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이상현상 (2)
마을의 장정들도 두려워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오히려 도망치기 바쁜 마수들 앞에서, 저 이방인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커다란 도끼와 검 한 자루로 마수의 머리를 댕강댕강 잘랐다.
토드는 이방인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에게는 뭔가 번쩍, 하고 하얀 검광이 일어나면 꼭 마수의 신체 한 조각이나 두 조각 이상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만 보였다.
사방으로 피와 살점을 흩뿌리며 돌아가던 발이나 다리가 땅에 떨어지면 마수들은 고통에 겨운 신음을 내지르며 헐떡거렸다. 그러다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마수들이··· 공포를 느낀다고···?’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얼이 빠지기도 잠시. 마수들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모두 머리나 심장이 꿰뚫려 죽었다. 아무리 마력으로 육체가 거대해지고 가진 힘이 증대된다고 해도 그 구조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물론 만티코어라는 전설적인 마수처럼 여러 맹수의 일부만 혼합된 괴물 같은 것도 있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이곳에 그런 키메라 같은 괴물은 없었다. 그저 마력에 중독되어 이지를 완전히 잃고 인간의 뇌와 피, 살점을 탐하게 될 뿐이지만. 물론 그것도 심각한 일인건 확실했다.
촤악, 하고 대검과 도끼에 묻은 피를 뿌린 이방인은 무기들을 갈무리하고는 토드 앞에 척척 걸어왔다.
토드는 무거운 몸을 일으킬 생각도 못 한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방인, 러셀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는 차가운 듯, 혹은 무심한 듯 감정을 알아보기 힘든 눈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토드는 어째서인지 계속 그 눈을 마주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떨궜다. 아까까지 충만했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고개를 숙이자 러셀의 신코가 보였다. 그때 러셀의 손이 토드의 멱살을 잡더니 훌쩍 일으켜 세웠다.
육중한 토드의 몸을 무슨 어린아이 세우듯 일으킨 그가 말했다.
“설명 좀 해주셔야겠어. 왜 숲의 짐승들이 저 난리들인지. 결계는 또 뭔 말이고.”
토드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저 눈앞에서 거짓을 말할 수는 없었다.
토드는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마을의 인근 숲이 이상해진 것은 대략 이주일 전쯤이었소···.”
흰 순록 마을은 평온하지는 않았어도 맹수의 습격은 많지 않았고, 마수 또한 드물었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초식 동물들의 씨가 마를 정도로 맹수가 많아지더니 이후에는 그 맹수가 마력에 의해 마수가 되어 사람들을 덮치는 일도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벌써 세 사람이 실종되었고 마을 주민들은 모두 그들이 죽었다고 받아들였다. 사방에 널브러진 피와 살점이 숲 한 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마을의 유일한 사제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엔리르 신의 사제 토드가 나섰다. 엔리르는 태양이나 정의, 죽음과 달보다는 알려져 있지는 않은 신이었다.
그럼에도 짐승과 관련해선 괜찮은 축복과 결계술을 가진 종파이기도 했기에 토드는 요 며칠 간은 효과적으로 마수와 맹수들을 마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숲과 나무 사이로 흐르는 사악한 마력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맹수를 넘어 초식동물들까지 마수로 변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연히 처음보다 약해졌고, 수시로 보완해야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마수들과 숲에서 사냥, 벌목을 통해 생계를 영위하는 벌목꾼 사냥꾼들은 결계의 방해가 되었고 사제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성력의 소모량이 많아졌다.
결국 오늘 결계의 한 축이 완전히 무너짐에 따라 마수화 된 숲의 짐승들이 마을을 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처음 보는 이방인이 모두 도륙해버렸다.
토드는 아직까지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저편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널브러져 있거나 아니면 꽁꽁 얼어붙어 부서져 있는 얼음덩이 사체들을 보면 절대 꿈이 아니었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괴, 괴물, 으아악!”
토드가 막 러셀의 질문에 대답했을 때 마을에서 비명과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러셀이 바로 고개를 들어 살피니 마을의 반대 방향에서 마수 세 마리가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하늘에는 거대한 독수리였고, 지상에는 멧돼지와 말 한 마리씩이었다.
