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유적 (2)
-이 노옴!
그때 골렘의 머리가 부서졌음에도 데커즈의 화난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러셀은 그 목소리들이 발아래 골렘뿐만이 아니라, 다른 골렘들 전체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성히는 못 죽게 해주지, 아니 죽여 달라는 소리가 나오게 해주겠다!
“말만으로는 뭐든 다 할 수 있지.”
그때 러셀이 옆으로 몸을 틀었다. 동시에 러셀의 머리와 목, 가슴이 있던 자리에 골렘의 검은 칼날이 번뜩였다. 이전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일격에 허공이 베이며 날카로운 소음을 흘렸다.
-죽어라!
러셀이 머리를 박살을 낸 것과 똑같이 덩치가 커지고, 팔이 네 개나 다섯 개, 혹은 다리가 늘어난 골렘들이 그를 덮쳤다.
러셀의 자색 빛 눈이 순식간에 그 합체 골렘들을 훑어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때때로 그에게 곤란과 상처를 주기도 했던 눈이지만, 이제까지 그 성능을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순간순간을 1초, 그 미만의 소수점 자리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찰나로 인식할 수 있는 인지력. 아주 잠깐이지만 그의 몸조차도 눈을 따라가지 못하고 움찔거리는 게 전부인,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풍경 속에서 러셀은 골렘의 내부를 관찰했다.
몸을 낮게 숙인 놈이 아래에서, 바닥을 박찬 놈이 천장에 달라붙더니 그의 정수리로, 좌우에서도 네 개의 팔에 각기 섬뜩한 날붙이들을 만든 놈들이 달려들었다.
러셀의 두 팔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려던 놈이 머리에 도끼가 박힌 채 바닥에 찌그러졌다. 도끼날에서 삽시간에 퍼져나간 한기가 골렘을 꽁꽁 얼렸다.
그 다음은 좌우에서 횡으로 베어오는 골렘들의 길쭉한 칼날. 러셀은 한 개의 칼날은 몸을 비스듬히 틀어 흘려보낸 다음, 다른 한 개의 칼날은 대검을 쭉 뻗어 골렘의 가슴팍을 관통시켰다.
동시에 손잡이와 검신을 타고 흘러간 러셀의 마력이 골렘의 체내에서 폭발. 그 폭발의 위력에 왼쪽에 있던 골렘 또한 휘말리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슈아아악!
그러나 남은 골렘은 위에도 한 기 있었고, 칼날은 러셀의 정수리와 단 1센티도 남겨두고 있지 않았다.
그때 러셀의 고개가 들리며 눈에서 자색 빛이 폭사했다.
그 빛을 정통으로 맞은 골렘의 몸이 일순간 허공에서 고정되었다. 그리고 고정된 육체의 상체를 나힐니르가 훑고 지나갔다.
핵이 갈라진 골렘은 그대로 반 토막이 나서 아래로 떨어졌고, 작동은 중지됐다.
남은 골렘은 더 볼일도 없이 마무리됐다.
폭발에 떠밀린 골렘의 절반만 남은 몸체에 대검을 꽂아 침묵시킨 후, 아직 마지막 서리의 냉기에 얼어붙어 있는 놈은 아까처럼 마력을 체내에 투사시켜 마석을 부수는 것으로 마무리. 도끼를 비틀어서 뽑아내자 얼어붙었던 골렘이 모래처럼 잘게 부서지며 무너졌다.
네 기의 골렘이 그렇게 순식간에 무너져 잔해가 되었다.
정확히 핵을 노리는 러셀의 침착함과 그 무겁고 거대한 대검을 레이피어 다루듯 섬세하게 찔러오는 검술에 골렘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 이런···!
아직 남아있는 골렘들의 무표정한 이목구비에서 놀라고 당혹스러워하는, 동시에 분노와 약간의 두려움이 깃든 데커즈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때 이루실이 다가와서 골렘을 살피며 말했다.
“아주 짧은 시간만 기동할 수 있는 종류의 마법이군. 요즘 골렘들은 이런 식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던가? 특이한데.”
-······.
“골렘을 다루는 마법사. 골렘 술사. 확실히 유망한 술사는 아니지. 원소 술사나 전투마법사들보다 선호 받는 전공은 아니니까. 골렘을 창조하고 다루는 데에도 여간한 재능이 필요한 게 아닌데, 쓰임새가 주로 공사나 토목 현장에 요구되니. 인식은 그냥저냥인 편이야.”
-······큭.
남은 골렘들이 데커즈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기 전에 러셀의 신형이 먼저 유령처럼 움직였다. 그 뒤를 이루실이 따랐다.
