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유적
***
“쿨럭!”
기침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입에서 울컥, 피를 토했다. 동굴 바닥에 뿌려진 피는 검은색이었다.
내성 접견실에 구현한 가상 공간의 육체가 박살이 나면서 본래 몸에 심대한 타격이 찾아온 것이었다.
“쿨럭, 큭, 크르륵. 빌어먹을 자식. 왜 지금 저런 놈이···”
몇 마디 더 욕설을 내뱉던 데커즈는 파리한 안색을 들어 가부좌를 틀었다. 그러자 앉아있는 그를 중심으로 마력이 요동쳤다.
“읍, 으읍! 으으으!”
“꺄으으읍!”
동굴에는 데커즈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다섯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팔과 다리, 입이 구속된 채 꽁꽁 묶여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입은 옷가지나 풀어 헤쳐진 짐, 가방들을 보면 그저 여행자들이나 모험가로밖에 보이지 않는 행색들이었다. 오랫동안 갇히지는 않은 것인지 더러운 부분은 없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는데, 데커즈의 마력이 요동치더니 그대로 몇 줄기의 검은 촉수가 되어 넘실거리기 때문이었다.
“으으으으!”
어떻게든 벌레처럼 기어서라도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데커즈의 검은 마력 촉수가 그들의 몸에 내리꽂히면서 탈출 시도 또한 물거품이 되었다.
어두운 동굴에 웅웅 퍼지던 비명과 울음 소리가 그치고. 데커즈는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를 토해 해쓱해졌던 피부와 안색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해졌다.
반면 그의 주위로는 온몸이 미라처럼 홀쭉해지고 쪼그라든 시체들이 가득했다.
차가운 눈으로 시체들을 일견한 데커즈는 밖으로 나왔다. 동굴 바깥에도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동굴 안의 사람들을 지키면서 감시하던, 샤델록의 부하들이었다.
정오를 넘어가는 태양을 힐끗 쳐다본 데커즈는 멀리 도시에서 진동이 울리는 것을 느끼고 미소를 지었다. 날카로운 인상의 그가 히죽 입꼬리를 올리자 왠지 모르게 섬뜩한 미소가 지어졌다.
“건방진 자식. 손수 가죽을 벗겨서 멱을 따주지. 여자들은 반반했으니 모두 노예로 삼아주겠어.”
그리고 그는 뭐라 주문을 웅얼거리며 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테두리에 금박이 입혀져 있고, 쓰인 글자들 또한 금색으로 반짝거리는 종이였다.
데커즈가 종이를 찢자 종이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그는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남은 것은 동굴 바닥에 널브러져 미라처럼 변한 시체들 뿐이었다.
***
콰앙!
문을 열고 들이닥친 것은 아까 러셀 일행을 안내했던 하인, 그리고 내성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용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무서우리만치 얼굴에 아무런 표정을 띠지 않는 무표정이었고, 눈에서는 희미하게 붉은 광채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러셀의 감각에는 저들이 살아있다는 생체징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이 잠시지만 갇혔던 가상 공간, 그 핵 역할을 했던 골렘과 같은 놈들이었다.
그-아-아-아-아-
인간의 성대에서는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무표정한 얼굴의 사용인들이 방문을 넘어서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러셀은 무거워 보이는 대검을 한 손으로 들고는 그대로 휘둘렀다.
카가가가강!
쇳소리가 울리며 두 팔을 치켜들고 마치 좀비처럼 달려들던 사용인들이 뒤로 물러났다. 서너 명을 한꺼번에 밀어버린 러셀의 힘도 힘이었으나, 놀라운 것은 사용인들의 몸에 큰 상처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나힐니르의 칼날에 베인 사용인들의 피부는 크게 베인 채로 너덜거렸다. 허나 그 안에 있는 검은 광택의 피부는 흠집이 나긴 했으나 큰 타격은 입은 것 같지 않았다.
쇳소리가 울려퍼진 것처럼 골렘들은 강력한 외골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아-아-아-아-!
물러났던 골렘들이 가짜 살점을 덜렁거리면서 다시 달려들었다. 네놈의 검격 따윈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듯이,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들이었다. 물론 이지가 없는 골렘들이 그런 생각을 할 리는 없겠지만, 러셀에게는 그리 느껴졌다.
