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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142화 (143/225)

142화 칠흑 너머 (3)

***

헤딜룬드 시를 떠난 러셀과 이루실, 아엘라시스, 칼리아는 북부로 향하기 위해 말을 달렸다.

그리고 헤딜룬드 도시에서 떠난 지 일주일이 되는 날 북부에 도달했다. 대단한 속도였다. 아무도 말을 달려서 고작 일주일 만에 그 거리를 달릴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을 터였다.

본래라면 삼 주는 더 걸려야 할 거리를 주파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루실이 가지고 있던 지도와 칼리아의 마법이 컸다.

칼리아는 출발하기 전 돌아다니는 짐승들을 잡은 다음, 주문을 통해 시체에서 붉은 안개를 뽑아냈다.

그리고 그 붉은 안개를 말들에게 흡입시키면 두 눈을 번쩍이는 말들이 거칠게 투레질을 하는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달리고 싶다는 듯 바닥을 벅벅 긁어대면서.

마법을 이용해 강화된 말들의 속도는 정말 바람을 가른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낄 정도였다. 네 개의 단단하고 근육으로 꽉 찬 다리가 땅바닥을 박찰 때마다 몸이 앞으로 쭉쭉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칼리아의 마법을 이틀에 한 번꼴로 사용해서 달려가니 남은 거리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지도를 통해 최단 거리를 이용하니 더 그랬다. 속도를 높인 날은 거의 하루에 100킬로미터를 넘게 달렸다.

북부에 들어서면 공기의 질감과 냄새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계절로 따지면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들어야 하지만 습하고 더운 공기는 사라지고, 점차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그들을 감싸는 것이었다.

“추, 춥구나.”

“많이 추워요?”

“으음.”

이루실과 같은 말에 탄 칼리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굴도 약간 시퍼런 것이 정말 추위를 타는 듯했다. 이루실은 망토를 벗어 그대로 칼리아에게 덮어주었다.

“···고맙다.”

“됐어요.”

러셀은 그런 둘을 보다가 픽 웃었다. 언제 저렇게 친해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야영하는 내내 대화를 나누는가 싶었는데 굳이 묻지는 않았다.

“마을은 언제 나와?”

“음, 흰 순록이라는 이름의 마을이 근처에 있기는 한데. 멀지 않아.”

그들은 고요한 침엽수림을 천천히 걸었다. 마법이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어서 말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크라이는 칼리아의 마법에 단단히 맛이 들린 것인지 아침이 되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러셀이 목덜미를 쓰다듬자 곧 진정했다.

사흘 전 마을을 들른 것을 마지막으로 계속 야영하고 있었기에 아엘라시스는 몸을 씻고 싶다며 투덜거렸다.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의 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듯했다.

하루라도 제대로 씻지 못하면 러셀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질색하며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반응에 러셀은 얘가 사춘기가 왔나 할 뿐이었지만, 아엘라시스는 나름대로 진지한 것 같았다.

말을 할 때마다 하얀 숨결이 허공에 어지러이 흔들리다가 사라졌다. 러셀은 그 하얀 숨을 보면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북부에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여름은 여름이다. 알래스카나 툰드라도 여름이 되면 초목이 자라고 푸른 들판이 나오는데, 이제 고작 북부의 초입에서 이런 추위는 이상했다.

서늘하고 날카로운 것은 단연 바람에 그치지 않았다. 북부에 자생하는 침엽수들은 나뭇잎만큼이나 가늘고 뾰족해지는 몸통을 하늘로 꼿꼿이 세웠다.

그것은 마치 땅에서 하늘을 향해 무수한 가시들을 치켜세운 듯한 풍경 같기도 했다. 얼마나 가혹한 바람과 눈송이를 날려도 굴하지 않겠다는 땅의 의지 말이다.

침엽수 수림은 고요했다. 가끔 따닥, 하고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 외에는. 그리고 사냥감을 찾아 매서운 눈으로 사방을 주시하는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 외에는 그랬다.

으아아아!

그 침엽수 수림을 뚫고 들어온 가느다란 비명이 러셀의 귀에 잡혔다. 고개를 돌리자 아엘라시스와 이루실, 칼리아가 그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비명이 들린 것 같았는데.”

