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124화 (125/225)

124화 떠나는 길

제스를 아래층으로 보내고 난 러셀은 방문을 닫고 돌아섰다. 알고 보니 지금 그는 하의만 입고 상의는 벌거벗은 채 붕대를 감고 있었다.

“가슴팍에 상처가 있어서 내가 치료했어. 주먹 자국이 있던데, 그 괴물 짓이야?”

“응. 꽤 매콤하던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랬다. 공세를 뚫고 들어간 그의 대검에 맞자마자 거기서 주먹을 날려오다니. 러셀이 만약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다른 일행들이 악마에게 흡수되었다면 정말 누구도 막지 못했을 괴물이 탄생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네 옷은 저기.”

이루실이 가리킨 곳에는 검은색 셔츠와 코트가 곱게 접혀져 있었다. 러셀은 붕대를 풀었다.

다행히 상처는 모두 치료된 듯했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주먹 자국 말고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마안을 개안하고 난 이후부터 러셀의 육체는 웬만한 트롤, 웨어울프를 뺨칠 정도의 재생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재생력으로도 하루가 지나서야 겔리오투스가 남긴 공격의 상처가 아물 정도면, 정말 힘든 싸움이 되기 전에 처리된 게 다행이다 싶었다.

“코트 신기하더라. 갑옷으로도 변하기도 하고, 안쪽에 수납할 수 있는 아공간도 있고. 어디서 얻은 거야?”

“설명하자면 길어. 내려가자. 밥 먹어야지.”

“그래. 저 애는?”

“내가 깨워서 데려갈게. 먼저 내려가 있어.”

이루실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대에서 훌쩍 내려왔다. 아마 밤을 샌 것일 텐데도 가벼운 동작에는 피곤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늦지 않게 내려와. 5분이라도 늦으면 또 도망친 걸로 알거야.”

“그럼 어떻게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머리를 내려친 다음 보쌈해서 집으로 가져가야지.”

러셀은 피식 웃었다.

“내가 물건이냐.”

“물건이었으면 좋겠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는 이루실은 문을 열고 나갔다. 러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아엘라시스를 깨웠다.

“일어나. 안 자고 있는 거 알아.”

“···언제부터?”

“나 깼을 때부터.”

아엘라시스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간밤에 잠을 잔 건 확실했다. 언제나 매끄럽게 가라앉아 있던 머리카락이 지금은 사자 갈기만큼이나 뻗쳐 있었으니.

“하암. 왠지 끼어들기가 조금 그래서···”

러셀은 손으로 대강 아엘라시스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그녀는 고롱고롱거리는 고양이 소리를 내며 머리를 그의 손에 맡겼다.

1분도 되지 않아 차분히 머리카락을 가라앉게 만든 후, 러셀은 일어나 코트를 걸쳤다.

“내려가자.”

“응.”

문을 열고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해가 뜨긴 했지만 아직 이른 아침이기에 식당은 등잔으로 환했다. 옅은 기름 냄새와 음식 냄새가 섞여, 뭐라 특정하기 힘든 묘한 향기가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표정들은 밝았다. 어제 게시판에 이틀 전 평야 전투에 관한 내용이 소상히 적혔으니 상인들은 다시 상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용병들 또한 보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물을 길고 음식을 준비한 종업원들이 탁자를 마른 행주로 훔치거나 저녁까지 술을 마시고 퍼질러 자고 있던 취객들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러셀, 여깁니다.”

커다란 원형 테이블 하나에 제스와 이루실, 그리고 파렐스가 앉아 있었다. 벌써 주문을 마쳤는지 종업원이 스튜가 담긴 그릇과 고기가 담긴 접시를 자릿수대로 펼쳐놓고 있었다.

식사를 빠르게 마친 후, 러셀은 하일른을 보며 말을 골랐다. 그가 이틀 전 켈파그의 머릿속을 강제로 헤집으며 얻은 기억을 고르고, 그중 비교적 최근에 켈파그가 겪었던 기억만을 끄집어냈다.