러셀은 나힐니르를 횡으로 그었다.
쓰아아악!
아까까지는 검을 튕겨냈던 골렘의 외피가, 이번에는 버터 갈리듯이 너무나 쉽게 잘려나갔다. 허리가 베이며 상반신과 하반신이 나뉜 골렘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러나 그런 상태에서도 작동하는지 다리는 다리대로, 상체는 상체대로 버둥거리면서 러셀에게 다가오려 했다. 그는 나힐니르를 들고는 검극을 세운 채 골렘들의 상반신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버둥거리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골렘의 움직임이 멈췄다. 러셀은 머리에 찔러넣었던 검을 회수했다. 검극에는 한 초록색 돌덩이가 꿰여 있었다. 골렘을 작동시키는 마석이었다.
골렘의 핵을 담당하던 마석은 러셀의 마력이 닿은 것에 피식, 피식 소리를 내며 깜박이더니 곧 색깔을 잃고 검은색 돌멩이가 되었다.
다시 마력을 충전하면 못 쓸 것도 없겠지만, 번거로웠다. 러셀은 돌멩이를 바닥에 휙 던지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네 기의 골렘 뒤에는 아직 수십 개의 골렘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앞서서 상, 하체가 나뉜 골렘들에 대한 반응은 없었다. 애초에 무생물인 것들이니 당연하겠다만은.
러셀은 고개를 휘휘 젓고는 대검을 들었다. 칼날 위로 아지랑이 같은 것이 스멀거리더니, 곧 그 위로 마력이 도포되며 검신에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자청색의 마력을 두른 대검을 들고, 러셀이 바닥을 박찼다. 돌진해오는 러셀을 보며 골렘들이 두 팔을 교차했다.
콰아앙!
방의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졌다. 널찍한 복도 위로 러셀과 골렘 수십 기가 굴렀다. 그 뒤로 파렐스와 이루실, 아엘라시스가 뒤따라 나왔다.
“으, 골렘들이 많은데요.”
“어려울 것 없어.”
파렐스의 말에 이루실은 차가운 얼굴에 슬쩍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손을 뿌렸다. 그러자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하얀 손에 잡힌 하얀 쇠사슬들이 뿌려지며 골렘들을 내리쳤다.
그-어-어-어
골렘은 그 사슬 세례에 맞아 밀려났다. 하지만 당초 이루실이 생각했던 것만큼 밀리진 않았다.
그녀가 눈썹을 까닥였다.
이제까지 인간을 흉내 내기 위해 두르고 있던 겉가죽들이 피떡이 되며 부서졌다. 그 안의 광택이 도는 골격의 골렘들은 별 피해가 없는 듯 일어서서 거리를 좁혀왔다.
“···어려울 것 같은데요?”
“······.”
성주의 접견실 밖으로 나온 러셀 일행의 양옆과 앞으로 널따란 복도가 있었고, 복도 위로 무수한 골렘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내성의 모든 사용인들은 진작에 이미 죽고, 모두 데커즈의 골렘 군단으로 바뀌어 있던 모양이었다.
러셀조차도 접견실의 이상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면 넘어갔을 정도로 골렘의 위장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건 아마 내성 자체에 내장되어 있는 마법적 술식들이, 침입자인 러셀과 그 일행들의 감각을 교란시킨 것도 한몫했다.
복도들을 통해 들어오는 골렘들의 수는 백 기가 넘어 보였다. 겉으로는 평범한 인간의 피부와 복장을 했지만 눈 안쪽에서 시퍼렇게 빛나는 안광이나 척, 척 하고 똑같은 자세와 동작으로 걸어오는 모습은 두려움을 자아내기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러셀 일행은 그 앞에서 별반 공포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러셀이나 다른 동료들이나 겪어왔던 일들이 만만치 않았다.
러셀은 코트에서 마지막 서리를 꺼내 왼손에 쥐고, 오른손에는 나힐니르를 든 다음 말했다.
“여기서 제 한 몸 간수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겠지.”
“물론이야!”
“그래.”
“어, 전 아닌데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한 아엘라시스의 눈이 파충류의 눈처럼 동공이 세로로 갈라지고, 머리에서 작은 뿔이 돋아났다.
이루실은 사슬을 형성해 팔에 칭칭 감았다. 그리고 파렐스는 우울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그-아-아-아-아-!
