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북부에 부는 바람 (5)
***
다이어 울프를 타고 달리길 한참. 한밤중이 되어서야 은신처에 도착한 타크만은 길라드의 눈치를 보다가 슬쩍 입을 열었다.
“저, 길라드님. 아까는 왜 물러나신 겁니까?”
“뭐?”
“아까 그놈들 만났을 때 말입니. 마음만 먹으면 한번에 다 죽이실 수 있었던 것- 악!”
길라드의 커다란 손이 타크만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땅바닥에 엎어진 타크만을 차갑게 내려다보던 길라드가 침을 퉤, 하고 뱉었다.
“하여튼 이 새끼, 눈깔은 그냥 장식이냐? 어? 장식이야? 이딴 새끼가 꼴에 마법사라고 확 그냥!”
“컥! 죄, 죄송, 크헉 죄송합니다!”
그의 발길질에 바닥을 뒹굴며 흙먼지를 잔뜩 묻힌 타크만이 덜덜 떨면서 용서를 빌었다.
“너 아까 내가 싸우는 거 못 봤냐?”
“크흑, 예?”
“나랑 그 머리 검은 놈이랑 뜨는 거 못 봤냐고.”
“예, 예. 그, 검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던 여자한테 제압 당해 버린 바람에······.”
타크만의 말에 길라드는 한 손으로 머리를 짚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랑이다 새꺄. 됐고, 앞으로도 그 연놈들이랑은 엮일 생각하지 마라. 귀찮아지니까.”
“예······?”
타크만이 흙과 먼지, 풀이 묻어 더러워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오디스 내에서 성질 더럽기로는 다섯 손가락에 드는 길라드가 직접 이런 말을 하다니.
“프리드가 병신새끼기는 해도 실력은 있는 놈이었다. 칼질 잘 하고, 사람 목 잘 따니까 인성이 개차반이어도 대장씩이나 시켜준 거 아냐. 그런데 지금 꼴을 봐라. 어떻게 됐냐?”
“······.”
“그 새끼 죽고, 다른 놈들 다 뒈지고 너 혼자 남았다. 너희들 전력이 그냥 전력이야? 전원이 다 마력 각성한 놈들에다가 무기술도 수준급인 놈들 아냐. 그런데 그 한 놈한테 다 죽은 걸 보고도 뭐 느끼는 거 없어?”
“저, 저는 마차 반대편에서 마녀랑 싸우는 탓에······ 그, 그년도 엄청난 마법사였습니다! 무려 혈마법을 쓰는 년이었다고요!”
“진 게 자랑이다, 등신아.”
“윽!”
타크만은 프리드가 러셀과 어떻게 싸우다 졌는지 모른다. 거리가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안장에 널브러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까딱하면 혈법사에게 심장이 터져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웠다.
“잠깐이지만 우리 보스 생각이 날 정도였다. 그 검은 머리 놈.”
“예, 예에?”
배를 잡고 끙끙거리던 타크만이 놀란 얼굴이 되어 길라드를 바라보았다.
“저, 정말입니까?”
“그래. 센 놈이다. 알다시피 내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 건 조직 중에서도 보스밖에 없어. 그런데 그 러셀이라는 놈이 비슷한 짓을 해냈단 말이지.”
길라드가 전투를 멈춘 것은 타크만이 살아있는 것을 본 것도 있지만 더 싸웠다간 러셀이 완전히 자신의 속도에 적응할 것을 우려한 것도 있었다.
‘그 자식······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었어.’
그에게 턱을 얻어맞은 러셀이었지만, 싸움이 이어질수록 러셀의 반응속도는 빨라지고 있었다. 오래 싸운 것도 아니었으나 오히려 짧은 전투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있다.
길라드의 머릿속에서 러셀과 치뤘던 전투가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되었다. 대기하고 있으라고 명했던 프리드 일하의 단원들이 아지트에 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가도로 향했다.
이전에도 가도를 지나는 여행자를 털어서 재물을 빼앗거나 죽이는 작태를 봐왔기 때문에 똑같이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판단은 틀리지 않았으나 결과는 달랐다. 기습을 받은 여행자들은 마차가 전복되지도 않았고 누구 하나 죽지도 않았다.