“하일른 경은 붉은 수정, 정확히는 생명의 돌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와 그 방법을 가르친 악마를 추적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역시···.”

고개를 끄덕인 러셀이 말을 이었다.

“알다시피 그 악마는 겔리오투스였지. 하일른 경은 오크 부족 내에서 일어난 급진적인 신체 강화, 오크 주술사들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벌인 주술에서 실마리를 얻고 오크 부족이 겔리오투스의 수족이라는 걸 알았어. 그런데 켈파그에게 그 꼬리가 밟히고 말았지.”

“···그럼?”

“다행히 죽거나 붙잡히진 않았지만, 주술과 사악한 마력을 모두 이겨내긴 힘들었는지, 중간에 탈출하기 위해 포탈 마법을 쓴 것 같더군.”

러셀이 켈파그를 마주쳤을 때는 그가 모든 마력을 짜내 겔리오투스에게 바친 후였다. 만약 온전한 상태의 켈파그와, 살아있는 다른 오크 주술사들을 만났다면 러셀 그도 어찌 됐을지는 모를 일이다. 마법의 파훼가 가능하다곤 하나,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그에게도 틈이 생길지도 모르니.

제스가 중얼거렸다.

“포탈 주문··· 저희가 쓰는 신성 마법 주문 중에 그런 주문이 있긴 하지만, 다른 포탈이나 텔레포트 마법 주문과 같이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교회에서도 거의 사장된 주문 일텐데··· 하지만 하일른 경이라면 또 어디 고서를 탐독하다가 외워뒀을 수도 있겠군요. 워낙 공부를 좋아하시던 분이니···.”

러셀 또한 대악마 로고스를 죽이기 위해 그와 동행했을 때, 하일른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튼, 하일른은 포탈을 생성하고 몸을 던졌다. 아마 당장 남아 있어 봐야 죽기밖에 더 하니 그런 것 같은데, 문제는 그 포탈에 켈파그의 주술이 부딪쳤다는 거지. 켈파그의 기억은 거기서 끝났다. 하일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당장 알 수가 없게 되었어.”

제스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생각에 잠겼다. 포탈 주문은 아직 불안정성이 큰 마법이었다. 잘 못 되었다면 공간과 공간의 사이에서 영원히 떠돌아다니게 될 수도 있다.

제스가 말했다.

“이번에 겔리오투스라는 악마가 육체를 획득해 지상에 강림하긴 했으나, 그 과정은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와 드루이드 사라넨이 와 있기는 했지만, 러셀과 카이가 아니었으면 결국 전쟁 한복판에 겔리오투스가 온전한 모습으로 강림했을 겁니다. 모든 사람들은 죽고, 오크들은 완전히 악마화 되어 새로운 악마종이 되었겠지요.”

“내 생각도 그렇소.”

그때 끼어든 목소리가 있었다. 갈색 피부에 우락부락한 근육, 꿈틀거리는 검은 문신. 반삭한 머리에 꽁지로 땋은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오크. 튀어나온 어금니 중 하나에 강철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카이였다.

“다른 오크들은 어쩌고?”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영주에게 갖다 온 참이오. 러셀. 고맙소.”

“뭐가?”

“우리 종족을 구해준 것에 대해 말이오. 왜 불칸이 당신을 따라가라 일렀는지 잘 알았소. 당신이 없었다면, 내가 혼자 여기 왔다고 하더라도 오크 종족을 악마화의 늪에서 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오. 아니, 불가능했겠지.”

러셀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말하는 투가 마치 작별이라도 하는 것 같군.”

“맞소.”

카이가 끄덕이자 아엘라시스가 놀란 목소리를 냈다.

“어? 진짜?”

“그렇소, 아엘라. 난 이제 이들의 대전사가 되었소. 첸파는 자기 부족 전사들과 숲으로 돌아갔소.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리어둔과 그 부족들을 찾기 위해서. 답지 않게 약삭빠른 오크라고 했으니, 이번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전사들과 주술사들을 남겼을 거라고 하더군.”

“그 다음에는?”