그리고 골렘들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양손을 기다란 칼날로 변신시킨 골렘들이 위와 아래, 좌우를 압박해왔다.
우직, 하고 러셀이 밟고 있던 복도의 돌이 발자국 모양으로 부서졌다. 그리고 러셀의 신형이 사라지며 골렘들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바우우우웅!
가위처럼 교차하는 도끼와 대검. 놀랍게도 골렘들은 그 놀라운 러셀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자신들의 신체를 변형시킨 칼날을 들어 막거나 방패를 형성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단단한 방패와 칼날들이 수수깡처럼 부서지고 깨져나가며 신체가 박살났다. 러셀은 거의 무인지경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골렘들 틈에서 날뛰었다.
초록색 마석이 존재하는 한 골렘들의 자가수복 능력은 트롤의 재생을 상회했다. 그것도 보편적으로 위치할 것이라 예상되는 머리나 가슴을 박살내고 쪼개도, 쉽게 작동을 멈추지 않고 칼날을 휘둘렀다.
머리를 노리는 칼날을 도끼로 걷어낸 다음 팔꿈치로 명치에 구멍을 냈다. 러셀의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마안으로 빛나는 눈이 가슴이 쩍 갈라져 내부가 보이는 골렘을 순식간에 훑었다.
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러셀은 나힐니르를 휘둘러 마석을 베어냈다.
사타구니까지 세로로 잘린 골렘의 눈에서 붉은 빛이 꺼졌다. 그러나 남은 골렘들은 아직도 무수히 많았다.
검은 광택의 외골격에 인간형, 가느다란 몸체지만 무겁고 단단하며 사지를 다양한 형태의 무기나 방어구로 바꿔서 전투에 임할 수 있는 골렘.
그러나 약점이 없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반응속도가 뛰어나긴 하나 직선적인 공격밖에 하지 못하고, 사각에서의 공격에는 완전히 대응하지 못했다. 물론 그것만 하더라도 보통 용병들이나 병사들은 상대도 하기 어려운 스펙이긴 했다.
일단 몸체가 단단해 웬만한 병장기는 다 튕겨나가고, 직선적인 공격이라 해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빠르면 궤도나 범위를 예측하기도 전에 썰려서 죽을 테니까.
러셀이 골렘의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정확한 도끼질과 대검의 찌르기고 골렘을 해체하고 핵을 부서트릴 때.
이루실은 가만히 서서 자신을 포위한 열 기의 골렘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포위를 완료한 골렘들이 눈에서 시퍼런 광망을 뿜어내고, 양손이 모두 길쭉하고 검은 쇠 광택이 도는 칼날로 변모한 채 위로 들었다.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빠르기와 동작으로 이루실을 향해 칼끝을 밀어넣었다. 이루실은 당장에라도 열 개의 칼날에 난자되어 토막날 것 같았다.
카가가가강!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골렘들은 이루실의 피부에 닿기 직전의 칼날을 어떻게든 움직이려 용을 썼다. 하지만 바닥과 천장에서부터 치솟고, 떨어져 내린 사슬들이 완전히 골렘들을 칭칭 감고 있었기에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위와 아래에서 마치 새장의 쇠창살처럼 만든 사슬들 틈에서, 거미줄에 걸린 것마냥 사지와 목, 팔다리 사이의 오금과 관절 부위까지 완전히 봉쇄된 골렘들.
이루실이 손을 들어올렸다. 하얗고 매끄러운 손. 약간 분홍색 기가 도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투명한 피부를 자랑하는 손이지만, 마력이 집중되면 단단한 돌마저도 모래로 바스러트릴 수 있는 손이었다.
그녀가 손을 들어 주먹을 쥐자 골렘들의 사지와 목에 감겨있는 사슬들이 웅- 하고 떨기 시작했다.
모든 사슬들이 진동하자 사위는 수백, 수천만 마리의 벌떼가 날아와 우는 것 같은 소음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 이르자, 골렘들의 단단한 몸이 퍽, 퍽! 하고 터져나갔다.
산산이 부서지는 잔해 속에서 이루실의 검은 눈이 다음 사냥감을 찾아 번뜩였다.
“으아아앗!”
“파렐스! 잘 버티고 있어 봐!”
