날아간 머리로도 흔들림 없이 돌진할 수 있었다.
척추로 이루어진 채찍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마디를 이루는 뼈와 그 사이를 잇는 관절이 복사라도 되듯이 늘어난다. 뼈 채찍이 무시무시한 파공성을 내며 러셀을 강타했다.
러셀은 대검을 들어 채찍을 후려쳤다. 채찍은 튕겨 나는 대신 대검의 칼날을 휘감았다. 칼날에 직접 닿았음에도 잘리지 않는 것이 대단한 경도와 강도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잠시 힘겨루기가 이뤄졌다. 러셀은 자신의 발이 얼어붙은 바닥을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기라드의 머리는 검은 입자가 모여들면서 재생하고 있었다. 곧 입이 드러나자 입술이 움직였다.
“생긴 것보다 힘이 약하군그래?”
하잘 것 없는 도발이었다. 그러나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도발이기도 했다. 씨익 하고 사나운 미소를 지은 러셀이 근육에 힘을 주었다.
그의 허벅다리와 양팔이 부풀어 올랐다. 바지가 부풀어오르고 코트가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 팽팽해졌다.
와지끈!
러셀이 딛고 있는 얼음 바닥이 무수한 균열과 함께 깨지더니 힘을 이기지 못하고 움푹 패여들었다.
기라드 또한 모든 마력을 끌어올렸다. 사방이 요동치며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두 초인이 작정하고 끌어올리는 마력에 의해 간신히 붕괴를 멈춘 내성이 덜덜 흔들렸다.
어느새 눈에서 시퍼런 자청색의 빛을 줄기줄기 뿜어대고 있던 러셀이 대검을 쥐고 있는 손목을 한 바퀴 돌렸다.
그 부드러운 동작에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던 힘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무게 추가 기라드에게 기울었다. 뼈 채찍을 풀어낸 러셀이 그대로 바닥을 박차며 대검을 휘둘렀다.
꽈릉!
천둥과 함께 푸른빛의 벼락이 검날을 통해 쪼개지며 뻗어 나왔다. 냉기를 함께 담은 전격에 공기가 얼어붙었다가 다시 부서지며 날카로운 파편을 앞으로 쏘아냈다.
균형을 잃고 뒤론 넘어가는 듯했던 기라드가 불가사의한 몸짓으로 다시 중심을 되찾았다. 공간의 상이 여러모로 분열하며 마치 깨진 유리 조각처럼 나뉘더니 넘어지는 기라드가 사라지고 멀쩡하게 일어난 기라드가 대신 나타나려 했다.
그때 러셀의 마안이 빛나며 공간을 쪼개려던 기라드의 마력이 우뚝 멈췄다. 그러자 넘어지려는 기라드와 일어서는 기라드의 상이 동시에 비춰지다가 산산이 부서졌다.
“커헉!”
마법이 강제로 파훼된 충격은 컸다. 물리적인 타격으로는 별 피해를 입지 않은 듯 보였던 기라드였지만 방금의 수는 달랐는지 거친 기침과 함께 두 입에서 핏물을 쏟았다.
“웩, 그 눈, 정말 성가시게 구는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러셀의 비웃음에 기라드가 분노한 기색으로 마력을 일으켰다. 그의 불분명한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몸이 마력에 의해 회전하면서 사방으로 존재감을 떨쳤다.
“눈을 뽑아 으깨주겠다!”
기라드의 오른팔이 움직이더니 잔상을 그렸다.
쫘자자자작!
무시무시한 속도로 채찍이 수백 개의 원을 그리며 공간을 장악했다. 기라드의 오른팔은 보이지도 않았다. 겉으로만 본다면 어깨부터 뚝 떨어진 듯 보였지만, 기라드의 전방 20미터를 횝쓸고 있는 회색의 잔영은 오른팔이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우우웅!
벌의 날갯짓 소리를 내며 러셀의 대검 또한 그에 맞춰 수백 개의 잔상을 그렸다. 허공에서 무수한 불꽃이 피었다가 불씨를 떨어트리며 사그라졌다.
두두두두두!
