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173화 (174/225)

173화 선물 (3)

“몰아붙여!”

“합!”

순식간에 여섯에서 셋으로 절반이나 줄어버렸지만, 남은 기사들의 공격은 더 매서워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러셀의 빠른 칼질이나 주먹을 제대로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 놈들이 먼저 죽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살아남은 셋은 먼저 죽은 놈들보다 마력량이 많았고, 몸놀림이 기민했으며 검격은 묵직했다.

까가가가강!

덩치 큰 장정 넷이서 검을 휘두르며 난장판을 일으키니 주점 안쪽은 성한 곳 하나 없이 부서졌다.

2층을 받치는 나무 기둥이 검기가 서린 칼에 숭덩숭덩 베이고, 마력에 의한 충격파 때문에 바닥과 천장이 쩍쩍 갈라지며 먼지와 나무 파편을 떨어트렸다.

어둠이 점령한 주점의 1층 식당은 러셀과 기사들의 칼이 부딪칠 때 나는 불똥과 마력으로 인해 시퍼렇게 빛나는 칼날, 안광 말고는 사물의 윤곽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러셀은 제자리에 서서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다리를 베어오는 칼과 복부를 찌르는 칼, 목을 노리는 칼을 흘려냈다.

여전히 마력은 함부로 쓸 수 없었고, 시야는 제한적이었다. 거기에 1대6에서 1대3으로 인원을 줄었음에도 합공은 무뎌지지 않고 더 날카로워졌다.

그럼에도 기사들은 오싹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씨발, 도대체······!”

“왜 안 뒤지는 거야······?!”

가장 먼저 동요가 일어난 두 기사가 자신도 모르게 약한 소리를 토해냈다.

호흡까지 참아가면서 팔을 휘두르고 칼을 찔러가도 러셀은 마치 뒤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사각에서 들어오는 모든 공격을 쳐냈다.

쳐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곧장 칼날을 비끄러 얽히게 만들게 하고 십자막이 너머의 손과 손목을 잘라버리려는 검술은 더 놀라웠다.

기사들은 그 가공할 검술과 검기를 씌워서 베어도 이빨 하나 나가지 않는 묵색의 대검을 보며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두 놈이 점차 전의를 잃어갈 때, 남은 한 명의 기사는 무섭도록 굳어진 표정으로 차츰 줄어가는 마력과 지치는 팔힘을 의식했다. 그가 말했다.

“테논, 켈던. 나가서 뿔나팔을 불어라. 단원들을 데려와.”

“뭐? 아트리오, 그게 무슨······ 어?”

말을 잇던 테논은 귓가에 들린 은밀한 마력 전성을 듣고는 얼굴을 굳혔다.

“······알았다. 최대한 빨리 올테니 죽지 마라.”

“가기나 해라.”

숨을 고르며 나힐니르를 늘어트리고 있던 러셀은 아트리오라는 이름의 기사에게서 뻗어나온 가느다란 마력의 줄기를 보며 눈가를 좁혔다. 다른 두 명의 기사에게 목소리가 아닌 마력으로 소리를 담아 뭔가를 전한 것 같았다.

그때 테논과 켈던의 신형이 동시에 한쪽으로 움직였다. 도망치려는 것인가 싶었던 러셀이 그 둘을 쫓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려는 찰나였다.

그의 시야 한쪽에서 아트리오가 품에서 손을 넣었다가 꺼냈다. 순간이었지만 러셀의 눈에 그것이 들어왔다. 붉은 액체가 찰랑거리는 작은 유리병이었다. 아트리오는 그것을 마개도 따지 않은 채로 입에 던져넣더니 이빨로 그것을 박살냈다.

깨진 유리 조각이 입천장과 안쪽 볼, 혓바닥을 날카롭게 긁으며 상처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트리오는 통증을 무시하며 유리 조각과 그 안에 들어있던 붉은 액체를 한꺼번에 삼켰다.

“큭!”

억눌린 신음을 토한 아트리오에게서 돌연 무시무시한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났다. 까드득 거리며 이빨 갈리는 소리가 났다.

“하다하다 약까지 빠는군.”

“닥쳐라!”

노호성을 내지른 아트리오의 눈동자는 약의 영향 때문인지 홍채는 붉게, 흰자위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얼굴 근처의 핏줄이 우둘투둘하게 올라와 있는 모습이 흉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비정상적으로 폭증하는 것을 느낀 러셀이 눈썹을 좁혔다. 아직 마력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마력의 흐름이 선명하진 않았지만, 저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본 적이 있다.’

