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112화 (113/225)

112화 오크 (3)

크아아아아-!

쟈드무의 괴성 섞인 고함이 메아리쳤다. 메아리와 함께 훅 퍼져나간 마력파에 의해 모든 것들이 뒤로 밀려났다.

나힐니르를 세워 마력파를 빗겨낸 러셀이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코트가 강풍에 휘말리며 흔들렸다.

“음.”

러셀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렀다.

쟈드무의 육체가 재생하고 있었다. 가슴팍의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의 빛이 보였다.

쟈드무에게 이식된 생명의 돌이 내뿜는 빛이었다. 그 빛의 파장이 닿는 곳에 잘린 사지가 닿자, 그것들이 저절로 허공에 떠오르더니 쟈드무에게 날아가 원래의 자리에 붙었다.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

씹어먹듯이 뱉은 선언과 동시에 재생을 마친 쟈드무가 대도를 세우며 돌진해왔다. 러셀은 물러서지 않았다.

“와 봐라.”

찰나를 쪼개고 쪼개서 순간을 더 긴 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의 존재들이 다시 부딪쳤다.

굉음과 폭발, 마력과 충격파. 검격과 검격의 교환.

누구도 감히 끼어들 수 없는 격전에 대기가 울리고 지면이 부서졌다.

러셀과 쟈드무의 신형이 전장 곳곳에서 나타났다. 들끓는 마력파에 휘말린 괴수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떨어졌다.

“크흐으윽!”

쟈드무는 한 눈에 보아도 무리를 하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폭주하는 생명의 돌에 말미암아 부풀어 오른 근육에서 혈관이 터지고.

재생을 거듭한 뼈가 더 이상 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삐걱이며 균열이 갔다. 그럼에도 쟈드무는 이를 악물고 마기를 통제했다.

이제와서 그르칠 수는 없었다.

쟈드무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로 앞의 사내를 쳐다봤다. 조각 같은 얼굴에, 번쩍이는 보랏빛의 눈.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를,

쟈드무는 동족을 떠올렸다. 점차 이성을 잃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며, 친구와 동료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더 이상은 안 되었다. 그는 동족의 변화를 멈출 것이다. 응답하지 않는 하늘의 신 대신, 땅을 파헤쳐 지하의 악마와 손을 잡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의 피와 생명이 죽어 나가든 개의치 않을 것이었다. 하물며 인간 따위는 고려할 가치도 없었다.

“그아아아!”

쟈드무가 대도를 휘둘렀다. 러셀은 묵묵한 눈으로 그 대도를 받아 넘겼다.

러셀은 투메룬을 떠올렸다. 카이의, 불칸의 성력에 의해 모든 마기를 정화받고 죽은 오크.

악마에게 저당 잡혔던 영혼을 돌려받은 투메룬은, 죽어가며 이야기를 남겼다.

‘오크 주술사 중, 켈파그라는 대 주술사가 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오크의 지속적인 쇠퇴를 보아왔다. 마법과 주술, 모든 수를 다해서 종족의 멸망을 막아보려 했지만 실패했지. 잊혀진 종족의 신을 찾는 것도 요원했다. 세상은 넓었고, 오크는 점점 더 괴물로 변해가는 속도가 빨라졌지. 설령 신을 찾는다고 해도 멸망을 막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었다. 어쨌든 그는 주문을 다루는 주술사였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악마와 손을 잡았다.’

‘부족은 총 넷이다. 첸파, 리어둔, 쟈드무, 켈파그 총 넷의 오크가 이끌고 있지. 첸파는 강한 오크지만 악마의 힘을 빌리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켈파그가 불러서 오기는 했지만, 아마 침공에는 나서지 않을 수도 있어.’

‘리어둔은 중립이지만 근래 들어서 켈파그의 말에 설득되는 것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완전히 정한 것은 아니다. 평균적인 오크에 비해 약하지만, 그가 족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던 건 흐름을 잘 보는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쟈드무는 켈파그와 더불어 가장 먼저 악마에게 손을 벌린 오크다. 그는 오크의 멸망이 인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 그는 침공의 선두에서 가장 먼저 인간들을 도륙하기 위해 나설 거다.’

러셀은 계속해서 달려드는 쟈드무를 바라보았다. 점차 악마의 힘에 휘둘려지는 괴물이 그곳에 있었다. 러셀이 물었다.

“네 목적은 뭐지?”

콰앙!