방금 러셀이 처치했던 모든 마수들보다도 커다란 덩치에 가진 마력이 상당했다.
그 결계가 깨진 여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지금 마수들은 인간을 죽이고자 하는 흉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었다.
“러셀!”
오두막에서 바로 이루실과 아엘라시스가 뛰쳐나왔다. 마지막으로 칼리아가 나왔다. 그녀는 그림자를 실체화한 인형을 만들어 데이브와 데이지를 업고 있었다.
“마수들이야. 지금 마을 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고. 일단은 저것부터 해결하고 다른 것들을 해결하자고.”
러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루실은 여느 때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평안한 얼굴이었다. 아엘라시스는 막 휴식을 취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이때에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한 것인지 미간을 모은 짜증스런 표정이었다.
토드가 얼떨떨한 얼굴과 목소리로 말했다.
“우, 우리 마을을 도와주려는거요?”
“저녁도 먹고 잠도 자야 하는데, 시체와 쑥대밭 사이에서 그러기는 싫으니까. 도와줘야지.”
토드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가운데 러셀은 칼리아를 보며 말했다,
“칼리아, 그 남매랑 말 잘 챙겨줘. 주변에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알겠다.”
미소를 지은 칼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러셀은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 마을을 향해 달렸다.
토드는 멍하니 그들이 마을의 입구를 넘어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황급히 일어나 뒤따라갔다.
“가, 같이 갑시다!”
작은 마을은 이전부터 써왔던 목책을 그대로 써온 듯했다. 낡아빠진 나무는 군데군데 썩어 있었고 툭 치면 그대로 넘어갈 것처럼 부실했다. 망루 같은 감시 요새도 세워져 있지 않았다.
이 마을이 얼마나 오랫동안 평화로웠는지, 혹은 근방이 위험에 그리 노출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러셀은 경비도 세워져 있지 않은 입구를 자연스럽게 통과했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은 집과 집이 가까이 다닥다닥 붙어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하나의 커다란 건물처럼도 보이는 집들 사이를 빠르게 넘기던 러셀이 두 갈래 길에서 멈췄다.
“누나, 저쪽으로 가면 커다란 말 한 마리가 있을 거야. 누나는 그 말을 맡아줘.”
“응.”
이루실을 보낸 러셀은 바로 아엘라시스를 바라보았다.
“아엘라, 너는 위로.”
목공소로 짐작되는 건물 지붕에 올라선 러셀은 집과 집을 부수고 박살내며 난동을 부리는 멧돼지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무, 물러서지 마!”
“으아아아!”
일단의 장정들이 보였다. 각자 낡은 누비옷에다가 가슴과 어깨, 복부에 철판을 덧댄 갑옷을 입고 창과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마수 앞에 선 그들의 다리는 볼품없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쿠르르륵, 쿠륵!
커다란 멧돼지의 체고는 이미터에 달했다. 검정과 갈색이 섞인 두껍고 뾰족한 체모들은 마치 고슴도치처럼 날카롭게 일어서 있었고, 눈동자는 붉었다.
커다란 입에서는 투명한 침이 줄줄 흘러내렸고, 입가의 양옆에는 커다랗게 돋아난 흰 어금니가 반짝였다. 그리고 그 어금니에는 이미 사람 하나가 꿰뚫린 채 바들거리고 있었다.
“컥, 컥···.”
도망치다가 뒤에서 어금니에 찔린 듯한 남자는 피에 젖은 손으로 배를 뚫고 나온 어금니를 붙잡다가 축 늘어졌다.
“네이튼!”
남자를 알고 있던 자인지 누군가가 이를 갈면서 외쳤다.
남자가 그렇게 죽자 멧돼지의 입에서 푸르딩딩한 혀가 촉수처럼 길게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남자의 시체를 둘둘 감아 어금니에서 빼내더니, 그대로 입으로 구겨 넣어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아아···.”
그 혐오스러우면서도 두렵고, 끔찍한 광경에 마을 주민들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누군가는 손에 힘이 풀리는지 덜그렁, 하고 창이나 도끼, 칼을 놓쳤다. 멧돼지 마수는 그런 사람들의 두려운 감정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입가를 비죽이 올렸다. 마치 웃기라도 하는 듯했다.