몇 달 전, 에란디스 영지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야트막한 동산과 언덕만이 이어지는 평원 지대에서 말을 타고 노략질을 하던 마적 때에게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기운이었다.

다만 그때보다 마력의 흐름이 묘하게 안정되어 있다는 것과, 유리병에 담긴 붉은 액체를 마시기 전까지는 평범한 마력과 똑같다는 것이 달랐다.

인간의 생명과 피를 바탕으로 흑마력을 조합하고 마력을 폭증시켜 평범한 자도 마력각성자와 같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이 어떻게 이런 외진 마을을 점거한 기사의 손에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러셀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전투가 끝난 후에 알아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때 죽인 흑마법사의 배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할 것이었다.

0.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생각을 정리한 러셀이 초점은 온전히 아트리오에게 맞춘 순간.

그의 눈앞에서 아트리오의 몸이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사라졌다.

“······!”

찰나에 불과하다고는 해도 러셀의 눈조차 따돌릴 정도의 순간가속력.

러셀은 바로 도망치려던 기사를 쫓던 것을 멈추고 허리를 비틀어 두 손으로 잡은 나힐니르를 들어 올렸다.

찰나에 찰나를 거듭한 속도의 빠르기로 아트리오의 검신이 러셀의 허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굉음과 함께 아트리오의 칼날이 대검을 밀었고, 도리어 힘으로 튕겨버렸다. 순간이지만 러셀이 힘으로 밀린 것이다.

기사는 길게 내뻗은 왼쪽 발을 축으로 삼아 빠르게 몸을 돌렸다. 크게 한 바퀴를 도는 만큼 넓은 반경을 커버하는 길쭉한 장검이 호선을 그렸다.

러셀은 튕겨났던 대검을 힘으로 잡아채고 자신의 왼쪽을 향해 휘둘러지는 아트리오의 검에 갖다 대었다.

아트리오의 몸이 점점 빨라졌다. 폭증한 마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신체는 오랜 옛날, 종자인 시절부터 배웠던 검술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결과적으로는 넘치는 마력을 통제하려는 아트리오의 의지와 점차 변이되는 육체의 힘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움직임이 탄생했다.

한 바퀴 크게 회전하며 돈 아트리오의 손에 들린 칼이 순식간에 세 번을 돌았다. 두 번의 검격이 러셀을 스쳐 지나가고, 마지막의 공격이 그를 둘로 쪼갤 듯이 위로 솟구쳤다.

러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트리오의 검이 마력을 가득 머금은 채로 작렬했다.

쩌어어엉-!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굉음과 폭발.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주점의 2층이 기어코 내려앉았다. 러셀과 기사들의 싸움에서 비스듬하게 잘리거나 부서진 기둥들이 늘어나면서 하중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무거운 목조와 서까래, 기둥과 박살 난 벽이 무너지며 주점이 내려앉았다.

“허억, 허억······.”

주점 주인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요 일주일간 숨도 제대로 못 쉬었던 것을 이제라도 보상받은 듯이 헐떡였지만, 정작 드러난 참상은 보상과는 멀었다. 10년을 넘게 가꿔온 주점이자 집이 무너진 광경인 것이다. 주점 주인 파렐은 들썩이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괜찮으냐?”

“으아아?!”

문득 바로 옆에서 들린 아름다운 목소리에 파렐이 소스라쳤다. 그에게 말을 건 것은 어떤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검붉은 머리카락에 진홍색 눈동자를 가진 하얀 피부의 미인이 멀쩡한 의자에 앉아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파렐은 문득 그녀를 중심으로 반경 3미터 정도는 멀쩡한 것을 깨달았다. 난장판이 되어 주저앉은 건물과 그 파편 속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반구형의 붉은 보호막 덕분이었다.

“저, 절 구해주신 겁니까?”

“좋은 저녁을 대접해줬으니까.”

주점 주인 파렐은 침을 꿀꺽 삼켰다. 좋은 저녁이라고는 뭣한 것이, 식사에는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맥주잔에 약을 타서 건넨 것이 그였기 때문이다.

비록 하지 않으면 죽인다는 협박에 굴해서 한 것이기는 했지만, 그가 약을 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 고개를 떨굴 필요는 없다. 저놈들이 죽일 놈이지 않느냐?”