오히려 따라가는 길라드의 눈에 머리나 허리, 혹은 사타구니부터 정수리까지 갈라져 죽은 단원들의 시체가 보인 것이다. 망설임 없는 손속에 깔끔한 단면까지.
단원들을 죽인 놈은 예삿놈이 아니었다.
그렇게 가도에 흩뿌려져 있는 피와 내장, 시체들을 이정표 삼아 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리드의 목을 베는 검은 머리 남자를 발견했다.
짓밟아버릴 심산으로 일격을 날렸으나 검은 머리의 남자는 바로 길라드의 접근을 눈치채고 뒤로 몸을 빼냈다. 자신이 만든 크레이터와 구덩이 속에서 길라드는 천천히 상대를 살폈다.
자신과 필적하는 큰 키에 균형 잡힌 육체. 하지만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력의 양이었다. 특수한 기술을 익히지 않았다면 보다 높은 마력량을 지닌 자는 보다 낮은 마력량을 가진 자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러셀은 알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마력감지를 통해 러셀을 들여다볼수록 검은 심연 같은 이미지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이어진 탐색전 또한 놀라웠다. 턱을 걷어차였지만 거기서 의식을 잃지 않은 것은 그 신체의 강건함을, 마력의 속성변화를 통해 얼음과 뇌격을 이용한 연계기 역시.
감각과 신체 능력은 웬만한 기사를 상회하는 수준이면서 동시에 마법사나 할 법한 속셩변화와 마법 뺨치는 연속 공격까지.
“그, 그럼 아까 그놈이 보스랑 필적할 정도로 강하다는······.”
“이 새끼가.”
“악!”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는 거다. 어디서 보스랑 그놈을 비교해? 거의 비등하게 반응했다는 거지, 보스 앞이었으면 그 새끼도 바로 목 날라갔어. 알겠냐?”
“예, 예!”
뒤통수를 마구 문지르는 타크만을 두고 길라드는 숲속 한복판에 놓인 오두막을 향해 걸어 갔다. 겉보기로는 평범하게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이었다.
하지만 오두막을 가운데에 두고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석탑이나 지면에 얕게 흐르는 마력은 그 오두막이 평범한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문을 연결한다.”
길라드가 낡은 나무문을 열면서 시동어를 말하자 그 안쪽에서 눈부신 빛이 새어 나왔다. 타크만은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 빛과 오두막 주변에 흐르는 마력의 물결을 감탄과 놀라움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이런 마법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쓰는 거니까. 말단들은 알 필요가 없지.”
“그, 그런데 이건 왜······?”
“내가 왜 널 살렸다고 생각하냐? 그리고 이런 거, 저런 거 다 알려주고.”
“어······.”
타크만의 눈에 의문이 어린 순간, 길라드의 손이 타크만의 목줄기를 틀어쥐고 위로 치켜들었다.
“컥, 크헉! 기, 길라, 드님······!”
“증명패로 위치를 알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연놈들의 실력을 알아봐야겠다. 그 머리통 속에 쓸만한 정보를 많이 담아놔야 했을 거다.”
“크헉, 그게, 무슨······!”
“부디 죽지는 마라. 죽어도 아는 건 다 내뱉고 죽어라.”
그리고 길라드는 타크만의 목을 쥔 그대로 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곧 끼이익 소리를 내며 나무 문이 닫혔다.
그와 동시에 석탑들이 우르르 무너지고 지면에 흐르던 마력도 힘을 잃은 채 사라졌다. 어둑해진 숲 안쪽의 오두막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주인을 잃은 다이어 울프 두 마리만이 근처를 서성거리다가 먹이를 찾아 사라지자 숲 안쪽에는 적막감만이 흘렀다.
***
이루실은 꿈을 꾸었다.
아주 어릴 적의 꿈이었다. 대략 14살쯤으로 보였다. 이루실은 짤막한 팔다리와 조막만 한 손을 가진 자신이 어딘가로 뛰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막몽을 꾼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과거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겪는 것은 처음이었다.
똑똑똑.