“방해 안 될 자신 있어?”
“너, 끝나면 한 대 맞을 줄 알아.”
시답잖은 대화를 끝으로 러셀과 이루실이 좌우로 나뉘었다.
러셀이 다가가자 반사적으로 반월형의 칼날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려던 놈의 상반신이 대각선으로 갈라지고 핵이 부서졌다.
양팔에 사슬을 감은 이루실이 바닥을 박차 높이 뛰어올랐다가 팔을 옆으로 펼치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회전했다. 팔에 감겨있던 사슬이 풀려나오면서 엄청난 길이의 반경이 마치 회오리에 갈려 나가는 것처럼 초토화되어갔다.
따다다다당!
골렘들이 사슬의 위력에 그대로 잘리고 끊어지는 반면, 몇몇 골렘은 아까처럼 다른 것들과 합쳐져 강도와 마력의 출력을 향상시켜 공격을 버텨냈다.
그때 두 개의 팔을 합쳐 기다란 창을 만든 두 놈이 무릎을 굽혔다가 그대로 피며 하나의 화살이라도 된 듯이 이루실에게 쏘아졌다.
뒤늦게 박살 난 바닥의 판석과 돌 부스러기가 공기의 휘말림에 원형으로 퍼졌다. 두 개의 창끝이 이루실의 가슴과 복부를 꿰뚫은 찰나.
그녀의 신형이 아지랑이처럼 흩어졌다. 바닥에 허리가 닿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뒤로 눕힌 채 창들을 피해낸 것이다.
바로 위를 스쳐 지나간 창날과 창대를 보던 그녀는 오로지 허리의 힘만으로 신체를 지탱하다가 벌떡 일어났다.
곧바로 사슬을 펼치려는 찰나, 러셀의 나힐니르가 아래에서 위로 그어지며 골렘 두 기가 남은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이루실의 눈이 동그래진 사이 그런 골렘의 가슴에 러셀의 왼 주먹이 두 번 포탄처럼 쏘아졌다. 우직-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팍에 구멍이 뚫린 골렘이 뒤로 넘어가 쓰러졌다.
왼손에 쥔 마석을 공기 알처럼 굴리던 러셀은 힘을 주었다. 그러자 단단한 마석이 우그러지더니 파삭, 하고 깨져버렸다. 이루실이 볼멘소리를 중얼거렸다.
“내가 할 수 있었어.”
“이 와중에 승부욕 불태우지 말고. 빨리 끝내자.”
러셀은 숨을 고르며 물러난 골렘들을 노려봤다. 자색의 눈이 마력을 받아 유성 꼬리 같은 빛의 잔재를 남겼다.
내성의 안쪽에 들지 못한 햇빛이 깨져나간 창가에 비스듬히 걸쳐서 들어왔다. 햇빛이 걸치지 못한 자리는 그 밝음과 비례해 더욱 어두워져 보였다.
러셀은 그 그림자와 빛의 경계에 서서, 햇빛의 절반을 몸으로 받으며 다가오는 골렘들을 살펴보았다.
사지의 끝을 칼날처럼 바꿀 수 있는 놈들은 제 몸의 일부뿐만 아니라 몸 전체도 일시적인 변신이 가능했다.
몇 놈은 몸을 부풀리고, 몇 놈은 반대로 몸을 가늘게 바꾼다. 그러면서도 내지르는 공격에는 러셀을 당장에라도 회를 뜨겠다는 듯한 살의가 넘쳐흘렀다.
그 다양하고 빠른 공격들 앞에서 러셀의 움직임은 반대로 더 간결해졌다.
“후읍.”
중요한 것은 나의 간격과 상대방의 간격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낼 수 있는 힘과 상대방이 내는 힘의 차이를 아는 것이다.
내려 찍히는 칼날 네 개에 도끼를 걸었다. 바위도 쉽사리 동강 낼 기세의 칼날들은 러셀의 도끼 하나를 막지 못하고 멈춰 섰다. 근육이 떨리고, 피가 혈관을 질주하며 머릿속에서는 아드레날린이 펑펑 솟았다.
다수의 적, 다수의 공격, 그를 죽음으로 밀어 넘어트리려는 살의의 연속 한가운데서. 오히려 살아있음을 느낀다면 이상한 일일까.
도끼를 막은 놈들에게 횡으로 대검을 그어줬다. 길게 늘어난 골렘의 팔들이 한꺼번에 팔꿈치 어림부터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눈의 빛이 더 밝게 빛나고, 러셀의 귓가에 골렘의 핵이 마력을 빨아들임과 동시에 내뿜는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떨어진 골렘들의 팔들이 저절로 떠올라 붙으려는 순간, 러셀의 대검이 휘몰아쳤다. 거칠 것 없는 근육과 마력이 그의 움직임을 도왔다.
