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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115화 (116/225)

115화 오거

칼리아의 모든 술식과 마법을 파훼하고, 전방위로 퍼져나가는 파동에 정면으로 걸어가는 한 인영이 있었다.

실시간으로 대지가 갈아엎어지며 들풀과 들꽃의 잔해가 허공에서 바스러지고, 널브러진 괴물과 인간의 시체들이 한줌 핏물로 화하는 가운데.

피하지 않고 걸어가던 인영이 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강력한 마력과 충격의 파동이 그 한 손을 박살내지 못하고 갈라졌다.

인영은 러셀이었다. 그의 빛나는 자청빛의 눈에는 모든 마나와 마력, 에너지의 흐름이 시각화가 되어 뇌리로 들어왔다.

구우우우웅-!

그의 체내에서 강대한, 바다와도 같은 마력이 구동되는 울림이 뿜어졌다.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마력감응력과 조작력이 발휘되며 흐름을 자르고, 끊고, 빗겨냈다.

괴물들의 육신으로 이뤄진 파도를 뚫고 나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지만, 러셀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비슷한 경험은 이미 몇 번이나 있었다. 마력을 각성해 불꽃을 다루던 트롤의 화염 숨결을 막았고, 용족 카루곤의 광범위한 파괴 마법도 흘려냈다.

용 이스메니오스의 껍데기가 내뿜은 용의 숨결마저도 러셀을 불사르진 못했다. 이전까지 전투를 통해 충분히 학습된 경험은 이제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고, 한 톨의 낭비도 없이 정돈된 마력은 오거의 기세마저도 무리없이 흘려낼 수 있었다.

그의 뒤로는 작은 꼭짓점부터 시작해 점차 거대해지는 부채꼴 형상의 온전한 대지가 남았고, 그 위로 영지군과 용병들, 제스와 사라넨, 첸파, 카이와 오크들이 있었다.

러셀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뒤에 있는 자들의 존재를 똑똑히 느꼈다. 지금 어느 순간보다도 촘촘하게 전개된 마력 감지가 반경 내의 모든 정보들을 그의 감각으로 쑤셔넣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피를 뿜으며 죽었을 압도적인 정보의 홍수. 그 격랑 속에서도 러셀은 차분히 생각을 이어갔다.

오거, 거인족의 말예. 이미 오래 전 세상에서 몸을 감춘 거인족 이후 그나마 남은 거인종의 괴물. 가진 지능은 그리 높지 않고, 마력에 의한 감응력도 형편없다고 들었는데.

막상 이 세상에서 처음 만난 오거는 평균적인 4미터의 키를 2미터나 뛰어넘은 6미터의 키에, 달라붙은 근육들도 커다란 부피를 지니고 있다.

“왔구나.”

“다쳤나?”

러셀의 물음에 칼리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몸 위로 마력의 잔해가 타오르며 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디서 저런 놈을 데려왔는지 모르겠다. 덩치도 훨씬 크고··· 무엇보다, 저놈이 뿜어내는 힘의 성질이 그놈과 비슷하다.”

“겔리오투스?”

칼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럼 그 주술사들을 족치면 되지 않나.”

“그렇긴 하다만, 저 괴물을 상대하고 있어야 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뭐가 문제야?”

러셀이 씩 웃자 칼리아 또한 피식,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여기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강력한 전사가 있지. 하지만 조심하거라. 오거는 지상에 남은 마지막 거인족의 후예다. 비록 그 피가 수천 년의 세월에 걸쳐 희석되었다고 하더라도, 특유의 마법 저항력은 쇠하지 않았을 것이다. 방금도 내 마법은 하나도 먹히지 않더구나. 지금도 붙잡아 놓는 것이 한계다.”

쿠웅-!

그때 진동과 함께 옅은 기파가 퍼졌다. 칼리아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구속이 풀렸다.”

“저번처럼 네 고유 영역을 펼칠 수는 없는 건가?”

에란디스 지하에서 허공으로 떠올랐던 붉은 구체. 그것은 막대한 피를 바탕으로 칼리아가 구축했던 하나의 마법적인 공간이었다.

바깥에서 가하는 공격들은 하나도 통하지 않고, 내부에서는 그녀의 의지가 곧 법칙이 되는, 그야말로 마법사로서 궁극에 이룰 수 있는 하나의 경지.