대검과 뼈 채찍이 허공에서 만나는 순간은 찰나였다. 하지만 그 찰나는 무수하게 연속되고 있었기에 러셀과 기라드의 주위는 작게 빛나는 불꽃이 쉴새없이 피어났다가 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전방을 장악했던 뼈 채찍이 그 움직임을 멈췄다. 사방에 가득했던 잔영이 사라지자 비현실적으로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아니, 시간을 길게 늘인 탓에 아직 소리가 찾아오지 못한 것이다. 이 순간 소리는 자신의 느린 발을 재촉하며 달리고 있었다.
사라졌던 채찍이 러셀의 발밑에서 나타났다. 이리저리 움직이던 뼈 채찍은 곧 먹잇감을 물어뜯으려는 뱀처럼 튀어 오르며 러셀의 목을 노렸다.
뼈 채찍만 움직인 게 아니라 기라드의 마법 또한 같은 순간 구현되었다. 러셀을 중심으로 반경 1미터 내의 공간이 깨진 유리처럼 파열되면서 무수한 러셀의 상을 비췄다.
그것은 러셀의 오른쪽과 왼쪽을, 위와 아래, 대각선 방향을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사각은 없었고 모든 곳이 사각이었다.
그 순간 러셀이 움직였다.
그가 앞으로 손을 뻗자 마력이 일었고 도끼가 반응했다. 저 멀리 날아가 벽면에 자루만 빼꼼히 내민 채 박혀 있던 도끼가 저 혼자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와 기라드의 등짝을 향해 날아들었다.
냉기와 서리가 가득 어린 도끼를 막기 위해 기라드는 뒤로 돈 다음 왼손에 마력을 가득 모아들여 맞받아쳐야 했다.
거인의 육신으로 만들어진 도끼는 러셀을 배신하지 않았다. 마력조차 얼려가며 도리어 기라드로 하여금 연결을 끊게 만든 도끼가 기라드의 왼쪽 팔꿈치를 잘랐다.
“큭!”
기라드가 당혹한 신음을 내뱉으며 간신히 몸을 뒤틀었을 때 러셀은 모든 방향에서 쏘아져오는 뼈 채찍의 끝을 마주하고 있었다.
수백 개의 관절을 지닌 뼈 채찍이 러셀에게 파고들었다. 그런 채찍을 러셀의 오른손이 쥐었다.
“말도 안 돼!”
기라드가 울부짖었다. 공간을 쪼개어 모든 방향에서 공격해온 뼈 채찍은 그 쪼개진 모든 상에서 나타난 러셀의 수십 개의 오른손이 꽉 잡고 있었다.
“학습력이 부족하군.”
러셀은 마안을 통해 기라드의 마법을 간파했다. 일정한 공간을 쪼개어 앞과 뒤, 좌우를 모두 망라하는 시야의 제한을 없애는 동시에 공격을 다른 방향으로 전이시키고 자신의 공격은 맞추는 놀라운 마법이다.
하지만 그 크기가 한정되어 있고 시전할 수 있는 거리 또한 기라드를 중심으로 20미터를 넘지 못했다. 물론 공간을 다룬다는 것 자체에서 압도적인 이점을 가지지만 러셀의 마안은 마력의 흐름을 직접 보면서 동시에 간섭할 수 있었다.
그리고 러셀은 자신을 중심으로 전개된 공간 격리에 자신의 마력을 밀어넣어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일전 데피너스의 바람 장벽을 파훼한 것과 원리가 같은 것이다.
우우우웅!
러셀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체내에서 거세게 회전하는 마력이 발끝에서부터 시작해 머리를 통과하며 커다란 원을 그렸다.
쿠웅!
러셀의 왼발이 한 걸음 내딘 순간 그 발을 통해 마력이 아래로 스며들었다. 스며든 마력은 주인의 의념을 받들어 특정한 배열 대로 조립되었다.
쿠구구궁!
갑작스레 바닥이 일어났다. 마치 지하에 잠들어 있던 휴화산이 기지개를 펴는 듯한 기세였다. 용암이 분출하는 것처럼 마력이 사선으로 쏘아지며 거대한 원뿔의 형태가 되어 기라드의 몸통을 향해 날아갔다.