러셀의 도끼가 마력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동시에 서리와 한기를 온 사방에 퍼트렸다. 그 영향을 받은 골렘들의 관절이 얼어붙으면서 움직임이 굼떠졌다. 어김없이 날아든 도끼가 관절을 부수고 팔다리를 토막 낸 다음 상체와 하체를 분리했다.
콰작!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 상반신에 갇힌 핵이 러셀의 발길질에 박살이 났다. 뭉쳐져 있던 마력이 훅, 하고 퍼지면서 내성 복도의 바닥에 쌓여있던 골렘들의 잔해를 밀었다.
그의 무릎이 굽혀졌고, 곧 한 자루의 창이 되어 쏘아졌다. 움켜쥔 나힐니르의 검이 창을 쥔 것 이상의 길이로 날아들며 돌진했고, 그를 마주한 골렘들은 우르르 밀리고 쓰러졌다.
그 와중에도 제각기 팔 끝에 달린 칼날 수십 개를 휘둘러 러셀의 피부에 생채기라도 그으려 용을 썼는데, 균형을 잃고 휘두르는 것에는 충분한 힘이 담기지 못했다.
러셀은 깊숙이 파고든 그대로, 늑대들 사이를 휘젓는 호랑이처럼 날뛰었다.
반면 이루실은 빗발처럼 날아드는 화살 틈 사이를 매처럼 자유롭게, 그리고 순간순간 독수리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사슬 끝으로 골렘들을 쳐 날렸다.
피와 땀, 살점이 튀기지 않는 조용한 전장.
수십 기의 합체 골렘들에게 포위당한 러셀과 이루실의 모습은 일견 매우 위험해 보였고, 금방이라도 머리나 가슴, 배와 다리가 꿰뚫려 고슴도치 같은 꼴이 될 것 같았다.
제각기 맡은 골렘들을 처리하고 복도의 중앙으로 나온 파렐스, 아엘라시스는 순간순간 그들이 이미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그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산들바람이 돌개바람이 되고, 돌개바람은 소용돌이가 되었으며, 소용돌이는 곧 폭풍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도끼와 대검이 날아들었다. 골렘들은 저들의 몸에 부딪히면서 제대로 된 합동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설사 합을 맞추려는 듯이 움직여도 러셀의 몸이 먼저 다가와 허리와 다리를 잘라 날려버리고, 머리통을 부서트렸다.
신들린 도끼질로 여섯 기의 골렘 허리를 가르고, 전방을 점하는 대검의 검극이 모조리 핵을 깨트린 순간.
검은 광택의 살육기계들은 그렇게 한낱 쓰레기들 같이 부서져 바닥에 잔해가 되어 굴러다녔다.
러셀은 주위에 가득한 골렘들의 잔해를 밟으며 우뚝 서서 한 곳을 바라보았다. 살아남은 단 한 기의 골렘이 붉은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
데커즈는 아까처럼 살의에 깃든 말이나 저주조차 읊지 않았다. 그저 그를 조용히 노려보고는 그대로 골렘에게서 의식을 거두었다.
의식을 거두면서 마석의 마력도 같이 가져간 것인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골렘의 눈에서 빛이 꺼졌다. 우수수- 부서지는 골렘.
러셀은 무사한 일행들을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로 내려가지. 거기에 겔러드 성주가 있소.”
처음 와보는 내성의 구조라고 해도 러셀의 마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자신 있게 길을 안내하려던 파렐스가, 몇 년 새 증축과 보수를 반복해 기억과는 달라진 길 앞에서 헤매자 러셀이 앞장섰다.
그들은 중간중간 길과 길 사이, 방과 골목 틈에서 덮쳐오는 골렘들을 격파해가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빈틈없는 벽돌로 마감된 둥근 벽. 회색의 벽돌에는 이따금씩 검붉은 액체가 튀어 있었다. 러셀은 어렵지 않게 그 액체가 말라붙은 핏자국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여기서 뭔가 싸움이라도 있던 것일까. 아니면 싸움조차도 되지 못하는 일방적인 학살이 있던 것일까.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나선계단이 끝났다. 러셀과 일행은 계단의 끝에서 어두운 통로를 마주했다.
“내가 불 켤게?”
아엘라시스가 말하면서 동시에 박수를 쳤다. 짝, 하고 작은 손이 맞부딪치자 좌우 벽면에 달린 횃대에 화륵,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향상된 마법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러셀은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통로를 걸었다. 감옥으로 보이는 창살이 세워진 방을 지나치길 잠시. 그는 가장 안쪽의 방 앞에서 멈춰섰다.
