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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154화 (155/225)

154화 북부에 부는 바람 (2)

북부에서 유명한 전사 집단이자 용병단인 오디스는 도적단이기도 하다. 돈을 주면 싸운다. 그리고 돈이 될 것 같은 놈들을 봐도 싸운다.

그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명제를 내세우며 오디스는 살아남았다. 때로는 뒤통수를 치고, 때로는 배신을 하면서 황량한 설원과 혹독한 추위를 이겨냈다.

이번 습격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두 마리의 질좋은 말이 커다란 마차를, 그것도 호위 기사나 병사들도 없이 굴러가는 것을 보면 욕심이 나는 건 그들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덮쳤다. 이제껏 수백 번도 넘게 해온 습격이었고, 마법사인 기돈의 탐색 주문으로 마차 안에 타고 있는 자들이 네 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고작 네 명을 상대로 전원 마력을 각성한 오디스의 전사들은 차고 넘치는 전력이었다. 화살을 날릴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갑자기 마차 천장을 들고 일어난 덩치 있는 놈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대검을 꺼내 들어 화살을 막고 반사하기 전까지는.

귓가에 바람 스쳐 가는 소리가 비명처럼 느껴질 정도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와중에 대검으로 날아든 화살을 모두 막아내고, 그것도 모자라 방향을 전환함과 동시에 마력을 불어넣어 되돌려 쏘아내는 기예.

인간의 감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초월적인 반응속도와 마력 감응, 통제 능력에 모두가 멍한 얼굴이 된 사이.

유일하게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한 대장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지고, 목구멍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막아!”

소리친 대장은 검을 휘둘렀다.

떠엉!

화살에 담겨있던 마력에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예상한 것보다 더 묵직했다. 그러나 대장은 허벅지와 허리에 강하게 힘을 주고 버텨냈다.

“컥!”

“악!”

전사 중 두명이 화살을 막아내지 못하고 목과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러다가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져 차가운 바닥을 세차게 구르며 나가떨어졌다.

등 위에 태우던 주인들이 사라진 것에 당황한 다이어 울프들이었지만, 옆과 앞에서 계속 달리는 동족과 익숙한 냄새의 다른 주인들을 보며 계속 달렸다.

“이런 시발새끼가! 감히 내 부하들을!”

화살을 튕겨내 목숨을 부지한 대장이 이를 갈며 마차 위의 남자, 러셀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가도 위에서 달리는 마차는 지면의 울퉁불퉁함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고, 그만큼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두 다리로 굳건하게 서 있었다. 발아래의 진동은 느껴지지도 않는 것 같았다.

폭이 넓고 길쭉한 묵색 대검을 든 남자가 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대장을 마주 응시했다. 대장은 검극으로 러셀을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붙어! 붙어서 마차의 바퀴를 부숴라! 저놈은 내가 상대한다!”

“예!”

마차를 따라 좌우에서 나란히 달리는 놈들의 숫자는 이제 여덟이었다. 남은 놈들을 확인한 러셀이 아래를 발로 천장을 퉁, 하고 밟고 외쳤다.

“칼리아! 크라이를 떼어낼 테니 마차의 무게를 가볍게 해!”

그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러셀이 뛰어오르자마자 그 자리에 대장의 검격이 스쳐 지나갔다.

“피했어?”

“그것도 못 피하겠냐.”

공중제비를 돈 러셀의 오른팔이 휘둘러졌다. 파공음을 내며 나힐니르가 크라이를 마차에 고정시켜 두고 있던 줄과 장치를

갈라냈다. 러셀은 크라이의 등자에 앉았다.

“히히히힝!”

세차게 달리던 크라이가 등에 앉은 주인의 무게를 느끼고 울부짖었다.

“가자!”

러셀이 외치자 재차 투레질을 하며 크게 운 크라이가 쭉쭉 치고 나갔다. 이제 마차는 이루실의 말 한 마리만이 끌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마차의 무게와 세 사람분의 무게 때문에 말이 지쳐 쓰러져야 하지만 마차는 멈추지 않고 질주했다.

러셀은 마차에 걸린 칼리아의 마법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방향을 틀었다.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 러셀과 크라이는 마차 왼편에서 나란히 달리는 오디스 전사들과 평행하게 되었다.

“이 새끼가!”

오디스의 전사들은 각자 등이나 허리에 매고 있던 칼과 철퇴, 단창 등을 꺼내 들었다.

태양이 정오를 막 통과해 오후로 내달리는 하늘 아래서 기상천외한 전투가 벌어졌다.

“죽여라!”

늑대를 달리게 하는 대장이 그리 외치면서 마차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왼편에 있는 부하들을 도우면서 러셀을 죽이려는 심산이었다.