“그때 그건 내 심장에 박혀 있던 생명의 돌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다. 거기다 난 너의 손에 한 번 죽지 않았느냐. 다시 태어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이룩한 주문 세계를 다소 손실했다. 다시 되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야.”

“알았어.”

러셀은 고개를 끄덕이고 오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실 칼리아가 심상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해도 저런 적수를 양보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엘라는?”

“뒤에. 내가 방어막을 만들어 피신시켜 두었다.”

“카이와 합류해. 그리고 주술사들을 상대해줘.”

“알았다.”

칼리아가 뒤로 빠지고, 러셀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러셀과 오거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

오거의 전신에서 회색과 검은색이 섞인, 농도가 짙고 무거운 마력이 흘렀다.

“이름이 있나?”

“······라쉐.”

“나는 러셀이다.”

둘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침묵과 고요 속에서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렇게 노려보던 둘의 신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오거가 내뻗은 거대한 주먹에 돌풍이 일고, 대기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거의 러셀의 몸통만한 주먹에 그 또한 주먹을 내질렀다.

힘의 여파로 공기가 출렁이며 전 방위로 밀려났다. 밀려난 안쪽의 공기와 바깥쪽의 정체된 공기가 충돌하면서 소닉붐이 일어났을 때처럼 하얀 파동이 그려졌다.

순수한 힘과 힘의 충돌. 밀린 것은 러셀이었다. 공기의 벽을 뚫고 날아가던 그가 두 다리를 아래로 내리꽂았다.

카가가가각!

십여 미터의 길다란 두 줄기의 고랑을 만든 러셀이 허리를 피고 퇫, 하며 피를 뱉었다. 울렁거리는 속을 마력으로 다잡는다.

“화끈한데.”

육체의 성능은 라쉐가 러셀보다 몇 배는 강했다. 종족의 차이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거기에 뭔지 모를 주술이나 악마의 힘 때문에 더 강화된 것을 감안해야 했다.

오거의 크기와 근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단번에 피떡이 되지 않은 것이 더 놀라울 지경이다.

라쉐 또한 그렇게 생각했는지 흉흉한 눈이 러셀을 보며 분노에 타오르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러셀의 손이 코트 속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

나온 손에는 백색 도끼, 마지막 서리가 쥐어져 있었다.

푸화아악!

냉기가 폭발하고, 라쉐의 전신에 막대한 양의 서리가 달라붙었다. 허나 라쉐는 목을 한 번 꺾는 것으로 서리를 털어내고 다시 달려들었다.

뻗어진 오거의 힘에 담긴 기세와 함께 돌풍이 소용돌이를 치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주먹을 피해낸 러셀의 도끼가 다시 허연 빛을 발하며 대지를 스쳤다.

앞으로 나선 왼발이 진각을 밟고, 거기서 올라온 힘의 흐름을 발목과 무릎, 허리, 어깨, 팔꿈치, 그리고 손으로 타고 올라오며 증폭되었다.

그 끝의 도끼가 아래에서 위로 그어지며 하얀 반월이 그려졌다. 서리의 파동은 중간에 가로막혀 폭발했다.

러셀은 멈추지 않고 전방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초당 수십 번씩 날아드는 서리의 칼날을, 그와 똑같은 속도로 주먹이 움직이며 박살냈다.

과도하게 끓어오르는 두 존재의 전투에 대기가 일그러졌다. 대지가 두 존재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사방으로 밀려난다. 밀려난 대지의 조각들은 폭탄 파편처럼 주변을 휩쓸며 2차 파괴를 양산했다.

거기에 연속되는 마력이 담긴 충돌에 대기가 이리저리 찢기고 쪼개졌다가 합쳐지기를 반복했다. 매서운 돌풍이 몰아쳤다.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바람에는 전장에 가득한 마나의 흐름과 마력이 짙게 들어 있었고, 그렇기에 정령을 불렀다.

꺄르르르르······.

휘로로로로······.

마치 귀신의 귀곡성 같은 웃음과 비명이 아스라하게 허공을 채웠다.

똑바로 보면 보이지 않고, 곁눈질로 보았을 때 언뜻 그 형체가 드러나는 반투명한 존재들이 바람을 타고 이곳저곳을 미끄러졌다.