“파렐스.”
“······.”
파렐스는 횃대에서 횃불 하나를 꺼내 들고 창살 앞에 다가갔다. 그곳에는 걸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머리와 수염이 덮수룩히 자란 사내 하나가 있었다.
방의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벽에 기대앉은 사내.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누구냐?”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아직 횃불의 밝기가 닿는 반경이 아니라 여전히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파렐스는 그 목소리에서 그게 누군지를 깨달았다.
“······형님.”
파렐스의 목소리에 사내의 몸이 움찔 떨렸다. 작게 들었던 고개가 더 높이 들리고, 곧 그의 눈과 파렐스의 파란 눈이 마주쳤다.
“······말도 안 돼. 이건, 이건 환각인가? 데커즈, 그 놈이 나를, 날 괴롭히려고 만든···”
“형님. 저입니다. 파렐스입니다.”
“가까이 오지 마라! 가까이 오지 마!”
파렐스가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사내는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몸을 떨었다.
파렐스는 흠칫 놀라며 벌벌 떠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푹 떨군 채 가만히 있자 러셀이 앞으로 나섰다.
“러셀?”
“시간이 없소.”
끼이이잉!
러셀은 단박에 쇠창살을 휘어서 옆으로 벌린 다음 앞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가 감옥에 들어가자 사내는 아예 새우처럼 몸을 웅크려버렸다.
사내에게 가까이 갈수록 오랫동안 씻지 못한 자 특유의 체취가 감돌았다. 러셀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가 사내의 목덜미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성주 겔러드, 맞소?”
“이건 꿈이다, 환상이야, 환상. 환상. 환상···”
고개를 내저은 러셀은 손을 들어 사내의 뺨을 두 번 쳤다. 짝, 짝 하는 소리가 감옥을 크게 울리고 나서야 사내의 떨림이 멈췄다.
“······누구요?”
“러셀. 당신 구하러 온 사람이지, 우린 환각이나 환상이 아니오. 당신에게 설명을 들어야 할 게 많소.”
“형님.”
파렐스가 다가와 사내의 팔을 잡았다. 러셀의 힘에만 매달려 축 늘어져 있던 사내는 그제야 파렐스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파렐스? 정말, 너냐?”
“예, 형님. 저 맞습니다.”
떨리는 사내의 팔이 파렐스의 팔을 잡았다. 움푹 꺼진 볼과 튀어나온 광대뼈, 가느다란 팔과 앙상한 손가락.
사내는 그렇게 파렐스를 보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파렐스가 황급히 그런 사내를 안았다.
“형님!”
“일단 여기서 나가지.”
러셀의 말에 파렐스는 사내를 등에 업었다.
쿵-
그때 내성이 흔들릴 만큼 커다란 진동이 울렸다.
합쳐진 골렘의 숫자는 총 여섯 개. 그만큼 여섯 개의 핵, 마석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배열된 채 공명하고 있다.
공명하는 마석이 내뿜는 마력은 서로가 서로를 이은 선을 따라 가진 힘을 증폭시키고, 보완하며 하나의 마법진을 이루고 있었다.
가슴팍 중앙에서 빛나며 연동하는 마석들이 동력원으로 아까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끌어내고, 그 힘을 바탕으로 합쳐진 골렘들은 여섯 배, 아니 그 이상의 힘과 속도를 지닌 골렘이 되었다.
그러나 한계 또한 명백하다. 아주 잠깐만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 한계였다. 만약 러셀이 공격을 받아주지 않고 피해내기만 해도 3분이 지나면 모든 마력을 소진한 채 알아서 작동이 멈춰버릴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러셀만 아니었다면 데커즈가 이런 수를 쓰지도 않았을 터. 3분만 기동할 수 있다고는 해도, 이런 방식의 폭주는 잘만 사용한다면 전장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러셀은 이제까지 인간들과의 전쟁에 골렘을 사용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데커즈 같은 마법사가 골렘에 특화된 마법사라 해도, 러셀과 그 일행들을 잠시 묶어놓는 것만으로 이 골렘들의 성능은 유별났다.
이 또한 이 도시가 가진 유적에 대한 비밀과 관련된 것일까.
생각은 길었지만, 실제로 흘러간 시간은 1초도 지나지 않았다. 러셀은 상념을 멈추고 다시 전투에 돌입했다.
끓어오르기 시작한 몸에는 아직 마력이 많이 남아서 주인의 의지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서 멈춘 것처럼 보였던 골렘들의 움직임이 정상적인 속도로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