러셀의 물음에 카이가 진중한 얼굴로 그를 마주보았다.

“아직 대륙 곳곳에는 괴물로 변해버린 오크가 많소.”

“우룩크 말이지?”

“그렇소. 또 아직 불칸이 돌아온 것을 모르는 오크 부족들 또한 상당수지. 이번처럼 그들 또한 악마의 꾐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소.”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보나?”

“상당히.”

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악마는 사람들의 빈틈을 알아보죠. 그리고 그 틈을 채워줄 수 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 호언장담이 사실이라는 겁니다.”

악마는 거짓을 말하지 않지만, 사실을 모두 말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사실을 교묘하게 숨기고 왜곡하여 상대방을 타락시키고자 한다. 그 타락의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바로 악마의 먹잇감이다.

카이가 힘주어 말했다.

“이번 기회에 내 형제들은 중요한 것을 알았소. 숲과 산에 숨어서 산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밖으로 나와서 문명과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오.”

답지 않게 길게 말한 카이의 말에 잠깐 탁자는 조용해졌다.

“내 형제들과 함께해도 되겠소?”

러셀은 피식 웃었다. 카이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등은 경직되어 있었다. 말하는 것만 보면 평생을 모시러 맹세한 주인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남는 것을 허락받는 모습 같기도 했다.

물론 러셀과 카이는 주종관계가 아니다. 러셀은 그저 동행을 부탁한 카이의 청을 들어준 것뿐이다.

“누가 그런 걸 허락 맡고 다니나? 저번에도 비슷한 주제로 대화 나눴던 걸로 아는데.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어떤 길을 걸을지, 또 누구와 걸을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법이지. 이제까지 나와 걸었으면 또 혼자 걸을 수도 있는 거고.”

“···고맙소.”

“언제 떠나나?”

“지금 바로.”

“그래. 조심해라.”

러셀은 카이와 악수를 나눴다. 불칸의 대전사는 그렇게 차례차례 아엘라시스, 제스, 파렐스, 이루실과 인사 했다.

러셀은 처음 카이를 만났을 때를 생각했다. 검은 보리 향 여관에서 시비를 걸고 있는 그를 만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재밌는 일들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그가 여행을 나온 이유이기도 했다.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찾아오는 것. 때로는 그것이 이름 없는 마을의 학살이 벌어졌을 때처럼 분노와 씁쓸함을 부르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후련하면서도 아쉬운 이별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불칸의 가호가 항상 서릴 것이오.”

“그래. 또 보자고.”

카이는 선술집을 나섰다. 남은 부족들을 추스르고, 불칸의 인도에 따라 괴물이 된 형제들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러.

아엘라시스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진짜 가네.”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카이가 떠나는 것을 본 제스도 일어서며 말했다.

“저는 잠시 영주관에 들르겠습니다. 영주님에게 부탁드렸던 수색 건을 중단시키고, 감사를 드려야겠어요.”

“그 다음은? 교회로 돌아가나?”

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지요. 이번 일에 대해 보고하고, 하일른 경의 실종을 공표한 뒤 대대적인 추적에 나서야지요.”

“그런가. 만나서 반가웠다.”

“저도요, 러셀. 조금 더 회포를 풀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는 모두 바쁜 일만 생기는군요. 다음에는 대교회로 한 번 와보십시오. 볼만할 겁니다.”

“생각은 해보지.”

“예. 아엘라시스, 만나서 반가웠어. 또 보자.”

제스도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섰다. 남은 사람은 러셀과 이루실, 아엘라시스, 파렐스였다. 파렐스는 연이어서 벌어지는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거야 원, 워낙에 대단한 분들이다 보니 나누는 대화도 무시무시한 것들 뿐이군요.”

“당신은 어떻게 할 텐가? 들어보니 길 안내를 자처했다고 하던데.”

“···누가 그럽니까? 이루실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러셀이 이루실을 보자 그녀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아하, 억지로 시켰구만.