넓은 대리석 복도를 달리기를 한참, 어린 자신은 어떤 문 앞에 섰다. 어린 그녀의 시선으로는 크고 높아 보이는 문이었다. 하지만 문고리를 잡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어?”
철컥, 철컥.
문고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안쪽에서 잠긴 것이었다. 어린 이루실은 바로 문을 두드렸다.
“동생아! 안에 있어?”
그녀는 러셀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짐작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주위에 장식된 조각상이나 선반에 놓인 도자기, 벽에 걸린 그림 등 모두 어린 자신이 갖다놓거나 장식해 둔 것이니까.
사용인이나 하인들이 둔 것도 있었지만 저 그림은 자신이 직접 그린 것이었다. 아직은 미숙한 실력으로 그린 어린 러셀의 옆모습. 볼살이 통통한 것과 많지 않은 머리숱은 분명 아기였을 적의 러셀이었다.
“동생아아? 러셀? 안에 없니? 누나가 왔는데?”
똑똑똑, 똑똑똑. 똑도독, 똑똑.
“저리 가, 누나.”
“뭐야! 안에 있었네!”
이루실은 어린 자신이 마음대로 손가락으로 문을 두드리고 작은 입술과 여린 목소리로 러셀을 부르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이런 기억이 남아있는 것도 그렇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앳된 목소리를 가진 러셀도 그렇고. 지금은 그녀보다 키가 훌쩍 커지고 목소리도 굵게 변했는데 말이다.
끼이익.
결국 계속되는 두드림을 참지 못한 러셀이 문을 열었다. 여덟 살의 러셀이다. 아직은 그녀보다 키도 작고, 근육도 없는 데다 목소리 또한 가늘다.
이루실은 저도 모르게 꼭 껴안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어린 자신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우읍!”
어린 이루실이 다짜고짜 껴안자 러셀이 바둥거렸다. 14살인 이루실은 여느 또래와는 다르게 키가 크고 몸이 성숙했기에 마음껏 러셀을 바닥에 들어올릴 수 있었다.
“푸하. 그만, 그만 해 누나. 뭐하러 온 거야?”
“당연히 놀러 왔지. 날씨도 좋은데 언제까지 방에만 있을 거야?”
“······아직은 안 돼.”
어린 여덟 살의 러셀이 어린 이루실의 눈을 피했다.
“왜 안 돼?”
“······안 돼.”
그때 러셀이 고개를 돌리면서 이루실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러셀의 자안이 순간 반짝이더니 어린 이루실의 표정이 멍해진 것이다.
“나중에 와. 그때는 놀아줄게.”
“나중에······ 언제?”
이루실은 어린 자신이 멍청하게 질문을 되묻는 것을 놀란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일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러셀의 반응이었다.
“사흘 뒤에. 그때는, 그만 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사흘 뒤. 알았어.”
“이제 돌아서서 방으로 가. 아니면 단련하든지.”
“응.”
그대로 뒤돌아서 가려는 어린 이루실. 그리고 그런 이루실을 보며 자신의 눈을 감싸쥐는 어린 러셀.
본래라면 볼 수 없어야 하는 장면도 꿈속에서는 위화감 없이 볼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릴 때부터 이상하긴 했지.’
그때 전조도 없이 장면이 뒤바뀌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바깥에 있었다.
‘추워······.’
입김이 하얗게 피었다가 사그라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금세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휘몰아친 이상 마력 현상 때문에 하얗게 백화되어버린 나무들.
크르르릉.
그리고 마력에 의해 변질되어 버린 마수들까지.
‘비늘 늑대와 수정 곰. 백사까지.’
갈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하얀 비늘이 돋아난 늑대형 마수와 팔다리에 수정이 생성된 수정 곰. 그리고 아름드리 나무보다 두꺼운 몸통의 뱀까지.
‘클리번 숲의 재앙······ 그런데 내가 여기 온 적이 있었던가?’
그녀가 궁금증을 품을 무렵 마수들이 달려들었다.
이때의 그녀는 아직 마력을 개화하지 못했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마력을 체내에 저장한 다음 육체를 강화할 수는 있었지만 구현은 불가능했다.