마수는 순식간에 사람 하나를 꿀꺽하고 삼켰다. 그리고 주둥이를 크게 벌렸다.
러셀의 눈에는 멧돼지의 몸속에서 증폭되어가는 마력이 성대를 타고 토해지려는 것이 보였다.
지붕과 지붕을 넘나들며 달려가던 러셀이 도착한 것은 멧돼지가 막 주둥이에서 괴성을 뿜어내려던 찰나였다.
꿰에에에에-!
돼지 우는 소리를 수백 배 증폭한 듯한 굉음에 주변의 건물이 부서지고 창문과 벽, 판자가 박살 나 흩어졌다. 소리 자체가 공격이 되어 오고 있었다.
근처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눈과 코, 귀, 입에서 피를 왈칵 뿜으며 쓰러졌다.
그때 끝없이 퍼져나가던 소리의 파동이 어느 지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기 시작했다. 그 지점은 공기의 부딪침과 떨림으로 하얗게 일어나 있었고, 그 범위는 점점 좁혀졌다.
“어, 어?”
“뭐지?”
“이보게들, 괜찮나?”
“사, 사제님?”
무거운 몸을 이끌고도 용케 뛰어온 사제 토드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자들을 한곳으로 이끌었다. 소리의 파동 공격에 쓰러지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그를 도와 구석으로 도망쳤다.
러셀이 하늘을 보니 둥둥 떠 있는 아엘라시스가 두 손을 아래로 뻗으며 마력을 방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백발을 휘날리는 아엘라시스의 얼굴은 회색 하늘만큼이나 차갑고 냉정해 보였다,
곧 허공이 출렁일 정도로 강력한 소리의 파동은 일정한 거리에서 힘을 더 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끼아아아악!
아엘라시스의 고개가 돌려졌다. 하늘 한 편에서 검은 몸체와 날개를 지닌 독수리가 활강하며 내려오고 있었다. 두 개의 앞다리를 쭉 뻗고 검은 발톱을 활짝 펼치고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아엘라시스의 몸을 붙잡고 뜯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엘라시스의 회청색 눈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짙은 구름 사이에서 우르릉 하고 천둥이 울렸다.
벼락과 독수리가 어우러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
멧돼지 마수는 자신의 울음이 더 이상 퍼져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주둥이를 닫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공격을 막은 상대방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붉은 눈동자가 희번득거리며 허공에 길쭉한 붉은 선을 이리저리 그렸다.
하지만 하늘 높이 떠 있는 아엘라시스를 찾지는 못하고, 바로 앞에 내려선 러셀만 보일 뿐이었다. 붉은 마수의 눈과 러셀의 자청색 눈동자가 마주쳤다.
꽤액, 깨애애액!
멧돼지 마수가 신경질이 난다는 허연 콧김을 훅, 내뿜더니 그대로 다리에 힘을 주었다. 비정상적으로 커진 다리 근육이 내지르는 힘에 바닥이 퍽, 하고 부서지고 멧돼지의 몸체가 쏘아졌다.
허연 어금니 두 개를 마치 뿔처럼 내밀고 돌진해오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어, 어어!”
“저, 저!”
“도망쳐!”
마수의 돌진에 사람들이 우르르 흩어졌다. 그때 도망치던 이들 중 아이 하나가 넘어지며 울었다.
“레넌! 안 돼!”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인이 다급히 달려와 아이를 끌어안았다. 멧돼지 마수는 러셀과 그 뒤의 모자 모두 짓이겨 버리겠다는 듯 달음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러셀과 마수의 충돌이 머지않았을 때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하지만 꽝, 하는 굉음만 울렸을 뿐 누구의 비명 소리도 퍼지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눈을 떴을 때,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코트를 입은 남자가 한 손만 뻗은 채 멧돼지의 돌진을 멈춘 것이다. 그는 뒷걸음 하나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에 반해 그의 뒤편 바닥은 넓은 부채꼴로 갈라져 있었다. 멧돼지 마수는 러셀의 손바닥을 더 밀지 못하고 우뚝 서 있었다.