파츳, 하고 스파크 튀는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마지막 서리가 바람을 가르며 빛의 원반이 되어 날아들었다.

빛의 원반은 라쉐의 주먹과 부딪쳐 가로막히고 위로 튕겨져 올랐다. 그리고 도끼를 쳐내는 사이 크게 비어버린 라쉐의 몸통에 러셀이 파고들었다.

공수의 격렬한 공방 속에서도 러셀의 마안은 빈틈을 놓치지 않으며 보랏빛으로 불타올랐다. 그의 주먹에 눈부신 빛이 어리고, 오거의 몸통에 직격했다.

“크-아-아-아-아-!”

러셀의 주먹이 닿는 것을 느끼자마자 오거가 별안간 포효를 내질렀다. 지근거리에서 맞닥뜨린 힘의 방출에 러셀의 타격이 빗나가고 떨어지던 마지막 서리가 뒤로 날아갔다.

***

“이런, 세상에. 모두 제 방패 뒤로 숨어요!”

두 존재의 싸움에서 뿜어지는 거대한 충격파를 막기 위해 제스가 방패를 들었다. 병사들이 황급히 그의 뒤로 모였다.

벌써 수십 번 이상을 덮쳐온 충격파였다. 표정을 일그러트린 제스는 전방에서 덮쳐오는 파동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의 입에서 빠른 속도로 기도가 외워졌다.

기도가 외워질수록 제스의 피부 위로 황금빛의 성력이 어렸다.

“빛의 가호를!”

성력은 그대로 개별적인 룬 문자가 되어 제스의 방패 표면을 덮었고, 이어서 테두리를 넘어선 거대한 방호벽을 생성했다.

“모든 이들보다 낮고, 모두를 떠받치는 자여!”

한쪽에서는 제스와 비슷하게 용병들을 뒤로 물린 사라넨이 녹색 빛이 나는 손바닥을 대지에 내리치고 있었다.

그녀의 주문에 아까 무너져 있던 흙이 응답했다.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소리와 진동이 일더니, 다시금 거대한 흙벽이 일어나 앞쪽으로 돌출된 비스듬한 벽을 세웠다. 충격파가 그들을 덮친 건 거의 동시였다.

“크흐윽······!”

방패를 들고 자세를 낮춘 제스의 발이 깊은 고랑을 만들며 밀려났다. 사라넨 또한 부서지는 토벽을 재생성하기 위해 남은 마력을 쏟아부었다.

잠시 후, 마력파가 사그라들었다. 제스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방패를 짚은 채 허리를 폈다. 사라넨 또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다.

“허억, 허억, 아이고. 두 번 싸우다가는 땅이 남아나질 않겠군요.”

“후아, 후아. 그러게요.”

원형으로 퍼진 힘의 여파가 평야를 무자비하게 갈아엎었다. 미처 충격의 파동을 피하지 못한 것들은 한 줌 핏물로 화한 채였다.

다행히 라함 영지군 측의 손실은 크지 않았다. 제스와 사라넨이 앞장서서 모든 충격파 밑 마력파를 흘려냈기 때문이었다.

“정말 사람인지 의심스러워지네요.”

“동감입니다. 제가 만났을 때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기에.”

몇 번이나 연속되는 충격파를 막아내느라 제스와 사라넨은 엉망인 몰골이었다. 머리카락은 봉두난발에, 흙먼지를 뒤집어 써 더러웠다.

그건 뒤편에서 드러눕거나 넘어진 병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싸움은 끝났으나, 저 멀리서 이어지는 전투의 굉음과 진동은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저 러셀이 패하면 오거가 달려와 그들을 도륙해버릴 것이니 말이다.

충혈된 눈을 가늘게 뜬 채 기절하지도 못하는 연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제스와 사라넨의 곁에 투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타티아나 영주가 다가와 섰다. 그녀가 망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녀의 앞에는 쑥대밭이 된 평야가 보였다. 누구도 어제의 평야를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두 마리의 드래곤이 마구 뒹굴고, 브레스를 뿜어대야 지금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라쉐요.”

“라쉐?”