러셀은 자신의 목덜미로 날아오는 단창의 창날을 나힐니르로 비껴냈다.

“허억!”

대검에 담긴 무시무시한 힘에 단창을 놓친 전사 하나가 가슴이 크게 열렸다. 그리고 섬광이 늑대의 뱃가죽과 허리, 전사의 상반신을 사선으로 갈랐다.

푸화악!

엄청난 핏물과 내장이 터져나왔다가 세차게 부는 바람에 휘날려 뒤로 사라졌다.

“이 새끼!”

철퇴를 든 놈이 커다란 늑대의 안장에서 다리를 빼내고는 쭈그려 앉았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늑대의 위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은 전사는 곧바로 옆에서 달리는 러셀을 향해 뛰어올랐다.

떠엉-!

위로 치켜든 나힐니르와 위에서 벼락처럼 내리꽂힌 철퇴가 맞부딪치며 둔중한 쇳소리를 울렸다. 1초도 되지 않는 잠깐의 대치 속에서 철퇴를 쥐고 있던 양손 중 한 손이 등 뒤로 돌아가더니 빠른 속도로 등허리에 부착되어 있던 단검을 뽑아 던졌다.

지근거리에서 바로 눈을 향해 날아드는 단검이, 그대로 러셀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잡혔다.

“이런 미친······!”

전사의 경악성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대치를 끝낸 나힐니르가 철퇴를 위로 튕겨내고, 그대로 한 번 더 가로로 그어졌다.

촤악!

허리가 잘려 상반신과 하반신이 나뉜 전사가 허망한 눈으로 나가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글렘!”

잠깐의 공방으로 부하 둘을 추가로 더 잃은 대장이 눈을 벌겋게 물들이며 늑대를 박찼다. 피 냄새에 흥분한 길들여진 마수 늑대가 근육에 힘을 주었다.

아직 살아남은 전사 둘과 대장이 마차의 왼편에서 러셀을 덮쳤다.

마차의 오른편에서는 전사 셋이 각자 쥔 검과 창으로 마차를 타격했다.

그럴 때마다 마차의 바퀴가 흔들리고 옆벽에 상흔이 생기면서 나무 조각들이 뒤로 흩날렸다.

“다 박살 내버려!!”

“으랴아!”

먼저 습격을 한 것은 그들이었음에도 오디스의 전사들은 분노와 증오 어린 눈길로 마차를 때려 부쉈다. 그때 틈이 드러난 마차의 옆벽을 뚫고 검붉은 무언가가 쏘아졌다.

“으악!”

허리를 확 숙여 간발의 차로 피해낸 전사가 마차의 옆벽을 뚫고 나온 것을 바라보았다. 검붉은 몸체를 가지고 겉면에 끊임없이 액체가 흐르는 그것은 창의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창이 회수되자 부서진 옆벽에서 쏘아낸 자가 보였다. 의식을 잃은 듯 누워있는 검은 머리의 여자를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가 위로 덮듯이 웅크리고 있었고, 검붉은 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지닌 미인이 벽을 짚고 서 있었다.

“여자들이다!”

“잡아!”

마차 안에 타고 있는 게 모두 여자들이란 사실을 안 전사 둘과 마법을 다루는 술사 하나가 탐욕이 어린 얼굴이 되어 마차 옆으로 나란히 달렸다.

“피할 수 없는 섬광!”

영창과 수인을 맺은 마법사 하나가 손바닥을 쭉 내밀자 그곳에서 마력으로 빚어진 세 개의 화살이 생성되어 쏘아졌다.

섬광이라는 이름대로 빛살같이 날아든 마법사의 공격은 다만 칼리아의 손짓에 일어난 피의 장막에 가로막혔다. 그 마력과 주문 방식을 본 마법사가 눈을 크게 떴다.

“혈마법! 혈마법을 쓰다니!”

“혈마법이 뭔데!”

“오래전 실전된 흡혈귀들의··· 아니, 그딴 건 됐어! 중요한 건 저 년을 잡아야 해!”

“돈 많이 받을 수 있는 거야!”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마법사의 확언에 남은 두 전사의 눈이 시퍼렇게 빛났다. 체내에 담긴 마력의 발현으로 안광이 새어나오는 현상이었다.

“생포해야 해!”

“팔 다리는 없어도 되겠지? 어차피 여자한테는 쓸모없는 부위더라고.”

“큭큭, 당연하지!”

늑대의 안장에서 단창을 든 전사 둘이 그대로 단창을 던졌다. 마력이 한껏 주입된 단창이 칼리아가 친 피의 장막에 틀어박혔다.

