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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149화 (150/225)

149화 무너짐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늪지대가 된 땅은 질퍽였다. 러셀은 어느새 다시 숲에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나무들은 아니었다. 마치 가시처럼 위로 뾰족하게 끝을 세우고 가지는 하나도 없는 송곳들의 숲이었다.

러셀은 뒤를 돌아보았다. 한 걸음을 기점으로, 그는 더 깊은 숲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들이쉬는 공기에서 톡 쏘는 고통이 느껴졌다.

지금 그가 서 있는 공간은 이제 다른 세계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공기가, 대지가 그를 배척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를 잡아먹기 위해 위협적으로 날을 세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부츠의 밑창만 젖을 정도였던 늪은 이제 발목까지 그 수위가 오르며 걸음을 더디게 만들었다. 그냥 진흙이 아니고, 고농도의 마력이 함유된 진흙이었다.

숨은 쉬기 어렵고, 기동성은 제한되고 있는 상황.

러셀은 최대한 가늘고 옅게 숨을 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어둠 속에서 그의 자청빛 안광이 도깨비불처럼 번쩍였다.

불친절한 공간은 계속해서 그의 공간지각을 흐트러뜨리고 미로에 들어선 것처럼 길을 꼬았다. 하지만 러셀이 눈을 뜬 직후부터 그런 허상은 통하지 않았다.

이따금씩 공간과 공간의 틈새에서 마수들이 나타나 덮쳤으나 모두 칼질 한 번, 도끼질 한 번에 목이 몸통에서 분리되거나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갈라지며 죽었다.

그리고 러셀은 모든 공기와 사악한 마력을 주관하는 공간의 중심점에 도달했다. 그는 고개를 한껏 젖혔다.

“꽤 크군.”

그 나무는 엄청난 높이를 자랑했다. 높이만 해도 칠십 미터를 훌쩍 넘길 듯했고, 폭도 넓었다. 보통 나무를 생각하면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생각하겠지만 이 이계종 나무는 달랐다.

마치 심장이 박동하는 것처럼 일정한 박자의 꿈틀거림이 뿌리에서 시작해 기둥을 타고 줄기 끝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나무의 중심에서 껍질이 물결을 치더니 곧 커다란 눈동자가 하나 나타났다.

-···내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놈이 바로 네놈이었구나. 인간.

러셀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가 곧바로 앞의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마지막 서리를 대뜸 던져버렸다.

파공성을 만들며 날아간 도끼는 나무의 눈동자 바로 앞에서 불티를 내며 튕겼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것인지 나무가 부르르 떨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이, 건방진! 하등종이!

“피차 자기 소개할 시간은 생략하자고.”

마지막 서리를 마력의 실로 끌어당겨 다시 손아귀에 쥔 러셀이 바닥을 박찼다.

-카르도!

공간을 울리는 낮고 거친 목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투명한 칼날들이 러셀에게 날아들었다. 이 공간은 저 이계종의 괴물 나무가 지배하는 권역이나 다름없었고, 그렇기에 대기 중에 흐르는 마력을 의지만으로 간단하게 마법으로 만들 수 있었다.

파캉!

하지만 투명한 역장의 칼날들은 러셀의 피부를 가르지 못했다. 공중에서도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인 러셀의 도끼가 순차적으로 칼날들을 모두 쳐낸 것이다.

-빌어먹을, 아직 때가 무르익지 못했는데······.

괴물 나무가 불안하다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기생체를 퍼트려 짐승들을 마수로, 괴물로 만들고 그를 통해 공간을 잠식해나가고 있었건만.

갑작스레 쳐들어온 러셀이 기껏 만들어놓은 마수들을 모두 박살을 내고 쳐죽임으로써 괴물 나무의 계획은 상당 부분 어그러지고 말았다.

당장 괴물 나무가 있는 숲의 안쪽에서 바깥까지 뻗어나가던 이계의 균열이 멈추고 수복 되는 것이다. 그 속도는 무척 느렸으나 방심할 수 없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몸을 키워왔는데! 여기서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다!