그런 그녀 곁으로 덩치 큰 오크 하나가 걸어와 말했다. 제스와 사라넨, 타티아나 영주는 그런 오크를 자연스럽게 대했다. 그가 누구인지 아는 까닭이다.

전신에 괴수와 괴물, 그리고 동족의 피를 묻힌 첸파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켈파그가 데리고 있던 오거의 이름이오. 어떻게 그리 한 건지는 알 수 없었소.”

***

“큭!”

시야가 일그러지고 귀가 먹먹해진다. 초점에 맞지 않는 모든 것은 아지랑이를 그리며 불투명했다. 소리는 깊은 심해에 잠긴 것처럼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차별적인 힘의 방출 속에서도 러셀은 뒤로 날아가지도, 밀려나지도 않았다. 마력의 흐름을 육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의 마안이 포효 속에 내재된 힘을 흐트러트리고, 그 사이의 결을 찾을 수 있게 해줬다.

깊숙이 파고들어 있기에 오거가 적절한 대응을 하기에는 부자연스런 동작이 요구된다. 그런 동작에 제대로 힘이 실릴 리 만무했기에, 러셀은 그를 잡고 밀어내려는 라쉐의 모든 공격을 쳐낸 뒤 다시 주먹을 말아쥐고, 내밀었다.

툭.

작은 소리가 났다. 러셀의 주먹이 오거의 가슴팍에 닿은 소리였다. 이제까지 굉음만을 내던 것과는 차별되는, 힘이 실리긴 한 것인지 의심될 정도로 작고 가벼운 소리.

그러나 그런 라쉐의 등판에 원형의 파동이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커헉!”

눈을 부릅뜬 오거가 입에서 피를 토한다. 뒤이어 방망이에 맞은 공처럼 튕겨 나가 흙바닥을 정신없이 굴렀다. 그런 라쉐를 놓치지 않고 러셀이 따라붙었다.

그런 러셀의 얼굴도 심상치 않았다. 근거리에서 덮쳐온 마력의 방출에 타격을 입은 것인지 눈과 코,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던 것이다.

달려가던 그의 손에 묵색의 대검, 나힐니르가 쥐여졌다. 정신없이 구르던 오거는 어느새 몸에 제동을 걸고 멈춰서서 러셀을 노려봤다.

그리고 라쉐의 모습이 순간 흐릿해지고 있던 자리가 움푹 패였다. 러셀의 마안조차도 일순 움직임을 놓쳤다.

그는 그 속도에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저 사라짐을 인식한 순간 대검을 휘둘렀다.

콰앙!

주먹과 쇠붙이가 부딪쳤다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울렸다. 오거의 커다란 주먹을 대검이 막아내고 있었다.

대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라쉐의 주먹이 허공을 찢는 기세로 날아들었고, 러셀은 그 모든 주먹질을 하나하나 쳐냈다.

엄청난 양의 흙무더기가 비산하며 흩뿌려졌다. 이미 구릉과 낮은 언덕이 물결처럼 오가던 평야는 사라지고 없었다.

라쉐의 주먹질이 애꿎은 땅을 내릴 때마다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겨났고,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났다가 허공을 찢는 바람에 휘말리며 가라앉았다.

어느새 둘은 숲속에 들어와 있었다. 라쉐의 발길질을 나힐니르의 검면으로 막은 러셀이 나무 수십 개를 부수며 나가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투두두두두두!

딛은 대지를 박살내며 달려오는 소리가 마치 해일 같다. 검회색의 안개 같은 기운과 자청빛 마력 잔상이 숲을 가로질렀다.

콰앙!

러셀이 피한 자리로 라쉐의 다리가 횡으로 그어졌다. 라쉐의 다리가 닿는 반경, 그 훨씬 너머까지 힘의 궤적이 지나가자 수십 개의 나무 허리가 잘리며 쓰러졌다.

찰나의 시간 동안 맞붙은 두 존재가 일으킨 싸움의 여파로 애꿎은 나무들이 벌목을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리를 넘어선 충격이 숲 한복판에서 폭발했다. 검과 주먹이 부딪치고, 섬광이 물결처럼 일어나며 동심원을 그렸다.

흽쓸린 대지와 초목들이 잘게 부서지고 박살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 한가운데, 커다란 크레이터의 중심에 두 인영이 교차한 채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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