모두 말을 멈추고 가만히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다시 울린 비명. 러셀이 먼저 크라이의 고삐를 잡아챈 다음 옆구리를 찼다.

히히힝, 하고 울어 젖힌 크라이가 곧바로 튀어 나갔다. 말발굽에 얼어붙은 흙이 튀었다.

“같이 가!”

“하여튼.”

아엘라시스가 그리 외치면서 자신이 타고 있는 말을 재촉했고, 이루실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똑같이 말을 달리게 했다.

러셀과 크라이는 한몸이 된 것처럼 뾰족뾰족하게 선 검은 침엽수 사이를 헤치며 달렸다. 찬 바람이 불어 닥치며 얼굴과 귀를 시리게 만들었지만, 러셀의 강인한 육신은 도리어 더한 열기를 내뿜었다.

침엽수들은 모두 생김새가 똑같았고 수없이 대지를 뚫고 자라나 있었다. 둘레는 웬만한 사람의 허리통만 했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졌다. 나뭇가지들이 무성하게 드려져 있었지만, 나뭇잎은 많지 않아 하늘을 가리는 면적은 적었다.

하늘은 여전히 흐려 태양의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이 구름은 짙은 회색이었다.

크라이가 막 쓰러진 나뭇등걸을 피해 높이 뛰었을 때, 바로 아래의 낮은 지대에서 비명을 지른 사람이 보였다.

그 사람은 남자였고 커다란 곰이 앞발로 그를 짓누르려 하고 있었다. 곰은 나무를 뛰어넘어 도착한 러셀을 보고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안 그래도 커다랬던 덩치가 위로 한없이 올라갔다.

우어어엉.

“허.”

키가 거의 4미터에 이르는 곰을 보며 러셀이 어처구니없는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즐리 베어도 3미터가 최대라고 봤던 것 같은데.

그때 러셀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갈기를 가진 곰의 눈에서 붉은빛이 반짝이는 것이었다.

마력을 각성한 짐승, 마수魔獸였다. 평범한 짐승도 인간처럼 마력을 각성할 수 있다. 오히려 마력을 각성할 확률과 빈도도 짐승이 더 많았다. 마나가 영근, 혹은 물을 마시거나 지형의 뒤틀림으로 마나가 고이는 곳, 흔히 용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오래 살다 종종 마력을 각성할 수 있었다.

그런 곳들은 짐승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외종들에게도 보물과 같은 곳이기도 해서 싸움은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마나가 많이 분포한 지역이 아닐 텐데.’

러셀은 지도에 있는 이곳 지리를 떠올리며 눈썹을 찡그렸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서 진정한 북부라고 할 수 있는 아운힐나르 산맥이라면 또 모를까. 아직은 중부와 북부의 경계를 나눈다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마수의 출현이라니.

우어어어엉!

상념은 짧았다. 곰이 달려든 것이다. 괴물 곰은 앞발로 짓밟고 있던 사람을 내팽개치고 쿵쿵거리며 달려왔다. 그 속도가 자못 무시무시했다.

러셀은 당장 코트에서 나힐니르를 꺼내든 다음 크라이의 옆구리를 박찼다. 시시각각 곰의 크기가 커졌다. 크라이와 곰이 맞부딪치기 직전 러셀이 늘어트렸던 오른팔을 벼락같이 위로 치켜들었다.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나힐니르가 검은색의 궤적을 그렸고, 곰 마수의 앞발에 닿았다. 달려든 곰의 앞다리가 쓰아악, 하는 소리를 내며 잘려 나갔다. 순식간에 오른발 절반을 잃은 곰이 울부짖으며 땅을 갈아엎었다.

나힐니르의 날카로움과 러셀의 힘이 합쳐져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러셀은 크라이에서 내렸다. 그리고 꿈틀거리며 일어서는 마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마수가 다시 달려들었다. 뒷다리만으로 일어서서 왼발을 높이 들었다가 내리치는 모습에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박력마저 녹아 있었다.

그러나 러셀은 대각선 오른쪽에서 떨어지는 왼발에 그대로 나힐니르를 가져다 댔고, 곰은 자신의 힘만으로 다리를 잘라버렸다.

마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의 강철검도 들지 못하는 털가죽을 입은 자신인데, 왜? 분노와 고통, 두려움을 담은 마수의 눈이 번쩍였다.