나무의 뿌리가 요동치며 일어나고 어두운 하늘을 향해 찌르고 있던 검은 나뭇가지들이 일제히 러셀을 향해 쏘아졌다.

역장의 칼날들을 부순 반동으로 아직 허공에 떠 있던 러셀은 아래와 위에서 덮쳐오는 모든 공격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마지막 서리가 마력을 받고 한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카롭게 일어난 뿌리와 나뭇가지들이 러셀을 꿰뚫으려는 찰나, 러셀은 두 손으로 마지막 서리의 도낏자루를 잡더니 힘껏 아래를 향해 던졌다.

구불텅하며 덩치를 키우면서 원뿔형으로 러셀을 공격하려던 뿌리들의 한가운데로 마지막 서리가 빛살 같은 속도로 쏘아졌다. 뿌리에 비하면 한없이 작았던 도끼가 뿌리의 겉면과 맞닿은 순간, 하얀빛과 함께 무시무시한 냉기가 폭사했다.

-이, 이건···?!

당황한 나무 괴물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원뿔형으로 올라오던 뿌리가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러셀은 남아있던 마력 전부를 쏟아 넣은 도끼가 뿌리를 얼려버리는 것을 확인하고 코트 속에서 나힐니르를 꺼내 휘둘렀다.

그 베기에 검은색의 나뭇가지들 첨단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기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고 다시 러셀을 감싸고 죽이기 위해 쏘아졌다.

러셀의 나힐니르가 검은 선을 허공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마력 한 줌도 없이 육신의 힘만으로 검을 휘둘렀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러셀의 간단한 칼질 한 번에 러셀을 향해 쇄도하던 나뭇가지들이 우후죽순 갈라지며 길을 비켰다.

러셀은 멈추지 않았다.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전쟁의 화신이 되어 끝없이 길을 만들고 걸어 나갔다.

그의 자청색 눈은 아까부터 번쩍이며 빛나고 있었다. 러셀은 모든 마력을 쏟아냈음에도 지치지 않고 몸을 움직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몸을 멈추진 않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자색의 빛이 회전하며 어두운 길을 밝히고, 그에게 적대적으로 구는 마나의 흐름을 억눌렀다.

사방에 가득한 나뭇가지와 뿌리가 뭉친 쐐기꼴의 공격을 쳐내고 그 간극을 파고들며 길을 찾아냈다.

-크아아아아!

이름도 모르는 이계종의 괴물 나무가 비명을 지르며 러셀을 상대했다. 공간이 흔들리고 있었다.

끼기기기기긱!

나무 괴물이 내지른 수십 갈래의 나뭇가지들이 러셀의 주위에 꽂히고 공명하며 막대한 진동파를 발생시켰다. 웅웅거리는 진동파 속에서 러셀의 나힐니르가 달의 성력을 환하게 밝혔다.

묵색의 검신 위로 푸른색의 기운이 불꽃처럼 일렁거리며 타올랐다. 세계를 지탱하는 신의 힘에 나무 괴물이 일으킨 마력이 햇살 아래 눈처럼 녹아내리며 근간을 잃었다.

러셀은 어느새 나무 괴물의 지척에 이르러 있었다,

-안 돼!

위험을 직감한 나무 괴물의 눈동자에서 섬광이 쏘아졌다. 그야말로 빛과 같은 속도로 쏘아진 파괴의 광선이었지만, 러셀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했을 때부터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따앙, 하고 큰 소리가 나면서 광선이 굴절되어 바닥을 때렸다.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굉음과 함께 공간이 재차 우르르 흔들렸다.

-이, 무슨···!

신음을 내뱉은 나무 괴물이 다시 눈동자에서 광선을 쏘아냈다. 자신의 몸체를 이루고 있는 마력과 침식 공간의 수복도 멈춘 채 쏘아내는, 제 살을 깎아 먹는 짓이란 걸 알면서도 행하는 공격이었다.