피의 장막을 펼친 그대로 칼리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엘라, 이루실은?”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어. 어떡해? 나도 같이 싸워?”

“괜찮다. 이루실을 지키고 있거라.”

다시 고개를 돌린 칼리아의 눈이 붉은빛으로 섬뜩하게 빛났다.

“저놈들은 내가 잡아먹겠다.”

그녀가 피의 장막을 거두자 바로 앞에서 칼을 내리치려던 전사 하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엉?”

“반갑구나.”

그리 답한 칼리아가 그대로 전사에게 달려들어 손을 전사의 눈구멍에 꽂아넣었다.

“끄아아아, 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던 전사의 비명이 삽시간에 약해지더니 힘을 잃었다. 전사의 전신이 꿀럭거리며 움직이더니 엄청난 속도로 쪼그라들었다.

“후우.”

순식간에 미라가 되어버린 데빌은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버렸다. 근육으로 가득 차 있던 다리는 뼈만 남긴 채 안장에서 빠져버렸다.

포식을 마친 칼리아는 아까보다 더 붉게 빛나는 안광이 되었다가 바로 아래 자신이 타고 있는 늑대를 바라보았다.

“깨갱!”

정수리에 꽂히는 칼리아의 손가락에 마수 늑대가 단말마를 내질렀다. 칼리아의 손가락이 꽂힌 정수리를 기점으로 회색과 갈색의 털을 가지고 있던 늑대의 모습이 변형되었다.

“크르르릉, 크릉!”

아까의 늑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거기 있는 것은 검게 물든 갈기와 붉은 눈동자를 가진 괴물이었다.

몇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사이에 동료와 늑대를 잃은 전사가 소리쳤다.

“데빌턴! 이런 빌어먹을, 타크만! 어떻게 좀 해봐!”

“알아!”

타크만이라 불린 마법사가 다시 수인을 맺고는 앞으로 뻗었다. 주변에 휘몰아치던 바람의 흐름이 그의 손아귀에 모여들더니 그대로 포탄을 쏘아내듯이 칼리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안장에 서 있던 칼리아의 전시이 터지며 핏물이 되었다. 그 모습에 전사 하나가 고함을 질렀다.

“뭐 하는 거야! 생포해야 한다며!”

“아니, 이게 이렇게 되려던 게-”

구속하려던 바람의 마법이 도리어 온몸을 터트려 버린 모습에 타크만이 당황했다.

그때 터진 핏물이 그대로 타크만의 상체에 뿌려졌다. 그리고 타크만은 자신의 몸에 뿌려진 핏물이 그대로 모여들어 아름다운 인간의 상반신이 된 것을 경악 어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의 몸에서 다른 인간의 형체가 돋아난 것 같은 모습.

“흡!”

그러나 마법사는 이성을 유지하는 존재. 대번에 자신의 몸을 핏물로 변환시킨 것을 깨달은 타크만은 곧장 마력을 일으켜 전방위로 내뿜었다. 마력 소모가 극심한, 평상시 같았으면 절대 쓰지 않았을 힘의 방출이었으나 효과는 확실했다.

타크만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핏물들이 일제히 떨어지더니 그대로 허공에서 다시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재생성, 그대로 바닥에 내려앉았다.

“크헝!”

그리고 칼리아의 마법으로 겉모습이 바뀐 늑대가 뛰어오르더니 떨어지던 칼리아를 등으로 받아냈다.

“죽어, 이 괴물!”

그런 칼리아를 향해 남은 전사 하나가 칼을 휘둘렀다. 동료가 죽은 것에 생포하려는 것도 때려친 듯 머리를 향해 정직하게 휘둘러지는 칼날이었다.

채챙-쇳소리가 났다. 전사는 눈을 부릅떴다. 칼리아는 여전히 늑대의 등 안장에서 뒤를 보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런 그녀의 왼손에는 혈기를 통해 뭉쳐 만들어낸 창이 우뚝 서서 전사의 칼날을 막아내고 있었다.

칼리아의 창이 한 바퀴 회전하더니 칼날을 미끄러트려 옆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허공에 섬광이 그어졌다.

미끄러지듯 날아온 창날에 전사의 가슴이 꿰뚫리기 직전, 타크만의 마법이 칼리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목표는 칼리아가 아니라 그녀가 타고 있는 늑대였다.

“깽!”

타크만이 날린 바람의 칼날에 겉가죽이 깊게 배인 늑대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 탓에 균형을 잃은 칼리아의 창날이 전사의 가슴을 벗어나 그 위를 향했다.

“아악! 내 귀!”