그 빙해의 물결에 기라드가 다시 공간을 쪼개려 들었지만, 러셀의 마안에 다시 마법이 시전 도중 깨져 나가며 방어에 실패했다. 갈아버리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덮쳐오는 공세에 결국 기라드는 얼음에 파묻혔다.
그때 러셀의 손에 박살 나 짧아진 뼈 채찍이 의지를 가진 것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틀며 러셀을 향해 날아들었다.
수십 미터로 길어진 뼈 채찍이 러셀을 칭칭 감았다. 마치 뱀이 먹잇감의 숨통을 조여 질식시키려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하지만 뼈 채찍의 안쪽에는 수백 개의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채찍이 러셀을 휘감기 직전 그를 중심으로 전격이 솟구쳤다.
벼락을 몸에 휘감은 러셀이 바닥을 질주했다. 그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얼음 바닥이 박살 나며 하얀 결정을 사방에 뿌렸다.
얼음으로 이뤄진 해일이 굳어 자라난 빙산의 한복판에서 눈부신 붉은 섬광이 쏘아진 건 그때였다. 하얀 면이 일순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붉게 빛나더니 붉은빛을 내는 벼락이 뛰쳐나왔다. 서로 얽히고 터져 나가며 섬광을 일으킨다.
맹렬하게 인간의 살갖을 녹여 흐르게 만들 정도의 열기가 러셀을 직격했다.
콰가가가각!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날아간 러셀이 반대편의 얼음 산에 처박혔다.
공세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계란 껍질이 터져나가듯 폭발한 빙산의 내부에서 기라드가 온몸에서 어두운색의 마력을 끝도 없이 일으켰다.
“크흐으윽!”
무리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한 듯 그의 그림자 같은 몸 곳곳에서 하얀 균열이 일어났다. 홀의 외곽에서 목이 잘린 제이비르의 시체를 만지작거리며 주문을 외우고 있는 또 다른 기라드가 입에서 검은 액체를 울컥 토해냈다.
나눠져 있지만 서로가 자신이기에 상황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눠진 기라드는 연결되어 있는 의식의 끈을 통해 빠르게 생각을 주고 받았다. 자신이 하는 생각이기에 의식이 전달되는 속력은 벼락이 떨어지는 속력과 같았다.
‘이길 수 없다. 인간의 반응 속도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육체 또한 인간을 벗어나 있다. 아무리 마력 사용자, 기사라고 해도 저런 마력 운용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마법 또한 능숙하게 사용한다. 거의 냉기와 전격에 치중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이다. 진행 상황은?’
‘의식은 진행 중. 하지만 저놈의 마력이 어느새 스며들어 있다. 당장 뽑아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상태에서 바로 변질을 거치게 한다면?’
‘부작용을 알 수 없다.’
‘더 버틸 수 없다. 진행한다.’
찰나에 결심을 내린 기라드가 떠오른 몸을 그대로 러셀이 처박힌 곳을 향해 날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왼손에 마력을 담아 허공에 내리그었다. 그리고 외쳤다.
“맹약에 응하라!”
기라드의 거친 명령에 얼어붙어 있던 무언가가 움찔 떨었다. 그건 러셀의 빙해에 횝쓸렸던 지하 세계의 괴물들이었다.
새하얀 서리와 얼음에 반쯤 처박혀 있던 괴물들의 육체가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녹아내린 핏물들이 공중으로 솟아오르더니 기다란 다리를 만들며 기라드를 향해 모여들었다.
모인 핏물의 양은 처음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았다. 러셀의 공격에 절반의 괴물이 죽어 지하 세계로 역소환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기라드는 이를 갈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라!”
오오오오오오-!
홀을 뒤흔드는 신음과 함께 모여든 핏물이 굳어지더니 문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리고 문이 나타난 순간 기라드의 몸통 절반이 부욱 뜯겨나갔다. 그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그건 저편에서 의식을 행하고 있던 기라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기라드의 그림자로 만들어진 듯한 검은 육체의 절반과 괴물들의 피를 모두 빨아들인 것은 검은 문이었다. 평범한 문처럼 보이진 않았다.
쾅!