칼리아는 탁자에 턱을 괴다가 슬쩍 시선을 위로 올렸다. 낮의 맑았던 하늘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밤하늘은 짙은 구름에 가려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뇌운과 물비린내에 그녀의 눈가가 좁혀졌다.

***

쾅! 카가가가가각!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빠르기로 아트리오가 러셀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묵색 대검의 안쪽 사거리로 들어온 기사가 진각을 강하게 밟는다. 쿵-소리가 나고 마력이 실린 무거운 발걸음에 땅바닥이 움푹 패였다.

아트리오의 시선이 러셀의 빈틈을 찾아 상하좌우, 바쁘게 움직였다. 양손으로 잡은 칼이 아트리오의 허리춤에서 텨져 나오며 수십 개의 빛살을 그렸다.

그에 맞서 러셀 또한 나힐니르를 잡아당겨 기수식을 잡았다. 검과 검이 다시 격돌했다.

“흐으으으-!”

이상한 비명을 토하며 아트리오가 칼을 휘둘렀다. 그의 얼굴은 이미 검게 물든 핏줄이 올라와 눈가와 뺨, 관자놀이를 덮고 있어 보기 흉했다.

“카아아악!”

아까와는 전혀 다른 빠르기와 힘에 러셀이 조금씩 뒷걸음을 쳤다. 그러자 승기를 잡았다고 여긴 것인지 아트리오가 더 거세게 러셀을 몰아 붙이기 시작한다.

콰드드드드!

마치 폭우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아트리오가 내지르는 수십, 수백 개의 검격이 러셀을 내리찍었다.

스스로가 살아있는 칼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내던진다.

러셀의 시야가 검의 잔상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는 그 잔상을 일일이 쳐내지 않고 미간, 눈, 얼굴이나 목과 같이 코트에 의해 방어되지 않는 부위만을 노리는 공격만을 빗겨내거나 흘렸다.

아트리오가 쏟아내는 공격은 당장이라도 피와 살점을 물어뜯기 위해 쉼 없이 몰아치는 짐승의 맹공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전쟁과 전투를 치르면서 쌓아온 경험과 내면에서 용솟음치는 불길과 같은 생존본능을 필두로 한 공격. 그 무자비한 움직임과 아트리오에게서 줄기줄기 뿜어지는 마력 때문에 딛고 있는 길과 주위는 엉망으로 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러셀은 물러서는 것을 멈췄다.

콰앙-!

그의 나힐니르와 붉은 검기가 일렁이는 아트리오의 칼날이 부딪쳤다. 충격과 굉음에 의해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다시 한번 원형으로 쭉 밀려나며 우당탕 나동그라졌다.

콰앙!

대검과 장검의 십자막이가 얽힌 가운데 러셀과 아트리오가 이제까지 중 가장 가까이 붙었다.

러셀의 눈에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아트리오의 얼굴이 보였다. 푸른 안광으로 빛났던 눈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흉폭한 본능과 감성을 지닌 마수들의 눈에서나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이 그 눈에서 넘실거렸다. 붉게 빛나는 두 눈과 짐승처럼 목구멍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울음이 아트리오의 흥분을 보여주었다.

“큭······!”

아트리오가 이를 악물고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러셀은 아까 뒷걸음질 쳤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바위기둥처럼 우뚝 서서 그의 힘을 버텨냈다.

다음 순간, 깡-하는 높고 새된 소리가 울렸다.

“······!”

아트리오의 괴물 같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력을 쏟아부은 것이 무색하게 그의 팔이 위로 들리고 검은 바깥으로 튕겨나 있었다.

칼 손잡이를 놓치진 않았으나 두 손바닥이 화끈한 것이 손아귀가 찢어진 모양이었다. 아트리오는 아직 넘치는 마력을 전신으로 보냈다. 튕겨 난 검을 다시 끌어당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잠깐동안, 아트리오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목격했다. 높아진 인지 능력 덕분에 그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듯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들의 전투에 휘말린 건물의 잔해와 돌, 나무 조각이 깃털처럼 둥실거리며 밀려나고 떨어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높아진 인지력에도 아트리오의 몸은 깊은 물에 잠긴 것처럼 뜻대로 움직이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건 바로 앞의 남자 또한 마찬가지여야했다. 하지만 그는 아트리오와는 다른 공간에 있다는 듯 팔을 휘둘렀다. 그건 분명 아트리오보다 빨랐다.