석둑 하고 잘려버린 귀를 덮은 전사가 비명을 질렀다. 가진 마력을 거진 다 쓰고, 남은 마력을 박박 긁어모아 바람의 칼날을 날린 타크만이 외쳤다.

“쿨리오! 물러나야 해!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

“좆까! 난 저년 면상을 갈아엎어야겠어!”

왼쪽 귀가 있던 자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쿨리오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안장에 걸려 있는 발과 다리를 움찔거리며 신호를 주자 달리던 늑대가 바닥을 박찼다.

“으아아아-!”

어느새 다른 손에도 칼을 뽑아든 쿨리오가 양손에 든 쌍수 무기를 칼리아에게 내질렀다. 그러나 기세 좋게 날아간 두 번의 검격은 칼리아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거둬졌다.

“내 면상을 갈아엎겠다니, 꿈이 큰 아이로구나.”

칼리아의 눈이 번쩍이며 쥐고 있던 창을 다시 핏물로 변화시켰다. 그녀의 몸에서 일어난 마력과 아까 죽인 데빌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전사의 피가 그녀의 손바닥 사이에서 뭉쳐졌다.

한계의 한계까지 응축된 한 사람분의 핏물이 콩알 정도까지 응축되고, 그녀의 가느다란 검지 끝에서 세차게 회전했다.

“죽음의 선고.”

그녀의 나직한 읇조림과 함께 핏방울이 붉은 선을 그렸다. 전사 쿨리오의 감각이 한순간에 극도로 증폭되었다. 동시에 뒤에서 경악한 타크만은 간신히 짜올린 방어마법을 바로 앞에 겹겹이 배치했다.

그러나 붉은 선은 그대로 방어막들을 종잇장처럼 부수고 쿨리오와 타크만의 심장을 꿰뚫었다.

***

러셀은 세 사람의 하나 같은 합공을 견뎌내고 있었다.

“이, 무슨, 괴물 같은 놈이!”

대장의 경악성이 바람에 휘말리며 흩어질 사이도 없이 오디스의 전사 셋의 무기가 합을 맞춘 것처럼 러셀에게 날아들었다.

러셀은 전후에서 날아오는 칼날 둘을 대검 한 자루로 깔끔하게 막거나 흘려내고는 왼손의 고삐를 툭 당겼다.

그에 크라이가 길게 울부짖더니 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근육질로 뒤덮인 크라이의 검은 네 개의 다리가 힘차게 움직이며 바닥을 밀어내자 곧장 다른 두 전사의 거리가 벌어지고, 바로 앞에서 러셀을 향해 칼을 휘두르던 놈과 가까워졌다.

순간 러셀은 안장 아래에서 다리를 끌어올리고는 그대로 안장을 박찼다. 적지 않은 충격에 크라이가 다리를 휘청거렸지만, 크라이는 버텨냈다.

높은 공중으로 뛰어오른 러셀을 향해 아래에서 달리는 놈들이 각기 가진 단창을 안장에서 꺼내들어 던졌다. 마력을 휘감고 날아오는 단창들이 매섭게 회전하며 러셀을 노렸다.

그 순간 러셀의 대검이 흐릿한 잔상을 그리며 그의 전방위를 감싼 검막을 만들어냈다. 단창들은 그런 검막을 뚫기 위해 제자리에서 회전하며 애쓰다가 힘을 잃고는 튕겨 나갔다.

단창을 막아낸 충격으로 더 공중에 머무른 러셀에게서 검고 하얀 무언가가 각각의 궤적을 그리며 정반대로 날아갔다.

“커헉!”

가슴부터 등까지 나힐니르에 꿰인 전사가 피 섞인 기침을 토했다. 그리고 러셀은 떨어지면서 나힐니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나힐니르가 딸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몸이 나힐니르를 향해 끌어당겨졌고, 러셀은 앞에서 달려가고 있던 늑대의 커다란 등에 내려앉았다.

“크르릉!”

허락도 없이 탄 러셀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낸 늑대가 곧바로 몸을 흔들며 그를 떨쳐내려 했다.

러셀은 죽은 시체의 몸에서 나힐니르를 뽑아든 다음 발아래로 충격을 내뿜으며 다시 뛰어올랐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등뼈가 박살난 늑대가 바닥에 처박히고 러셀은 다시 크라이의 안장에 내려앉았다. 그가 뒤로 손을 뻗자 머리에 도끼를 박은 채 축 늘어져 있던 시체가 통째로 그에게 끌려왔다.

러셀이 마지막 서리에 머리가 박혀 죽은 전사의 시체를 휘휘 털어 뒤로 흘려보내자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장이 멍한 표정이 되었다.

“이건, 시발. 반칙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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