그때 반대편의 빙산에서 굉음과 함께 검은 그림자가 쐐애액 날아왔다. 평범한 사람이 쥐고 휘두르기에는 너무 커다란 대검, 나힐니르였다.
검신에 자청색의 마력을 휘감고 은하수 같은 빛을 흩뿌리며 대검이 문에 날아가 꽂히려던 순간.
저편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주문을 외우던 기라드가 두 손을 높이 들었다가 내려쳤다. 그 충격으로 기라드의 손이 박살났다.
그리고 주문이 끝나자 제이비르의 시체가 검붉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기라드의 몸통이 절반 뜯겨져 나가며 제물이 되고, 지하 세계의 괴물들의 피를 매개체로 하며 막대한 마력이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이 모든 과정은 한순간에, 그리고 한꺼번에 벌어졌다.
꽈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원형의 충격파가 터지며 바닥과 얼음 기둥이 통째로 박살 나며 방사형으로 날아갔다.
얼음 가루가 자욱하게 일어난 곳에서 커다란 체구의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그림자가 손을 휘젓자 얼음 가루가 훅 젖혀지며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는 러셀이었다.
온몸에 얼음 조각과 서리를 뒤집어 쓴 러셀이 앞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이건?”
“으흐흐흐흐······ 위대한 자의······ 강림이다.”
러셀의 물음에 누군가 답했다. 러셀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액체를 전신에서 줄줄 흘리는 것이 보였다. 좌반신과 하체가 완전히 뜯겨나가 우반신과 머리 약간이 남은 기라드였다.
“우리는······ 모두 저분의 품안에서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궁한 행복과 낙원의 길로, 이끌어주실 것이다······.”
기라드의 너털웃음을 들으며 러셀은 앞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자욱하게 드리워져 있는 얼음 가루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러셀의 눈이 자청빛을 뿌리며 사방을 훑었다. 그의 눈에 기묘한 흐름이 보였다.
러셀과 기라드의 격돌로 요동치고 있던 마력이 가라앉아 있었다.
짜자자자작!
거대한 유리창이 한순간에 깨져나가는 듯한 소음이 퍼졌다. 러셀은 그 소음이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이 거기에 있었다.
러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는 그 구멍을 알아보았다. 정확히는, 그 구멍 속의 공허를 알아보았다.
에란디스 영지에서 한 번 느꼈었던 외계의 풍경, 그리고 기운이 그 안에서 넘실거리며 넘어오고 있었다.
그 안에서 회색 빛의 손가락 열 두개가 스르륵 빠져나왔다. 러셀은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인식에 들어왔다는 것에 놀랐다.
분명 보고 있었음에도 그 손가락은 ‘갑자기’ 나타났다. 그 과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순식간에 부정하듯이 그 손가락은 과정을 삭제하며 결과로서 존재했다.
열두 개의 회색 손가락이 검은 구멍을 강제로 넓히자 구멍의 외곽이 우지지직 소리를 내며 부서져나갔다. 그리고 부서지는 건 공간 그 자체였다. 아니면 차원이라 해도 좋을 것이었다.
구멍 속에서 회색의 커다란 머리통이 빠져나왔다. 흰자위와 동공이 구분가지 않는 새카만 수십 개의 눈. 코는 없었고 입은 있었다. 그 거대한 입은 빈틈없이 검은 실로 꿰매여 닫혀 있었다.
그러나 그 회색 거인이 힘을 주자 검은 실이 툭툭 끊겨나가며 입이 벌려지기 시작했다.
-그어어어어어······!
“큭······!”
귀를 막으며 러셀이 신음했다. 육신 뿐만이 아니라 영혼 자체를 격동시키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가라앉았던 마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벌떡 일어나며 요동쳤다.
설원과 빙해로 가득했던 홀이 무너지고 빙산이 가루가 되며 흩어졌다. 내성이 다시 붕괴를 시작했지만, 그 잔해는 러셀이나 회색 거인의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잔해들은 그들이 있는 곳의 일정 반경에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가루가 되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익숙한 목소리에 러셀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구멍에서 상체를 거의 꺼낸 회색 거인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좁디좁은 구멍에서 어떻게 나오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끝도 없이 일어난다. 성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