둘의 대검과 대도가 대치했다. 양손으로 칼자루를 쥔 두 사람의 아래로 지면이 가라앉았다. 러셀의 보랏빛 눈이 흑마력에 침식당해가는 쟈드무를 보았다.

“동족을······.”

목까지 덮어가는 검푸른 기운에 쟈드무가 더듬거렸다.

“악마와의 계약이란 거, 썩 믿을 만한 게 못 되는군.”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켈파그와 쟈드무는 잘못된 선택을 내렸다. 악마의 힘을 빌려서는 안 되었어.’

“그아아아아!”

쟈드무의 대도가 폭풍처럼 러셀을 노렸다. 한 오크가 평생 동안 쌓아온 검술의 정수가 펼쳐졌다. 흉흉한 흑마력으로 덮인 단단한 검기가 러셀의 몸을 갈가리 찢을 듯 웅웅거렸다.

러셀의 나힐니르가 그 공격을 번번이 흘려냈다. 그 또한 살아오면서 쌓아온 기술의 토대가 있었다.

처음 전생을 자각하고, 육체의 재능을 깨닫고, 눈의 능력을 억제하고, 때로는 이용하면서.

러셀이 대도에 담긴 흑마력을 흘려냄에 따라 목표를 잃은 힘이 허공과 대지를 우르르 진동시켰다.

밝아오는 새벽 하늘 아래 평야에서 두 존재가 서로의 무기를 휘둘렀다.

쟈드무는 아까보다 더 강해지고, 더 난폭한 움직임으로 러셀의 주변을 봉쇄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아까와 같은 타격을 입었으니, 이제는 방심하지 않고 그를 몰아붙이겠다는 심산이었다.

쟈드무가 앞으로 뻗은 왼발을 축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활활 타오르는 흑마력이 어긋난 균형을 바로잡고, 부족한 근력을 대신하며 오크의 거구를 이끌었다.

회전하는 대도가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을, 그 이상을 연달아 찔러왔다.

카가가가각!

숨 한 번 들이쉬기도 전에 내질러오는 수십 번의 도격이 러셀의 목줄을 가르기 위해 이빨을 드러낸다.

한 번의 깜박임이 생사를 가르는 속도의 향연.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향기가 전장을 감돌자 부나방처럼 달려들던 괴수들조차 꼬리를 말고 도망간다.

“크아아아아악!”

전력을 다하는 오크의 검에는 필사의 각오가 엿보였다. 그 도격에는 전투의 논리가 담겨있지 않다. 그저 눈앞의 것을 분쇄하겠다는 의지로만 가득했다.

가슴팍에서 엔진처럼 불타오르는 생명의 돌이 주인의 의지에 따라 모든 마력을 쏟아내는 것이 보였다.

승패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쟈드무는 직감했다.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전투 경험과 함께해온 대도의 칼자루로부터 느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이 괴물 같은 인간을 꺾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크의 멸망은 가속화될 것이고, 피할 수 없는 마침표가 되어 찍힐 것이다.

전력을 다하는 신경이 상대를 향해 날카롭게 곤두서고, 흑마력이 꿈틀거리며 솟구친다.

점차 밝아지는 새벽 하늘과 반대로 짙어지는 서로의 그림자가 겹쳐진 한순간.

양손에 쥔 대도를 무아지경으로 그으며 허리를 비틀었다.

쑤아아아악!

대도에 갈가리 찢긴 대기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미처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한 러셀의 대검히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죽인다!’

그 직후 쟈드무의 눈이 러셀의 눈과 마주쳤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차가운 냉정을 그리고 있는 보랏빛의 눈.

어째서?

지금 이 남자는 심장이 꿰뚫릴 위기에도 저리 침착하고 차분한가.

그 답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기이이이잉···!

쟈드무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끔찍한 압력이 전신을 압박하고 있었다. 마력이 주변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지배했다.

그 흐름은 강대하진 않았다. 도리어 부드러웠다. 강한 바람이 갈대를 꺾지 못하고 그저 흔들거리게만 하듯이.

그 마력의 진원지는 당연히 눈앞의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였다. 그로부터 뻗어져 나온 마력의 실이 대기를, 대지를, 쟈드무를 붙잡고 있었다.

러셀은 영역 내의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는 듯한 감각에 씩 웃었다.

파문처럼 번져가는 무채색의 마력 파동. 그 파동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 번, 세 번씩 영역을 뒤흔들고.