구어어엉!

곰 마수에게서 전방위적으로 마력의 파동이 발산했다. 붉은색의 파동이 구형을 그리며 바닥과 근처 나무를 산산조각 냈다.

허나 러셀은 멀쩡했다. 그는 왼손을 앞으로 내민 자세로 서 있었다. 마수가 내뿜은 마력에는 ‘모든 걸 박살낸다’라는 의지만 담겨 있을 뿐, 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 엉성한 마력의 틈을 왼손으로 잡아 벌린 후 흘려넘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일개 짐승이 마법에 가까울 정도로 의지를 담은 마력을 투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곰 마수의 특이점을 말하고 있었다.

그때 러셀의 감각에 무언가가 잡혔다. 그는 퍼뜩 고개를 들었고, 곧 수풀 사이에서 뛰쳐나오는 또 다른 곰 마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어어어어!

새로이 나타난 마수는 아예 처음부터 붉은 마력을 몸에 두른 채 돌진해왔다. 러셀은 곧장 나힐니르를 바닥에 박았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마수의 머리와 대검이 부딪쳤다. 미리 마력을 씌워둬서 그런 것인지 마수는 단번에 머리통이 날아가지 않았고, 그대로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왔다.

미는 데 그치지 않은 마수는 세 발로 균형을 잡고는 오른쪽 앞발을 휘둘러왔다. 그 공격 앞에서 러셀은 오히려 나힐니르를 놓아버렸다.

이제까지 지탱해주고 있던 대검이 힘을 잃고 튕겨 나가자 마수의 앞발 공격 또한 균형을 잃었다. 러셀은 곧장 타점을 잃은 앞발을 머리 위로 넘긴 다음, 오른발을 앞으로 뻗어 바닥을 내리찍었다. 그의 왼 주먹이 그대로 마수의 오른쪽 몸통을 후려쳤다.

커헉···!

마수의 입에서 피가 튀었다. 러셀의 왼주먹에 실린 송곳 같은 마력이 마수의 방어를 뚫고 들어가 체내에 직접 타격을 준 것이었다.

의지에 상관없이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통제가 되지 않았다. 러셀은 곧바로 오른 주먹을 날렸다. 왼 주먹을 쏘아냈을 때와 같은 동작이 정확히 반대로 구현되었다.

투웅!

마수의 몸통 대각선 바깥으로 원형의 충격파가 터졌다. 러셀의 마력이 마수의 몸통을 뚫고 들어가 반대쪽으로 터져 나온 곳이었다. 그러면서도 마수의 겉가죽에는 전혀 상처가 나지 않았다.

거륵, 거르르르륽···

내장과 심장이 한꺼번에 박살 난 마수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리고는 숨을 멈췄다. 눈에 어리던 붉은 기운은 명멸하다가 까매졌다.

러셀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힐니르를 회수한 다음 처음 마주했던, 앞발 두 개를 다 잘라버린 마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앞다리 두 개를 잃고 엎어진 마수는 이미 혀를 빼물고 늘어져 있었다. 일어날 가망은 없었다.

러셀은 마지막으로 쓰러져 있던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기절한 채 엎어져 있었다. 남자의 몰골은 대단히 지저분했다.

어디 진흙 속에서 뒹굴다 온 것인지 젖은 흙투성이에 잡초로 옷을 장식하고 있다시피 했다. 거기에 뒤쪽 허벅지와 종아리에는 커다란 상처까지 나 있었다. 정황상 마수의 발톱에 살점이 뜯겨나간 듯했다.

러셀은 일단 그를 바로 눕힌 다음 흙을 털어내고 치유 마법을 발현했다. 이름 모를 남자의 상처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의 마력을 대가로 활발하게 활성화된 세포들이 증식되는 과정이 초고속으로 이뤄진다. 곧 다리의 상처는 큼직한 흉터 말고는 아물어버렸다.

러셀은 피를 흘려 창백해진 남자의 뺨을 두드렸다.

“이봐. 이봐.”

남자는 허억, 하고 눈을 떴다. 갈피를 못 잡은 채 동공이 이리저리 방황했다.

“으으, 으아아···!”

“이봐. 정신 차려. 마수는 죽었어. 당신은 살아있고.”