“아닌가 보군. 하긴, 누나가 처음 가는 길은 잘 헤매는 경향이 있지. 머리는 똑똑한데 낯선 곳에만 가면 방향을 못잡더라고.”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정말, 저 양반 때문에 길 잘못 들고, 도적들도 실컷 만나고, 저번에는 무슨 오크들에 괴물들까지. 어휴, 목숨이 서너 개도 부족했을 겁니다.”

파렐스는 이루실과 다니면서 느꼈던 것이 많았는지 말을 쏟아냈다. 금발에 파란 눈을 지닌 귀족적인 외모의 사내가 욕설을 섞어가며 푸념하는 것은 꽤 재밌었다.

아엘라시스도 까르르 웃으면서 정말 그랬냐고 되물어볼 정도였다. 파렐스가 맞장구를 치다가 문득 아엘라시스를 보면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러셀은 어떻게 용을 데리고 다니는 겁니까? 그것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용에 대해서 잘 아나?”

파렐스는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뭐, 남들 아는 것만큼만 알지요.”

러셀은 그의 말투에서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으나,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칼리스덴이라는 도시의 인연이지. 거기서 이스메니오스라는 용에게 알을 부탁받았다.”

“와, 용에게 부탁을 받는 전사라니. 너무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인데요. 애들에게 들려줘도 질색할 것 같은.”

러셀이 생각해도 그랬으나 뭐 어쩌겠는가. 현실인데.

“누나. 누나는 어떻게 할 거야?”

“난 너를 데려가려고 했지. 여차하면 강제로라도.”

이루실의 태연한 말에 아엘라시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로 데려가는데?”

“우리 집, 가문.”

“거기가 어딘데? ···요?”

이루실은 러셀을 쳐다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북부. 아소르 공국.”

“공국! 어쩐지, 예사 집안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는데!”

파렐스가 흥분한 얼굴이 되어 외쳤다. 하지만 이루실이 한 손을 들자 바로 입을 막았다.

“그랬는데, 힘들 것 같네. 내 생각보다 동생이 너무 강해지는 바람에.”

이루실은 이틀 전의 그 전투를 떠올렸다. 그녀는 제대로 한 것도 없었다. 그저 사슬로 악마의 신체를 구속했을 뿐.

반면 거진 9개월만에 본 동생, 러셀의 실력은 과거와 비교를 불허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한기를 풀풀 흘리는 백색의 외날 도끼를 들고, 다른 손에는 거대한 묵색의 검을 들어 악마를 타격하던 모습.

이제까지 러셀에게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폭력적인 광경이었다. 도끼질 한 번에 그 거대한 악마의 피부가 찢겨지고, 마기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갔다.

분노한 투신처럼 도끼와 대검을 번갈아 휘두르는 러셀은 일견 투신 같아 보일 정도였다. 거기다 언제 뇌격의 속성력을 얻은 것인지, 악마의 육체를 산산조각 내버린 것은 눈부시게 빛나는 벼락의 향연이었다.

‘아버지에게 데려오겠노라고 호언장담하긴 했지만······.’

솔직히 이길 자신이 있냐고 물으면 확답하지 못하겠다.

“당분간은 따라다닐 생각이야. 혼자 하는 여행은 지루하고 심심했지만, 내 동생과 함께라면 다르겠지.”

“저기요? 저도 같이 다녔는데요···”

파렐스가 처량하게 손을 들어 어필했지만 이루실은 가뿐히 무시해버렸다. 러셀은 피식 웃었다.

사실 집에서 추적자를 보내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아무렴 자하드 가문의 다음 가주로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는데, 말없이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나버린다고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래도 누나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끽해야 기사를 보낼 줄 알았다. 그가 없어지면 자동적으로 다음 가주가 되는 누나가 직접 올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때 선술집 문을 열고 기사 한 명이 들어왔다. 반델이었다. 어찌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머리와 얼굴에 땀이 가득했다.

“러셀, 여기 러셀 있는가?”

러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델의 목소리에 담긴 다급함을 느낀 탓이다.

“여기 있소만. 무슨 일입니까?”

“여, 영주님. 영주님이 위독하시네. 도와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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