종국에는 모든 운동 에너지를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지배력을 러셀에게 선사한다. 마안으로 보는 모든 마나의 흐름과, 그곳에 간섭하는 마력 감응력을 갈고 닦음으로써 러셀은 점차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고 있었다.

“크, 하아아!”

쟈드무는 다시 한 번 고함을 내지르며 흑마력의 파동을 전방위로 확산시켰다. 그러나 그 기세는 처음과 비교해 확연히 약했다.

러셀은 그 에너지를 받아 넘긴 후 흩어버렸다. 그리고 쟈드무의 전신을 구속하던 마력의 실을 풀어버렸다. 쟈드무는 러셀이 일부러 풀어준 것도 모른 채로 대지를 박찼다.

와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고 흙더미가 비산했다. 쟈드무의 대검이 러셀의 정수리를 가를 듯이 날아들었다.

러셀은 나힐니르를 가볍게 휘둘렀다. 쾅, 날붙이가 부딪힌 동시에 쟈드무의 대도를 타고 러셀의 마력이 그의 몸에 침투했다.

마력은 송곳 같은 전격으로 변환되어 쟈드무의 몸에 직격했고, 그의 마력 흐름을 뒤흔들었다.

“커헉···!”

쟈드무는 아까 괴수를 상대할 때 러셀이 전격의 힘을 사용하던 것을 간신히 떠올렸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다른 힘 하나 쓰지 않고도 날 한 번의 죽음으로 몰아갔단 말인가?’

의문은 더 이을 수 없었다. 쟈드무는 흑마력으로 전격을 떨쳐버리고는 대도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그 대도를 러셀의 왼손이 붙잡았다.

쟈드무는 자신의 날카로운 대도가 고작 손바닥 하나를 가를 수 없다는 것에 경악했다. 러셀의 단단하고 커다란 손에서 시린 냉기가 치솟았다.

쩌저저적, 하고 얼어붙어가는 대도에 다급히 쟈드무는 흑마력을 일으켰다.

“커헉!”

속이 진탕됐다. 검은 핏물을 뿜으며 쟈드무는 충격을 받은 채로 뒤로 날아가 땅바닥을 굴렀다.

그의 가슴팍에는 주먹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게, 도대체···.”

쟈드무는 일련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앞에 러셀이 대검을 털고는 코트 속에 갈무리했다.

쟈드무의 상처에서 흐르는 검은 핏물들이 풀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먹물 같은 검은 액체가 초록색 풀에 닿자 옅은 연기가 피었다.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모든 근섬유가 파열되고, 신경이 불타오른 상황이었다. 삐걱거리는 모든 뼈마디가 골절된 채 신음했다.

쟈드무가 멍한 얼굴로 러셀을 올려다보았다.

“인간이, 크륵, 어찌 이리 강한 것이냐. 너도, 악마와 계약을 한 것이냐?”

“내가 너 같은 줄 아냐.”

오크의 입에서 빠드득, 하고 이 갈리는 소리가 났다. 어찌나 세게 갈았는지 허연 조각들이 검은 핏물과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이렇게는··· 안 된다. 여기서, 내 삶을 끝낼 수는···.”

피가 줄줄 흐르고, 하얀 연기가 푸쉭거리며 피어올랐다. 쟈드무는 천천히 죽어갔으나, 그의 가슴 안쪽에서 심장과 같이 맥동하는 붉은 돌이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이미 한계였다. 러셀의 눈에는 부서져가는 육체와 흑마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빠져나가는 혼이 보였다.

혼이 빠져나간 육체에는 무엇이 깃들까.

주술사들의 주력이 전장 위를 소용돌이치며 생기와 사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쿠르르릉······.

밝아오는 새벽 하늘 구석에서 구름이 몰려왔다. 평범한 구름이 아니라, 사악한 마기가 어린 구름들이었다. 러셀의 눈에만 보이는 사악한 기운이 뭉쳐진 것들.

밝아지려는 하늘을 도리어 어둡게 만들려는 그 마기의 흐름을, 러셀의 마안이 차분히 응시했다.

***

전장의 괴수들이 이탈하고 있었지만, 모든 괴수가 숲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중심의 격전을 피해 돌아온 괴수와 괴물들은 다른 사냥감을 향해 돌진했다. 그 끝에는 라함의 영지가 있었다.

기이하게 변형된 짐승들과 고블린, 임프, 코볼트이 성벽을 향해 달려갔다. 아직 주술이 풀리지 않아 붉은 눈동자를 지닌 채였다.