“그, 그게 쉬운 게 아니··· 으악!”
파렐스는 아엘라시스와 같이 있었다. 양손으로 검을 든 파렐스의 앞으로 쌍수 칼날을 든 골렘이 그어어어-! 소리를 내며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후으읍!”
파렐스는 오른발을 뒤로 하고 왼발을 앞으로 한 채 배에 힘을 가득 주었다. 단단히 받쳐진 하체와 그 위의 상체, 그리고 가로로 든 검에 골렘의 칼날이 격돌했다.
쩡, 하고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쌍수 칼날이 빠른 속도로 휘둘러졌다. 왼쪽에서 오른쪽, 오른쪽에서 왼쪽,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눈에 훤히 보이고 궤적과 다음 움직임 또한 파렐스는 미리 본 채 그에 대응할 수 있었다. 다만 골렘의 무지막지한 힘. 범인을 아득하게 넘어서는 괴력에 의해 파렐스의 검날에 이가 빠지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잘 버티고 있었다. 뒤의 마법사가 모든 주문을 완료할 때까지, 온몸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휙휙 돌아가는 눈에는 과도한 마력의 운용으로 실핏줄이 터져 벌겠지만.
그는 버텨냈다. 아엘라시스가 발을 구름과 동시에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혹한의 대지, 우레의 진격!”
아엘라시스의 오른발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마력이 술식과 의지, 영창과 시동어를 통해 현상을 일그러트렸다.
바닥과 복도의 벽면이 순식간에 얼어붙고, 냉기를 버티지 못한 유리 창문들이 일제히 깨져나갔다. 발목을 타고 오르는 냉기는 삽시간에 반경 30미터 안의 모든 골렘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옛날보다 괄목성대한 아엘라시스의 마력량과 마법 실력이 돋보였다.
거기에 아엘라시스의 손가락이 짚은 허공에서 파문과 함께 공기가 출렁이고, 이윽고 엄청난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검지의 끝에서 청백색의 뇌전이 형성되며 얼어붙은 골렘들 사이를 질주했다. 압도적인 파괴력에 골렘들은 핵의 위치를 바꾸는 수고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산산이 부서지고, 박살 나 흩어졌다.
모두 제각기의 자리에서 열심히 싸우는 동안, 러셀은 정면 복도의 골렘들을 상대했다. 거기서 그가 상대하는 골렘들이 가장 많았다.
쏜 살과 같은 속도로 말아오는 여덟 개의 칼날. 러셀의 눈이 획획 움직이며 그 모든 칼날이 날아드는 시간과 궤적, 방향, 위치를 계산했다.
이어서 뇌에서 전달된 신호가 마력을 이끌고, 이끌린 마력은 사지백해로 뻗어나가 근육에 스며들며 놀라운 반응속도와 수축, 이완을 반복해 매끄러운 동작들을 만들었다.
떠더더더덩!
결과는 눈 한 번 깜빡이는 것보다도 찰나의 순간, 러셀의 몸에 구멍을 뚫지 못한 칼날 여덟 개가 일제히 튕겨 나가는 것이었다.
튕겨나간 골렘들은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바로 달려들지 않고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뭐야?”
러셀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빠른 속도로 모여든 골렘 서넛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거대한 골렘이 되었다. 거의 2미터를 넘는 키에 거대해진 몸체, 두 개 더 자라난 팔과 가슴팍에 크게 돋아난 초록색의 마석.
“아직도 안 죽었을 줄이야. 여러모로 예상을 벗어나는 친구들이군.”
그리고 합쳐진 골렘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법사 데커즈의 목소리였다.
“허나 그것도 여기까지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골렘, 르-바쿤이면 네놈도-”
꽈앙!
데커즈의 목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끊겼다. 알 수 없는 충격에 내리찍혀 바닥에 처박힌 골렘. 그 골렘의 머리에는 러셀의 발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극, 그그극···
어떻게든 네 개의 팔을 움직이며 버둥거리는 골렘. 하지만 팔만 퍼덕거릴 뿐 러셀이 짓밟고 있는 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 쥐새끼.”
러셀이 말했다.
“목 간수 잘하고 있어라. 다음에는 안 놓친다.”
“이··· 개···”
콰작- 소리가 나며 골렘의 머리가 허무하리만치 쉽게 박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