비늘 늑대가 들이미는 주둥이를 왼손에 쥐고 있던 방패로 밀어버린 다음 바로 뒤로 굴렀다. 차갑게 얼어붙은 눈덩이가 갑옷 틈새로 스며들며 몸을 둔하게 만들었다.
백화된 나무들은 그 자체로 냉기를 뿜고 있었고, 그녀의 몸은 점차 식어갔다.
크허엉!
수정 곰이 몸통 박치기를 가까스로 흘리고, 똬리를 틀었던 백사가 몸을 옥죄어 오는 것을 칼을 휘둘러 막아냈다.
“하악, 하악, 하악.”
숨이 가빠온다. 입안이 바싹 말라오고, 찬 공기가 드나드는 기도는 칼날로 저미는 듯 쓰라렸다.
어린 이루실은 점차 무거워지는 갑옷과 투구를 벗어버렸다. 방호 주문과 보온 주문은 이미 숲의 마력이 깨부숴버린지 오래였다. 더 입고 있다가는 둔해진 팔다리 때문에 도리어 위험해질 터.
크르르르르.
몸이 가벼워진 것과는 별개로 차가운 속성의 마력은 끊임없이 어린 이루실을 변질시키려 했다.
북부의 이상 마력 현상이 무서운 이유가 이것이다. 식물과 짐승을 마수로 만드는 한편, 인간도 마력에 중독시켜서 괴물로 만드니까.
수많은 마법사들과 학자들이 이 현상에 대해 조사했지만 제대로 알려진 것은 없었다. 그저 대비하고, 또 대비하는 수 외에는.
결국 어린 이루실의 무릎이 꿇려졌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폐 속에 가시가 돋아난 것 같았다.
마수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진다. 죽음이 낫을 드리우는 것이 느껴졌다.
“누나-!”
그때, 흩날리는 눈 때문에 더 고요해지는 숲의 적막을 뚫고 여린 음성이 들려왔다. 어린 이루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저번에 보았을 때보다 한층 더 키가 커지고, 무장을 한 어린 러셀이 달려오고 있었다.
***
자하드 영지는 멀리서부터도 볼 수 있을 만큼 웅장하고 거대했다.
대륙 곳곳에서 전란이 일고 마물들이 날뛰는 와중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영지로 향했다. 영지로 향하는 도로 위의 사람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가득했다.
제각기 두꺼운 털옷과 방한복을 입은 여행객들, 용병들, 상인들과 그 뒤를 따르는 길고 짧은 상단 대열이 성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에 밀려난 구름들이 지평선 저편에서 지고 있는 석양빛을 받으며 붉게 빛났다. 석양빛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비추고 있는 지상을 굽어보다 북쪽에서 시작되어 동쪽과 서쪽을 감싸고 있는 산맥에서 멈춘다.
대륙의 하얀 이빨들, 아운힐나르 산맥이다. 자하드 영지와 인접해 있는 이 아운힐나르 산맥은 그 자체로 괴물과 마물들을 품고 있는 마경이면서 동시에 그 괴물들을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찬란한 석양빛에 만년설이 불타오르면서 흰 산맥은 피를 머금은 삐죽한 이빨이 된다.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괴물들을 잡아먹은 이빨이다.
집무실의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그 멀고 먼 이빨을 바라보던 라하르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디 쯤 있는 건지. 연락 한 통 없으니 원, 답답해 죽겠군.”
그가 이리 혼잣말을 하게끔 하는 대상은 당연히 장녀, 이루실과 장남 러셀이었다. 이루실이 가출해 버린 남동생 러셀을 찾겠다고 나선 지도 벌써 반년이 되어가는데 여태까지 편지 한 통이 없는 것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정말 아무런 편지나 소식도 들려오지 않으니 아버지로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도질 따위에 목숨을 잃거나 다칠 리는 없겠지만 또 모르는 일이잖는가.
그때 라하르트의 귓가에 다급히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예상대로 집무실 앞에서 발소리가 멈추더니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가주님, 궤헤른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게.”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들어와 인사했다.
“무슨 일인가? 이렇게 급히.”
“아, 다름이 아니라! 아, 아가씨와 도련님께서······!”
“뭐?”
시종장의 말에 라하르트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