쿵, 쿵 하는 발소리를 내며 트롤들 또한 나무 몽둥이를 들고 돌격했다.

그 숫자들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 러셀과 쟈드무의 전투, 그리고 카이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남은 괴수와 괴물의 숫자는 이백 마리가 남아있었다.

“이런!”

세 마리의 트롤을 박살낸 카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를 스쳐지나간 괴수들이 영지로 돌격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그때 함성이 울려퍼졌다.

“용살자를 도와라! 불칸의 대전사와 함께하라!”

굳게 닫혀있던 성벽 아래의 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병사들이 관문에서 쏟아져 나왔다. 난리를 깨달은 용병들이 더러운 땟국물이 묻은 얼굴 그대로 돌진했다.

그 선두에는 전신갑주와 투구를 쓴 라함의 영주, 타티아나가 있었다.

와아아아-!

수가 기백도 되지 않는 라함의 영지군들, 그리고 용병들. 회색 머리를 흩날리는 영주와 두 명의 호위기사. 말도 타지 않은 영주를 필두로 기사와 병사, 용병이 달렸다.

이제 완연히 푸르게 빛나는 새벽 하늘. 어둠은 물러가고, 푸름은 더 밝은 색깔로 희석된다. 어둠 속에서만 빛을 낼 수 있던 별과 달이 물러가도, 여전히 빛나는 것들은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에서 사람들이 검을 뽑았다. 번쩍이는 날붙이에 태양빛이 부드럽게 흘렀다.

동쪽에서 떠오른 햇빛이 벽을 박차고 나온 영지의 사람들을 비췄다.

“장막이여, 걷혀라!”

괴수 무리와 충돌 직전, 영주의 곁에서 함께 달리던 사라넨이 손바닥에서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빛이 넘실거리는 손을 그대로 땅에 내리쳤다. 녹색의 빛이 지면을 타고 흐르며 괴수들의 몸에 닿았다.

일순 괴수들의 눈앞을 가리던 붉은 장막이 걷혔다.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춘 짐승들이 어리둥절한 표정과 기색이 되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키아악!

캬르르르르!

숲의 사냥감을 두고 다투던 괴물들이 옆에 있었다. 짐승들은 그르렁거렸다.

“우워어엉!”

“캬아아아!”

짐승들과 괴물들간의 혼선이 일어났다. 주술에서 벗어난 짐승들이 괴물들에게 달려들었고, 괴물들은 여전히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들고 있던 무기를 휘둘렀다.

“돌격!”

전신갑옷을 입었음에도 유연하게 달리던 타티아나가 달려든 괴물을 베었다. 기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주인을 지키고, 그 뒤를 병사들이 따랐다.

“광휘의 빛이, 지금 이곳에 내리니!”

번쩍, 하고 섬광이 일었다. 하얀 성갑을 차려입은 제스가 방패와 칼을 들고 싸우고 있었다. 태양의 성력에 괴물들이 주춤거렸다. 괴물들에게 걸려있던 주술이 타격을 입으며 물러갔다.

이어서 괴물들과 인간들의 진영이 충돌했다.

“아악!”

“어머니!”

“물러서지마라! 등 뒤에, 그대들의 가족이 있음을 잊지 마라!”

전투의 선두에서 칼을 휘두르는 영주의 외침에 병사들은 두려움을 억눌렀다. 그들의 주인이 가장 앞에서 위험에 맞닥뜨리고 있었다.

“이야아아!”

“죽어, 괴물 새끼들아!”

***

“케, 켈파그님! 주술이 풀리고 있습니다!”

“하던 주문이나 계속해라!”

기하학적인 진이 오크 주술사들 발 아래에 그려졌다. 그 중심에 선 켈파그가 눈을 부릅뜨며 주문을 외우는 동시에 호통을 쳤다.

괴수들의 숫자는 이제 눈에 띌 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러셀과 쟈드무의 전투, 카이의 분쇄, 성벽을 빠져나온 인간들의 분투.

거기다 드루이드의 마법, 교회의 성기사까지 가세하고 있었다.

이제 괴수와 괴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숲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조종받던 우룩크들은 피부가 갈색이 되어 있었고, 차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점차 듬성듬성해지는 전장의 외곽에서, 한 백발의 소녀가 달리고 있었다.

“어디라고, 아줌···! 꺄악! 알았어! 알았다고! 언니!”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된단다. 그리고 다음에는 이렇게 약하게는 안 끝날 거야.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한다는 건데?”

-뒤로. 거기에 주술사들이 노리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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