러셀이 직접 그의 눈을 마주치고 말하자 곧 남자의 혼란이 가라앉았다. 거의 강제에 가깝게 정신을 진정시킨 러셀은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물었다.

“난 러셀이오. 그쪽은?”

“데, 데이브라고 합니다.”

***

정신을 잃고 고개를 늘어트린 데이지를 보자 데이브가 눈을 크게 떴다.

“데이지!”

“괜찮아. 그냥 기절한 거야.”

화들짝 놀라 데이지를 살피는 데이브에게 러셀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네 군데나 골절되고 바스러진 뼈를 맞춘 다음 손을 들었다. 데이지의 피에 묻어 붉게 변한 손바닥에서 아엘라시스의 것처럼 연녹색 빛이 희미하게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참한 상태였던 데이지의 왼팔이 차츰 아물어갔다. 다만 여기저기 늑대 이빨에 물린 흉터는 어쩔 수 없었다.

“다 됐군. 데이브.”

“예, 예?”

“동생을 들고 일어나시오. 마법으로 치료를 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휴식과 음식을 섭취해주지 않으면 약해진 몸이 마력의 반동을 이기지 못할 거요. 마을로 갑시다.”

“아, 알겠습니다! 저만 따라오십시오!”

데이브는 곧바로 여동생을 업었다. 그 스스로도 마수에게 다쳐 성치 않을 것인데. 그때 이루실이 말 세 마리의 고삐를 잡고 뒤에서 다가왔다.

“이 사람이야?”

“응. 여동생 맞아.”

“대단한 남매 애네.”

이루실은 왜인지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말에 데이브와 데이지가 올라탈 수 있게 도와줬다.

러셀 일행은 사냥꾼 남매와 함께 마을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러셀은 방금 죽였던 회색 늑대 무리와 데이브를 덮쳐 잡아먹으려던 곰 마수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이 숲에 대해서도.

***

러셀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오두막 앞에 서 있었다. 사냥꾼 남매의 집이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차가운 공기. 기도가 얼어붙고, 가슴이 타는 듯 시리며 정신이 맑게 깨어나는 기분.

그는 품속에서 담배 상자를 꺼내 안을 보았다.

“돛대네.”

하긴, 요즘 담배를 파는 상점이 없었다. 러셀이 애용하는 것은 마력초를 빻고 다져서 만든 담배라 웬만한 마을에서는 팔지 않았고, 도시에나 가야 한두 개 볼 수 있었다.

곧 그의 입에서 숨보다 색이 짙은 연기가 스르르 삐져나왔다.

끼이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루실이었다.

“왜 나와 있어?”

“그냥.”

이루실은 말없이 걸어와 그의 옆에 섰다. 그들의 앞에는 저녁에 가까워지는 어두컴컴한 하늘과 검은 가시 같은 빽빽한 숲이 자리하고 있었다.

“보기 좋더라.”

“뭐가?”

“우리들 보는 것 같아서.”

러셀은 피식 웃고 말았다.

“어릴 때 기억 안 나나 보지. 우리 사이 엄청 안 좋았어.”

“네가 피한 거지. 난 계속 다가가려 했고.”

그는 대꾸 없이 담배만 피웠다. 그의 연기와 비슷한 하얀 연기가 굴뚝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들은 지금 흰 순록 마을에 있었다. 사는 인구가 천 명이 넘을까 싶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었지만, 갖출 건 거의 다 갖춰져 있었다.

마을 외곽을 두른 방책이나 통나무를 자르고 끝을 뾰족하게 다듬은 바리케이드, 엉성하게 지어진 망루.

마을 중간에 강이라고 하기에는 뭣한 개울이 흘렀고-지금은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그 위에는 돌다리가 지어져 있었다.

그때 러셀의 귓가에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고개를 돌리니 마을의 광장 쪽에서 성난 듯 보이는 사람들이 횃불과 창, 곡괭이 같은 것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맨들거리는 대머리에 배가 불룩 튀어나온, 하지만 초록색의 사제복 비슷한 것을 입은 남자가 소리쳤다.

“네 이놈! 네놈이 감히 숲의 주인을 노하게 만든 놈이렷다!”

···저건 또 뭐 하는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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