지금 이 순간 러셀을 먼저 죽이지 않으면 이제까지 이뤄놓은 모든 공작이 도로 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러셀의 대검은 느릿하게 움직이면서도 모든 광선을 빗겨냈다. 차분한 얼굴에서 번뜩이는 싸늘한 안광은 한없이 예리한 시선으로 모든 광선의 궤적을 읽어냈다.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 괴물의 눈알이 광선을 쏘아낼수록 그를 향하던 다른 공세는 도리어 주춤하고 있다.

그의 숨을 막히게 하는 공기는 점차 독성을 잃어가고, 당장이라도 그의 발목과 허벅지를 쥐어서 부러뜨리려는 뿌리의 힘은 약해졌다.

쉬지 않고 생성되어 그의 팔다리를 노리던 역장의 칼날들도 그 수가 줄어들었고 머리를 향해 내리꽂히던 나뭇가지들은 굵기와 힘 모두를 잃은 채 가늘어졌다.

러셀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음에도 광선들을 모두 비껴내면서 걸어간다는 것 자체가, 그의 감각이 경지에 이르러 더 높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어느 새부터인가 고갈되었을 마력이 러셀의 전신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계기는 그의 눈이었다. 육신의 감각을 넘어 세상의 이면을 보고, 차원의 벽을 넘어와 이계의 침식이 이뤄지고 있는 새로운 공간에서 뜨인 눈은 게걸스럽게 번쩍이며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자색의 마안에서 흘러나오는 마력과 빛이 역으로 이계의 마력을 잡아먹고 침식해 나갔다.

이제는 알 수 있다. 이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저 이계종의 살의와 집착, 감정의 물결.

“쿠헬라움토, 그게 너의 이름이군.”

-그, 그걸 어떻게······?

“보이니까.”

-뭐?

갑작스런 러셀의 말에 나무 괴물, 쿠헬라움토의 나무 몸체가 움찔 떨렸다. 세계수처럼 하늘을 높이 찌르고 대지를 거대한 뿌리로 움켜잡았던 나무는 이제 한없이 초라해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여전히 웅장한 거체를 이루고 있으나, 그 속을 이루고 있는 진신은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그 와중에 진명까지 불리자 쿠헬라움토의 눈동자가 한없이 떨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러셀이 한 손을 뻗자 저편에서 뿌리를 꽁꽁 얼리고 있던 마지막 서리가 부름에 응답해 날아왔다. 얼음덩이가 된 뿌리들이 산산조각나며 하얀 결정 조각들을 흩뿌리며 부서졌다.

쩌저저저적-

커다란 유리가 깨지는 듯한 굉음에 러셀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구름조차 없이 회색으로만 가득한 반구형의 천장에 실금이 그어지는 것이 보였다.

조각난 천장이 부서져 떨어질 때마다 그 틈 사이로 구름이 걷힌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럴, 이럴 수는······

망연자실한 목소리를 내는 나무 괴물의 눈동자가 희번뜩 러셀을 노려보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완전히 넘어올 수 있었다···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시끄럽다.”

날뛰기 시작하는 나무를 향해 러셀이 재차 바닥을 박찼다. 그대로 두꺼운 나무껍질에 오른 러셀은 중력을 무시하는 움직임으로 달렸다. 수직으로 곧게 올라 달려가는 그를 향해 남은 가지들이 뱀의 혀처럼 구불거리며 거리를 좁혀왔다.

검은 잔상으로만 보일 정도로 빠르게 대검을 휘둘러 모든 공격을 빗겨낸 러셀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 오랫동안 ‘눈’을 뜨고 있었어.

이를 악문 러셀은 쉬지 않고 다리를 움직였다. 애초에 마안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어버린 이 공간에서 제대로 길을 찾을 수도, 마수들과 싸워서 살아남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오랫동안 눈을 뜨고 저편의 힘을 받아들인 탓인지 몸 이곳저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식 공간의 천장이 무너지고, 흩날리는 파편이 검은 결정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러셀을 향해서는 여전히 솟구치는 검은색의 가지들이 시야를 유린하며 그의 육신을 가르기 위해 날뛰었다,

카가가가가가각!

수직으로 디디고 있는 나무껍질 안쪽에서 찔러 들어오는 가시들의 움직임은 한 호흡에 수십 번을 넘기며 그에게 방어를 강요하고.