흐릿한 그림자가 시야를 덮었고, 아트리오는 자신의 오른팔이 어깨 죽지 째로 날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끄아아아······!”

아트리오의 귀에 자신의 비명소리는 기괴하게 들렸다. 그 와중에도 러셀은 멈추지 않았고, 대검을 크게 휘둘러 아트리오의 왼쪽 어깨와 허벅지 어림을 훑었다.

힘이 빠진 아트리오가 무릎을 꿇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말 되니까 묻는 질문에나 답해라. 너-”

그때 러셀의 감각에 경종이 울렸다. 퍼뜩 고개를 올린 그의 눈에 어느새 하늘을 가득 가린 먹구름이 들어왔다. 그 안에서 노랗게 번쩍이는 뇌성과 뇌운도.

삐죽삐죽한 몸체를 지닌 노란 나뭇가지 같은 섬광이 그 먹구름 사이를 지렁이처럼 오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구름을 가르던 번개 줄기가 하나로 뭉치더니, 그대로 지상을 향해 내려쳤다.

그 순간의 잔상이 러셀의 망막에 맺혔다. 구름 전역에서 모여든 벼락의 기운을 한데로 뭉친 다음 마치 궤도 폭격을 하는 것처럼 광선처럼 쏘아진 벼락이었다.

뿌리에서부터 자라난 거대한 나무 기둥 같은 노란 섬광이 러셀의 시야를 가득 채우며 폭포처럼 쏟아졌다. 러셀의 눈에 온전한 자청색이 빛을 뿌리며 번쩍였다.

섬광에 러셀의 몸이 가려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

표현될 수 없는 굉음이 남은 건물의 잔해를 모두 소멸시켰다. 그 중심에 남은 것은 커다란 구덩이와 미처 해소되지 못한 벼락의 잔재들.

그 파괴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아트리오가 땅바닥에서 솟아났다. 그의 바로 옆에는 두 손을 바닥에 대고 있는 거한과 주점을 빠져나갔던 테논과 켈던이 있었다.

“아트리오!”

“오, 비약을 먹었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아트리오는 쓰러져서 경련했다.

그의 상태는 일견에 보아도 좋지 않았다. 두 팔은 모두 어깨부터 잘려 나갔고 다리 또한 당장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달랑거리며 붙어 있었다.

다만 그가 마신 붉은 약 덕분인지 폭증한 마력이 아트리오의 심장을 억지로 뛰게 하며 생명을 잇고 있을 뿐이었다.

테논이 아트리오의 갈라지는 피부와 그 틈새에서 스며나오는 검은 기운을 발견하고 거한을 돌아보았다.

“왜, 왜 이러는 거요?!”

“비약의 영향이다. 변이가 시작된 거지. 이래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재료를 채집하고 싶었던 건데.”

“릭투스, 똑바로 말하시오! 아트리오가 살아날 방도가 있소?!”

“모른다. 죽겠다 싶을 때 먹으라고 준 것이긴 하지만, 아직 임상시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런 위험한 비약을 왜······!”

“이왕 죽을 것이면 죽이려는 놈은 길동무로 삼으라고. 인간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나? 헌데······.”

거한이 고개를 들었다. 그때 빗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하나로 시작된 빗방울은 곧 무수한 빗줄기가 되었다.

쏴아아아-

“아무래도 안 된 것 같군.”

“뭐요?”

파지지지직-

허공에 메아리치던 노란 벼락이 한 곳으로 수렴했다.

저벅, 저벅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 발걸음에 맞춰 검은 코트 자락이 펄럭였다.

“벼락 맞아보는 건 두 번째로군. 유쾌한 경험은 아니야.”

구덩이에서 멀쩡한 신색의 러셀이 걸어나왔다. 그의 왼손에는 대기 중에 가득한 전격을 그러모은 벼락의 덩어리가 뭉쳐져 있었다. 노란 섬광과는 다른, 푸른 섬광의 응집체가 눈부시게 빛났다.

“전격의 속성력을 지니고 있었던가. 인간에게는 드문 속성력인데.”

러셀을 바라보는 거한의 눈동자가 일순 파충류의 동공처럼 세로로 길쭉해졌다가 다시 동그랗게 변했다.

“······.”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둘러싼 마력이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러셀과 릭투스의 손이 동시에 손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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