러셀은 멧돼지의 콧잔등이 손바닥에 닿은 순간 거체에서 쏟아진 힘을 손바닥, 어깨, 허리, 무릎 발뒤꿈치 순으로 통과시킨 다음 뒤쪽의 바닥으로 흘려넘긴 것이다.
그건 전사경의 발동 원리를 역순으로 해서 상대방의 힘을 해소한 기술이었다.
반발력을 이용한 힘을 관절과 마력 회로를 통해서 증폭시켜 주먹이나 발, 혹은 다른 신체 부위로 내뿜을 수 있는 과정을 이번에는 상대가 내지른 힘을 해소시키는 방향으로 이뤄낸 것이었다.
말로만 해선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극한의 찰나마저 인지할 수 있는 감각과 신체의 모든 근육을 하나하나 통제할 수 있는 통제력, 그리고 단련된 마력 회로를 통해 힘을 흘려넘겨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기예였다.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멧돼지가 어리둥절하면서도 폭급한 눈동자를 러셀에게 향했을 때 러셀의 반대쪽 손이 주먹을 쥐고는 어깨 뒤로 젖혀졌다. 그리고 쏘아졌다.
쾅!
사람의 주먹이 냈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와 함께 멧돼지 마수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뒤로 물러섰다.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고 시야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듯 다리가 꼬이더니 쿵 하고 주저앉았다.
웨에엑!
머리와 몸속을 한방에 흔든 충격에 마수의 입에서 피가 와락 쏟아졌다.
하지만 피를 쏟은 것도 잠시, 마수의 전신에서 아지랑이 같은 마력이 스멀거리며 피어올랐다. 러셀은 마수의 내장을 곤죽으로 만들었던 자신의 마력이 도리어 잡아먹히고 재생되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신기한 놈들이군.”
멧돼지 마수가 일순 입을 다물더니 눈동자를 붉게 빛냈다.
그러자 전신에 빽빽하게 자라나 있던 두꺼운 체모들이 파도가 출렁이는 것처럼 일어나더니 러셀을 향해 몸을 눕혔다.
파바바바박!
송곳처럼 뾰족한 체모들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응축되어 있던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수백 발의 화살들이 쏘아지는 것 같았다.
근거리, 코앞에 있었던 러셀은 당장에라도 그 가시들에 온몸이 꿰뚫려 난자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쏘아지던 가시들은 모두 허공에 멈춘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린 채 그 마법과도 같은 광경을 지켜봤다.
러셀은 체모를 모두 쏘아내 붉은 속 피부를 여과없이 드러낸 멧돼지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수는 점차 다가오는 러셀을 보며 물러서다가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마수의 마력은 모두 소진되어 있었고, 붉은 눈에는 투지나 살의 없이 그저 두려움만 남아 있었다. 러셀은 그 눈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알아차렸다.
“그래, 잘 봐두라고. 네놈도 같은 꼴 되게 해줄게.”
그리고 번개같이 휘둘러진 러셀의 주먹이 마수의 머리를 꿰뚫고 들어가 뇌를 파괴했다. 그리고 주먹에서 청색의 벼락이 일어났다.
츠츠츠츠츠!
머리에 러셀의 주먹이 박힌 채 부들부들 떠는 멧돼지 마수의 눈과 코, 입에서 검은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곧 흰 연기가 뿜어졌다.
쿠웅.
멧돼지 마수의 눈이 위로 휙 돌아가며 흰자만 남았을 때, 멀리서 또다른 마력 하나가 사그라지는 것이 러셀의 마력 감지에 걸렸다.
이루실 또한 훌륭하게 다른 마수를 쓰러트린 것이었다.
“떨어진다아!”
아엘라시스의 비명과 함께 커다란 것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러셀의 바로 옆에 떨어졌다.
날개 하나와 다리가 뜯겨나가고, 깃털도 거의 다 뽑힌 채 전신에서 노릇노릇한 고기 냄새를 풍기는 새 형태의 마수였다.
“우웩.”
헛구역질 소리를 내는 아엘라시스가 깃털 범벅인 채로 공중에서 내려앉았다.
토드와 마을 사람들은 지저분하고 넋이 나간 모양새로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