호흡하는 대기는 한없이 압축하며 러셀의 폐를 짜부라뜨리려 했다.

오오오오오오오-

아까부터 미친 듯이 울고 있는 대기의 흐름이 회오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거대한 나무를 수직으로 타고 오르는 러셀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회색의 바람.

날아드는 공격들을 왼손의 마지막 서리와 오른손의 나힐니르로 쳐내고, 흘려내고, 빗겨내고, 피할 수 없는 사각의 공격은 그냥 몸으로 때우면서 러셀은 질주했다.

-이제 좀 죽어라, 인간!

그때 외침과 함께 두꺼운 가지들의 몸체에서 작은 눈동자들이 눈꺼풀을 열며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눈알 자체가 틈을 비집고 나와 바라보는 듯한 끔찍하면서도 섬뜩한 광경.

지이이이잉-!

수십 개의 눈동자에서 일제히 쏘아진 광선이 러셀을 노렸다. 그는 당장 나힐니르를 수직으로 세운 다음 검면으로 그 광선들을 막아냈다.

그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열량에 러셀의 다리가 뒤로 밀렸다. 애초에 지금 러셀은 중력에 거스르며 수직으로 서 있었기에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힐니르가 빨갛게 달아오르며 칼 손잡이를 쥐고 있는 오른손에서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하아!”

그때 기합을 내지른 러셀의 발 아래에서 충격파 마법이 터졌다. 꽝, 하고 울린 진동에 나무의 거체가 진동하고 충격은 그 안쪽까지 날카롭게 침투해 들어갔다.

-컥!

쿠헬라움토가 숨이 막힌 듯한 신음을 내뱉고 광선들의 공세가 일순 멈췄다. 그 순간 러셀의 몸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움직였다.

쒜에에에엑!

여전히 수직으로 딛고 서 있는 바닥을 박차면서 쏘아져 나간 러셀의 두 손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궤적에 걸려있던 모든 가지들이 잘려 나가며 잔해가 흩날렸다.

그 모든 잔해를 뿌리쳤을 때 러셀은 어느새 나무의 중심, 커다란 눈동자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동공이 거칠게 흔들리며 러셀을 바라본다.

-잠······!

쿠헬라움토가 뭐라 말하기도 전, 도끼와 대검이 동시에 눈동자에 틀어박혔다.

끼에에에에에엑-!

그러자마자 엄청난 굉음이 공간을 격하고 터져 나왔다. 마치 이 세계 자체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굉음. 천장의 무너짐과 지평선에서 찾아오는 파괴의 물결은 더없이 빠르게 중심으로 다가왔다.

눈동자가 펑-하고 터지며 대량의 핏물이 쏟아졌다. 동시에 침식 공간이 완전히 무너졌다.

거대한 나무가 통째로 쓰러지면서 러셀 또한 지지대를 잃고 허공에 붕 뜨게 되었다. 러셀은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태였다.

오랫동안 뜨고 있던 눈을 통해 알 수 없는 기운이 몸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기운을 마력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마력 회로가 과하게 달궈져 있었다.

전신이 마치 뜨거운 불길로 지져지는 듯한 통증이 엄습했다.

‘눈을, 감아야 해.’

러셀은 폭주하는 마력을 억누르면서 집중력을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부유감, 피부 안쪽에서부터 느껴지는 작열통, 혈관과 혈관을 타고 불덩이가 오가는 듯한 통증까지.

집중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러셀은 눈꺼풀을 꾹 감고 마력을 통제했다. 과하게 혹사당한 회로가 피로와 고통을 호소했지만 러셀은 지금 마안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어떤 징조도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1초가 마치 수십 분은 되는 듯한 인지 감각 속에서 러셀은 최선을 다해 마력을 조작, 통제했다. 눈꺼풀을 뚫고 바깥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의지와 상관없이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현상에 러셀조차 당황했다. 그리고 무너지는 공간의 잔해 속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닿았다.

-러셀.

그 목소리를 끝으로 러셀은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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